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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4540
    작성자 : 위생병
    추천 : 15
    조회수 : 2603
    IP : 203.232.***.249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4/11/16 04:28:40
    http://todayhumor.com/?panic_74540 모바일
    [븅신사바] 실화괴담 - 유개차(box 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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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개차....

    힘겨운 병상 생활을 하신 외조부께서 결국 머나먼 곳으로 떠나셨다.

    6.25 동란때의 공로로 국가유공자가 되신 외조부께서는 조그마한 함에 담기어 다시 조그마한 납골장에 안식처를 마련하셨다.

    호국원을 떠나오면서 문득 옛 이야기가 떠올랐다.


    꼭 25년 전이었을 것이다.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지만) 2학년때의 여름방학 즈음인 것으로 기억한다.

    여닫이 문을 경계로 아랫방에 누워 설핏 잠이 들었던 나는 어머니와 외할아버지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을 듣게 되었다.

    처음엔 흔한 집안 이야기와 친지들 이야기 같은 소소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잠에 취해 중간중간 끊긴 대화 사이로 잠을 깨는 무서운 이야기가

    여닫이 문 사이로 흘러들어왔다. 아마도 어린 내가 듣게 되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무섭다고 칭얼 댈까봐 늦은 밤 이야기가 나온 것이겠지.....


    이야기는 그 때로 부터에서도 한참 오래인 60~70년초로 추정된다.

    청년시절부터 철도청(당시는 국가소속이었던 관계로 기업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에 근무하셨던 외조부께서는 한국전쟁 이 후로도 계속 철도청에 근무하여 여러 역들의 역장에 취임하셨지만 외딴 산골의 벽지나 오지의 역들로만 배정을 받으셨다고 한다. 그 흔한 보선소(철도시설관리반) 직원들도 거의 전무하다 시피한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벽지역이라 당직 근무도 잦았던 만큼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셨지만 그것도 곧 익숙한 생활이라 할 정도로 적응이 되셨다고 한다. 어떤 역이었는지는 밝히지 않겠지만 당시 탄광지역으로 유명했던 그 역은 석탄이나 화물운송으로 인하여 객차보다 화물차가 더 많이 선로에 세워지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석탄 운반차나 목재를 실어 나르는 열차들이 많아서 한창 번화기 때에는 역의 선로에 화물차가 가득차서 발주한 물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아니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그날도 당직근무 날이라 관사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시고 여객운행시간이 종료하고 야심한 시각으로 접어드는 역에 외조부는 혼자 계셨다고 한다. 산능선 사이를 가로지르는 철도의 역이라 인적이 없다시피 한 그 곳은 한밤중이면 괴괴하기 짝이 없으셨겠지......새벽즈음하여 늘상 하셨던 순찰을 돌기위해 역 주위를 습관적으로 둘러보시곤 흐릿한 후레쉬를 의지하여 운행이 끊긴 선로들 곳 곳을 둘러보기 시작하셨다.

    선로에 빼곡히 들어찬 새까만 석탄을 뒤집어쓴 무개차,어둠과 완전히 조화되어 공간인지 물체인지 분간하기 힘든 유개차들 사이로 자박자박 대는 자갈소리를 의지하며 선로 사이를 걷고 있으셨다고 하신다. 노반 사이를 거의 다 돌아 순찰을 거의 끝마치셨을 무렵, 외조부께서는 뒷골에 흐르는 한기를 느끼셨다고 한다. 누군가가 노려보는 혹은 응시하는 그런 느낌.... 마을과는 좀 떨어진 역에서 그것도 꼭두새벽에 선로 사이에서 누군가가 있을리라곤 도저히 여겨지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미연의 일을 방지하시고자 외조부께서는 몸을 돌려 지나온 곳으로 몸을 돌려 바라 보셨다고 했다.

    바라본 그 곳에서는 한 유개차의 문 틈 사이로 창백하고 퀭한 모습의 한 남자가 얼굴만 빼꼼히 내민채로 말 없이 외조부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다. 방금 전에 지나온 그 화차에는 인기척이라곤 없었는데 그 새 사람이 있었단 말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 시대가 시대다 보니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은 양반이고 간혹 열린 화물차에 몰래 들어가 이동을 하는 노숙자나 범법자가 많았다고 한다. 원래대로 라면 크게 호통을 치거나 꾸짖어서 내보내야 했지만 산간지역에다 초겨울이라 저 사람도 잘 곳이 없어 그렇구나 싶기도 하고 절도하기엔 혼자힘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화물만 실은 화물차들 속에서 별 수 있겠나 싶어 그냥 나즈막히 ' 이런데 계시면 안됩니다" 라고 말씀하시고 당직실에 들어가 남은 새벽을 보내셨다고 하셨다.

    이윽고 아침이 되어 교대시간이 되어 직원과 간단히 인수인계만 하고 퇴근하시려는 찰나, 새벽의 그 신원미상의 사내를 떠올리셨다. 그냥 가려니 찝찝하고 혹시라도 오늘 운송할 열차라면 골치 아프기도 해서 바로 관사로 가지 않고 선로에 있던 그 유개차로 발걸음을 옳기셨다. 밤새 생긴 서리가 붙어있는 냉장고 같은 유개차 사이를 지나 사내가 있었던 그 유개차를 보시고 외조부는 그만 등골에 식은 땀을 흘릴 수 밖에 없으셨다고 한다.

    문이 반 열린 화차 사이로는 강아지 한 마리 들어갈 틈도 없이 목재가 빼곡히 쌓여 있었을 뿐이었다.

    -------------------------------------------------------------------------------------------------------------------

    -유개차[box car]

    방수 포장되고 측면에 미닫이문이 있는 화물차. 기상 환경과 도난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화물을 운반한다.

    -객차 : 승객을 운반하는 차량

    -괴괴하다 : 쓸쓸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고요하다.

    -무개차 : 덮개가 없이 지붕이 없고 네 측면이 판자로 둘러싸인 화차.

    [네이버 지식백과]

    ----------------------------------------------------------------------------------------------------------------

    작가의 한마디: 할아버지,그 곳에서는 고통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손자도 열심히 살아볼게요.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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