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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762
    작성자 : 유리하게
    추천 : 11
    조회수 : 1232
    IP : 124.80.***.67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08/03 11: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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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br></div> <div><br></div> <div>13살때 이야기에요.</div> <div><br></div> <div>13살은 저에게 엄청난 한 해 였어요.</div> <div>드디어 저만의 방이 생겼거든요.</div> <div><br></div> <div>아빠가 핑크색으로 도배를 해주셨어요.</div> <div>방문을 열 때마다 </div> <div>하늘하늘한 핑크색이 저를 맞아주었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저는 그 방이 너무너무 좋아서</div> <div>학교가 끝나자마자 친구들도 뿌리치고 내 방으로 들어갔답니다.</div> <div>그곳은 나만의 공간, 나만의 성이었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저녁밥을 먹으면서도</div> <div>식구들과 tv를 보면서도</div> <div><br></div> <div>난 내 방으로 들어가 혼자 있을 시간만을 고대했어요.</div> <div><br></div> <div>용돈을 모아 자물쇠 달린 일기장도 샀답니다.</div> <div>이쁜 펜도 샀어요.</div> <div><br></div> <div>매일밤 잠들기 전에</div> <div>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일기를 썼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밤10시반이 되면 불을 꺼야했어요.</div> <div>10시반이 되면 엄마가 방문을 열어보시거든요. 빨리 자라고.</div> <div><br></div> <div>난 매번 시간에 맞춰 잠든 척 하다가 잠들어버리고</div> <div>또 잠들어버리고.</div> <div>속상했어요.</div> <div><br></div> <div>잠은 쓸데없다고 생각했어요.</div> <div>나만의 공간에 </div> <div>나홀로 있다는 사실이</div> <div>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div> <div>정말 좋았거든요.</div> <div>근데 왜 자야 하는건지 모르겠더라구요.</div> <div><br></div> <div><br></div> <div>며칠 후</div> <div><br></div> <div><br></div> <div>그날도 엄마의 감시를 피해 잠든 척 하다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0시 30분에 눈을 떴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세상이 깜깜하고 고요해진 요상한 공기와 느낌이 너무 좋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잠시 천장을 바라보다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냥 잘까 하다가</span></div> <div>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공기가 너무 좋아</div> <div>일어나기로 했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한참동안</div> <div>음악도 듣고</div> <div>내 미래에 대한 꿈을 꾸다가</div> <div>창밖에서 바람이 휘이익- 들어오길래 창가로 갔어요.</div> <div><br></div> <div>창틀에 팔을 붙이고 다리를 살랑거리며 바깥 풍경을 감상했지요.</div> <div><br></div> <div>사실 바깥 풍경이래봤자 별거 없어요.</div> <div><br></div> <div>맞은편 건물 1층엔 슈퍼마켓과 세탁소 등이 있고 2,3층이 일반주택이었어요.</div> <div>근데 맞은편 창문에 </div> <div>분명 불은 꺼져 있는데</div> <div>누군가 창밖을 바라보는게 느껴졌어요.</div> <div><br></div> <div>실루엣은 마치 남성 같아 보였습니다.</div> <div><br></div> <div>저의 시선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는 것 같길래 저도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네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며칠 뒤 토요일 밤이었어요.</div> <div>토요명화를 보고 또다시 저는 영화 장면을 되뇌이며 창틀에 팔을 기대고 바깥구경을 했죠.</div> <div><br></div> <div>아.</div> <div>또 누군가가 있었어요.</div> <div><br></div> <div>이상했어요.</div> <div>그 사람도 나처럼 바깥구경을 하는 것 같은데 미동은 없어요.</div> <div><br></div> <div>때마침 라디오에서 로맨틱한 영화 ost가 흘러나와</div> <div>잠시 아주 설레였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날 일요일 아침.</div> <div>제 방을 대청소하다가 잠시 밖을 보니</div> <div>맞은편 건물에서 아주 잘 생긴 남자가 나오는거에요.</div> <div>아마 대학생쯤 되었나봐요.</div> <div>정말 멋졌어요.</div> <div><br></div> <div>정말 하악거리며 그 사람이 사라질때까지 계속 쳐다봤어요.</div> <div><br></div> <div>순간적으로</div> <div>맞은편 창문의 주인공이 그 남자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div> <div><br></div> <div>그 이후로</div> <div>나는 매일 밤 자정에 창문앞에서 그 남자와 마주했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어찌나 설레고 좋았던지</div> <div>가슴이 뻥 뚫리고</div> <div>온 세상의 기운이 제 품안으로 들어오는 기분이었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div> <div>반년이 지났어요.</div> <div>괜찮아요.</div> <div>저는 짝사랑 전문이고</div> <div>나이도 어리니까요.</div> <div><br></div> <div>그냥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저는 만족했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방학이 되고</div> <div>친구가 놀러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못온다고 전화가 왔지 머에요.</div> <div><br></div> <div>갑자기 심심해진 마음에 창문에 몸을 기대었는데</div> <div>맞은편 창문에</div> <div><br></div> <div>왠 할머니가 서계셨어요.</div> <div>너무 힘이 없어서 당장이라도 돌아가실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저는 아차 싶었어요.</div> <div>저 방은 할머니의 방이고</div> <div>그동안 내가 본 사람은 할머니였구나.</div> <div><br></div> <div>순간적으로 오바이트가 쏠렸어요.</div> <div>머리가 핑 돌고</div> <div>엄청난 충격이었어요.</div> <div><br></div> <div>생각해봐요.</div> <div>나는 13살 사춘기였다구요.</div> <div><br></div> <div>꿈이 산산조각나듯</div> <div>나의 짝사랑이 쪼글쪼글한 할머니였다니.</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이후로 창밖을 바라보지도</div> <div>자정 넘어 깨는 일도 </div> <div>하지 않았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스무살이 되었어요.</span></div> <div>공부에 뜻이 없어서 지방대학을 가게 되었고</div> <div>방학이 되어야 집에 오게 되었죠.</div> <div><br></div> <div>아빠는 막내딸을 반년만에 보게 되는 기쁨에</div> <div>또다시 핑크색으로 도배를 해 놓으셨어요. 내 방을 말이에요.</div> <div><br></div> <div><br></div> <div>문을 열자</div> <div>싱그러운 햇살과 바람이</div> <div>핑크색 벽지에 잔잔하게 비춰졌어요.</div> <div>너무 아름다웠죠.</div> <div><br></div> <div><br></div> <div>창가로 갔어요.</div> <div>맞은편 건물 1층은 편의점과 커피전문점으로 바뀌었더라구요.</div> <div>근데 2층에 누군가가 있었어요.</div> <div>방충망때문에 정확치는 않았지만</div> <div>난 느낄 수 있었어요.</div> <div>내 쪽을 보고 </div> <div>노려보고 있다는 걸요.</div> <div><br></div> <div><br></div> <div>소름이 확 돋아서</div> <div>엄마에게 달려갔어요.</div> <div><br></div> <div>- 엄마, 혹시 맞은편 2층에 누가 사는지 알아?</div> <div><br></div> <div>- 응. 왜 ?</div> <div><br></div> <div><br></div> <div>어, 엄마의 표정과 목소리가 이상했어요.</div> <div>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랄까요.</div> <div><br></div> <div>기분이 너무 이상해서  친구 만난다고 하고 그 길로 집밖을 나왔어요.</div> <div><br></div> <div>2층 우리집을 올려보았어요. 엄마가 서있어요.</div> <div>맞은편 2층도 봤지요. 젊은 남자가 서있어요.</div> <div><br></div> <div>두 사람 모두 아주 기분 나쁜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요.</div> <div><br></div> <div>그날로 저는 짐을 챙겨 기숙사로 돌아갔고</div> <div>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요.</div> <div><br></div> <div>대학을 졸업할 때쯤</div> <div>부모님은 이혼을 했습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제 나이 서른,</div> <div>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면서 다시 그 집을 찾았을 무렵</div> <div>맞은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div> <div>그 이듬해 그 집 아들이 건물을 팔고 떠났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어요.</div> <div><br></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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