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이가 너무 아프다.</div> <div>어째서 뜬금없이 치통이 왔는 지 알 수 없었지만, </div> <div>어쩐지 익숙한 느낌이기에 딱 눈치를 챘다.</div> <div><br></div> <div>사랑니.</div> <div><br></div> <div>동기 녀석 중 두어명 정도가 고생하는 걸 보기도 했고</div> <div>믿기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면 생기는 거라는 이야기도</div> <div>지금 상황에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div> <div><br></div> <div>첫 눈에 반한 건 아니었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가까워지고</div> <div>또 가까워져서 이제는 좋아하게 된 A. </div> <div>오늘 점심 때 만나기로 했다.</div> <div><br></div> <div>푹 자두지 않으면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따가 그녀 앞에서 힘든 기색을 내보이게 될 것 같았다.</span></div> <div>그래서 물 한잔 마시고 자자는 생각으로 냉장고를 열었지만</div> <div>냉장고에는 빈 페트병 뿐이었다. </div> <div>그러다가 야채칸에 들어가있는 소주 두 병을 보았다.</div> <div><br></div> <div>그래. 마취다. 소주 한 컵 딱 들이키고 마취되서 자자.</div> <div><br></div> <div>큰 맘먹고 소주를 따라 컵에 채우고 힘차게 넘기려 했으나</div> <div>코를 찌르는 알콜 냄새때문에 순간 다 뱉어버렸다. 웩- 이거 왜 이렇게 독하지.</div> <div>하지만 꾹 참고 남은 술을 꿀꺽 입에 털어 넣고 잠을 청했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최대한 부은 볼을 가리려 목도리도 입까지 올려쓰고 나왔는데,</div> <div>고통이 점점 심해진다. 얼마나 나왔길래 이렇게 아프지?</div> <div>핸드폰 액정에 비춰보려해도 잘 보이지도 않고, </div> <div>셀카를 찍자니 밖에서 추태일 것 같아서 일단 근처 건물 화장실로 들어갔다.</div> <div><br></div> <div>세면대에 서서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거울에 입을 벌려보았다.</div> <div><br></div> <div>어??</div> <div><br></div> <div>왜 피가 이렇게??</div> <div><br></div> <div>어???</div> <div><br></div> <div>이가 없다. 오른쪽 구석 어두컴컴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야할 치아가 없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가지런히 있어야할 치아들이 마치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텅 비어있다.</span></div> <div>근원을 알 수 없는 핏물이 입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찢어지는 소음들이</div> <div>귀를 때린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냉정이 돌아왔다. 그리고 눈을 떴다.</div> <div>매일 보던 천장. 그리고 차가운 바람이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이불을 찌른다.</div> <div><br></div> <div>꿈이었구나.</div> <div><br></div> <div>휴. 볼을 만져보고 입 안에 손을 넣어봐도 이는 그대로 있다.</div> <div>순간 귀를 때리던 소음이 멈췄다. 그제서야 내가 전화벨소리 때문에 일어났던 것을 알아챘다.</div> <div>눈을 비비적 거리며 열어 본 전화에는 </div> <div><br></div> <div>수 많은 부재 중 전화와</div> <div>수 많은 메시지가 와있었다.</div> <div><br></div> <div>액정 맨 위에 떠있는 카카오톡 마지막 메시지가 보였다.</div> <div><br></div> <div>".....동 xx병원 응급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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