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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5787
    작성자 : Rover
    추천 : 13
    조회수 : 2467
    IP : 175.194.***.103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4/12/31 17:46:41
    http://todayhumor.com/?panic_75787 모바일
    [소설] 역할놀이 첫번째
    출처 : 웃긴대학 패랭이꽃<br><span><a target="_blank" href="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subject&sk=%EC%97%AD%ED%95%A0%EB%86%80%EC%9D%B4&searchday=all&pg=0&number=47197" title="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subject&sk=역할놀이&searchday=all&pg=0&number=47197" target="_blank">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subject&sk=역할놀이&searchday=all&pg=0&number=47197</a></span><br><br>좀 되긴했는데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거라 올려봅니다<br><br><br><br><br><br><span>역할놀이 두 번째<br><a target="_blank" href="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subject&sk=%EC%97%AD%ED%95%A0%EB%86%80%EC%9D%B4&searchday=all&pg=0&number=47247" title="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subject&sk=역할놀이&searchday=all&pg=0&number=47247" target="_blank">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subject&sk=역할놀이&searchday=all&pg=0&number=47247</a><br><br>역할놀이 세 번째<br><a target="_blank" href="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pg=0&number=52333" title="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pg=0&number=52333" target="_blank">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pg=0&number=52333</a></span><br><br><span><span>역할놀이 네 번째</span><br><a target="_blank" href="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number=58917" target="_blank">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number=58917</a><br><br><br><br>------------------------------------------------------------------------------<br><br><br><br>잠에서 깨어나니 눈앞이 캄캄하고 정신이 몽롱하다. 아직 술기운이 남아서그런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br><br>크게 하품을 한 번 하고 침대 끝자락에 걸터앉았다. 눈꺼풀이 무거워 눈이 떠지질 않아, 그대로 눈을 감고 <br><br>평소에 하던 대로 컴퓨터 본체가 있을만한 부근에 슬며시 발가락을 댔다. 술기운 탓인지 평상시와 다르게 <br><br>쉽게 본체에 발가락이 닿지 않았다. <br><br><br>‘원래 이쯤에 본체 파워버튼이 있는데’<br><br><br>잘못 갖다댔나싶어 발을 허공에 휘휘 저었다. 컴퓨터는커녕 책상에도 발가락이 닿지 않았다. 뭔가 <br><br>이상한낌새가 느껴져 눈을 비비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곳이었다.<br><br><br>‘여긴 내 방이 아닌데? 어제 친구들이 나를 여관에 옮겨놨나?’<br><br><br>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찾았다. 손에는 500원짜리 하나가 잡혔다. <br><br>뒷주머니까지 손을 넣어 핸드폰을 찾았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br><br><br>‘핸드폰이 어디 갔지? 어라? 지갑도 없네.’<br><br><br>불현듯 예전에 9시뉴스에서 보았던 아리랑치기가 떠올랐다. 재빨리 신고를 하기위해 방문을 열고 <br><br>여관주인을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 여관의 중앙에는 할아버지와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 그리고 수염이 <br><br>덥수룩한 아저씨하나가 있었다. <br><br><br>“7번째 사람인가? 이제 한 사람,”<br><br><br>할아버지가 나를 보면서 중얼거린 말이 거슬려서 자세히 들으려했지만,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br><br>수염아저씨 때문에 나는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br><br><br>“아저씨는 누구세요? 나한테 가까이 오지마세요.”<br><br><br>수염아저씨는 내 물음에는 답하지도 않고 다짜고짜 나를 향해 다가왔다. 어느 새 수염아저씨는 바로 <br><br>코앞까지 다가왔고, 나는 너무 놀라 수염아저씨의 복부를 발로 찼다. <br><br><br>“저리 꺼져!!”<br><br><br>내 발차기 한방에 나가떨어진 수염아저씨는 배를 움켜지며 나를 노려봤다. 나 역시 물러날 기분이 <br><br>아니었기에 똑같이 노려보며 면상에 한방 먹여줄 준비를 했다. <br><br>순간 할아버지가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br><br><br>“이보게, 너무 성급하지 않은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가가면 안 돼지, 그리고 젊은이도 어른을 그렇게 발로 차면 쓰나,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니 진정 좀하게. 그나저나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데 자네의 상의 좀 걷을 수 있을까?”<br><br><br>“무슨 말이죠?”<br><br><br>“자네도 우리와 같은 처지의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런 거라네. 이해 좀 해주게”<br><br><br>할아버지의 차분한 말투 때문인지, 금세 진정된 나는 할아버지의 부탁대로 상의를 위로 올렸다. 상의를 <br><br>걷자 내 가슴팍에,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심장 쪽에 이상한 기계가 부착되어 있었다.<br><br><br>“자네도 우리랑 같은 처지로군.”<br><br><br>“같은 처지라니? 무슨 처지요?”<br><br><br>“나도 그렇고 저 수염이 난 사내도, 저기 학생도 그리고 젊은이 자네도 모두 이곳에 갇힌 거야. 그 녀석한테, 그 녀석은 우리한테 이상한 걸 요구하지. 우리를 죽일 수도 있어. 저기 복도 끝에 있는 철문이 유일하게 나갈 수 있는 문으로 보이는데 굳게 닫혀있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어.”<br><br><br>“그 녀석이 누군데요? 그리고 이거 떼어도 상관없죠?”<br><br><br>내가 가슴에 붙어 있는 기계를 떼어내려고 손을 갖다대려하자 할아버지가 소리쳤다.<br><br><br>“안 돼! 젊은이. 억지로 떼려하면 죽을 수도 있어”<br><br><br>나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 못하고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br><br><br>“그걸 억지로 떼려하면 그녀석이 아저씨를 죽일 거야”<br><br><br>옆에 가만히 있던 학생이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br><br><br>“아이고, 학생~ 그녀석이라뇨. 나한테는 조카뻘인데 녀석이라니, 속상하네요.”<br><br><br>어디서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되도 않는 애교를 부리는, 듣기 거북한 변조된 음성이 들려왔다. 주위를 <br><br>둘러보니 여관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였다. 아니, 이곳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여관이 <br><br>아니었다. 나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소리의 정체가 누군지 궁금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br><br><br>“할아버지,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에요? 그리고 지금은 뭐하는 상황인거죠?” <br><br><br>“나도 자세히는 몰라, 다만 중요한 건 우리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거지.”<br><br><br>할아버지는 말씀을 하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br><br><br>“아이고, 할아버지~ 목숨이 뭐가 위험해요.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그새 까먹으셨나? 아니면 혹시 치매? 이건 그냥 역할놀이일 뿐이에요. 각자 방문 안쪽에 붙어있는 종이에 적힌 것이 바로 자기들이 해야 될 역할이에요. 자세한 건 그 종이에 모두 쓰여 있고요. 할아버지 눈이 안 좋으셔서 못 읽으니까 읽어드려야 하나? 할아버지~ 읽어드려요?”<br><br><br>“아니, 그 종이는 이미 10번도 넘게 읽었어.”<br><br><br>모두 처음 듣는 소리라 나에게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br><br><br>“난 방에서 그런 종이 못 봤는데?”<br><br><br>“너무 빨리 나와서 못 봤나보네. 다시 가봐라 겁쟁이야”<br><br><br>겁쟁이라는 단어에 울컥했지만, 나는 상황을 좀 더 차분하게 생각하기위해 무시하고, 내가 있던 방으로 <br><br>돌아갔다. 방의 안쪽 문에는 정말로 종이가 붙어 있었다.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br><br><br><br><br><br><br><br><br><br><br>역할놀이<br><br><br>당신의 역할은 ??? 입니다.<br><br><br>모두를 ??? 해주세요.<br><br><br><br><br><br>규칙도 있습니다.<br><br>-제한시간은 4일, 역할놀이에 필요한 인원은 총 8명<br><br>-자신의 역할은 다른 사람들한테는 되도록이면 비밀입니다.<br><br>(비밀로 하는 게 본인의 목숨을 위해 좋을 겁니다.)<br><br>-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 제대로 안하면 가슴에 달린 폭탄이 펑!<br><br>-멋대로 폭탄을 뜯어내려 해도 펑!<br><br>-본인의 역할수행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여도 상관없습니다.<br><br>-4일 동안 역할을 멋지게 수행하시면 살려드립니다.<br><br>-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가장 역할놀이를 못하신 분은 역할놀이를 다시하게 됩니다.<br><br>-지금부터 시작!<br><br><br>‘뭐야? 이건’<br><br><br>나는 종이를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상황을 알고 나니, 아까보다는 진정되었다. <br><br>나는 심호흡을 하고 방밖으로 나갔다. 마침 내 방의 반대편 방에서 어떤 여자가 나왔다. <br><br><br>“짝!”<br><br><br>그 여자는 나를 보자마자 아버지도 건드리신 적이 없는 나의 싸대기를 후려쳤다. 너무나 어이없는 <br><br>상황에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붉어진 뺨을 손으로 비비면서, 나를 때린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br><br><br>“네 짓이냐? 이 변태새끼야! 지금 장난해? 여긴 어디야?”<br><br><br>내가 이렇게 아무 저항 못하고 있을 때, 모자를 눌러 쓴 남자가 다가와서 여자의 팔을 붙잡았다. <br><br>모자 쓴 남자의 뒤를 이어, 팔에 문신이 가득한 건장한 남자랑 정장차림의 아줌마가 뒤따라 왔다. <br><br><br>“너희들은 뭐야? 너희도 한 패냐? 니들 콩밥 먹고 싶어?”<br><br><br>여자는 모두에게 소리를 지르고, 팔을 거세게 흔들며 저항했지만, 모자를 쓴 남자의 힘에 꼼짝 못하였다.<br><br><br>“저기요, 저희가 아무래도 같은 처지인 거 같은데, 그만 하시죠.”<br><br><br>모자를 쓴 남자는 침착하게 여자를 타일렀다.<br><br><br>“그래요. 아가씨, 좀 진정하세요.”<br><br><br>얼떨결에 뺨을 맞은 나였지만, 나 역시 그 여자보다는 지금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있던 터라 침착하게 <br><br>여자를 진정시켰다.<br><br><br>“오호, 드디어 8명이 모두 모였네요.”<br><br><br>스피커에서 역겨운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그리고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목소리가 나오는 <br><br>천장 위를 바라보았다.<br><br><br>“여러분, 일단 복도 중앙에 넓은 곳으로 나오세요. 그리고 그곳에 있는 원탁에 빙 둘러 앉아서 제 얘기 좀 경청하세요.”<br><br><br>“이건 또 뭐야?”<br><br><br>역시나 그 여자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불쾌한 소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주변 <br><br>사람들의 분위기와 무력에 눌려 순순히 그 녀석의 지시대로 행동했다. 스피커에서 나온 말대로 복도 <br><br>중앙은 다른 복도와는 달리 공간이 넓었고, 그 가운데에 정확히 여덟 개의 의자가 놓여있는 원탁이 <br><br>있었다. 그리고 복도의 네 귀퉁이에는 작은 구멍이 있었고, 그곳에서는 붉은 불빛이 반짝거렸다. <br><br>카메라가 있는 게 분명했다.<br><br><br>“다 모였는데 이제 어떻게?”<br><br><br>할아버지가 먼저 천장의 스피커를 향해 입을 여셨다.<br><br><br>“모두들 자리에 앉으셨군요. 일단 문 앞의 종이는 모두 보셨으리라 믿겠습니다. 제가 정성들여 만든 건데 보셔야죠. 하하하. 우선은 서로 같이 역할극을 할 건데 누가 누군지 알아야겠죠? 자기소개를 하시죠. 서로들 모르잖아요?”<br><br><br>그 녀석의 말을 듣고, 모두들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일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 그리고 <br><br>낯선 장소, 그리고 불쾌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자기소개라니. 참으로 어이없는 요구다.<br><br><br>‘기분 나쁜 녀석, 네 소개나 하시지?’<br><br><br>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녀석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자기소개를 해댔다. <br><br><br>“쑥스러워하시기는, 빨리들 하시지. 그럼 사교성 있는 저부터 할게요. 저는 여러분을 가둬 놓은 납치범이자, 여러분의 몸속에 폭탄을 심어놓은 폭탄테러범이자, 역할극을 꾸민 감독이자, 이제부터 여러분의 역할극을 보게 될 관객이라고 합니다. 하하하”<br><br><br>녀석은 흥에 겨워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우리에게 저지른 악행을 마치 <br><br>자랑하듯이 떠벌리는 게 영 못마땅했다.<br><br><br>“저 새끼 말투가, 아주 넌 잡히면 뒤져 그냥! 쥐새끼 같은 놈!” <br><br><br>팔에 가득한 문신, 쩍 벌어진 어깨, 딱 조폭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탁자를 치며 소리쳤다.<br><br><br>“본인 소개나 하시죠, 괜히 도발하지 마시고. 일단은 저 분의 말을 따릅시다. 당신들이 일어나기 전에 저도 몇 번이나 대화를 시도했지만 저 분하고는 대화가 안 돼요. 우선, 저분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저분도 우리를 밖으로 보내주겠죠.” <br><br><br>정장차림의 아주머니가 안경을 고쳐 쓰며 조심스레 한마디 했다. 아주머니의 아랫입술이 파르르 미묘하게 <br><br>떨리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 꽤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게 아마도 이 낯선 상황에 꽤 적응된 것으로 <br><br>보였다. 거칠게 말하던 아저씨도 아주머니의 말씀에 조금 기가 눌린듯했다.<br><br><br>“아유, 저 새끼 때문에 흥분해서 죄송했습니다, 아주머니. 그럼 저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뭐냐,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 있는 강남에서 아주 잘나가는 조직, 빡구파의 고위간부 쌍용이라고 합니다. 이상용”<br><br><br>상용 아저씨는 자신의 셔츠를 걷어서 양쪽팔뚝에서 승천하는 용두마리, 쌍용을 보여주며 말했다. <br><br>꽤나 힘을 과시하는 타입으로 보였다. 아니, 확실히 남에게 힘을 과시하는 타입이다. <br><br><br>“그 다음은 제가 소개할게요. 저는 대학생으로,”<br><br><br>“대학 어디? 무슨 대학?”<br><br><br>상용 아저씨는 모자 쓴 남자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끼어들며 질문했다.<br><br><br>“네, 서울대 다니고 있습니다.”<br><br><br>모자 쓴 남자는 상용 아저씨에게 의미를 알 수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br><br><br>“에이, 지금 확인 못한다고 둘러대긴”<br><br><br>상용 아저씨는 모자 쓴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상용 아저씨의 시비에도 모자 쓴 남자는 <br><br>표정변화 없이 침착함을 유지했다. 내 생각에 둘 중하나일 것이다. 상용 아저씨한테 겁먹었거나, 진짜로 <br><br>서울대가 아니거나. 모자 쓴 남자의 소개가 끝나고, 5초 정도의 침묵이 흘렀다, 그대로 놔두면 침묵이 <br><br>길어질 거 같아서 내가 소개를 하려고 입을 떼려는데, 그동안 조용히, 말 한마디 없던 학생이 손을 들었다.<br><br><br>“그 다음은 제가 소개해도 될까요?”<br><br><br>학생의 비브라토 섞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모두들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br><br><br>“예, 저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고요. 이름은, 이름은, 이름은 꼭 말해야 하나요? 모르는 사람들인데,”<br><br><br>가방끈을 양손으로 꼭 붙잡은 채, 주눅 들어 자기 소개하는 걸 보니, 내가 다 안쓰러웠다. 게다가 <br><br>학생의 이름은 이미 명찰보고 알고 있었다. 안세형. 근데 그렇게 굳어 있는 세형학생에게 상용 아저씨는 <br><br>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br><br><br>“야, 넌 남자새끼가 어깨 좀 피고, 너 이 새끼 학교에서 맞고 다니지? 내가 학교 다닐 때, 너 같이 기생오라비 같은 애들이 제일 싫었는데”<br><br><br>상용 아저씨의 질책에 세형학생은 울먹였다.<br><br><br>“상용씨, 제가 써준 역할대로 행동하세요. 나대지 말고!” <br><br><br>스피커에서 처음으로 옳은 소리가 나왔다. 스피커의 소리는 빡구파의 쌍용이라는 닉네임에 쫄아서 <br><br>한마디도 못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었다. 상용 아저씨도 갑작스런 지적에 당황해하다가 이내, <br><br>천장의 스피커를 향해 욕을 해댔다.<br><br><br>“뭐라고? 이 새끼야! 거기 숨어서 쪼개지 말고 나와!”<br><br><br>“상용씨, 역할대로 행동하시죠? 마지막 경고입니다.”<br><br><br>좀 더 냉랭해진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모두가 목소리의 분위기가 바뀐 걸 눈치 챘지만 <br><br>상용 아저씨만은 더욱 흥분해 소리치기 바빴다.<br><br><br>“나오라고!! 새끼야! 숨져볼래?”<br><br><br>“펑!”<br><br><br>기계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르던 상용 아저씨의 입에서 육두문자대신 붉은 피가 <br><br>뿜어져 나와 사방에 흩어졌다. 입에서 피를 토해내던 상용 아저씨는 그의 육중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br><br>‘철푸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br><br><br>“꺄악!!!”<br><br><br>“으아!!”<br><br><br>내 옆에 앉아 있던 여자는 자신의 얼굴에 핏방울이 튀기자 비명을 질러댔고, 세형학생은 이성을 잃고 <br><br>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br><br><br>“그러니까 역할을 제대로 했어야지. 서울대를 나왔다는 모자 쓰신 분, 힘들겠지만 상용씨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종이를 꺼내 그의 역할이 뭔지 확인해주세요. 그가 얼마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는지 모두가 알아야하니까요!”<br><br><br>스피커는 지시를 했고, 스피커의 지시에 따라 모자를 쓴 남자는 천천히 상용 아저씨의 시체에 다가가 <br><br>주머니를 뒤졌다. 주머니에서는 구겨진 종이가 나왔고, 모자를 쓴 남자는 그 종이를 펼쳐서 보더니 <br><br>나에게 건넸다. 나는 당황한 와중에 종이를 건네받았고,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br><br><br><br><br><br><br>당신의 역할은 ‘겁쟁이’입니다.<br><br>모든 것들을 두려워해주세요.<br><br><br><br><br><br><br>애초에 상용 아저씨가 소화하기에는 불안한 역할로 보였다. <br><br><br>‘저런 건달한테 겁쟁이라니’ <br><br><br>이윽고 사람들이 상용 아저씨의 종이를 돌려보자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렸다.<br><br><br>“상용씨의 역할은 ‘겁쟁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겁쟁이처럼 행동하지 않았어요. 그것은 여러분들도 공감할겁니다.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역할극이라도 좋으니 사회에서 힘 좀 쓰는 사람이 겁먹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는데. 어쨌든 이제 다들 자기가 맡은 역할의 중요성은 알겠죠? 뭐, 역할의 중요성은 상용씨 하나로 깨우쳤으면 좋겠네요. 하하하”<br><br><br>절반 이상이 패닉상태인 채로 고개만 끄덕거렸다. 모자를 쓴 사내는 고개를 숙여, 피가 번지고 있는 <br><br>바닥을 응시한 채 멍하니 있었고, 옆에 여자는 엎드린 채, 울고 있다. 아주머니와 할아버지는 황급히 <br><br>상용 아저씨의 시체가 나뒹구는 자리를 떠났고, 수염 아저씨는 학생이 걱정되는지 학생의 방문을 <br><br>두드렸다. 모두들 진짜로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걸 감지하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br><br>그리고 모두 깨달았다.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은 중요하다고. 이제부턴 목숨을 걸고, <br><br>역할극을 해야 한다고. 나 또한 그렇다. 이제부터 내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br><br><br><br><br><br>상용 아저씨가 본보기로 죽은 후, 모두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았다. 나 역시 문을 잠그고 <br><br>혼자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변조된 목소리로 나를 괴롭히던 천장위의 스피커 역시 <br><br>상용 아저씨가 죽은 후로 잠잠했다. 그 녀석은 상용 아저씨를 죽일 때, 망설임이 없었다. 그리고 사람을 <br><br>죽인이유 또한 별것도 아니었다. 이 빌어먹을 역할놀이 때문에. <br><br>두려움과 분노에 몸이 떨려서, 억지로 잠들려 해도 잠이 오질 않았다. <br><br>푹 자고 일어나서<br><br><br> ‘악몽을 꿨네.’ <br><br><br>이러고 그냥 훌훌 털고, 일어나서 평소처럼 대충 아침 겸 점심으로 계란 하나 ‘탁’ 깨뜨려 넣은 라면 <br><br>하나 끓여서 먹고, 남은 국물은 찬밥에 말아 먹은 다음. 해가 질 때까지 계속 컴퓨터를 하다가 <br><br>친구들한테 전화해서 밤에 모여서 소주 한잔하면 좋으련만. 무심코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넘어가고 <br><br>있었다. <br><br><br>‘종이에는 제한시간이 4일이라고 했다. 그러면 4일 후, 역할을 잘하면 집에 보내 주려나?’<br><br><br>“똑똑똑”<br><br><br>누군가의 노크소리에 감고 있던 눈이 떠졌다. 나도 모르게 잠깐 졸아버린 모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br><br>졸다니 나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2시정도 됐겠지’라고 생각하며 손목시계를 보니, <br><br>8시였다. 졸았던 게 아니라 마음 놓고 푹 잔 거였다. 난 정말 대단하다.<br><br><br>“똑똑똑”<br><br><br>계속되는 노크소리에 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문고리를 쥔 순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br><br>나는 문의 옆의 벽에 기대어 말했다.<br><br><br>“누구세요?”<br><br><br>함부로 문을 열어줄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신중하게 행동했다.<br><br><br>“아, 저는 어제 서울대 다닌다고 소개한 사람입니다.”<br><br><br>“근데, 무슨 일로?”<br><br><br>“할아버지 기억나시죠? 할아버지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다들 불렀거든요. 지금 모두 모이고 그쪽만 남았는데.”<br><br><br>나는 혹시나 해서 쥐새끼 한 마리 들어올 정도로 문을 조금 열고, 바깥을 바라봤다. 모자를 쓴 남자가 <br><br>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게 보였다. 나는 머쓱해서 산발이 된 머리를 긁적이며, 문을 열고 나왔다. <br><br>바깥 통로에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벽에 기대거나,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있었다.<br><br><br>“다들 여기서 뭐하세요?” <br><br><br>할아버지는 내게 복도의 중앙에 번져있는 피를 눈으로 가리키며 대충 눈치를 줬다. 순간적으로 중앙복도에 <br><br>상용 아저씨의 시체가 있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시체가 있는 곳에서 대화를 하기에는 다들 <br><br>심장이 너무 약한 모양이었다.<br><br><br>“하실 말씀이 도대체 뭐죠?”<br><br><br>모자를 쓴 남자가 먼저 이야기를 했다.<br><br><br>“흠”<br><br><br>할아버지는 헛기침을 한번 하시더니, 주위를 둘러보곤 말을 이으셨다.<br><br><br>“아무래도 우리가 서로를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불렀습니다. 우리가 여기로 잡혀온 이유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에헴”<br><br><br>할아버지는 말씀을 하시고 이리저리 눈치를 보셨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도 정말 용기를 내서 하신 <br><br>말씀일 것이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서로가 서로를 알고, 신뢰하고, 힘을 합치면 좋겠지만 상황이 상황 <br><br>나름인지라. <br><br><br>“서로의 무엇을 알자는 거죠?”<br><br><br>정장차림의 아주머니가 말했다.<br><br><br>“에, 그러니까, 뭐 자세한 건 아니라도,”<br><br><br>할아버지는 아주머니의 비협조적인 말투에 당황하셨는지, 말을 더듬으셨다.<br><br><br>“최재희라고 합니다. 어제 말했다시피 대학생이고요. 그리고 이름정도는 서로 알아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br>자신의 역할까지는 무리더라도”<br><br><br>모자를 쓴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흠,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꽤 멋있게 말했다. <br><br>역할의 비공개 또한 좋은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규칙에 쓰여 있던<br><br><br>-본인의 역할수행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여도 상관없습니다.<br><br><br>종이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역할을 함부로 말할 리가 없었다. 재희씨는 말을 마치고 <br><br>아주머니와 할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br><br><br>“흠, 제가 먼저 소개를 했어야 했는데. 저는 권태식이라고 합니다. 그냥 할아버지라고 불러주십시오. 그게 편하니까, 에헴.”<br><br><br>할아버지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br><br><br>“전 김수정 이예요. 그리고 아저씨, 저번에 때린 건 미안해요.”<br><br><br>할아버지의 말씀이 끝나자, 여자는 불쑥 자신의 이름을 말하더니, 이내 나를 보며 저번에 나의 따귀를 <br><br>때린 것을 사과했다. 하지만 건성으로 사과를 한 것인지라,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게다가 나보고 <br><br>아저씨라니, 하여튼 요즘 여자들은.<br><br><br>“저는 우소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저씨가 아닙니다.”<br><br><br>나는 소개를 하면서, 내가 정말 소인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저씨가 아니라는 말은 수정이라는 <br><br>여자를 보며 해댔으니. <br><br><br>“저는, 저는 안세형입니다. 고등학생이고요.”<br><br><br>특유의 비브라토 섞인 소리로 세형학생이 소개를 했다. 뭐, 이름은 원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br><br>어제보다 진정이 됐는지, 목소리의 떨림이 덜하다. 이제 소개를 하지 않은 사람은 둘. 차분한 아주머니와 <br><br>말 한마디 없는 수염 아저씨. 모두가 그 두 사람을 번갈아 응시하자 아주머니가 알겠다는 듯이 <br><br>고개를 끄덕였다.<br><br><br>“정미숙이라고 합니다. 그냥 정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세요.”<br><br><br>정 선생님의 소개가 끝나고 모두 수염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수염 아저씨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br><br>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손으로 X자 표시를 하며 입에 댔다. 그러고 보니, 저 수염 <br><br>아저씨가 말하는 걸 못 봤다.<br><br><br>“말을 못하시나?”<br><br><br>재희씨가 떠보듯이 말하자, 수염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는 허공에 손을 휘둘러댔다.<br><br><br>“여기, 수화 할 줄 아는 분 있나요? 저 아저씨가 수화로 말하시는데 통역 좀 해주세요.”<br><br><br>재희씨는 수염 아저씨의 수화를 알아보려고 사람들에게 물었다.<br><br><br>“모르는데요.”<br><br><br>다들 고개를 저었다. 나 또한 모른다고 했다. <br><br>하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수화를 할 줄 안다. 대학교 다닐 때,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많이 배웠고, <br><br>덕분에 간단한 의사소통은 다 할 줄 안다. 하지만 내가 수화를 해봤자, 수염 아저씨는 못 알아 볼 게 <br><br>분명했다. 왜냐하면 저 아저씨가 하고 있는 손짓은 모두 엉터리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저 아저씨는 <br><br>실제로 말을 못하는 장애가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 분명했다. <br><br>아마도 그 역할은 벙어리일 테지. <br><br>당분간 이 사실은 나만 아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r><br><br>“학생, 거기 가방에 필기구 있지?”<br><br><br>“네,”<br><br><br>“그러면 그걸로 의사소통하면 되겠다.”<br><br><br>세형학생은 재희씨의 말대로 종이와 펜을 꺼냈고, 재희씨는 그것을 수염 아저씨에게 주었다. <br><br>수염 아저씨는 펜을 가지고, 무언가를 썼다.<br><br><br>- 박만도라고 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제 의견을 말하겠습니다. -<br><br><br>그렇게 각자의 소개가 마무리 지어졌다. 대충 뭔가 마무리 지어지니, 잊고있던 허기가 느껴져 배가 <br><br>고파졌다. 여기 온 후로 물도 못 마시고, 아무것도 못 먹었다. 나는 주위를 살피다가 여기서 가장 <br><br>친절해 보이는 재희씨에게 슬며시 물었다. <br><br><br>“혹시, 식사는 하셨나요? 물은 어디에 있죠?”<br><br><br>나의 분위기를 확 깨는 질문에 재희씨는 나의 입장을 생각해서 귓속말로 말해주었다.<br><br><br>“방에 보면 구석에 냉장고가 있을 거예요, 거기에 음식들이 있는데 역할극이 끝나는 4일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예요.”<br><br><br>“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br><br><br>재희씨의 역할은 혹시 천사일까? 남자한테까지 친절한 남자는 보기드믄데 정말 존경스러웠다. 재희씨의 <br><br>말을 듣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방에 들어가려는데, 반대편 방을 쓰는 수정씨가 나를 불러 세웠다.<br><br><br>“저기요, 소형씨라고 했죠. 궁금해서 그러는데. 여기서 굶어야하나요? 음식은 어떻게 해결하죠?”<br><br><br>“모르겠는데요.”<br><br><br>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들 닫고 냉장고를 찾았다. 방의 구석에는 재희씨의 말대로 작은 냉장고가 있었다. <br><br>냉장고에는 물이랑, 식빵, 그리고 초콜릿 등이 있었다. 나는 빵과 물을 집어서 침대에 앉아서 먹었다. <br><br>간소했지만 배고픈 내 배에게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는 대충 우리가 하고 있는 <br><br>역할놀이에 대해 생각했다.<br><br><br>나의 역할은 ???, 그리고 수염 아저씨, 아니 만도 아저씨의 역할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벙어리. <br><br>나와 만도 아저씨가 맡은 역할을 봤을 때는 별로 위험하지 않다. 그리고 아직은 그들의 역할을 <br><br>모르겠지만 세형학생, 재희씨, 수정씨, 할아버지, 정 선생님은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br><br>세형학생은 겁이 많은 거 같고, 재희씨는 착하고,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고, 정 선생님은 말하는 게 좀 <br><br>깐깐하지만 뭐 위험해 보이지는 않고, 수정씨는 좀 위험하지만 뭐 여자니까, <br><br>우리를 가둬 놓은 녀석의 말대로 역할만 제대로 수행하면 그렇게까지 목숨이 위험하지는 않겠다는 <br><br>생각이 들었다.<br><br><br><br>대충 생각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 나가자, 방의 반대편에 수정씨가 빵을 손가락으로 뜯어 <br><br>먹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눈을 마주치기가 겁나 그냥 무시하고, 재희씨와 할아버지 그리고 <br><br>정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갔다. 셋은 모여서 뭔가 대화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어떻게 자연스럽게 <br><br>대화에 끼어들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나는 이곳이 꽤 따뜻한데도 아직 정장을 제대로 갖춰 입은 <br><br>정 선생님을 보며 말했다. 자연스럽게.<br><br><br>“덥지 않으세요? 전 더워서 티셔츠 하나만 입고 있는데”<br><br><br>“제 마음이에요, 상관하지 마세요.”<br><br><br>나는 날카로운 반응에 움찔했다. 뭐, 어느 정도 깐깐한 건 알았지만. 같이 대화를 하던 할아버지와 <br><br>재희씨도 정 선생님의 갑작스런 정색에 꽤 놀란 눈치였다. <br><br><br>“전 이만 방으로 가보겠습니다.”<br><br><br>정 선생님은 그러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 역시 민망함에 눈치를 보다가 도로 방으로 들어갔다. <br><br><br>‘뭐야! 괜히 짜증이나 내고, 잠이나 자야지.’<br><br><br>나는 찝찝한 마음을 안고 잠을 청했다. 생각했던 거보다 안전하다고 느껴서 그런지는 몰라도 첫날보다 <br><br>편안했다. 생각해보니 벌써 이틀 째, 오늘은 그 녀석의 목소리도 하루종일 안 들렸다. <br><br>그래서 그런지 잠이 잘 왔다.<br><br><br><br><br><br><br><br><br><br><br>“털썩, 뚜벅뚜벅, 또각또각.”<br><br><br>잠귀가 밝은 탓에, 밖에서 나는 괴상한 소리에 눈이 떠졌다. 나는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br><br>문을 열었다. 나 말고도 재희씨, 정 선생님이 통로에 나와서 숨죽이고 복도중앙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br><br>나는 조용히 재희씨에게 물었다. <br><br><br>“무슨 일이죠?”<br><br><br>“모르겠어요. 복도 중앙 쪽에 뭔가 있어요.”<br><br><br>재희씨는 그렇게 말하고, 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는 서서히 복도중앙 쪽으로 다가갔다. <br><br>나 역시 재희씨를 따라갔다. 그리고 내 뒤를 정 선생님이 따랐다. 재희씨는 눈치를 보다가 순간적으로 <br><br>뛰쳐나갔다. 나 역시 재희씨의 뒤를 따라 나갔다. 복도중앙의 구석에 뭔가 보였다. <br><br><br>“누구냐?”<br><br><br>재희씨가 구석에 있는 그것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그것이 일어났다. 자세히 보니, 세형학생이었다. <br><br>하지만 그 광경이 가히 호러스러웠다. 바닥에는 누군가의 팔과 다리가 잘려져 널브러져 있고, <br><br>피로 물든 교복 와이셔츠를 입은 세형학생의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이 들려 있었다. <br><br>무엇보다 끔찍했던 건 세형학생의 울고 있는 모습이었다.<br><br><br>“아니에요”<br><br><br>세형학생이 우리에게 다가오며 중얼거렸다. 나는 너무 놀라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br><br>그 때, 뒤에 있던 정 선생님이 정장마이의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br><br><br>“탕”<br><br><br>한 발의 총성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오던 세형학생은 ‘털썩’ 쓰러졌다. 재희씨가 황급히 손에 권총을 <br><br>든 정 선생님의 손을 붙잡았지만 이미 방아쇠가 당겨진 후였다. <br><br>총알은 애석하게도 세형학생의 이마에 명중했고, 세형학생은 비명한마디 없이 즉사했다. <br><br>순간적으로 이마에 구멍이 뻥 뚫린 채, 피눈물을 흘리며 쓰러지는 세형학생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고, <br><br>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br><br><br>“날, 죽이려고 했어.”<br><br><br>정 선생님이 중얼거렸다. 세영학생을 죽이고, 이성을 잃은 듯했다.<br><br><br>“소형씨 좀 도와주세요.”<br><br><br>정 선생님의 권총을 뺏으려는 재희씨는 힘이 부치는지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br><br><br>“예?, 네” <br><br><br>도와준다고 대답은 했지만, 난 주저앉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나서지 않아도, <br><br>곧 총소리를 듣고 뛰쳐나온 할아버지와 만도 아저씨가 대충 눈치를 채고 재희씨를 도와 이성을 잃은 <br><br>정 선생님을 뒤에서 붙잡았고, 그 틈에 재희씨가 권총을 정 선생님의 손에서 빼내었다. 그리고는 <br><br>총구를 정 선생님의 이마에 겨누었다. 순식간에 상황종료였다. <br><br><br>“권총을 이리 줘, 내꺼야”<br><br><br>정 선생님은 만도 아저씨에게 붙잡힌 채, 자신을 겨누는 재희씨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br><br><br>“왜 총을 쐈죠?”<br><br><br>재희씨는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하며 정 선생님에게 물었다.<br><br><br>“날, 죽이려 했어, 손에 칼을 쥐고 있었어!!”<br><br><br>정 선생님은 악을 써댔다.<br><br><br>“울고 있었어요! 칼도 손에서 버리려했고!”<br><br><br>재희씨의 말이 맞았다. 나 역시도 세형학생의 끔찍한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기는 했지만, 뭐랄까? <br><br>그다지 위험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생명의 위협은 느끼지 못했다고나할까? 하지만 정 선생님은 <br><br>한 치의 망설임 없이 총을 쐈다. 우리들 중에 가장 안전한 맨 뒤에 있었으면서.<br><br><br>“왜 죽였냐고요!! 그리고 권총은 어디서 났어요?!!”<br><br><br>재희씨는 다시금 물었다. 권총을 손에 쥔 채 부르르 떨면서.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br><br>재희씨가 총을 쏠 수 없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는 재희씨는 남에게 총을 쏠만한 사람이 아니었고, <br><br>무엇보다 지금 총을 쏜다면 뒤에서 정 선생님을 붙잡고 있는 만도 아저씨도 총에 맞을 게 분명했다. <br><br>재희씨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br><br>그렇다면 재희씨가 이렇게까지 정 선생님을 위협하며 추궁하는 이유는? <br><br><br>‘아마도 권총까지 가지고 있는 정 선생님이 맡은 역할을 알아보기 위해서겠지.’<br><br><br>“그게 내 역할이니까!!! 그래서 총을 쐈어.”<br><br><br>정 선생님이 울면서 주저앉았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재희씨의 추궁에 정 선생님은 자신의 역할이었음을 <br><br>실토해냈다. 뭐, 처음 보는 학생의 목숨보다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는 역할이 더 소중한 것은 <br><br>당연한 거니까. 그렇다고 ‘그냥 죽이고 싶어서 쐈어’라고 할 수도 없고. 이로써 내가 생각했던 안전한 <br><br>역할놀이는 끝이 났다.<br><br><br>“와우! 드디어 여러분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군요. 관객으로써, 지루했었는데 이제야 보기 좋네요. 팝콘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네요. 하하하”<br><br><br>오랜만에 스피커에서 그 녀석의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만약 눈앞에 그 녀석이 있다면 갈기갈기 <br><br>찢어버렸겠지만, 할 수 있는 건, 그저 묵묵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그 녀석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br><br>듣는 것밖에 없었다.<br><br><br>“우소형씨,”<br><br><br>스피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br><br><br>“예?”<br><br><br>나는 엉겁결에 대답을 했다. <br><br><br>“방금 전에 죽은 학생의 역할이 뭐였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학생의 방에 들어가서 가방앞쪽의 포켓을 열어보세요. 하하하”<br><br><br>나는 스피커의 소리를 듣고서 그냥 천장만 멍하니 바라봤다. 그런 내게 재희씨가 말했다.<br><br><br>“제가 가볼게요.”<br><br><br>재희씨는 천천히 세형학생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르고, 방문을 열고 <br><br>내게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다. <br><br><br><br><br><br><br>당신의 역할은 시체처리반입니다.<br><br>시체가 생기면 칼로 썰어서 중앙복도의 구석에 있는 수거함에 넣어주세요.<br><br>(칼은 침대 밑에 있습니다.)<br><br><br><br><br><br><br>“학생은 우리를 해치려하지 않았어요. 그건 느낌으로도 알 수 있었어요. 내가 조금만 빨리 움직였어도, 구할 수 있었을 텐데.”<br><br><br>재희씨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나도 만도 아저씨도, 할아버지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br><br><br>“죄송해요. 이대로 있어봤자 우리는 모두 죽을 거예요. 아무도 지키지 못하고.”<br><br><br>재희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세영학생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너무 순식간이라 말리려 했지만 <br><br>말릴 수가 없었다. <br><br><br>“탕”<br><br><br>문밖으로 단발의 총성이 새어나왔다. 모두들 놀라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총소리가 복도에 서 울리다가 <br><br>사라지고,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침묵이 흐르는 동안, 아무도 방안을 확인하지 못했다. 2분정도 <br><br>지났을까? 나는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용기를 내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br><br>방의 중앙에는 재희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었다.<br><br><br>‘재희씨, 이 방법밖에 없었나요?’<br><br><br>나는 조용히 다가가서 재희씨가 떨어뜨린 권총을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문을 닫았다.<br><br><br>“어떻게 됐는가?”<br><br><br>할아버지가 내게 물었다.<br><br><br>“재희씨는 자살했습니다.”<br><br><br>할아버지와 만도 아저씨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그 사이 정 선생님은 벽을 짚고 일어섰다. <br><br>저 사람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둘이나 죽었다고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br><br><br>“당신은 내가 죽이겠어.”<br><br><br>나는 권총으로 정 선생님을 겨눴다. 하지만 나는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었고, 정 선생님은 그런 나를 <br><br>담담히 보다가 내가 들고 있는 권총을 손으로 쳐냈다. 총은 쇳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br><br>내가 총을 다시 주워서 다시 정 선생님을 겨누자, 정 선생님이 말했다.<br><br><br>"총알은 2발밖에 없었어. 자살도 죽은 건 죽은 건데"<br><br><br>정 선생님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벽을 짚고 힘겹게 걸어갔다. 나는 더욱 화가 났고, <br><br>만도 아저씨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정 선생님에게 달려드는 나를 막아섰다. <br><br><br>“내 역할은 이제 끝났어.”<br><br><br>정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했다. 정 선생님이 방문을 열자 방안에서 <br><br>무언가가 튀어나오며 정 선생님을 반대편벽으로 밀어냈다. 지금까지 안보이던 수정씨였다. <br><br>수정씨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고, 그 칼은 정 선생님의 배에 정확히 꽂혔다. 수정씨는 칼에 맞고 <br><br>고통스러워하는 정 선생님의 귀에 대고 말했다. 다 들리게끔.<br><br><br>“왜 웃고 있는 거야? 죽어버려!”<br><br><br>정 선생님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수정씨는 그런 정 선생님을 아랑곳하지 않고 <br><br>칼로 배를 더욱 깊이 쑤셨다.<br><br><br>“펑!!”<br><br><br>순간, 기계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고, 칼로 배를 찌르던 수정씨의 얼굴에 정 선생님이 피를 토해냈다. <br><br>피로 범벅이 된 수정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br><br>나는 혹시 수정씨도 죽었나하고, 얼른 쓰러진 그녀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그녀는 기절한 것 뿐이었다. <br><br>나는 상의를 벗어 그녀의 얼굴에 잔득 묻은 피를 어느 정도 닦아내었다. 순간 스피커에서 그녀석의 <br><br>목소리가 흘러나왔다.<br><br><br>“와우, 뜸을 들였던 만큼 모두가 화끈하게 보여주는 군요. 제가 원했던 거예요. 특히나 젊은 아가씨, 참 대단하군요. 꼭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하하하”<br><br><br>그 녀석은 우리끼리 서로 죽이는 것이 마냥 즐거운 모양이었다. 결국 모든 상황이 놈이 바라던 대로 됐고, <br><br>우리는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했다.<br><br><br>“와우? 지금 감탄이 나와?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이 개죽음을 당했는데? 고작 네 녀석이 엉성하게 짜놓은 역할놀이 때문에!!”<br><br><br>나는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br><br><br>“워~워~, 진정하세요. 소형씨, 그나저나 궁금하지 않으세요? 총을 들고 있던 아줌마의 역할. 궁금하시다면 아주머니가 입고 있는 상의의 안주머니를 보세요.”<br><br><br>나는 원망가득한 눈으로 천장을 한번 보고, 천천히 정 선생님의 시체 쪽으로 다가갔다. <br><br>결코 그 녀석의 지시를 따르는 게 아니다. 나는 그 녀석이 지시를 하지 않았어도 그녀의 역할을 <br><br>확인했을 것이다. 정 선생님의 역할이 너무 궁금했다. <br><br>그녀의 몸은 피와 살점으로 뒤덮여 어떤 게 옷이고, 어떤 게 가죽인지 헷갈렸다. <br><br>나는 한참을 헤집다가 겨우 마이의 안주머니에서 빨갛게 물든 종이를 찾아냈다. <br><br>피가 묻어 있었지만 충분히 글씨는 알아볼 수 있었다.<br><br><br><br><br><br><br>*중요역할<br><br>당신의 역할은 총잡이입니다.<br><br>총으로 2사람을 죽이세요. 총알은 2발이며 본인을 쏴도 상관은 없답니다.<br><br>(총과 총알은 냉장고 안에 있습니다.)<br><br><br><br><br><br><br>“아주머니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어요, 총잡이 빵야! 하하하”<br><br><br>“중요역할? 역할놀이는 개뿔!”<br><br><br>나는 종이를 구겨서 바닥에 내팽겨 쳤다. 결국 처음부터 정 선생님은 누군가를 꼭 죽여야만 했다. <br><br>그래야 정 선생님이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타깃이 내가 될 수도 있었다. <br><br><br>‘잠깐, 내가 죽을 수도 있었어?’<br><br><br>죽을 수도있었다라는 생각에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땀을 닦아내려다가 피로 붉게 물든 손을 보고 <br><br>잠시 멈추었다. 기분이 더러워서, 피가 묻은 손을 연신 바지에 문질러 닦았다. 바지는 더러워져도 <br><br>상관없었다. 그저, 내 손에 피가 묻는다는 게 너무 싫었다. 피를 어느 정도 닦고, <br><br>패닉상태에 빠져 멍하니 앉아있는 만도 아저씨와 기도를 하시는지 눈을 지그시 감고계신 <br><br>할아버지를 향해 다가갔다. <br><br><br>“아가씨는 살아있나?”<br><br><br>할아버지가 눈을 감은 채 내게 말했다.<br><br><br>“네, 기절한 거예요. 좀 있으면 일어나겠죠.”<br><br><br>할아버지 옆에 앉았다. <br><br><br>- 이제 아무도 죽지 않겠죠? - <br><br><br>만도 아저씨가 내게 종이를 건넸다.<br><br><br>“이제는 아무도, 아무도 죽지 않을 겁니다.”<br><br><br>말을 하면서도 힘이 쭉 빠졌다.<br><br><br>“저 아가씨, 기절했다고 했지? 역할을 확인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br><br><br>좀 찝찝했지만, 할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그녀 역시 우리의 눈앞에서 정 선생님을 죽였기에, <br><br>그녀의 역할을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br><br><br>“네, 그럼 제가”<br><br><br>일어서려고 하자, 할아버지가 내 팔을 붙잡았다.<br><br><br>“아니야, 아니야. 자넨 여기 있어. 내가 가지.”<br><br><br>할아버지는 일어나셔서 수정씨의 곁으로 서서히 다가갔다.<br><br><br>- 지금 몇 시야? -<br><br><br>만도 아저씨가 내게 물었다. 시계를 보니 4시였다.<br><br><br>“새벽 4시네요. 오늘로 3일째네요. 내일이면 이 끔찍한 일도 끝이네요.”<br><br><br>끝이라는 말에 나와 만도 아저씨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br><br>할아버지가 칼을 들고 수정씨를 사정없이 쑤시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br><br><br>“무슨 짓이에요!!”<br><br><br>나는 할아버지를 향해 소리쳤고, 만도 아저씨도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할아버지는 우리의 말을 듣고, <br><br>손에 쥐고 있던 칼을 바닥에 내던지고 두 손을 들었다.<br><br><br>“이제 끝났어. 이제 죽을 사람들은 죽었어. 나를 믿어줘! 여기! 그 종이는 내 역할이야”<br><br><br>할아버지는 우리 쪽으로 종이를 던졌고, 나는 종이를 주워서 펼쳤다.<br><br><br><br><br><br><br>당신의 역할은 인구조절입니다.<br><br>본인포함, 3명을 남겨주세요. 그 이하 그 이상도 안 됩니다.<br><br>(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절로 줄어들 테니.)<br><br><br><br><br><br><br>쇠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뭔가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br><br><br>눈을 뜨자 스피커가 달려있는 천장이 보였다. 일어나려고 고개를 들자 한 밤의 끔찍했던 기억이 <br><br>내 머릿속에 뒤엉켰고, 이내 할아버지가 수정씨를 찌르던 장면이 클로즈업되었다. <br><br><br>“으악!!”<br><br><br>침대 옆에 버젓이 앉아있는 할아버지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진정시키려는지 <br><br>멀찌감치 떨어졌다. 할아버지와 같이 내 곁에서 떨어져있던 만도 아저씨는 무언가를 적더니 놀라서 <br><br>바짝 긴장한 내게 보여주었다.<br><br><br>- 자네 기절했었어. -<br><br><br>만도 아저씨가 종이를 보여주면서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두들겼다.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자, <br><br>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br><br><br>“어떻게 된 거죠?”<br><br><br>“여기는 내 방이고, 기절한 자네를 데려온 거야”<br><br><br>“그거 말고요. 수정씨요.”<br><br><br>할아버지는 나의 질문에 움찔하시더니 이내 말씀하셨다. <br><br><br>“그게 내 역할이라 어쩔 수 없었어. 이왕 세 사람이 남는 거라면,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사람들과 남고 싶었어. 그리고 처음부터 느낌이 왔어, 여기 있는 자네와 수염이 있는 친구는 안전할거라는 느낌이.”<br><br><br>“그래서 만족하시나요?”<br><br><br>할아버지는 내 말을 듣고, 아무 말씀 못하시고 고개를 숙이셨다. 나도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었다. <br><br>할아버지의 목숨 또한 소중하니까, 하지만 수정씨를 죽이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할아버지를 <br><br>바라보기 힘들었다.<br><br><br>- 여기 그 아가씨의 역할 -<br><br><br>만도 아저씨는 내게 종이와 함께 메모를 보여줬다. 나는 만도 아저씨가 준 종이를 펼쳤다. <br><br>그것은 수정씨의 역할이었다.<br><br><br><br><br><br>당신의 역할은 최후의 여자입니다.<br><br>다른 여자를 죽이고, 최후의 여자가 되어주세요.<br><br>본인이 죽이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br><br>하지만 그렇게 되면 살려는 주겠지만, 역할놀이를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없겠죠?<br><br>(칼은 침대 밑에 있습니다.)<br><br><br><br><br><br><br>수정씨가 죽고 나서 스피커를 통해서 마구 웃어댔을 그 녀석 생각에 주먹이 쥐어졌다.<br><br><br>‘엿 같은 역할놀이’<br><br><br>나는 이 빌어먹을 역할놀이가 앞으로 얼마나 남았나 보려고 시계를 봤다. 밤 11시 50분이었다. <br><br>제한시간인 4일까지는 10분밖에 안 남았다.<br><br><br>‘오늘만 지나면 4일, 정말 끝이다.’<br><br><br>끝이라는 단어에 다시금 긴장이 풀려 침대에 드러누웠다.<br><br><br>“자네의 역할이 위험하지 않다는 건 알겠는데 자넨 역할이 뭔가? 그냥 궁금해서 그러네.”<br><br><br>할아버지가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내게 불쑥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는 정작 내가 맡은 역할에 <br><br>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순간 내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않은 거 같아서 불안해졌다.<br><br><br>- 역할을 말하기 곤란한가요? -<br><br><br>만도 아저씨가 종이를 내밀었다.<br><br><br>“아뇨, 말하기 곤란하진 않은데, 제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나 싶어서요.”<br><br><br>사실 그랬다. 주변에서 워낙 큰일들이 일어나서 정작 가장 중요한 내가 맡은 역할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br><br><br>“역할이 뭐 길래 그런가?”<br><br><br>할아버지가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만도 아저씨 역시 궁금했는지 조용히 내게 다가왔다. <br><br>나는 잠시 생각을 하고, 그 둘을 번갈아 보고 말했다.<br><br><br>“솔직한 사람이요”<br><br><br>할아버지와 만도 아저씨는 내 말을 듣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br><br><br>“사실이야? 역시 생각대로 별로 위험한 역할은 아니었지만 참, 대단하군.”<br><br><br>할아버지는 내 역할에 대한 놀라움과 이제 더 이상 끔찍한 일은 없을 거라는 안도감에 표정이 밝아지셨다. <br><br>그리고 나는 재빨리 이성을 되찾고 지금까지의 일들에 대해 생각을 더듬었다. 내가 역할을 잘 수행했는지, <br><br>못했는지. 분명 나는 100%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것은 <br><br>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다. <br><br><br>‘그렇다면 설마.’<br><br><br>시계를 보니 11시 59분에서 12시로 넘어가려했다. 어느 정도 상황파악이 된 나는 할아버지에게서 <br><br>멀찌감치 떨어졌다. 그리고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br><br><br>“할아버지, 안녕히 가세요.”<br><br><br>“펑!!”<br><br><br>기계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할아버지가 피토를 하면서 쓰러졌다. 만도 아저씨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br><br>너무 놀라서 거칠게 숨만 쉬었다. 사실 내 역할수행에 대해 생각을 할 때, 나는 내가 종이를 펼쳤던 <br><br>순간으로 돌아갔다.<br><br><br><br><br><br><br>당신의 역할은 거짓말쟁이입니다.<br><br>모두를 속여주세요.<br><br><br><br><br><br><br>이것이 종이에 적혀있던 내 역할이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내가 맡은 거짓말쟁이 역할에 대해서 <br><br>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나도 모르게 모두에게 거짓말을 해대고 있었다. <br><br>나는 수화를 할 줄 알면서도 모른척했고, 수정씨를 골려주기 위해서 음식이 어디에 있는지 알면서 <br><br>모른다고 했고,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재희씨에게 도와준다고 해놓고 도와주지 않았고, <br><br>정 선생님을 내 손으로 죽인다고 해놓고 죽이지 못했고, <br><br>좀 있으면 일어 날거라고 했던 수정씨는 영원히 일어나지 않았다. <br><br>시간을 알려주는 등의 간단한 의사소통을 빼고는 거의 거짓말이었다. <br><br>그리고 이건 정말 내 의지와 상관없지만, 내가 자살했다고 했던 재희씨는 아직 살아있는 게 분명했다. <br><br>내가 멀쩡히 살아 있는 걸보면. 그리고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그 사실은 확신으로 다가섰다. <br><br>왜 몰랐을까? 재희씨가 죽었을 때, 다른 사람이 죽었을 땐 역할이 뭔지 가르쳐주면서 떠들던 스피커가 <br><br>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 경솔했다. 단지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는 것만으로 재희씨를 <br><br>죽었다고 생각해버렸다. <br><br><br><br><br><br><br>지금 문 앞에 서있는 재희씨를. <br><br><br><br><br><br><br>재희씨는 자신의 옆구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br><br><br>“별로 놀라지 않는 걸 보니, 눈치 채고 있었나보네요. 소형씨.” <br><br><br>“재희씨, 역시 죽지않았군요. 5분전에 알았어요. 그나저나 재희씨한테 고마워해야겠는 걸요. 전 당신이 방에 들어가 스스로에게 총을 쐈을 때, 사람들에게 당신이 죽었다고 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살아있었죠. 덕분에 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거짓말을 해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고요. 만약에 당신이 진짜로 죽었다면 전 진실을 말해서 죽어버렸겠죠.”<br><br><br>“똑똑하시네요.”<br><br><br>“저도 서울대 다니거든요.”<br><br><br>재희씨는 내 농담을 듣고 피식 웃었다. 하지만 만도 아저씨는 나와 재희씨의 대화가 이해가 안 됐는지 <br><br>아직도 어리둥절해하며 나와 재희씨를 바라보았다. <br><br><br>“어차피 끝났는데 당신의 역할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주세요.”<br><br><br>나는 재희씨의 역할이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역할을 맡았길래, 죽은 척까지 하는지.<br><br><br>“저는 사실 경험자에요.”<br><br><br>“경험자라니요?”<br><br><br>“저는 이전에 있었던 역할놀이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지만, 생존자들 중에서 가장 역할 수행을 못해서 이번에 다시 역할놀이를 하게 된 거거든요.”<br><br><br>재희씨의 말을 듣고, 종이의 규칙이 다시 생각났다.<br><br><br>-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가장 역할놀이를 못하신 분은 역할놀이를 다시하게 됩니다.<br><br><br>“당신이 맡은 역할은 뭐죠?”<br><br><br>재희씨는 말을 하지 않고 대신 내게 종이를 건넸다.<br><br><br><br><br><br>당신의 역할은 시체3입니다.<br><br>세 번째로 죽는 시체역할을 맡아주세요, 물론 진짜 죽으라는 게 아닙니다.<br><br>(경험자니까 능숙하게 잘 할 수 있겠죠?)<br><br><br><br><br><br><br>재희씨는 종이를 보고 있는 나를 보며 계속해서 말했다.<br><br><br>“제 역할이 시체다 보니, 우선 시체처리를 맡은 사람을 처리해야했어요. 그 전의 역할놀이서 시체처리 역할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첫 번째 희생자가 생겼고, 밤에 잠들지 않고 ‘누가 시체를 치울까?’ 하고 밤에 몰래 지켜봤죠. 역시나 누군가 몰래 나와서 시체 근처로 가더군요.”<br><br><br>“세영학생이었죠.”<br><br><br>“맞아요, 그래서 만만하다는 생각에 혼자 처리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웬 아주머니가 나타나더군요. 예상 밖의 일이었어요. 거기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당신도 나타났어요.”<br><br><br>“근데 운이 좋게도 아주머니가 학생을 총으로 쏘더군요. 하지만 마냥 좋은 건 아니었어요, 여기서 만약에 한 사람이라도 더 죽으면 제가 3번째로 죽을 수 없으니까”<br><br><br>“그래서 필사적으로 총을 빼앗았군요.”<br><br><br>“그래요, 애당초 그 총으로 누군가를 해할 마음은 없었어요. 그리고는 스피커에서 당신에게 세영학생의 가방을 보라고 했을 때, 기회는 이때다 싶어 제가 대신 들어갔죠. 생각할 시간도 벌고, 총알의 숫자도 세려고요. 정말 하늘이 돕는지 총알이 딱 하나 남아 있었고, 어줍짢은 연기로 대충 자살로 넘어갔죠. 그리고는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죠. 물론 총으로 쏜 곳은 응급처치를 하구요.”<br><br><br>“이야!! 재희씨는 딱 한번해보고 완벽하게 적응하셨네요!!! 대단해요!! 하하하.”<br><br><br>스피커에서 감탄하는 그 녀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br><br><br>“이제 모두 끝났으니 내보내줘요”<br><br><br>나는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어 그 녀석에게 재촉했다.<br><br><br>“잠깐만요. 평가를 해야겠죠. 우선, 재희씨는 두말할 거 없이 통과. 정말 훌륭하게 본인의 역할을 했어요. 본인을 쏘는 희생정신도 뛰어났고. 뛰어난 두뇌로 작전도 잘 세웠어요. 그나저나 여기에 남아야 하는 사람을 고르는 게 힘들군요. 박만도씨와 우소형씨가 박빙인데요? 하하하.”<br><br><br>지금 평가에 따라서 집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여기남아서 목숨을 건 역할놀이를 더할지가 결정된다. <br><br>너무 긴장이 되서 두 손에 땀이 흥건했다.<br><br><br>“우소형씨, 본인이 역할을 잘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박만도씨가 역할을 더 잘했다고 생각하나요? 각자의 대답에 의해서 결정을 내릴게요.”<br><br><br>갑작스런 질문에 숨이 턱 막혀왔다. 바로 옆에 만도 아저씨가 있었지만 쳐다볼 수가 없었다. <br><br>생각하고 또 생각해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지. 나는 대답을 하기 전에 용기를 내서, <br><br>만도 아저씨를 쳐다봤다. 나와 마찬가지로 많이 긴장한 표정이었다.<br><br><br>“만도 아저씨가 더 역할을 잘해냈습니다. 저는 시간이라든가, 이름같은 경우에는 진실을 말했습니다.”<br><br><br>말해버렸다.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말해버렸다.<br><br><br>“그러면 박만도씨는 누가 더 잘했다고 생각하나요?”<br><br><br>박만도씨는 내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br><br><br>“제가 더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입을 꾹 다물고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br><br><br>만도 아저씨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거였는데, 별로 듣기 좋은 목소리는 아니었다.<br><br><br>“알겠습니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여기서 겪은 일들은 입도 뻥긋하지 말아주세요. 하하하”<br><br><br>푸쉬이이이.<br><br><br>순간 우리가 있던 방에 가스가 흘러들어왔다. 기분이 편안해지고 몸이 나른해졌다. <br><br><br><br><br><br><br><br><br><br><br>“끼이이이익”<br><br><br>갑자기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있는 곳은 아스팔트 도로였고, <br><br>주변에는 논과 밭이 보였다. 그리고 내 바로 옆에 급브레이크를 밟은 택시도 보였다. <br><br>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br><br><br>‘끝까지 나쁜 녀석이군, 이런 곳에 내버려두다니’<br><br><br>“이봐요, 괜찮아요? 이런 피까지 나네. 차에 부딪혔나요?”<br><br><br>놀라서 택시에서 내린 택시기사가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br><br><br>“아니에요, 그냥 다친 거예요. 그나저나 여기가 어디죠?”<br><br><br>나는 순간적으로 내가 겪은 일을 말하려다가 그 녀석의 마지막말이 떠올라 거짓말을 했다.<br><br><br>“예?”<br><br><br>“정말로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그래요” <br><br><br>“여기는 충남인데요?”<br><br><br>맙소사. 서울에서 충남까지 나를 끌고 오다니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br><br><br>“여기에는 버스도 없는데 택시 안타실래요? 빈 차인데. 워낙 손님이 없어서 하하하”<br><br><br>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툭툭 털고 일어나서 택시를 탔다. 며칠 동안 감금되어서 <br><br>그런지 바깥이라는 게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br><br><br>“어디까지 갈까요? 손님”<br><br><br>“그냥 가장 가까운 번화가로 가주세요.”<br><br><br>“네, 알겠습니다.”<br><br><br>나는 우선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br><br><br><br><br><br><br><br><br><br><br>“손님 다 왔습니다, 일어나세요. 13800원인데, 13000원만 주십시오.”<br><br><br>“예?”<br><br><br>너무 편안해서인지 깜빡 잠든 모양이었다. <br><br><br>“손님 돈 주셔야죠. 설마 없는 건 아니겠죠?”<br><br><br>택시기사의 말에 잠이 확 달아났다. <br><br><br>‘맞다. 지갑이랑 핸드폰은 그 녀석이 다 가져갔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은 달랑 500원인데 어떡하지?’<br><br><br>“지갑을 잃어버려서, 500원밖에 없는데 어쩌죠?”<br><br><br>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택시기사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br><br><br>“손님, 장난치지 마시고요, 주머니 좀 뒤져보세요. 뭐 찾아보지도 않고 지갑을 잃어버렸다니, 참나! 어이가 없어서!”<br><br><br>나는 지갑을 찾는척하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놀랍게도, 주머니에는 지갑과 핸드폰이 있었다. <br><br>나는 얼른 내 지갑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주민등록증의 이름을 확인했다. <br><br>우상민. <br><br>맞다! 내 지갑이었다. 나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돈을 달라고 칭얼거리는 택시기사에게 2만원을 주었다.<br><br><br>“잔돈은 필요 없습니다.”<br><br><br>택시기사는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며 말했다.<br><br><br>“아이고, 손님! 뻥도 잘 치시네. 밥 먹듯 거짓말하는 당신은 거짓말쟁이 우후훗! 하하하”<br><br><br>택시기사의 유머에 나는 기분 좋게 택시에서 내렸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br><br>그냥 이렇게 평범하게 밖에 있다는 것에 마음이 한없이 편안했다. <br><br>그 녀석의 마지막 질문에 거짓말쟁이 연기를 한 것이 다행이었다. <br><br>만약 그냥 그대로 말했더라면. <br><br>지금쯤 나는. <br><br>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br><br>마침,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br><br><br>“전화통화하기 힘드네? 야, 너 어디서 잠수타고 있었냐?”<br><br><br>친구는 반가움 반, 걱정 반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br><br><br>“아, 그냥 잠깐”<br><br><br>“지금 어디야?”<br><br><br>“어, 충남 쪽”<br><br><br>“야, 말을 하고 가야지, 얘들이 얼마나 걱정한줄 아냐? 술 취한 놈 데려다가 택시 태워서 보냈더니, 연락도 안하고. 그러고는 핸드폰 꺼놓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혼자 놀러가고 싶냐? 전화라도 해주지.”<br><br><br>그 다음부터는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br><br><br>‘아, 택시기사. 어쩐지 웃는 게 낯이 익더라.’<br><br><br></span><br>
    Rover의 꼬릿말입니다
    <a href="http://veloviewer.com/athlete/4345845/"><img src="http://veloviewer.com/SigImage.php?a=42802e&r=5&c=5&u=M&g=p&f=abcdefgkhm&z=a.png" alt="SigImage.php?a=42802e&r=5&c=5&u=M&g=p&f="></a>
    오유자게 Strava Club<br><a href="http://www.strava.com/clubs/oubike" target="_blank">http://www.strava.com/clubs/oubike</a><br>짧은주소 : <a target="_blank" href="http://oubike.wo.to/">http://oubike.wo.t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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