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올해(2010년) 초에 있었던 일이다.<br><br>저번의 '융합체' 사건때문에 알게 되었고,<br><br>내 인생에 두 번째로 직접 만나게 된 '보이는 사람'인 H와 관련된 일이다.<br><br><br><br><br><br><br>B가 A에게 연락을 해서 '한 번 만나자'고 한 모양이다.<br><br>이제 와 생각해 보면,<br><br>대학 때부터 A는 B(에게 붙어 있는 것)를 피했지만<br><br>오히려 B는 A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았다.<br><br>작년부터 이런 저런 일로 A가 B와 얽히는 일이 생겨서<br><br>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것 같다.<br><br>A는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고,<br><br>지난 번 일 때문에 찝찝한 구석이 있어 승낙했다.<br><br>그렇지만 B와 단 둘이 만나는 건 내키지 않으니<br><br>나에게 함께 만나 달라고 부탁했다.<br><br>찝찝한 구석이라는 게 무언고 하니,<br><br>곯아떨어진 B가 I의 집에 도착했을 때<br><br>바로 강경하게 반대하지 않은 것 때문이었다.<br><br><br>A가 말하길,<br><br>지난 번에는 정말 엄청난 상태였다고 한다.<br><br>"우물 사건 때에는 그냥 도망치기만 하면 됐지만,<br><br>저번에는 H가 그것들이 도망칠 길을 막아버렸으니까...<br><br>방 문이 흔들리기 시작하고부터 계속 <br><br>멈춰야 하는 거 아닌가 고민했어.<br><br>만약에라도 B의 그것이 지게 되면 <br><br>B는 어떻게 될 지 생각했더니 너무 무서웠어..."<br><br><br><br>만나기로 한 당일, B와 약속장소에서 만났을 때<br><br>A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br><br>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br><br>B가 "이것 좀 봐~"하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br><br><br><br><br><br><br>그런 걸 컴팩트라고 하는 것 같다.<br><br>둥글고 평평한 것 두개가 포개어 접히게 되어 있고,<br><br>두 쪽 다 내부에는 거울이 달려 있었다.<br><br>언뜻 봐도 오래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br><br>A의 표정은 아직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br><br><br>"앤틱 물건이야. <br><br>저번에 담력 테스트하러 갔는데<br><br>도착하기 전에 내가 잠들어 버렸잖아?"<br><br>B는 그 후 '담력 테스트 장소를 알려 준 사람'인 H를 만났다.<br><br>"H씨가, 자기가 이상한 곳에 데려가서 쓰러진 게 아니냐며<br><br>사과하면서, 미안하다고 이걸 주는 거 있지?<br><br>고급스러워 보이고, 나도 굉장히 마음에 들긴 한데<br><br>값이 좀 나가는 물건같아서 답례로 과자라도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br><br><br>적당히 이야기를 나누고 B와 헤어진 후에,<br><br>A가 바로 H에게 연락을 해 며칠 후에 만나기로 했다.<br><br>약속장소에 나타난 H는 '우리가 B를 만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br><br>A가 무슨 말을 할 지 다 알아챈 것 같았다.<br><br>A가 "대체 무슨 꿍꿍이야!!"하고 무섭게 화를 내자<br><br>H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br><br>"좋은 아이디어 아냐?"<br><br>저주받은 집처럼, 저주받은 물건이 실존한다는 것을<br><br>새삼 알게 되었다.<br><br>실은 반지 사건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br><br>골동품이나 리사이클 제품 중에서도 <br><br>드물게 그런 것들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면 두렵다.<br><br><br>그 컴팩트는 확실히 고급스러워 보였지만<br><br>H는 단 한 푼의 돈도 지불하지 않고 얻었다고 한다.<br><br>오히려 울며불며 돈을 줄 테니 제발 좀 받아달라고 부탁을 받았다.<br><br>저번 I의 일 때문에 이 곳 저 곳에 정보 수집을 하던 때에<br><br>H가 '볼 수 있다'는 사실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br><br>물건에 붙어 있는 것을 쫓아 달라고 부탁을 해 오는 사람도 있었다.<br><br>H는 아무 것도 씌어 있지 않으면 그렇다고 알려 주고,<br><br>때때로 정말 무언가가 씌어 있으면 쫓아 주고 용돈벌이를 했다.<br><br>스스로 처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값나가는 물건은 받아들이고,<br><br>(처리하고 난 후에 팔아 치움.)<br><br>봉납해서 끝날 경우에는 처리 방법을 조언해 주는 등<br><br>벌이가 쏠쏠했다.<br><br><br>"당연히 내 목숨은 아까우니까<br><br>버거운 경우에는 못 한다고 거절했지.<br><br>그 거울은, 내 실수야.<br><br>거울에서 떨어지질 않으니<br><br>본체 통째로 쫓아내면 되니까<br><br>리스크도 작다고 생각했는데,<br><br>내가 잘못 생각했어.<br><br>그래서 B에게 부탁했지."<br><br>그렇게 말하고 H는 껄껄 웃었다.<br><br>H에게 들은 바로는<br><br>그 컴팩트는 주인의 부재를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br><br>버리려고 하면 무언가가 방해를 해서<br><br>아무리 해도 버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br><br>붙어 있는 건 H가 감당할 수 없으니 오래 가지고 있기는 싫고<br><br>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도 양심에 찔려서 <br><br>처리가 곤란했던 물건이었다.<br><br>"본체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수는 없는 녀석이고,<br><br>B의 그것과 싸울 수 있을 만한 레벨도 아니니까 문제 없고.<br><br>B, 잠들지 않았잖아?"<br><br>H는, B가 그 컴팩트를 잠시 애용해 주기만 하면<br><br>점점 닳고 깎여 나가서 사라질 거라는 변명을 했다.<br><br><br><br><br><br><br>그리고 다시 한 번 A가 나에게 연락한 게 5월 말이었다.<br><br>B가 그 컴팩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었다.<br><br>H에게도 연락해 보니, <br><br>평소엔 그렇게 여유롭던 H가 몹시 당황했다고 한다.<br><br>어쩌다보니 나와 A, H가 함께 다음 소유주를 찾아 갔다.<br><br>A가 B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br><br>B가 컴팩트를 어떤 친구에게 보여 줬더니<br><br>그 친구가 몹시 부러워하며 잠시라도 좋으니 빌려 달라고 해서<br><br>빌려줬더니 친구가 돌려 주지 않았다.<br><br><br>A가 "그 사람 폰에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다."고 하자<br><br>A의 기분을 오해했는 지,<br><br>"다른 사람한테 선물받은 건데 미안해서 어쩌지..."<br><br>몹시 풀이 죽었다.<br><br><br><br>A가 B에게 들은 친구의 이름과 몇 가지 정보를 토대로 <br><br>어렵사리 B의 친구가 사는 곳을 찾아 내었을 때,<br><br>B의 친구는 이혼을 전제로 별거 중이어서<br><br>자택에는 부재중이었다.<br><br>집에는 남편만 있었고,<br><br>'부인에게 빌려 준 컴팩트를 돌려받고 싶다'고 말하자,<br><br>어두운 표정으로 거의 말도 없이 물건을 건네 주었다.<br><br>그 때, 양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던 그의 소매자락 안 쪽으로<br><br>살짝 무언가가 보였다.<br><br><br>물건을 건네 받고 B의 친구 집을 물러나<br><br>A와 H에게 확인해 보았다.<br><br><br><br>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다.<br><br>둘 다 '사람의 이빨자국'이라고 말했다.<br><br>"그거 부인의 이 자국이었지..."<br><br>"그렇겠지... 결국은 일이 났군."<br><br>H마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br><br>"H 탓이야."<br><br>"그래. 내 탓이야.<br><br>저주받은 컴팩트라고 말하면<br><br>B가 늘 몸에 지니고 다닐 거라고 생각했어."<br><br><br>"그런 책임감 없는 짓은 애초부터 하질 말았어야지.<br><br>그런 비싸보이는 물건은 도둑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했어?<br><br>대체 왜 그렇게 생각없는 짓을 한 거야!"<br><br>A의 가시돋친 말에 H는 침묵했고,<br><br>찝찝함이 풀리지 않은 채로 우리는 헤어졌다.<br><br>컴팩트는 H가 가지고 돌아갔다.<br><br>A가 말하길,<br><br>이젠 컴팩트에는 아무 것도 붙어 있지 않다고 했다.<br><br>B가 몇 개월 간 지니고 다녀서 붙어 있던 것은 사라졌는데,<br><br>마지막 발악이었는지, 단말마였는지는 몰라도,<br><br>B의 친구는 그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한다.<br><br><br>그 후, 내가 6월에 H와 술자리를 가졌을 때,<br><br>(융합체 사건 이후, 어쩌다보니 연락하고 지내게 되었다.)<br><br>말끔해진 컴팩트를 판 돈에 조금 더 얹어서<br><br>B의 친구에게 송금했다는 말을 들었다.<br><br>늘 아무 생각 없어 보이던 녀석이었지만<br><br>그 일은 마음에 걸렸나 보다.<br><br><br>그 컴팩트에 붙어 있던 것의 정체.<br><br>B의 컴팩트가 없어 지기 전에<br><br>A가 H를 불러 냈을 때에 조금 들은 게 있다.<br><br>난 무슨 말인 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br><br>H가 '봤을' 때엔<br><br>'네 발 달린 포유류에 곤충 날개가 돋아 있는' 생물이 들러붙어 있었다.<br><br>A는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br><br>붕붕거리는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br><br><br><br>"포유류에 곤충 날개가 붙어 있는 게 뭐지?<br><br>다른 차원의 생물인가?"<br><br>내가 묻자, A와 H가 마치 짠 듯이 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br><br>A는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지만,<br><br>H는 하하하 억지 웃음을 터뜨리고는<br><br>"인간이 원한이나 저주로, 정신의 형태마저 일그러져 버리면<br><br>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게 참 무섭지. 정말로."</div> <div> </div> <div> </div> <div>출처 : 2ch</div> <div>번역 : <a target="_blank" href="http://muriel.o-oi.net/CM/46/5/" target="_blank"><font color="#1122cc">Muriel's strange stories</font></a> (<a target="_blank" href="http://muriel.o-oi.net/-%EC%8B%9C%EB%A6%AC%EC%A6%88-%EA%B9%83%EB%93%A4%EC%96%B4%20%EC%9E%88%EB%8A%94%20%EA%B2%83/" target="_blank">http://muriel.o-oi.net/-%EC%8B%9C%EB%A6%AC%EC%A6%88-%EA%B9%83%EB%93%A4%EC%96%B4%20%EC%9E%88%EB%8A%94%20%EA%B2%83/</a>)</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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