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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3380
    작성자 : 섬사람
    추천 : 7
    조회수 : 2878
    IP : 175.223.***.84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5/09/24 14:38:03
    http://todayhumor.com/?panic_83380 모바일
    눈싸움(실화)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편의상 반말로 씁니다.

    중학교때 난 눈싸움을 져본적이 없었다.
    만약 시간이 주어진다면 몇시간을 눈을 뜰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있었다.
    이는 국민학교 시절부터 단련 되어 온 것으로 상대의 눈을 쳐다보다 내 눈이 아파오면 아주 미묘하게 상대방이 허용할 정도로 눈동자를 살짝 움직인다.
    그럼 눈꺼풀 안의 촉촉한 물기가 마른 눈에 조금이나마 퍼져 눈을 감지 않고 어느정도 눈의 건조함을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 행위가 눈에 안좋다는걸 알고 절대 하지 않지만 당시 공부 운동 싸움을 못하던 나에게는 유일하게 누군가를 이길 수 있는 놀이라 승리의 욕심으로 매번 사용하곤 했다.

    그렇게 눈싸움의  승리를 계속 이어가던 중.
    문득 한심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울 속의 나와 눈싸움을 해보자!!

    당연히 빛의 속도가 있고 0.00000000001초 차이로라도  무조건 난 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냥 해보고 싶었다.
    당연히 결과는 패배.
    어느 누구라도 거울 속의 나와 눈싸움을 한다면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몇번을 거울 속의 나에게 지고 나니 조금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승부욕이 있는 사람은 아니기에 그날은 그냥 포기하고 말았지만 유일한 내 장기를 내 스스로에게 부정당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6교시를 마치고 10분 거리의 집에 하교 하여 뒹굴거리다가 또 눈싸움을 하고 싶어졌다.
    질건 뻔히 알지만 그냥 내가 얼마나 오래 버티나 알고 싶어졌다.
    시간을 잰건 아니지만 끝까지 눈을 감지 말아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거울 속의 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조금씩 아파오고 난 위에 써 있는 편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눈동자를 살짝 굴리고 다시 거울 속의 눈동자와 눈을 마주치면 어김없이 내 눈을 정확히 쳐다보고 있었다.
    몇번의 편법을 사용 하며 계속 거울을 보는데 어느새 해가 저무는 것을 느꼈다.
    밖은 아직 밝은데 집 안은 불을 켜지 않으면 컴컴한 상황이 되었다. 어느새 거울 속의 내 모습도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너무 어두워 포기하고 싶었지만 왠지 거울 속의 나를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내 평생 가져본 최고의 승부욕이었다.
    그리고 눈동자를 굴리는 편법도 쓰지 않고 꼭 이기리라 다짐했다.
     눈동자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거울 속의 내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눈이 아파와도 최대한 버텼다. 난 거울 속의 내 눈을..끝까지 바라 보았다.


    거울과 눈 싸움을 끝낸 나는 헉헉 거리며 스위치를 찾아 형광등을 켰다. 집이 환해지며 무서움이 날아갔다.
    하지만.거울은 쳐다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어둠 속에 두 눈동자가 몇분 동안 눈도 깜빡이지 않고 계속 나만 쳐다 보는 그 공포를...  
    출처 중학교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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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24 15:22:55  106.243.***.108  윤미녀님  466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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