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style="font-size:12px;">작년, 우리 옆집으로 이사온 알렉스는 내 아들 노아의 단짝이었어. 캘리포니아에서 이사 온 알렉스네 가족을 맞이하러 갔을 때부터 그 둘은 친해졌지. 남편과 내가 알렉스의 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둘은 함께 놀면서 서로 잘 맞는다는 걸 금방 알게 됐거든 <br><br>노아는 그 때 4살이었고 알렉스는 그보다 두 살 많은 6살이었어. 둘은 언제나 찰싹 붙어 다녔지. 학교가 끝나면 알렉스가 찾아와 함께 포켓몬을 보고, 엑스박스로 비디오 게임을 하고, 그것도 아니면 그냥 바깥을 쏘다니는 둥, 그 나이 또래 애들이 으레 그러듯 말야. <br><br>주말에는 노아가 알렉스의 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오기도 했고, 알렉스가 우리집에 올 때도 있었어. 자연스레 알렉스네 부부와 우리는 서로의 아이들을 자주 봐주게 됐지. 그래서 그 둘은 거의 매일매일을 함께 보냈어. 둘 다 외동아들 이었으니까, 그렇게 잘 맞는 절친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지. <br><br>그 해 7월, 라이언과 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기로 했어. 그 놀이공원은 우리가 살고 있는 헌팅버그에서 30분 거리에 있었어. 그래서 우리는 놀이공원 오픈시간에 딱 맞춰 도착할 수 있게 아침 10시에 출발하기로 계획했지. <br><br>놀이공원에 가기로 한 하루 전 날의 일이 아직도 생각나. 그 날 낮에 알렉스는 우리집에 와서 노아와 함께 남편의 낡은 슈퍼 패미콤으로 동키콩 게임을 하고 있었어. 알렉스의 엄마가 6시에 그를 데리러 오기로 했었는데, 놀이공원에서 입을 수영복을 사러 쇼핑몰에 가야 했기 때문이었어. <br><br>내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알렉스가 다가왔어. <br><br><br><br>“리비아 아줌마, 쿨에이드 좀 마실 수 있을까요?” <br><br>“물론이지. 너희 엄마도 곧 오실 거야.” <br><br><br><br>난 그애를 향해 웃으며 대답했어. 내 아들과 잘 지내는 알렉스를 나 역시 좋아했거든. 손을 말리고 찬장에서 컵을 꺼내 쿨에이드를 따라 주는 순간 밖에서 경적소리가 들렸어. 알렉스의 엄마가 도착했다는 소리였지. 알렉스는 컵을 받아서 벌컥벌컥 마시고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곧장 뛰어나갔어, <br><br><br><br>“잘 가, 알렉스!” 나는 부엌 창문을 통해 알렉스 엄마의 차를 보면서 소리쳤어, <br><br><br><br>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처럼 아침 6시에 눈을 떴어. 커피를 끓이면서 페이스북을 뒤적이고 있는데 잠에서 덜 깬 노아가 방에서 나와 복도로 걸어왔어. 하품을 하고 눈을 비비면서. <br><br>나는 내 예쁜 아들을 향해 미소 지으며 내 무릎 위로 올렸지. 눈을 가리는 덥수룩한 금발머리를 빗어주며 이렇게 말했어. <br><br><br><br>“놀이기구 탈 준비 됐니? 엄마는 놀이공원이 오랜만이라 조금 떨리는 걸” <br><br>“우린 오늘 못가요. 엄마.” <br><br><br><br>노아의 파란 눈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어. <br>내가 찌푸리며 대답했지. <br><br><br><br>“”왜 그렇게 말하니, 노아?” <br><br><br><br>노아가 자신의 손톱을 뜯으면서 대답했어. <br><br><br><br>“어젯밤 자고 있을 때, 알렉스가 말했어요. 이제 더 이상 같이 놀 수 없다고” <br><br><br><br>나는 노아가 꿈 얘기를 한다고 생각했어. <br><br><br><br>“오 얘야, 그건 단지 꿈일 뿐이야” <br><br><br><br>노아가 고개를 저었어. <br><br><br><br>“아니에요 엄마. 알렉스는 진짜로 많이 다쳤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 내가 봤을 때에는 상자 안에 들어있었다고요” <br><br><br><br>나는 내 아들을 정말로 오랫동안 바라봤어. 그애가 다시 일어나서 방으로 돌아갈 때까지. 나는 정말로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몰랐어. 노아는 진지해 보였지만 나는 그 애가 꿈을 꿔서 그렇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렉스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지. <br><br>알렉스의 엄마가 전화를 받았어. 그녀는 전화를 받자마자 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어. 그리고 이어진 흐느끼는 소리에 내가 힘겹게 알아들은 내용은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 <br><br>알렉스가 어제 쇼핑몰에서 차사고를 당했다는 거야. 그 애는 좌우를 살피지 않고 주차장으로 뛰어 들어갔고, 단지 아주 조금 빠르게 달려오던 차는 그애를 보지 못하고 치어버렸어. 알렉스는 그렇게 죽게 된 거지. <br><br>그녀에게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전화를 끊고 싶었어. 앉아서 내 아들의 절친이 죽었고, 그 사실을 내 아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녀가 충분히 진정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지. <br><br>끝내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그대로 앉아 내가 방금 무엇을 들었는지 이해하려 애썼어. 그러던 중 남편이 일어났고 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애기했지. 노아에 대한 건 빼고 말이야. 왜인지 몰라도 그에게 말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br><br>몇일이 지나 알렉스의 장례식이 있었어. 놀랍게도 ‘open casket’(*관이 열려있는 채로 치르는 장례식) 으로 진행됐지. 장례업체가 알렉스 몸의 상처들을 말끔하게 단장해 놓았더군.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아도 장례식에 함께하게 됐어. 남편은 아이를 보호하는 것보다 이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br><br>우리가 열려있는 관 앞에 서있을 때, 노아는 그저 물끄러미 바라봤어. 난 애가 당황한 건지, 아님 그냥 이해를 못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 그냥 노아는… 알렉스를 쳐다보고 있었어. 아이의 손을 엄지로 문질러 주면서 눈물을 꾹 참고 있는데, 갑자기 노아가 날 올려다보며 말했어. <br><br><br><br>“엄마, 이게 내가 말한 상자에요” <br><br><br><br>이게 8개월 전에 있었던 일이야. 이후 우리는 다른 웨스턴 켄터키의 작은 마을로 이사했고 노아에겐 새 친구가 생겼지. 알렉스 만한 친구는 없었지만 말이야. <br><br>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내가 이제서야 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도 있어. 하지만 이 글을 쓰게 된 건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이야. <br><br>어제 나는 거실에서 컴퓨터로 레포트를 쓰고 있었어.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서 학교로 돌아갔거든. 그 때 노아는 거실 쇼파에 앉아 어드벤처 타임을 보고 있었지. <br><br><br><br>“엄마” <br><br><br><br>노아가 날 불러서, 난 그애를 쳐다봤어. <br><br><br><br>“왜 그러니 얘야?” <br><br>“나 알렉스가 보여요.” <br><br><br><br>그 순간 말 그대로 오한이 내 척추를 스쳐지나갔지. 내 팔의 솜털 하나하나까지 곤두서는 느낌이었어. 나는 이성적이 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 이게 내 아이 나름대로의 대응기제 쯤이라고 생각하려고 했어. 알렉스가 죽고 나서 노아는 그 애가 그립다거나, 그 애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하곤 했거든. 하지만 그 애가 보인다고 말한 건 처음이었어. <br><br><br>난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했어. 다섯살 짜리 아이가 죽은 친구가 보인다고 해야 하는데 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까.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질문 하나가 떠올랐어. <br><br><br><br>“다음에 알렉스를 보면, 내가 알렉스에게 마지막으로 뭘 해줬는지 물어봐줄래?” <br><br><br>내 책상 옆에 있는 리클라이너를 쳐다보면서 노아가 말했어. <br><br><br><br>“우리 엄마가 너한테 마지막으로 해준 게 뭐야? <br><br><br><br>몇 초가 흐르고 노아가 다시 내 쪽을 향했어. <br><br><br><br>“자기한테 쿨에이드를 만들어줬대요.” <br><br><br><br><br><br></s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