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요즘 모든 것이 두렵다.</div> <div> </div> <div>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 말고는 모든 그림자에 있는 무엇인가가 나를 쳐다보고있다.</div> <div> </div> <div>촉수 같은 것이 스멀스멀 기어와서 날 붙잡으려고한다.</div> <div> </div> <div> </div> <div>책을 펼치면 책의 틈사이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내 손을 붙잡고,</div> <div> </div> <div>이불 밖으로 나오려고 하면 이불 속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내 몸을 휘감는다.</div> <div> </div> <div> </div> <div>배고파도 움직이려고 하면 촉수가 붙잡는다.</div> <div> </div> <div>촉수를 떨쳐내려고 여러번 손을 휘저었지만,</div> <div>형체가 없는 연기마냥 통과해버리고 끝이다.</div> <div> </div> <div>촉수는 계속 내 몸을 휘감는다.</div> <div> </div> <div> </div> <div>요즘 나에게 왜이리 힘없이 축 쳐져있냐고 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div> <div> </div> <div>그런데 그 사람들은 이 촉수가 보이질 않나보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날이 갈수록 촉수가 더 늘어난다.</div> <div> </div> <div>그리고 굵어진다. 묶어놓는 힘도 강해진다.</div> <div> </div> <div>이대로 있다간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div> <div> </div> <div>바깥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촉수가 안간힘을 쓰면서 나를 붙잡는다.</div> <div> </div> <div>'가지마. 그냥 여기 있자.'</div> <div> </div> <div>이젠 촉수의 마음이 들리기까지 한다.</div> <div> </div> <div>그래도 아직은 뿌리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힘들다.</div> <div> </div> <div>"너 대체 뭐하는거야? 제발 뭐라도 좀 해. 아무것도 안하는 백수처럼 지내고싶어!!"</div> <div> </div> <div>내가 촉수에 묶여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날에 듣는 소리다.</div> <div>어머니의 목소리와 함께 그림자에서 촉수가 더 튀어나온다. 나를 묶어놓는다.</div> <div> </div> <div>누가 날 억지로 끌어내야 겨우 촉수가 물러난다. 하지만 완전히 물러나진 않는다. 내 발목 정도는 계속 붙잡고 있는다.</div> <div> </div> <div>왜 촉수가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어느 날 부터 그냥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나를 졸라매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학점이 좋지 않거나, 토익 성적 발표날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아 기분이 안좋아지면 그 땐 더 기승을 부린다.</div> <div> </div> <div>특히 내가 자는 침대 근처에 촉수가 너무 많다.</div> <div> </div> <div> </div> <div>웃긴건 보기엔 꺼름칙하지만, 침대에 있는 촉수에 묶여있으면 답답하다기보단 편안한데다 쾌적함까지 느낀다. 다른 촉수는 날 괴롭히지만, 침대의 촉수는 나를 부드럽게 매만져준다. 이 느낌은 너무 좋아서 벗어나기 싫다. 벗어나고 싶지도 않지만, 벗어나려고 하면 촉수가 거칠게 잡아당긴다. 딱히 해야할 일이 없는 날엔 하루죙일 침대에 있어도 기분이 좋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이젠 사방이 촉수다.</div> <div> </div> <div>연필, 종이, 컴퓨터, TV, 침대, 소파, 의자, 책상.</div> <div> </div> <div> </div> <div>심지어는 사람에서까지 촉수가 돋아난다.</div> <div> </div> <div>나에게 핀잔을 주는 사람에겐 더더욱 많은 촉수가 있다.</div> <div> </div> <div>침대에 있는 촉수가 주는 안락함은 식욕과 성욕을 잊어버리게 해줄 정도다.</div> <div> </div> <div>그러나 안락하지만 시계에서 나온 촉수가 문제다.</div> <div> </div> <div>시계 바늘이 똑 딱 움직일 때 마다 늘어나는 뾰족한 촉수.</div> <div>그것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div> <div> </div> <div> </div> <div>저것에 찔리면 분명히 아플거다. 아픈 것을 넘어서서 과다출혈로 죽을거다.</div> <div>그런데 침대의 촉수가 너무 안락하다. 여길 벗어나고싶지 않다. 그러나 시계에서 나온 촉수는 지체하지도 않고 나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div> <div> </div> <div>저것에 관통당하면 분명히 죽는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이젠 시계에서 나온 송곳에 가까운 촉수는 내 목을 겨누고 있다.</div> <div> </div> <div>.. 이 촉수에 살짝 찔렸는데 고통에 비명을 지를 정도로 아팠다. 죽기 이전에 굉장히 고통스러울거다.</div> <div> </div> <div>안되겠다. 도망쳐야해. 찔리기전에.</div> <div> </div> <div>그러나 송곳은 내가 도망치는 곳까지 계속 쫓아와 내 목과 심장을 노린다.</div> <div> </div> <div>어디로 도망치지?</div> <div> </div> <div> </div> <div>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div> <div> </div> <div>옥상까지 가면 분명히 못쫓아오겠지. 거기서 잠시 생각하자.</div> <div> </div> <div>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송곳은 옥상까지 쫓아와 나를 찌르려고 하고있다.</div> <div> </div> <div>어쩌지, 송곳은 내 피부에서 1cm정도 떨어져있는 수준이다. 난간까지 몰렸다.</div> <div> </div> <div>바닥을 힐끗 쳐다봤다.</div> <div> </div> <div>'그 가시는 위험해! 내가 받아줄게!'</div> <div> </div> <div>촉수가 나에게 말을 건다. 그래, 아픈것보단 보기싫었던 저 촉수가 차라리 낫겠지.</div> <div> </div> <div>나는 난간 뒤로 몸을 던졌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무슨 글을 쓴 것인지 모를 분들이 많을것 같아 해설은 꼬릿말에 넣어놨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