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게.<br>얼마 오래 되지도 않은 이야기야.<br>너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강원도 산골 깊은 곳 어딘가에 맹인 마을이 있었대.<br>왜 맹인마을이냐. 그냥 말 그대로 맹인들만 살아서 맹인마을이었던 거야.<br>보통 일반인들은 알 수가 없어. 아주 비밀에 쌓인 마을이야.</div> <div> </div> <div>그럼 왜 거기에 맹인들이 모여사느냐.<br>그거야 뭐 사회에 나와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그랬던 맹인들이 한 둘이었겠냐<br>그러다가 어떤 맹인 한명이 이렇게 살바에야 우리끼리 모여 살자 하고 만든 거겠지.<br>숫자는 스무명쯤 됐었던가?</div> <div> </div> <div>아무튼, 거기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은 맹인밖에 없었고 그 중에서도 아주 힘들게 살고 있는 맹인들만 갈 수 있었나봐.<br>그럼 초창기 멤버를 제외한 다른 맹인들을 어떻게 선별했으며 마을까지 인도했을까.<br>정답은 브로커가 있었다 이 말이지.</div> <div><br>근데 브로커는 맹인이 아니였어.<br>맹인 마을을 만든 사람, 그닌까 맹인 마을 이장이지. 그 이장한테 큰 은혜를 입었다나 뭐라나.<br>그래서 그 이장 밑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던 거야.</div> <div> </div> <div>그도 그럴 것이 맹인이 맹인을 찾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잖아?<br>적어도 눈은 보여야 할 수 있는게 더 많으닌까. 바깥에서 맹인을 구해오는 일은 그 일반인인 브로커가 도맡아 했던거지.</div> <div> </div> <div>브로커는 일년내내 하루종일 맹인들을 엄선해서 찾곤했어.<br>그리고 찾은 맹인을 데려다줄때 말고는 맹인마을에 가지 않았어. <br>철저한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 였지.<br>그래서 그런지 브로커가 갈때마다 맹인마을에 있는 모든 맹인들이 고마워했어.<br>그러면서 이것저것 챙겨주곤 하면서. 브로커는 그런 맹인마을에 보람을 느꼈어.</div> <div> </div> <div>그날도 브로커는 평범하게 맹인을 데려다 주는 길이었어. 맹인을 마을에 인도하고 빠져나오려는 찰나 이장님이 말했어.<br>더이상 맹인은 필요없다고. 이정도 인원이 적당하다고 말야.</div> <div>그러면서 이젠 여긴 잊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래.<br></div> <div>브로커는 알겠습니다. 했지만 두려웠어.<br>그가 사회에서도 잘할수 있을까. 이 정도의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말야.</div> <div>하지만 브로커는 맹인마을에 짐이 되긴 싫었어.<br>그래서 그는 사회에 뛰쳐들어가게 되었지.</div> <div> </div> <div>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브로커는 할 수 있는게 없었어.<br>그가 가는 곳 마다 그를 거절하기 일쑤였지.<br>어쩌다 받아준 곳에서도 그는 핍박받으며 일해야 했어.<br>우둔한 것! 멍청한 것! 그러닌까 장가도 못가고 있지! 저 꼬라지좀 봐라!<br>그는 멸시받는 존재가 되버린거지.</div> <div> </div> <div>그 브로커는 좌절했다지.</div> <div>맹인마을에서와는 달리 자신이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는 생활할 수 할 수 없었던거야. <br>순간 그는 사회에 있었던 맹인들이 겪었던 기분을 깨달았어. 그리고 무슨 생각이 든건지 맹인마을로 차를 몰았대.</div> <div> </div> <div>맹인마을에 도착하자 마자 그는 헐레벌떡 이장님을 뵙고 이야기했나봐.<br>여기서 살게 해달라고. 정 안되면 자신도 맹인이 되겠다고.<br>정말 눈을 뽑을 기세로 말야.</div> <div> </div> <div>이장은 난감했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였어. 그래서 사람들을 모아 회의를 했어.<br>회의는 비관적이었어. 믿을 수 없다. 일반인은 일반인들과 살아야한다. 우리끼리도 살만하다. 이런 이야기들만 오갈 뿐이었어.<br>얼마전만 하더라도 고마운 브로커가 이제는 성가신 존재가 돼버린거야.<br>그러다가 누군가가 외쳤어. <br>우리들은 없어서 힘들게 살아왔는데 브로커는 멀쩡히 있는 두 눈을 뽑겠다니. 우릴 조롱하는 것이냐. 이렇게 말야.<br>사람들은 이 말에 크게 동조했어. 아주 시끌벅적 난리가 난거야.<br>그래서 그 브로커를 받아 들일 수 없다는 회의 결과가 나왔어.</div> <div> </div> <div>이장한테 회의 결과를 들은 브로커는 정말 실망했어.<br>그도 그럴 것이 자기들을 여기까지 데려다준고 항상 생각해준게 본인인데 말이야. <br>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는 여기서 영웅이 아니었던가.<br>그는 배신당했다고 생각한거지.<br></div> <div>브로커는 맹인마을에 빠져나와 조용한 산기슭에서 생각했어.<br>생각하면 할 수록 그들에 대한 실망감만 커질 뿐이었지.<br>그러다가 점점 실망은 분노로 변했어. 아무데도 받아주지 않는 현실에 한번, 그리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 당했다는데에 두번.<br>오갈데 없는 자신의 상황에 세번, 그리고 네번. 다섯번. 여섯번.</div> <div>그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어.<br></div> <div>그는 원인을 찾기 시작했지. 그러다 깨달았어. 이게 다 맹인마을 때문이다.<br>맹인마을을 도와주느라 아무 능력을 얻을 수 없이 지금 이꼴이 된거다.<br>정작 그들은 나를 배신했다. 그의 분노는 전부 맹인마을을 향하게 된거야.</div> <div> </div> <div>브로커가 오지 말라던 맹인 마을을 다시 찾았을 때 맹인을 데려 오진 않았어.<br>대신 수많은 아이스박스들이 타고 있었지.</div> <div> </div> <div>왜 다시 왔냐는 이장님에게 브로커는 첫번째 도끼질을 했어. <br>이장님의 비명소리에 놀라 어리둥절하는 맹인들. 두번째 비명소리가 들렸을때는 뒤로 주춤주춤 하더니<br>세번째 비명소리가 들리자 도망가기 시작했어. <br>하지만 뛰어봤자 벼룩.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고 넘어지는 맹인들이 태반이고 오히려 브로커에게 달려오고. 아수라장이 된거지.<br>브로커는 그때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우월감을 느꼈어. </div> <div>그들보다 내가 훨씬 잘났다. 그들의 목숨은 내 행동에 달려있다. 이런 우월감 말야.</div> <div>브로커는 한명도 남김없이 맹인들을 살육하고 손상되지 않은 장기들을 아이스박스에 싣었어.<br></div> <div>그리고 생각했지. 그들이 맹인이 아니였어도 이렇게 꼼짝없이 당했을까?<br>전혀, 그들은 맹인이여서 이렇게 당한걸꺼야.<br>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이렇게 약자속에서 우월감을 느끼면서 살아야겠다고 말야.</div> <div> </div> <div>그래서 그게 누구냐고?<br>그게 누구인지는 너도 잘 알거 같은데.<br>솔직히 내가 이야기하는 동안 넌 알 수 밖에 없었을 거야.<br>어쨌든 거두절미하고 내가 중점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br>너가 아무리 그렇게 소리 내봤자<br>귀머거리 마을인 여기에서는 아무도 들을 수 없다는 거.<br>그닌까 소리 그만 질러. 우월한 내 귀가 아프잖아.</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