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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5287
    작성자 : 바람tago
    추천 : 4
    조회수 : 1055
    IP : 123.248.***.73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4/12/12 19:55:23
    http://todayhumor.com/?panic_75287 모바일
    범불식인 1막 (좀비자작소설) 브금있음
    <embed src="http://player.bgmstore.net/X9LTx" width="422" height="180"><br><a target="_blank" href="http://bgmstore.net/view/X9LTx" target="_blank">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X9LTx</a> <p class="바탕글"><b>1막 - 범불식인</b></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호랑이는 사슴을 먹는다. </p> <p class="바탕글">사슴을 풀을 먹고 산다.</p> <p class="바탕글">사람은...</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좁은 길가.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높이 선 빌딩이 가로수 나무를 대신해 회색빛 물결로 나열 되어있고,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붉은 네온사인이 내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이미 술기운에 붉어진 얼굴 위를 더욱더 붉게 물들여 준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리고 내 앞의 수많은 인파는 서로의 길을 향해 가며, 끼리끼리 모여 재잘거린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자신의 옷깃을 스치는 사람들을 눈치 채지 못한 채.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아니, 눈치 채려 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홀로 그런 길을 거닐며 길을 나아간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외로운 걸음. 언제나 같은 길....... 내가 바라던 것은 이게 아니었는데.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항상 똑같은 하루의 결말. 이런 반복되는 일상이 싫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 싫음은 커져 변덕이 되어 나를 감싸 안았고, 그 결과 직장도 이리저리 옮기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하지만 불평은 없었다. 다양한 삶을 살고자 하는 나에게 아주 좋은 버릇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믿어 왔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아무리 직장을 옮기고 변화하려 해도 똑같은 삶의 풍경.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항상 저녁이면 내 앞을 가로막는 회색물결과 붉은 파동.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마음속 깊은 곳에서의 우울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아련한 한 잔의 술.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지겨운 반복.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날이 갈수록 집을 향하는 내 발걸음은 무거워져 술에 기댄 채 약간의 비틀거림을 다리에 함유하고 이 거리를 거닌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항상 똑같게.</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명우씨! 수고하셨어요! 다음에 또 한잔해요!”</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홀로 사색에 빠져 집을 향하던 내 지겨운 발걸음을 잡는 외침.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방금전가지 술자리를 함께한 직장 동료.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2차를 가자고 하던.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지겨운 동료.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난 지겹단 표정을 애써 감춘 채 그에게 손짓을 하고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더 이상 질렸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들과의 인간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단조로운 생활이.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반복되는 생활패턴이 지루한 것이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겨운 반복을 싫어하면서도 내 발걸음은 지겹게 정해진 곳만 뺑뺑 돌아다니는 버스 안을 향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내가 도착한 버스정류장은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다른 의미로는 아는 사람들이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모두 휴대폰에 눈을 빼앗긴 채 항상 타던 버스를 기다리는, 나와 같은 사람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렇기에 잘 알 수 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 지겨운 반복을.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나도 그들과 동화되어 휴대폰과 마주 보려 할 때 마침 버스가 도착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차가운 공기소리와 함께 열리는 앞 문.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나마 따스한 버스 안쪽 자리에 가서는 피로와 함께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무심코 바라본 버스 창가.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어찌된 영문인지 모두가 바라보는 버스 창가.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버스는 분명 앞을 향해 나아가는데, 배경은 똑같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회색 건물들과 네온사인들의 향연.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중간 중간에 잠시나마 스쳐지나가는 취객들의 싸움.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스쳐지나간 것이지만, 바닥에 뿌려진 무수한 피로 보아 꾀나 심각하게 싸우는 듯 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러나 이 또한 쳇바퀴 도심 속의 지루한 반복 중 하나.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무관심.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관심을 주지 않는 것을 넘어서 아예 관심조차 생기지도 않게 된 내 머리.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부작용일까.......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뻔한 세상을 사는 자의.......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파트 앞에 도착.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시각은 오후 11시.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의 창가 배경조차 지루한 반복이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 지루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도착한 집.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문을 열었을 때, 집안은 어두웠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나와 마주선 거실 창문.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 곳을 통해 비추어지는 이웃집의 불빛만이 나를 반긴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아내와 아이들은 모두 잠에 빠진 듯하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술 취한 김에 약간의 추태로 조용한 집에 변화를 줘볼까 다 이내 포기하고 만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렇게 민폐까지 줘가며 내 마음에 핀 지루함이란 꽃을 꺾고 싶지는 않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옷을 벗고 샤워를 하고 아내가 누워있는 이불 속으로 조용히 들어갈 뿐.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렇게 그녀의 옆에 나란히 누워 잠에 스르르 빠져든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눈을 감음과 동시에 몰려오는 어지러움을 애써 무시한 채 잠을 청한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살짝 열린 창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술에 빠졌던 나를 깨운다. 출근 준비를 위해 자연스럽게 거실로 향한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기계처럼.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쿠궁! 쾅!”</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거실 창문을 뚫고 들려오는 억센 소리.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최근에 근처 아파트를 공사하느라 항상 들리는 소리이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불쾌하기는 하지만, 그나마 반복되는 일상에서 달라진 점이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렇기에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미영아. 안 일어나? 학교 가야지.”</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조심스럽게 딸을 깨우는 아내.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나 오늘 휴강이에요. 안 가는 날.”</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미영이는 사자머리를 한 채 덜 뜬 눈을 비비며 방을 나온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모습을 보니, 어제 술을 좀 과하게 섭취했나 보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대학생활이라.......</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그래도 아침은 먹어. 가람아! 너는 또 컴퓨터니!? 밥 먹어!”</p> <p class="바탕글">“아 조금만!”</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아침부터 컴퓨터에 출근도장 찍는 막내 가람이.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에 분노해 침착하던 아내도 화를 낸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항상 이런 식의 아침.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이 녀석들도 나와 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함께 거닐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한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가람이 아빠! 얘 좀 어떻게 해봐요!”</p> <p class="바탕글">“나 잘 거야! 휴강이란 말이야!”</p> <p class="바탕글">“조금만 할게요! 조금만!”</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간절히 아버지의 힘을 부탁하는 아내.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아직 잠이 덜 개어 귀찮았지만, 일단 나는 가장이지 않은가?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요놈의 집구석 한번 들쑤셔 주어야 하겠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아니, 요것들아! 일단 밥부터! - -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삐 ㅡㅡㅡ ”</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떠들썩한 우리들의 소란 속에 천장 스피커가 불청객마냥 끼어들어 잠시 정적에 감싸였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이윽고 정적을 틈타 들려오는 익숙한 쿵쾅 소리.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 사이 사이에 섞여 들리는 사람들의 비명소리.......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우리 가족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 멍하니 나만을 바라보고 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나 또한 황당한 것은 마찬가지이나, 궁금증과 호기심에 소리의 근원지인 베란다 창문으로 다가갔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창문 앞에 보이는 아파트를 따라 아래로 시선을 내리 깔았을 때, 몇 초간의 침묵을 가졌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이윽고 나는 소리 칠 수밖에 없었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여보! 문 잠궈!”</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영문도 모른 채 그녀는 멍하니 얼어붙었고, 나는 정신없이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소리쳤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문 잠궈! 얼른!”</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그녀가 허겁지겁 알았다며 문을 잠그는 동안 나는 어리둥절 하는 아이들을 방에 데려다 놓았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미영아! 가람아! 오늘은 집에 무조건 있는 거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나의 행동에 의아한 표정과 두려운 표정이 섞인 모습으로 미영이가 말을 건넸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왜요? 무슨 일인데요?”</p> <p class="바탕글">“일단 있어봐! 나중에! 나중에 생각하자!”</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생각이고 자시고 현재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아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나조차 모르는 상태라 어찌 말할 수 없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단지 방문을 닫고 상황을 알아볼 수밖에.</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여보....... 어떻게 하면 좋지......?”</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왜요. 무슨 일인데 그리 호들갑이에요?”</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그녀가 말하는 도중에도 비명소리는 계속해서 들렸고, 그녀는 그 소리에 계속해서 놀라며 움찔 거렸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확실히 벌써 두려움에 감싸였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같이 알아야 뭔가 해결법이 나올 거예요.”</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그녀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알기를 원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런 그녀가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나 또한 그녀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녀와 함께 베란다로 향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부디, 충격 받지 않고 현실로 인지해 주기를 바라며,,,,,,,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내가 보았던 광경. 그녀가 보는 광경.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마치 사람의 발을 피해 우르르 산개하는 수많은 벌레 떼처럼 무언가로부터 도망 다니는 우리 이웃.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리고 그들을 쫒는 피범벅의 우리 이웃.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피를 뒤집어 쓴 사람의 형태가 마치 고기 씹어 먹는 짐승마냥 사람을 잘근 잘근 이빨로 뜯고 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놀이터엔 놀이기구 위에서 그것들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구조전화를 하고,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주차장 쪽에선 여러 명을 태운 구형 봉고차가 탈출을 하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리고 그 차 뒤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과 그것.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솔직히 구분은 안 된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지금은 전부 피를 뒤집어 쓴 채, 서로를 향해 비명 지르며 달릴 뿐.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평소 회색과 흰색, 그리고 차들로 가득 채워졌었던 아파트 단지가 이제는 시뻘건 피와 너덜너덜 찢겨진 사람들로 가득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솔직히 무슨 일인지 파악은 안 되지만 계속 볼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다리에 힘이 풀린 아내를 안고선 거실 소파로 향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후........ 뭐에요......... 무슨......... 상황인 거예요.......”</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그녀는 간신히 떨리는 입술을 가다듬고선 말을 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런 그녀의 마음을 나도 잘 알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여보. 우리 평소랑 같아. 아침이고 공사소리에 깨고, 애들 있고, 밥 차리고. TV보고. 그치?”</p> <p class="바탕글">“우리 어떻게......?”</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대답대신 질문을 했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다 집에 있으니까 걱정 말고 일단 평소처럼 하자.”</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평소의 지루하게 반복되던 아침을 재현하고자 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렇게 TV를 켰고 그녀와 난 더욱 마음속이 복잡해졌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리고 그녀의 떨림도 더욱 심해졌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대부분의 채널은 나오지 않았고, 일부 채널만이 비상사태란 로고를 띄운 뉴스를 방영하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리고 한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만이 반복되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원인 불명의 전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밖은 위험하오니, 최대한 안전한 집에 있기를.......”</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분명 심각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침착한 말.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역시 저런 직업은 이런 상황에서도 냉정해야 되는 건가 생각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나 또한 차분해 졌고, 현실은 약간이나마 인지할 수 있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밖은 위험. 집은 안전. 그렇다면 얼마나 더 버텨야 하는가.......’</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복잡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가람이가 침묵을 깼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아빠! 이거 진주만 이런 거래! 빨리 나가야 한데!”</p> <p class="바탕글">“그게 무슨 소리야!?”</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어떤 것이든 일단 무언가는 해야 했기에 가람이에게 달려갔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메인화면의 검색어에는 좀비, 진주가 1,2위를 달리고 영상 하나가 나오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어느 젊은 남자가 카메라로 자신의 집 밖과 안을 번갈아 찍어가며 말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미세하게 떨리는 화면.......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리고 분노에 찬 목소리.</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여긴 부산이고! 좀비 따위 없어! </p> <p class="바탕글">근데 진주에 사는 우리 부모님께서 밖이 이상하니 나가지 말라며 전화가 왔다고! 식인종이 있다면서! 근데 없어! 없다고!”</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갑자기 젊은이는 울며 자기 휴대폰을 꺼내 휴대폰 속 또 다른 영상을 보여줬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 영상엔 내가 아까 본 것과 비슷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젠장! 이거 보내고 더 이상 연락이 안 돼! 제발 구해줘! 제발! 삼익 아파트 102동 302호! 제발! 진주에서 나오ㅡㅡㅡ”</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그의 마지막 발악은 다 이어지지도 못한 상태로 영상이 끊겨 버렸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리고 좀비와 진주로 가득 채워졌던 홈페이지는 어느새 아이돌 가수와 이름 모를 연예인 이름으로 가득 차있었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여보! 전화가 안돼요!”</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아내가 뛰어와 말했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전화가 끊겼어.......”</p> <p class="바탕글">“아빠! 얘네들 막 이상한 글 잔뜩 올리는데?”</p> <p class="바탕글">“아빠, 아까 영상 진짜일까?”</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겁에 질린 듯 미영이가 손을 떨며 말했다. 나도 모르는 질문들에 휩싸여 머리가 지끈거렸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일단,,,,,,, 밥부터 먹자........ 그 뒤 생각해보자.......”</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그 말에 가족들은 모두 거실에 모였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어떻게 진정시켜야 하며, 어떻게 말해야 하면 좋을지,,,,,,,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모르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기댈 곳이 없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런 내가 어떻게 가족을 이끌어 가야 하는지.......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베란다 창문 커튼을 살며시 닫았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커튼에 빛은 가려지고,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차츰 차츰 사라져 갔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나의 지루한 일상이 끝을 맺는 듯 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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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4/12/21 21:42:18  221.143.***.193  타이의모험  258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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