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손에 이끌려 교회를 들락날락 거렸다.</div> <div> </div> <div>일요일이면 하는 예배는 나의 일상이었다.</div> <div> </div> <div>아버지는 내가 기억을 하는 나이가 되기도 전부터 돌아가셔서 어머니는 외로움을 신앙심으로 달래곤 하였다. </div> <div> </div> <div>그래서 나는 일찍부터 교회에서 자랐다.</div> <div> </div> <div>어렸을 때부터 사귀던 친구들, 나를 동생처럼 여겨주던 형과 누나들, 잘 따라주던 동생들, 맛있는 거 요리해주는 아줌마, 인자하신 목사님...... </div> <div> </div> <div>모두가 그냥 한 가족처럼 지냈다. 나는 신을 경배하기에 앞서 그들이 좋았다. 그래서 교회에 다녔다.</div> <div> </div> <div>교회는 시골 중에 시골.... 깡촌이라고 할 수도 있는 동네에 위치해 있어서 마을 사람들과 가까운 인근 마을 사람들 모두 한 교회에 다녔다.</div> <div> </div> <div>그러다 보니 그냥 마을 사람들이 곧 교회 사람들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div> <div> </div> <div>그렇다고 우리가 무슨 문명에 유리된 그런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실례다. 자전거 타고 30분이면 읍내 마트도 갈 수도 있고 텔레비전, 인터넷 등등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당신들과 같은 문명인이다.</div> <div> </div> <div>다만 대부분 신도들, 곧 마을 사람들은 농사로 먹고 살고 있었고 그냥 평범하기 그지없는 농촌 마을이었다.</div> <div> </div> <div>교회 다니던 친구들은 뭐 나랑 같은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었고.... 우리 읍에 초등학교가 하나, 중고등학교가 6개 학년 통합해서 하나이다.</div> <div> </div> <div>우리 어머니는 이 집 저 집 돌면서 밥, 빨래, 청소 등을 도와주며 반찬도 얻고 돈도 벌어오는 모양이었다.</div> <div> </div> <div>아버지는 애초에 농사꾼이 아닌 면사무소 직원이어서 우린 땅도 없었고 그냥 좁은 집 하나뿐이었다.</div> <div> </div> <div>아무튼, 뭐 소개는 마무리하도록 하고...... 내가 어렸을 때부터 겪은 기이한 일을 적어볼까 한다.</div> <div> </div> <div>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div> <div> </div> <div>우리 교회는 일 년에 한 번 부흥회라는 것을 했는데 부활절, 성탄절보다 더 큰 행사였다.</div> <div> </div> <div>일요일에 바빠서 평일에 예배 참석 하던 사람들, 아픈 사람들, 일정이 잡힌 사람들, 모두가 부흥회만 있는 날이면 교회로 모였다.</div> <div> </div> <div>뭐 그렇다고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였다.</div> <div> </div> <div>말 그대로 우리 교회의 부흥을 기원하는 좀 큰 규모의 예배로 전부다 큰 소리로 기도하며 흐느끼며.... 뭐 인터넷에 봤던 그 영상들처럼 하는 게 부흥회다.</div> <div> </div> <div>마치 모두가 접신해 있고 미친 듯 온 몸을 부르르 떨며 광적인 모습을 보이는 날이라고 할 수도 있다.</div> <div> </div> <div>근엄하고 진지하신 목사님도 이 날만큼은 이 광란의 흐느낌에 물꼬를 틀고 시작하며 눈물을 흘리신다.</div> <div> </div> <div>이상하게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내 또래 애들도 거기에 동참했다. 어린 아이들이 신의 사랑에 대해서 감복하고 교회의 부흥을 강력히 염원할 정도의 감정적 자극을 받았다는 게 지금은 신기하다.</div> <div> </div> <div>아 본인은 그 때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나는 물론 열심히 기도하고 있었으나 남들처럼 흐느끼거나 울지는 않았다. 얌전히 기도만 했을 뿐이다.</div> <div> </div> <div>그런데 그 다음 날이 문제였다.</div> <div> </div> <div>다음 날, 학교에서 전 날 교회에서 봤던 아이들이 무언가 서로 소근거리고 있었다.</div> <div> </div> <div>내가 무언가 하고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는데 왠지 모르게 아이들이 나에 대한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다.</div> <div> </div> <div>내가 어제 부흥회에서 울지 않았다는 것이다. 난 처음에 그게 대순가 싶어서 그냥 넘기려고 했으나 아이들 표정은 좋지가 않았다.</div> <div> </div> <div>어린 마음에 나는 본능적인 두려움 - 즉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고 즉각적으로 사과했다.</div> <div> </div> <div>사과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그러나 아이들은 내 사과를 쉽사리 받지 않았고 나는 눈물 울먹거리며 다음에는 내가 잘할께를 연발해도 무시할 뿐이었다.</div> <div> </div> <div>충격적인 것은 기억나는 것 중에 아이들이 내게 했던 말 중 '악마의 자식', '마귀가 들렸어' 등이 아직도 생생하다.</div> <div> </div> <div>그 날 집 가서는 학교에 있었던 일을 어머니한테 얘기하려고 했으나, 왠걸... 어머니한테 혼났다.</div> <div> </div> <div>교회 어른들, 그러니까 교회 다니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내가 제대로 기도하지 않는 모습을 봤다고 어머니한테 제보했다는 것이다.</div> <div> </div> <div>나는 하루종일 꾸중을 들었고 학교에 있었던 일은 얘기조차 못했다.</div> <div> </div> <div>부흥회가 있었던 그 다음 주 주일에는 교리 담당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나를 따로 불러 그러면 안된다고 하였다.</div> <div> </div> <div>아주머니께서 바로 그 다음 주 학생들 앞에서 '사과 간증'을 하라고 내게 말했다.</div> <div> </div> <div>나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으니 사과문을 준비해서 학생들 앞에서 읽고 자신의 불경함을 뉘우치는 것이라고 했다.</div> <div> </div> <div>나는 그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 다음 주 주일 교리 시간에 열 여명의 또래 아이들 앞에서 사과문을 읽었다.</div> <div> </div> <div>"제가 저번 부흥회 때...."로 시작하여, 또래 학생들, 교회 사람들, 목사님, 예수님, 하느님에 대해서 어떠한 죄를 저질렀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울먹이며 읽어나갔다.</div> <div> </div> <div>교리 담당 아주머니께서는 수고했다고 하고 친구들과 포옹하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화해 아닌 화해를 했고 나는 왕따가 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div> <div> </div> <div>그 이후로 나는 부흥회에서 매년, 누구보다 열렬히 흐느끼며 몸을 떨었고 눈물을 쥐어짜내려고 안간힘을 다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주일 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교회를 다니면서 나의 죄가 씻겨지기를 기대했다.</div> <div> </div> <div>내가 자라면서 느낀 것은, 부흥회가 단순히 미친 듯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부흥회가 있는 날이면 교회가 잘 되라고 사람들의 기부가 줄을 이었고 신앙 간증을 하면서 하느님 덕분에 집값 올랐다, 취직했다, 대학 붙었다라고 단상에 간증을 하는 등 무언가 신앙심과는 별개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점이다.</div> <div> </div> <div>부흥회는 말 그대로 정말 부흥회였다.</div> <div> </div> <div>그리고 중학생이 되었다.</div> <div> </div> <div>중2 때 한 학생이 도시에서 전학 왔다.</div> <div> </div> <div>발랄한 성격의 여자 아이였고 우리는 얼른 그 아이보고 교회로 오라고 했다.</div> <div> </div> <div>그 아이는 흔쾌히 알겠다고 하였고 얼마간 우리와 함께 교회를 다녔다.</div> <div> </div> <div>그런데 부흥회 날, 그 아이는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가지 말라고 하신 것이었다.</div> <div> </div> <div>다음 날, 학교에서 그 아이는 여기 저기서 매도 당했고 나도 거기에 동참하였다. 어렸을 적 내가 당했던 것의 배로 되갚아주겠다는 심정으로.</div> <div> </div> <div>그리고 놀라운 것은 내가 저녁 예배 드리고 집 가는 길에 어디선가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봤다.</div> <div> </div> <div>저 멀리서 선명히 불타오르는 형상이 보여 자전거 페달을 더 세게 밟고 그 쪽으로 향했을 때 나는 흠칫했다.</div> <div> </div> <div>비닐하우스, 논밭,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집이 불타고 있었다.</div> <div> </div> <div>얼른 핸드폰을 꺼내서 나는 119에 신고했고 안도감을 느끼며 한 숨을 쉬었다.</div> <div> </div> <div>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전학 온 아이는 없었다.</div> <div> </div> <div>선생님께서는 도로 다시 전학 갔다고 하였다. 나는 설마 해서 왜냐고 선생님께 여쭤봤지만 선생님도 모른다고 하셨다.</div> <div> </div> <div>나는 또 다시 불타버린 현장에 가봤다.</div> <div> </div> <div>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여기저기 조사하고 있었다.</div> <div> </div> <div>경찰들이 하는 얘기 엿돋고 인명피해는 없는 모양이었으나 계획된 방화일 것이라는 거였다.</div> <div> </div> <div>소름 돋는 것은 한 두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조직적으로 했을 것이다라는 얘기가 돌고 있었다는 것이다.</div> <div> </div> <div>나는 집에 가서 2학년 학생번호표를 보고 그 아이의 번호에 난 누구고 왜 떠났냐고 문자 보냈다.</div> <div> </div> <div>'다신 연락하지마' 한 시간이 지나서 돌아온 대답이었다.</div> <div> </div> <div>이윽고 고등학교로 진학한 나는 여전히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있었고 입시를 준비하는 고3이 되었다.</div> <div> </div> <div>어느 날 밤, 어머니께서는 유독 밤 늦게 집에 돌아왔다.</div> <div> </div> <div>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엄마는 대답 없이 침대에 눕고 잠을 청하였다.</div> <div> </div> <div>보통 기도하시고 잠드는데.... 나는 희한하다고 생각하면서 공부하다 잠들었다.</div> <div> </div> <div>주일에 교회를 가서 예배를 드렸다.</div> <div> </div> <div>그런데 주위 어른들이 나를 보면서 소근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div> <div> </div> <div>신경 쓰였다. 무지 신경 쓰였다. 그렇다고 넉살 좋게 왜 그러냐고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div> <div> </div> <div>그런데 어떤 아저씨께서 나한테 대뜸 말을 걸었다.</div> <div> </div> <div>"너 애미가 목사님 꼬셨다매?"</div> <div> </div> <div>나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네?"라고 밖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div> <div> </div> <div>"너는 무슨 죄니.... 휴...." 하고 옆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거들었다.</div> <div> </div> <div>그들의 경멸하는 눈빛이 내가 반문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div> <div> </div> <div>그러다가 어떤 아주머니께서 "목사님 꼬시다가 실패해서 성추행인가 뭔가로 목사님께 덤태기 씌우려 하는 것 같더라 쯧쯧"라고 귀띔해주셨다.</div> <div> </div> <div>이 상황이 뭔지 파악조차 못하고 나는 같이 예배 온 어머니를 찾으려고 교회를 다 돌아다녀봐도 보이지 않았다.</div> <div> </div> <div>핸드폰으로 계속 전화해도 받지 않을 뿐이었다.</div> <div> </div> <div>일단 집으로 갔다 그리고 밤 늦게 되도록 어머니는 오지 않았다.</div> <div> </div> <div>그래서 그 때부터 진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그러다가 내 핸드폰으로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고 나는 황급히 받았다.</div> <div> </div> <div>"여보세요?" 나는 침착히 응대했다.</div> <div> </div> <div>"응, 영민(내 이름)이니?" 순간 몸에 소름이 확 올라왔다. 남자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굵직한 중년 목소리.... 익숙하다. 그런데 내 이름도 알고 있다. "응, OO교회 목사님인데, 다른 게 아니라 어머니께서 핸드폰을 내 사무실에 두고 갔는데 이거 가지러 올래?"</div> <div> </div> <div>뭔가 잘못되었다.</div> <div> </div> <div>"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가져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제 어머니 지금 어디있는지 아세요?"</div> <div> </div> <div>"아, 지금 집이니? 안 그래도 읍에 갈 일이 생겼는데 가는 김에 돌려줄까?"</div> <div> </div> <div>"아..... 저, 목사님 저희 어머니 사무실에 왜 가셨나요?"</div> <div> </div> <div>"......그게 너희 어머니께서 상담 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고 해서 말이야." 몇 초 간 정적이 흐르고 다시 낮은 목소리로 목사님께서 말문을 텄다. "혹시 어머니께서 교회 이야기 요즘 안 하시니?"</div> <div> </div> <div>"교회 이야기요?"</div> <div> </div> <div>"음, 아니다, 됐어. 내가 금방 그쪽으로 갈게."하고 끊었다.</div> <div> </div> <div>나는 처음 느껴보는 이런 공포에 몸을 떨었다. 부흥회에서도 떨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div> <div> </div> <div>가지고 있는 돈과 챙길 수 있는 거 다 챙기고 바로 자전거 타고 읍내로 최대 속도로 달렸다.</div> <div> </div> <div>나는 그 날로 고속버스 타고 최대한 먼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다. 번호, 집, 인맥 모두.</div> <div> </div> <div>가끔 공중전화로 어머니 핸드폰 전화해도 안 받거나 꺼져 있을 뿐이다.</div> <div> </div> <div>나는 아직도 어머니가 어디 있는 지도 모른다.</div> <div> </div> <div>얼마 전 내가 다니던 교회가 인터넷 기사로 떴다. 횡령, 여신도 추행, 집단 폭행 등등...</div> <div> </div> <div>안 좋은 죄목은 거기다 죄다 붙어 있었다.</div> <div> </div> <div>그래서 나는 예전에 썼던 핸드폰을 켰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재중 전화가 엄청 쌓여있다.</div> <div> </div> <div>그러더니 모르는 번호로 어제 문자가 와 있다.</div> <div> </div> <div>'어머니는 내가 데리고 있다.</div> <div>살아계신다.</div> <div>이상한 생각 말길'</div> <div> </div> <div>나는 이 이야기는 어디 가서도 못 할 것 같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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