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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9463
    작성자 : 푸르나
    추천 : 32
    조회수 : 7915
    IP : 210.217.***.222
    댓글 : 39개
    등록시간 : 2015/05/04 17:08:42
    http://todayhumor.com/?panic_79463 모바일
    극심한 우울증을 불러 일으키는 그 사건
    <div><span style="font-size:medium;line-height:1.5;">이 생각만 하면 좀 우울해 져요. 약간의 트라우마 인데요...</span></div> <div><span style="line-height:24px;font-size:medium;">날이 흐리네요.</span></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제가 군대 들어가기 전, 그때는 mp3의 시대 였어요. <br></font><font size="3">초창기라 외관으로 승부보는 mp3가 많았죠. 제가 쓰던건 다이아몬드 모양의 32메가 짜리. <br></font><font size="3">저와 친구는 노래부르길 좋아해 한적한 공원에 가서 mp3 녹음을 하곤 했어요. </font></div> <div><font size="3">사이먼앤가펑클 노래랑 서태지 노래를 화음 맞춰 부르곤 했죠.</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font size="3">보문동 뒷산으로 올라가면 한적한 공원이 있어요. <br></font><font size="3">가파른 계단 힘들게 올라가면 산을 깎아 만든 넓직하고 한적한 공원이 나와요. </font></div> <div><font size="3">밤에 오르면 동대문 야경이 화려해서 연인들이 맥주 한 잔 하며 데이트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요.</font><font size="3"><br></font><font size="3">저희는 그곳에서 전망도 좋고 인적도 드문 정자 하나를 아지트로 삼았어요. </font></div> <div><font size="3">4명이 앉을 수 있는 정자인데 시야가 탁 트여서 노래부를 맛이 났거든요. </font></div> <div><font size="3">그날은 맥주페트 하나랑 6000원짜리 시장통닭 하나 사서 올라갔습니다. 초여름, 아직 꽃향기가 남아있던 밤이었어요.</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font size="3">땀 삐질삐질 흘리며 올라갔더니 저희 아지트를 누가 차지하고 있었어요. <br></font><font size="3">검은 점퍼 입고 왜소한 체격의 아저씨 였는데<br></font><font size="3">그분도 술 한 잔 하고 계셨어요. 동대문 야경을 바라보며, 의자 옆엔 검은 봉지 하나랑 소주 두 병. </font></div> <div><font size="3">안주가 뭐였는진 기억나지 않아요. </font></div> <div><font size="3">아저씬 술을 많이 드신건지 고갤 흔들흔들 하시더라구요.</font></div> <div><font size="3"><br></font><font size="3">아지트를 뺏긴 우린 ‘에이씨 저기가 딱인데’ 궁시렁 거리며 다른 곳을 물색했어요. </font></div> <div><font size="3">마침 아지트 조금 아래에 비어있는 정자가 있어서 잽싸게 향했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3">하지만 거긴 나무가 우거져서 야경이 보이질 않았어요. </font></div> <div><font size="3">힐끔힐끔 뒤돌아서 아지트를 올려다보며 “저 아저씨 일어나면 자리 옮기자” 하고 </font></div> <div><font size="3">봉지에서 통닭을 꺼내 맛있게 먹기 시작했어요ㅎ</font></div> <div><font size="3"><br></font><font size="3">노래와 수다가 시작됐습니다. 그때가 군입대 전인데 우린 여고생 저리가라 할 정도로 수다킹이었어요. </font></div> <div><font size="3">수다 뿐만 아니라 노래부르기도 잘 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너에게>  “깊은 한숨뿐만” 하면은 친구가 “한숨뿌운~야~이야이” 하면서 들어오고… </font></div> <div><font size="3">여튼 두세시간을 쉬지않고 떠들며 mp3에 녹음했어요. </font></div> <div><font size="3">공원 이용하셨던 분들은 저희가 매우 불편했을거예요. </font></div> <div><font size="3">시커먼 남자애들 둘이서 담배 막 피고 술마시며 노래를 부르다니. 죄송합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font size="3">저희는 그때 아무것도 몰랐어요.</font></div> <div><font size="3"><br></font><font size="3">술기운이 더해져 한 참을 놀고있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죠. </font></div> <div><font size="3">저희는 갑자기 재미없어 졌습니다. 재미없어 졌다기 보다 착, 가라앉았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죠… </font></div> <div><font size="3">동대문 야경을 가린 회색나무숲을 보고 있었어요. 갑자기 나무들 사이로 뭔가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습니다. <br></font><font size="3">뭐지? 돌아보니까 아지트 근처에 경찰차가 와 있었어요. 웅성 웅성. (저의 기억은 이쯤에서 부터 </font></div> <div><font size="3">항상 우울증에 빠져 버립니다. 이해해 주세요)</font></div> <div><font size="3"><br></font><font size="3">갑자기 기분 다운 됐는데 경찰차 까지 보니까 다 놀았다 싶었어요. </font></div> <div><font size="3">담배 한대 더 피고 주섬주섬 쓰레기 챙겨서 계단을 올라 갔습니다. </font><font size="3"><br></font><font size="3">저희가 앉으려고 했던 그 자리. 아지트. 검은봉지에 소주 드시던 아저씨가 정자 천장에 목을 매달고 자살을 하셨어요. </font></div> <div><font size="3">운동하시던 할아버지가 먼저 발견하신건지 경찰분과 얘길 나누고 계셨고요, </font></div> <div><font size="3">경찰은 노란 폴리스 라인으로 정자의 기둥을, 저희가 보는 앞에서 두르고 있었어요.</font></div> <div><font size="3"><br></font><font size="3">야, 사람 죽은 것 같아 “뭐?” 저기봐 “뭐, 뭐 어디” 왼쪽 기둥</font></div> <div><font size="3"><br></font><font size="3">친구는 자세히 봐야겠다며 그쪽으로 슬금슬금 가다가… 얼마 못 가더니 사색이 되어 돌아왔어요. “목이 늘어났어…”</font><font size="3"><br></font><font size="3">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머리가 쭈뼛 섰습니다. 계속 그 상태 였어요. </font></div> <div><font size="3">등골이 오싹하고 온몸에 소름이 계속 끼쳤습니다. 우리는 멍 해져서 얼레벌레 내리막길을 내려왔어요. </font></div> <div><font size="3">눈에서 야경이 사라지고 가로등빛과 집들이 보이고 도로가 보이자 마음이 좀 안정됐어요. </font></div> <div><font size="3">둘이 긴 말 안하고 헤어졌습니다. 얘기는 이게 끝이예요.</font></div> <div><font size="3"><br></font><font size="3">가끔 이때를 떠올리면 참을 수 없이 우울해요. <br></font><font size="3">우리가 놀고 떠드는데 정신 안 팔리고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정자를 확인했다면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텐데. </font></div> <div><font size="3">아저씨는 죽기전에 우리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font></div> <div><font size="3">목이 메이는 그 순간에도 우린 가까운 곳에서 노래 부르며 떠들고 있었는데. 바로 코앞에서.</font><font size="3"><br></font><font size="3">동대문 야경을 배경으로 목 매달린 시체의 실루엣. 땅에서 발 사이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어요. </font></div> <div><font size="3">멀리서 보면 그냥 서있는거라 착각할 정도? 한 뼘 정도밖에 되질 않았어요. </font></div> <div><font size="3">한 뼘!! 그 한 뼘이 비어서 사람이 죽다니요. 내가 밑에 없드려서, 아저씨 발 밑에 공간을 채워 드렸으면!! </font></div> <div><font size="3">아저씨가 나를 밟았으면 살았을텐데… 그 한 뼘이 비어서 사람이 죽다니요…</font></div> <div><font size="3"><br></font><font size="3">왜 이렇게 사는게 참 허무한 것일까요. 이 얘기 많은 사람한테 한 적 없어요.</font></div> <div><font size="3">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나이가 들어서도 </font><span style="font-size:medium;line-height:1.5;">아직 이 기억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medium;line-height:1.5;">그냥 한없이 우울하고 슬플 뿐이예요. </span><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이 자릴 빌어서나마 명복을 빌어요. 죽음을 선택해야 될 정도로 힘든 이유였을거라 넘겨짚기만 할게요. </font></div> <div><font size="3">나중에 가면 꽃 한송이 사서 갈게요 아저씨.</font></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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