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는 눈으로만 힐끔, 옆을 쳐다봤다. 아직도 있다.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평소에 귀신 한 번 본 적 없는 자신에게 이렇게 뚜렷하게 보이는 귀신이라니. </span></div> <div><br></div> <div><br></div> <div>토요일이라 수업이 끝나고 집에서 뒹굴 대던 경수는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어서야 엄마의 심부름을 위해 집 밖을 나섰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신의 집에서 마트까지 이어지는 골목길은 가로등은 드문드문 있지만 나름 CCTV도 있고 넓어 여러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었다.</span></div> <div>아까 전에 마트를 가기 위해 지나가던 도중, 옆에 하수도가 흐르는 움푹 파인 곳에서 뭔가가 보였다.</div> <div><br></div> <div>손이다</div> <div><br></div> <div>하수도에서 길가로 이어져있는 것은 손이었다.</div> <div>내가 잘 못 본거겠지. 순간 들은 생각에 그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앞만 보고 걸었다.</div> <div><br></div> <div>등 뒤에서 식은땀이 주륵-하고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아냐, 내가 잘 못 본거야. 어두컴컴해서 순간 헛 것이 보인 걸거야.</div> <div>아무리 그렇게 세뇌시켜도 발은 자기도 모르게 점차 빨라져 마트에 도착할 즈음에는 거의 뛰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마트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경수는 그 골목으로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조금 돌아가야 하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div> <div>1분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유혹에 잘못 본 걸꺼야! 다시 한 번 자신을 세뇌시킨 뒤 눈을 질끈 감고 다시 그 골목으로 들어섰다.</div> <div><br></div> <div>평소에는 적어도 한 두명씩은 다니던 골목길은 오늘따라 사람 한 명이 없다.</div> <div><br></div> <div>쳐다보지 말아야지, 쳐다보지 말아야지. 되뇌이면 되뇌일 수록 자꾸만 나도 모르게 그 쪽으로 시선이 간다.</div> <div>앞만 보고 걸으면서 시선 옆 쪽으로 자신도 모르게 집중을 하게 되었다.</div> <div>그런데 저 멀리, 아까 봤던 그 자리에 여전히 보이는 손.</div> <div><br></div> <div>무서운 걸 좋아해 공포영화도 많이 보러 다니고 귀신 나오는 집에 찾아가도 귀신 한 번 본 적 없었는데. 귀신 한 번 보고싶다고 생각해왔던 게 후회될 정도로 섬짓하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div> <div><br></div> <div>아무렇지 않은 척 앞만 쳐다보며 흥얼흥얼 노래까지 불러본다. 괜시리 봉지도 휘두르고.</div> <div><br></div> <div>그런데 그 때,</div> <div><br></div> <div><font color="#c00000">끄그극.......끄극..</font></div> <div><br></div> <div>가래 끓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div> <div>마치 주온에서 들려오던 목의 울림.</div> <div><br></div> <div>경수는 그 자리에서 으아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정신없이 집으로 뛰어갔다. </div> <div>도중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지만 넘어진 순간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 아픈지도 모르고 미친듯이 뛰어갔다.</div> <div><br></div> <div>이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 그 귀신을 봤다고 입에 올린 순간 저주받을 것만 같았다. 그 하얀 손이 자신의 창문에 걸려 있을 것만 같았다.</div> <div><br></div> <div>경수는 그 이후로 며칠동안이나 그 가래 끓는 듯한 소리가 귓가에 울려 밤새 악몽을 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와 아내는 아이는 없어도 금슬은 좋았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녀는 누구에게나 밝고 친절했으며 결혼한 지 5년이 넘어가도 내게 한결같은 사랑을 줬다.</span></div> <div>그런 그녀에게 그 어떤 남자가 반하지 않겠느냐마는 그녀에겐 어느 순간부터 그녀를 따라다니는 스토커가 생기기 시작했다.</div> <div>자신의 머리카락이나 체액이 들어 있는 협박편지, 아무리 번호를 바꿔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는 전화. </div> <div>경찰에 몇 번이나 전화를 해도 경찰은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게 아니기 때문에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div> <div><br></div> <div>그래도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라며 힘없이 웃는 그녀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었다.</div> <div><br></div> <div>여느 때처럼 회사를 마치고 허겁지겁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엔 그녀가 없었다.</div> <div>평소 이 시간에 집 밖을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던 그녀였다. 실종신고를 하려고 하자 사라진 지 열 두시간 이상 지나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하루를 꼬박 지낸 뒤 다음날 오후에 그녀를 찾았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div> <div>그 미친 스토커는 옆 동네의 하수구에 그녀를 성폭행하고 난자한 채로 버려놨다. </div> <div>양 발, 왼쪽 팔은 다진 것처렴 여기저기에 칼질이 되어있었지만 오른 손만은 아무렇지 않았는데, 마치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작품을 누가 보기라도 해 달라는 듯이 오른 손을 도로 위로 올려놓고 그는 떠났다고 한다.</div> <div>그 살인현장 주변에 CCTV가 있어 유력 용의자였던 그는 쉽게 잡혔고, 순순히 잡힌 그는 자신의 범죄를 자랑하듯이 인정했다.</div> <div><br></div> <div>더 미치겠는것은 <font color="#c00000">범죄를 저지른 시간과 사망 시간이 달랐다.</font></div> <div>그 뜻은 그녀가 하수도에서 몇 시간이고, 죽기 전까지 그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길 바라며 그 차디찬 곳에서 참고 있었을 거라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어렵지 않게 CCTV를 볼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본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못 본 체 지나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이제 심판자가 될 것이다. 그들은 모두 그 살인마와 공범이었고 동조자였다.</div> <div>나라가 안 해준다니, 나라도 그들에게 심판을 내려야지. 물론 가장 맛있는 건 마지막에 남겨놓을 거야. 아주 천천히 손톱까지 으적으적 맛봐줄게.</div> <div>일단 너희 아홉 명을 먼저 심판해야겠어.</div> <div><br></div> <div>1번. 김경수</div> <div>2번.....</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