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살며시 눈을 뜨니 마치 애완 동물 처럼 제 멋대로 굴러 다니고 있는 소주병 여러개가 보인다. </div> <div>족히 20만원 어치는 되어 보이는 담배 꽁초가 박힌 재떨이도 들어오는 걸 보니 지난 번 처럼 술에 취해 집을 잘못 찾아가진</div> <div>않은 듯 하다. '앞으론 무슨 일이 있어도 술을 먹지 말자!' 라고 외친 게 일주일, 3일 전, 그리고 어제 였는데 '다이어트를 하면</div> <div>집에서 고기 굽는다' 라는 말처럼 술만 끊으려 하면 항상 회식, 회식, 회식의 연속이였다.</div> <div> </div> <div>두통이 끊임없이 밀려오는 걸 억지로 참아내며 몸을 일으켰다. 욕실 쪽으로 천천히 향하는데 발에 뭔가 툭! 걸린다. 스마트폰</div> <div>시대에서 아직도 슬라이드 폰을 쓰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나의 핸드폰이었다. 핸드폰을 집어 액정화면을 보니 어느 덧 100일</div> <div>째 함께 한 여자친구와 나의 사진이 시선으로 들어왔다.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div> <div> </div> <div>뚜르르- 연결음이 들렸지만 여자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항상 아침마다 웃음과 함께 전화를 받아</div> <div>주던 그녀였는데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이 든다. 전화를 잠시 끊고, 그녀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전화를 받은 친구는</div> <div>자신도 현재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으며 어제 나와 데이트를 하고 있다 라는 메세지 하나 남겨 놓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제</div> <div>데이트 후 그녀를 집에 데려다 준 뒤 뭔가 일이 생겼다는 것일까?</div> <div> </div> <div>주차장으로 향해 차에 올라탔다. 때마침 휴일이기도 하니 그녀의 집을 가볼 생각이었다. 불길한 예감은 잠시 접어두자. 날씨는 좋았고,</div> <div>그녀와 데이트 할 생각에 기분이 점점 들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분위기를 타고 운전을 해 마침내 그녀의 집 앞에 멈춰섰다. 시동을 끄고,</div> <div>차량에서 내리려는데 문득 무언가 머릿 속에서 떠올랐다. 차량에서 내려 뒤쪽으로 간다. 트렁크를 열자...</div> <div> </div> <div>여자친구의 무표정한 얼굴과 손이 보였다.</div> <div> </div> <div>"아, 맞다..어제 네가 나한테 헤어지자고 했었지?? 미안, 깜빡했네"</div> <div> </div> <div>쾅! 트렁크를 닫았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