<div><br></div> <div><br></div> <div>날개를 주제로 받아서 써봤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 </div> <div> </div> <div><br>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div> <div> </div> <div>루시의 춤을 처음 본 리퍼의 눈엔 그녀가 마치 지금 하늘에서 막 내려온 천사 같았다. </div> <div> </div> <div>발레리나 이면서도 생소한 라틴풍의 음악에 맞춰 자신의 전공을 녹여 낼 수 있는 재능. </div> <div> </div> <div>그녀의 몸매 보다도 눈에 띄는 예술적인 곡선의 표현. </div> <div> </div> <div>알렉산더의 칼 끝 보다도 날카롭게 느껴지는 직선 묘사. </div> <div> </div> <div>만년설도 녹일 수 있을 듯한 부러우면서 정열적인 표정! </div> <div> </div> <div>리퍼는 예술을 몰랐지만 이건 감히 완벽하다고 표현하고 싶었다. </div> <div> </div> <div>다만 알 수 없는건 주변의 시선. </div> <div> </div> <div>두번 다시 만날지 모르는 엄청난 행운의 시간을 이렇게 감흥 없이 보낼 수 있는건가. </div> <div> </div> <div>이해를 할수가 없었다. </div> <div> </div> <div>아니지. 아니야. 혹시,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는게 나밖에 없는게 아닐까? </div> <div> </div> <div>내가 특별하기 때문에 저 천사를 알아보는것 아닐까? </div> <div> </div> <div>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리퍼는 약간 일그러진 쾌감을 느꼈다. </div> <div> </div> <div>나만 알아 볼 수 있는 재능이라. </div> <div> </div> <div>기가 막히군.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리퍼는 마시던 술을 단숨에 들이키고 일어났다. </div> <div> </div> <div>지금 이따위 술이 중요한게 아니다. </div> <div> </div> <div>그녀에게 다가가 당신이 얼마나 천사 같은 존재인지, </div> <div> </div> <div>그걸 알아보는 내가 당신에게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지 각인시킬 것이다. </div> <div> </div> <div>특별한 당신과 특별한 나에 대해 이야기 할것이다! </div> <div> </div> <div>하지만 리퍼의 발은 몇걸음을 채 떼지 못하고 멈춰야 했다. </div> <div> </div> <div>그녀에게 어떤 중년의 부인이 다가가 대화를 신청한게 아닌가. </div> <div> </div> <div>저 망할 쓰레기같은 년이 감히 나보다 먼저 나의 천사에게 말을 걸다니. </div> <div> </div> <div>분노가 치민다. </div> <div> </div> <div>하지만 리퍼의 그런 감정과는 상관없이 그녀와 대화하던 </div> <div> </div> <div>루시의 눈에서 환희와 감격의 눈물이 흘렀다. </div> <div> </div> <div>감동적인 첫 만남이 될 수도 있는 순간에 끼어든 저 늙은이가 무슨 짓을 한거지? </div> <div> </div> <div>당연히 착각이겠지만 눈물을 흘리던 그녀의 등에 </div> <div> </div> <div>순간 날개가 돋아나는 듯한 환영이 보였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이런 빌어먹을. 오늘 너무 술을 많이 마신건가. </div> <div> </div> <div>아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div> <div> </div> <div>나의 천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물어야한다. </div> <div> </div> <div>근처에서 술을 마시던 남자에게 여기서 춤을 추던 사람은 어디 갔냐 물었다. </div> <div> </div> <div>그는 기가 막히다는 듯 순서가 끝나면 당연히 대기실로 갔겠지 뭘 묻냐며 비웃는다. </div> <div> </div> <div>예의라고는 모르는 쓰레기같은 놈들. </div> <div> </div> <div>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너 같은 놈을 상대할 시간이 없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술기운을 죽이기 위해 세수를 하고 대기실로 찾아가 루시의 행방을 물었다. </div> <div> </div> <div>낯선 사람의 출현에 그곳을 지키던 사람들이 막았지만 </div> <div> </div> <div>루시에게 방금 만났던 중년의 여인과 같은 </div> <div> </div> <div>일행이라고 하면 알아 들을테니 가서 전하라고 말했다. </div> <div> </div> <div>잠시후, 옷도 제대로 갈아 입지 못한 루시가 문 밖으로 뛰어 나왔다. </div> <div> </div> <div>혹시 뭐가 잘못된건가 불안했는지 우물쭈물한 모습으로. </div> <div> </div> <div>그 모습마저 귀여웠지만 지금은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지. </div> <div> </div> <div>최대한 정중하게 설명했다. 방금전 그 명함에서 빼먹은게 있어서 </div> <div> </div> <div>한가지 추가 기입을 해주기 위해 돌아 왔다고. </div> <div> </div> <div>루시는 자기가 생각했던 걱정스러운 일은 아니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품 안에서 </div> <div> </div> <div>아까 받은 명함을 꺼내 주었다. </div> <div> </div> <div>명함을 보니 자세한 상황을 듣지 않아도 그녀가 누구와 무슨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div> <div> </div> <div>리퍼는 명함 앞 뒤를 자세히 보고 빈 공간에 자기 번호를 적으며 말했다. </div> <div> </div> <div>오늘 밤 10시쯤, 이쪽 번호로 연락을 주면 자세한 일정을 이야기 해주겠다고. </div> <div> </div> <div>그리고 온김에 30분쯤 당신이 얼마나 완벽한가에 관한 칭찬을 해주었다. </div> <div> </div> <div>왜 우리가 당신을 필요로 하는지도 말이다. </div> <div> </div> <div>루시는 감동했는지 눈물을 쏟았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대기실을 나와 급하게 근처 공중 전화로 향했다. </div> <div> </div> <div>아까 명함을 자세히 외워 둔 덕에 몇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div> <div> </div> <div>중년의 여인은 키로프 마린스키 발레단의 단장인 지스라는것. </div> <div> </div> <div>그리고 그녀의 전화번호와 주소. </div> <div> </div> <div>그녀는 아까 전 발레단에 스카웃 제의를 받은게 분명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지스.... </div> <div> </div> <div>나와 같이 천사를 알아 봤다는 점에선 동지였지만 그녀를 데려가려고 하는 이상 </div> <div> </div> <div>너 또한 적이다. </div> <div> </div> <div>하지만 적개심을 들어낼 순 없다. </div> <div> </div> <div>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여 흥분된 감정을 컨트롤 했다. </div> <div> </div> <div>그리고 외워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div> <div> </div> <div>다행히 지스가 직접 전화를 받았다. </div> <div> </div> <div>리퍼는 자기 소개와 함께 필요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div> <div> </div> <div>난 루시의 언니 리사이자 그녀의 매니져이다. </div> <div> </div> <div>모든 스케쥴 및 연락은 나를 통해서 하니 중요 사안은 나에게 연락하면 된다. </div> <div> </div> <div>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두가지가 주요 내용이었다. </div> <div> </div> <div>그리고 루시의 다음 행보에 대해 물어보고 전화를 끊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밤 10시쯤. 루시에게 전화가 왔다. </div> <div> </div> <div>리퍼는 자연스럽게 루시의 번호를 물어보고 </div> <div> </div> <div>조만간 시작 될 그녀의 다음 일정에 대해 알려주었다. </div> <div> </div> <div>루시는 키로프 마린스키와 함께 하게 된다는 사실이 자기에게 얼마나 </div> <div> </div> <div>큰 영광인지 상기된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div> <div> </div> <div>맞장구를 쳐주며 리퍼는 루시에게 그냥 편하게 언니라고 부르라고 이야기를 했다. </div> <div> </div> <div>앞으로 자주 봐야하는데 딱딱하게 직위로 부를 필요 없지 않겠냐며.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녀와 이야기 한다는건 즐거움이어야 했지만 사실 썩 그렇지도 못했다. </div> <div> </div> <div>천사가 나 이외에 다른 것들과 함께하는걸 기쁘게 생각한다니. </div> <div> </div> <div>불안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눈에 보이는 확실한 불안감이 아니기에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집에 돌아가니 애인이 술에 취했는지 쇼파에서 죽은 듯 자고 있었다. </div> <div> </div> <div>저 년도 예전엔 쓸모 있었지만 이젠 그냥 타락한 인간일 뿐이다. </div> <div> </div> <div>꼴도 보기 싫었지만 어차피 조만간 천사를 위해 치울 예정이니 </div> <div> </div> <div>오늘 하루 정도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div> <div> </div> <div>작업실에 들어가 스텐드를 켜고 의자에 앉았다. </div> <div> </div> <div>천사는 지금 완전한 나의 천사가 아니다. </div> <div> </div> <div>아마 곧 있으면 정말 닿을 수 없는 거리로 날아갈 것이다. </div> <div> </div> <div>고민했다. </div> <div> </div> <div>어떻게 해야할까.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2주후. 지스에게 연락이 왔다. </div> <div> </div> <div>그동안의 성과로 봤을때 루시의 솔로 공연을 한번 진행 해보는게 어떨까 하는 내용이었다. </div> <div> </div> <div>깜짝 놀라 반박했다. 아직 그러기엔 이르다고. </div> <div> </div> <div>지스의 뜻은 완고했다. </div> <div> </div> <div>그녀는 사실 주변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의 천재라고 말하며 꼭 진행하고자 했다. </div> <div> </div> <div>물론 리퍼도 그 사실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알고 있다. </div> <div> </div> <div>아직도 그녀의 공연을 처음 봤을때 받은 충격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div> <div> </div> <div>그녀와 함께 춤추고 있는 상상으로 매일밤 자신을 위로 하고 있을 정도 였다. </div> <div> </div> <div>그녀가 솔로로 무대에 올라간다면 이제 나와는 더 멀리 떨어지게 될것이다. </div> <div> </div> <div>이제 수 많은 사람들이 루시가 천사라는 사실을 알게 될테니까. </div> <div> </div> <div>그때, 리퍼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div> <div> </div> <div>그러고 보면 나는 이미 다른 사람들과 출발선이 다르다. </div> <div> </div> <div>남들보다 그녀를 먼저 알아보았고 이미 연락도 하고 있으니 꽤나 유리한 입장이다. </div> <div> </div> <div>이왕 이렇게 된거, 기가 막힌 선물로 완벽하게 그녀를 사로잡자. </div> <div> </div> <div>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div> <div> </div> <div>지스에게 언제쯤 공연에 올릴 예정이냐고 물었다. </div> <div> </div> <div>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일주일 후 금요일이 어떠냐고 말한다. </div> <div> </div> <div>리퍼는 펄쩍 뛰었다. 그때까진 선물을 준비 할 시간이 모자라다. </div> <div> </div> <div>2주 후 금요일이 좀 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이야기로 </div> <div> </div> <div>지스를 설득했고 그녀도 잠시 생각해보더니 그게 더 나을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div> <div> </div> <div>자. 이제 천사가 날개를 활짝 펴기 까지 2주가 남았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리퍼는 고민했다. 무슨 선물을 주어야 그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div> <div> </div> <div>돈? 옷? 애완동물? 꽃? </div> <div> </div> <div>집어 치워! 이딴건 내가 아니라도 줄 수 있어. </div> <div> </div> <div>나는 그녀가 원하는걸 알아야해. </div> <div> </div> <div>리퍼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는지 신경질적으로 만들던 구두를 집어던졌다. </div> <div> </div> <div>아니. 잠시만. </div> <div> </div> <div>구두? </div> <div> </div> <div>첫 공연을 봤을때를 떠올려봤다. </div> <div> </div> <div>루시가 뭘 신고 있었지? 그래 발레슈즈였지. 그게 어땠었나... </div> <div> </div> <div>그래! 낡아있었어! </div> <div> </div> <div>리퍼는 드디어 알겠다는듯 무릎을 치며 일어났다. </div> <div> </div> <div>그녀의 첫 공연때 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슈즈를 만들자.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리퍼는 솜씨 좋은 신발 장인이었다. </div> <div> </div> <div>신발 하나 만드는건 문제도 아니었다. </div> <div> </div> <div>다만 문제는 이 신발을 신을 루시가 천사라는 것. </div> <div> </div> <div>단 하나의 오점도 있어선 안되며 그녀의 아름다움에 아주 작은 흠이 되어서도 안된다. </div> <div> </div> <div>각오를 다지고 작업을 시작했다. </div> <div> </div> <div>최고급 가게에서 가져온 가장 비싼 천을 상 위에 폈다. </div> <div> </div> <div>천을 두드리고 두드려 천사의 깃털보다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다. </div> <div> </div> <div>그러면서도 발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니 안쪽에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div> <div> </div> <div>바느질도 온 신경을 집중하여 한땀 한땀에 영혼을 쏟았다. </div> <div> </div> <div>가위대신 칼을 사용하여 날카로운 느낌을 강조했고 발등은 유려한 곡선으로 대비시켰다. </div> <div> </div> <div>신발 옆 무늬는 튀지 않고 차분하게, 마치 그녀의 살결같은 느낌을 주도록 했다. </div> <div> </div> <div>마지막으로 특수한 자기만의 기술을 구사하며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고 </div> <div> </div> <div>자부할 수 있는 신발의 완성을 향해 힘을 쏟았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정신을 차리니 어느덧 10일이 지나있었다. </div> <div> </div> <div>이런.. 너무 지체됐군. </div> <div> </div> <div>조급 해진 리퍼는 신발 완성 후 포장까지 하여 집 밖으로 나왔다. </div> <div> </div> <div>내리쬐는 햇살에 눈을 뜨기가 힘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div> <div> </div> <div>근처 우체국으로 달려간 리퍼는 발신인을 찍지 않고 루시에게 선물을 보냈다. </div> <div> </div> <div>왠지 그 편이 그녀를 좀 더 감동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div> <div> </div> <div>아참. 이런 쪽지도 하나 써서 동봉했다. </div> <div> </div> <div>- 천사같은 당신에게 반해 이 선물을 바칩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드디어 약속했던 공연날. </div> <div> </div> <div>리퍼는 한껏 옷을 차려 입고 공연장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었다. </div> <div> </div> <div>오늘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div> <div> </div> <div>어제 루시에게서 전화가 온 탓이었다. </div> <div> </div> <div>익명의 팬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신발을 사줘서 몹시 감동했다는 내용이었다. </div> <div> </div> <div>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신발을 본적이 없다고 했다. </div> <div> </div> <div>성공인가. 매우 흡족하다. </div> <div> </div> <div>그녀는 바로 신발을 신고 연습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div> <div> </div> <div>리퍼는 그건 안될 말이라고 펄쩍 뛰었다. </div> <div> </div> <div>첫 공연때 신어야 더 의미있을테고 그래야 그분도 감동하지 않겠냐고. </div> <div> </div> <div>다만 새 신발은 발에 무리가 가니 적당히 주물러 잘 풀어주라는 충고를 해주었다. </div> <div> </div> <div>그녀는 깔깔 웃으며 알겠으니 내일 보자고 했고 </div> <div> </div> <div>난 소망에 보답하기 위해 이렇게 왔다. </div> <div> </div> <div>곧 입장이 시작 되었고 그녀를 만난 첫날의 두근거림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div> <div> </div> <div>사실에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첫 공연을 하는 신인의 무대 치고는 상당히 사람이 많이 몰렸다. </div> <div> </div> <div>자그마치 지스가 인정하는 사람의 초연이란 소문이 돈 탓이었다. </div> <div> </div> <div>하여튼 쓸모없는 늙은이 같으니라고. </div> <div> </div> <div>이러면 경쟁자만 늘어날 뿐인데. </div> <div> </div> <div>하지만 이젠 그런 건 다 쓸모 없다. </div> <div> </div> <div>내 선물을 받은 이상 그녀는 이미 내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잠시 후. </div> <div> </div> <div>불이 꺼지고 단체 공연이 먼저 시작되었다. </div> <div> </div> <div>여기저기서 백조와 오리들의 몸짓들이 무대를 선회했다. </div> <div> </div> <div>호오.. 역시 키로프 마린스키.. </div> <div> </div> <div>여기저기서 그런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div> <div> </div> <div>리퍼도 정식 무대는 처음 보는지라 상당히 놀라워 하는 중이었다. </div> <div> </div> <div>과연 명불허전이군. </div> <div> </div> <div>자기도 저 무리에서 함께 한마리 백조가 되고 싶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div> <div> </div> <div>다른 사람들은 루시를 처음 봤을때 만큼의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div> <div> </div> <div>그녀는 오리나 백조를 넘어선, 천사 그 자체였으니까.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어느덧 마지막 순서. </div> <div> </div> <div>그녀의 차례다. </div> <div> </div> <div>적막이 도는 암전 상태의 무대가 묘한 긴장감을 감돌게 한다. </div> <div> </div> <div>이윽고 무대에 핀 조명이 들어오고 그 아래 눈부신 미모의 여인이 등장했다. </div> <div> </div> <div>그리곤 작은소리에서 점점 큰소리로. </div> <div> </div> <div>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무대와 객석을 휘감기 시작했고, </div> <div> </div> <div>루시도 음악에 맞추어 예의 그 환상적인 실력을 뽐내려 하고 있었다. </div> <div> </div> <div>리퍼를 포함한 객석의 관객들은 모두 숨도 쉬지 못한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div> <div> </div> <div>그때도 굉장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더욱 발전했단 말인가. </div> <div> </div> <div>역시.. 역시 너는 엄청나! </div> <div> </div> <div>감탄사가 끊이질 않았다. </div> <div> </div> <div>리퍼의 눈엔 그녀의 등에서 또 다시 날개가 돋아나는게 보였다. </div> <div> </div> <div>처음보다 훨씬 아름답고 빛나는 진정한 천사의 날개! </div> <div> </div> <div>이 얼마나 숭고한 아름다움인가. </div> <div> </div> <div>리퍼는 이대로 가면 절정의 부분에서 그녀는 하늘로 날아갈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div> <div> </div> <div>다들 같은 느낌을 받은 탓일까. </div> <div> </div> <div>모두 손을 모으고 그녀의 클라이막스를 기다렸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하지만. </div> <div> </div> <div>그녀는 끝내 날아오르지 못했다. </div> <div> </div> <div>공연 중반부에 갑자기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div> <div> </div> <div>아름답고 가련한 천사의 추락이었다. </div> <div> </div> <div>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신발은 그녀의 피로 붉게 물들고 있었고 </div> <div> </div> <div>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사는 찢어진 날개에 절망했는지 비명을 지르며 울부 짖었다. </div> <div> </div> <div>리퍼의 눈엔 그녀의 등에 돋은 날개가 깃털을 흩날리며 사라지는 것 처럼 보였다. </div> <div> </div> <div>말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div> <div> </div> <div>뭐지? 도대체 뭐가 잘못된거지? </div> <div> </div> <div>천사가 지금 실수라도 했다는건가? </div> <div> </div> <div>설마. 그럴리가 없어.. 천사가 실수라니. </div> <div> </div> <div>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하필 지금 넘어진걸 설명 할 수가 없다. </div> <div> </div> <div>게다가 루시의 발에서 나오는 피의 양으로 봤을때 </div> <div> </div> <div>이젠 다시는 천사의 공연을 보질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div> <div> </div> <div>화가 치밀어 오른 리퍼는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집에 가니 지스에게 연락이 온다. </div> <div> </div> <div>지금 큰일이 났다고. </div> <div> </div> <div>루시가 병원에 실려갔으니 그쪽으로 와줘야겠다고 말이다. </div> <div> </div> <div>그래. 내가 가야지. 다른 사람 백명 천명이 있어봐야 무슨 소용이겠어. </div> <div> </div> <div>리퍼는 급히 택시를 잡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한달음에 도착한 병원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div> <div> </div> <div>지스, 몇몇 단원, 경찰, 그리고 리퍼 뿐이었다. </div> <div> </div> <div>일단 병실에 들어가기 전에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div> <div> </div> <div>누군가 공연 중반부로 가서 무리한 동작을 취할 타이밍에 슈즈에서 </div> <div> </div> <div>칼이 튀어나오도록 넣어 놨다는 것이다. </div> <div> </div> <div>지스의 신임과 편애 때문에 내부에 그녀를 시기하는 사람이 많아 </div> <div> </div> <div>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설명을 듣고 들어간 병실엔 루시 혼자 뿐이었다. </div> <div> </div> <div>다들 일부러 자리를 피해준 덕이었다. </div> <div> </div> <div>고개 숙이고 있던 날개 잃은 천사는 리퍼를 보자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가만히 그녀를 안고 달래주었다. </div> <div> </div> <div>아무 말 않고 다리를 주무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div> <div> </div> <div>그렇게 20분쯤 지나고 어느 정도 진정 된 모습을 보이자 </div> <div> </div> <div>리퍼는 혹시 하루 전, 신발을 신고 연습할땐 이상한걸 못 느꼈냐고 물어봤다. </div> <div> </div> <div>루시는 고개를 저으며 전날 슈즈를 신고 연습할땐 아무 이상도 없었다고 했다. </div> <div> </div> <div>아무래도 공연 당일에 누군가 그런 악독한 짓을 한 것 같다며 단원들을 저주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리퍼는 기가 찼다. </div> <div> </div> <div>이 멍청한 년이 전날엔 신지 말라니까 기어코 그걸 신고 연습을 했구나. </div> <div> </div> <div>분명히 당일에 신는다고 나와 약속을 해놓고 말이다. </div> <div> </div> <div>클라이막스가 지나고 끝날때 쯤 칼이 발동하도록 설계했는데 어쩐지 빨리 작동을 하더라니! </div> <div> </div> <div>그 멍청한 행동 덕분에 최고로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놓쳤다. </div> <div> </div> <div>거짓말쟁이 천사는 날개를 잃는 벌을 받는게 당연하다. </div> <div> </div> <div>앞으로 다시는 아름다운 날개를 펼칠 수 없겠지.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br>하지만 괜찮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드디어 나의 천사가 나만의 천사가 됐으니까.</div> <div> </div> <div> </div> <div class="se_component se_paragraph default" style="color:rgb(61,68,68);line-height:normal;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sans-serif, simhei;font-size:14px;margin-top:30px;margin-right:40px;margin-left:40px;">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