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커뮤니티, 거기서 공포 게시판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내용인 즉, 과거 우리들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던 다양한 창작 괴담을 요즘 버전으로 리메아크 해보자는 취지의 대회를 자체적으로 열어보는 것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것.
하긴, 요즘 공포 게시판에 참 흥미로운 단편 소설이나 그걸 또 리메이크한 창작글이 인기를 얻고 있긴 하다. 하지만 뭐랄까...인기에 편승해서 아무렇게나 끄적인 채 '공포 소설'이라고 운운하는 게 왠지 짜증나기도 한다.
그래도 나름 작가 지망생이라 그런지 그 게시물이 은근 흥미가 생겼다. 기억을 더듬어 리메이크 할 인상적인 글이 뭐가 있었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는데 문득 예전에 해당 공포 게시판에 쓰여 있던 어떤 내용의 글 하나가 떠올랐다. 제목이 '실수를 삽니다.' 였었나?
조금 더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소설은 일종의 판타지 호러를 장르로 내세운 작품이었는데 인생이 망할 대로 망해버린 한 남자가 우연히 화장실으 찾아 들어간 어떤 건물에서 '실수 전당포'라는 별 이상한 가게를 알게 되는데 그 곳에선 '실수'를 돈으로 바꿔준다는 것이었다. 그레서 남자는 처음에 노상방뇨나 쓰레기 불법 투기 같은 작은 실수를 시작으로 강도, 절도, 사기, 성범죄를 거쳐 결국 돈에 눈이 멀어 아내까지 살해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그 소설이 연재될 당시 독자들은 마치 실제로 벌어진 듯한 세밀하고 디테일한 내용, 참산한 설정에 감탄하며 커뮤니티 내 공포 게시판 베스트에 개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글을 쓴 지은이는 내성적인 성격, 혹은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것인지 댓글도, 후기도 아무것도 올리지 않았고, 설상가상 그가 탈퇴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게시글을 흥미롭게 보던 내 눈에 상품 목록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평소 구하지 못했던 고가의 기기까지 걸려있어서 나는 한 번 도전해보자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문제가 한 가지 있었으니 바로 원작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 다는 것이었다. 신비주의를 품으며 사라진 원작자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던 나는 공포 게시판에 해당 소설을 찾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로 했다.
그로부터 몇 일 뒤,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의 닉네임을 언급하면서 해당 소설의 원작자라고 소개한 그는 해당 리메이크 문제를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커뮤니티 외부에서 만나는 걸 왠지 공포스럽게 느끼고 있었기에 거절을 하려 했지만 어제 보았던 상품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하긴, 원작자 인증샷과 함께 리메이크 글을 올리면 사람들은 더욱 점수를 줄 지도 모르겠다.
그가 알려준 곳을 찾아 갔는데 왠 허름한 건물이 하나 나왔다. 2층? 3층으로 이뤄진 건물로 마치 그가 쓴 '실수 전당포'의 모습과 흡사했다. 이래서 그 소설이 디테일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계단을 하나 둘 올라갔다. 그러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오줌이 마려워 건물 안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다행히 화장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기에 편하게 오줌을 눌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소설 속 내용처럼 잘못 실수를 해서 바지에 지렸다면 나에게도 그 할아버지가 나타나 실수 값을 주려나? 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손을 씻고 나서려는데 안으로 들어오던 어떤 남자와 툭 부딪쳤다. 부딪친 충격 탓일까? 뭔가 좀 따끔한 것 같았는데...여튼 난 화장실을 나와 그가 알려준 2층으로 향했다.
시선이 점점 희미해진다..눈 앞에 있는 사무실 비스무리한 곳에는 '실수 전당포'라는 글씨와 함께 아까 부딪쳤던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남자는 웃고 있다. 그가 말하길 자기가 쓴 소설은 가짜가 아니랜다..의식이 점점 희미해진다. 남자는 나에게 속삭였다.
..이런..또 실수를 해버렸네...이번엔 얼마나 쳐주려나....
모티브 - 단편, 장편 공포 게시판 소설 [실수를 팝니다.] 공포 게시판 글 중 '리메이크 대회를 열어보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