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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7819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5
    조회수 : 3382
    IP : 103.10.***.61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5/02/25 21:35:26
    http://todayhumor.com/?panic_77819 모바일
    [오컬트학] 화재 현장의 할머니


    화재 현장의 할머니

    벌써 15년 전의 이야기이다.

    당시에 오다 급행선이 지나가는 쿄도라는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밤중에 시로야마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 야식을 사러 갔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편의점 근처의 오토바이 가게 앞을 지날 때 뭔가 타는 냄새가 나서 일단 멈췄어.
    오토바이 가게는 셔터도 내려져 있었고, 안에서 누가 작업이라도 하고 있나 생각했지만
    좀 신경이 쓰여서 건물 옆으로 가봤지.
    그랬더니 그 오토바이 가게의 2층 창문이 열려 있고, 거기서 희미하게 연기가 나오고 있었어.
    2층에는 불도 꺼져 있어서 깜깜했는데, 혹시 불이라도 난 게 아닌가 하고 올려다 봤어.
    그랬더니 그 창에서 하얀 속옷인지 원피스인지 뭐 그런 옷을 입은 할머니가 얼굴을 내밀었어.
    나는 바로 아래에 있어서, 완전 눈이 딱 맞았지.
    불이 난 거면 눈이 마주쳤을 때 날 보고 뭐라고 말했을 거 아냐? 살려달라던가 뭐.
    그런데 할머니는 아무 말도 않고 내 얼굴만 보더라.
    너무 자연스러워서 괜히 내가 머쓱해지길래 작은 소리로 "괜찮으세요?"하고 여쭤봤더니
    쓸데 없는 참견한다는 듯이 아무 말 없이 그냥 창문을 닫더라..
    생선 굽느라 연기 났던 건가 싶어서 그냥 가려다가 계속 신경이 쓰여서 좀체 가질 못 하고 그 자리에 있었더니
    마침 길 반대 편에서 자전거를 탄 순경 아저씨가 지나갔다.
    순경 아저씨를 불러서 "이 집 좀 이상한데요"라고 말하고 둘이서 오토바이 가게 안쪽으로 돌아갔다.
    뒤로 돌아갔더니 오토바이 가게 2층은 일반 가정집인데, 거기 문 틈에서 이상할 정도로 많은 연기가 나왔다.
    나는 황급히 순경 아저씨께 "안에 할머니가 있었어요!"하고 말했더니 순경 아저씨가 문에 몸통 박치기를 해서 열었어.
    그 순간 엄청난 연기가 나와서 나는 도무지 못 들어가겠더라.
    순경 아저씨가 안으로 들어가서 할머니를 구하려고 애쓰셨어.
    거긴 아파트 밀집 지대라서 나는 큰 소리로 뒷 방 문을 막 두드렸지.
    그리고 이웃 집 사람이랑 양동이로 물을 날랐지.
    그런 걸로 불이 꺼질리 만무하고, 계속 불이 퍼져나가서
    나는 할머니는 가망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위험하니까 다들 도망가는 게 좋겠어요"라고 말했어.
    그랬는데도 순경은 역시 위대한 직업이야. 완전 불타오르는 집 안에서 검게 탄 얼굴로 업고 나오더라.
    우리도 도와서 안전한 곳에 옆으로 뉘이고 잘 보니까 할아버지였어. 입으신 옷도 완전 달랐고.
    아차 싶어서 다시 올려다 봤지만 할머니를 구하긴 힘들 것 같았어.
    소방차가 와서 불을 끌 때 쯤엔 2층은 불바다가 되어 있었어.
    할아버지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고 해.
    할아버지는 오토바이 가게랑은 상관 없는 사람이고, 그냥 2층에 세 들어 산 것 뿐이래.
    집세도 꽤 오래 미뤄뒀다고 해서 자살 시도의 가능성도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나는 그 후 첫 번째 발견자라는 이유로 소방청으로부터 상을 받았어.

    그런데 할머니 있잖아... 그런 사람 없대.
    할아버지는 혼자 살았다고 하고
    경찰이나 소방관 모두 할아버지를 잘 못 본 거 아니냐며 대충 흘려 듣더라.
    분명 똑똑히 봤는데.
    그 할아버지는 대머리였는데, 난 할머니 머리형까지 기억 나는데다
    무엇보다 내 눈 앞에서 창문을 닫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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