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font size="3">200★년 7월 10일 월요일...</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는 내가 요일까지 외우고 있는 날이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왜냐하면 이 날이 내 입대날짜기 때문이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마침 한반도 남쪽에서 북상하는 태풍을 뚫고 지나가듯이 </font><font size="3">나는 진주로 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부질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는 창밖의 풍경만 멍하니 바라볼뿐이고 </font><font size="3">그 바로옆에는 어머니, 그리고 건너편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1인좌석에는 아버지께서 </font><font size="3">역시 편치 않은 표정으로 앉아계셨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내색은 -심지어 지금조차도- 안 하시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 대한 정이 강한 </font><font size="3">부모님이니 당연하겠지..</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그러나 나는 그 당시 그런거에 신경쓰기엔 너무나도 심정이 복잡했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복잡하진 않았어...그냥 당시 내 머릿속의 생각은 당</font><font size="3">장 태풍이 영화에서처럼 갑자기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강해져서 버스가 뒤집혔으면...으로 가득했었니까.</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이기적이라거나 극단적이라고 욕해도 하는 수 있나. 그 당시엔 사실이었는데...</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어쨋든 하늘은 내 소원(?)을 무시했고 버스는 충실하게 우리 가족을 진주공군교육사령부로 </font><font size="3">인도했다.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평소에 고기를 좋아하고 지금도 '남의 살이면 다 좋다' 라는 식사신조를 지키는 </font><font size="3">나조차도 고무같다고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느껴질 맛없는 점심 만찬을 끝내고 부대 정문의 침수등 사소한(?) </font><font size="3">문제를 겪으며 나는 입대장병 즉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훈련병이 되었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6○○기... 조교의 말을 빌면 비를 타고난 기수였던 우리 기수 훈련병들은 우의와는 뗄레야 뗄 </font><font size="3">수가 없는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관계였다. 실내교육장이든 야외교육장이든 천여명을 훈련시키는 시설인 만큼 </font><font size="3">숙소와는 거리가 떨어져 있었으며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군대에선 사단장 한명이동에 헬기는 띄울지언정 훈련병 </font><font size="3">1천명에게 운송수단으로 차를 제공하는 행위는 상상조차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못하는 일이니 우리는 도보 또는 </font><font size="3">구보이동을 해야 했고 허구한날 쏟아지는 비덕에 우의는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머스트해브 아이템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난 개인적으로 우의가 너무나도 싫었다. 우의를 왜 쓰나 싶을정도로 우리에게 지급된 우의는 </font><font size="3">방수효과가 없었다.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거기에 후덥지근한 7월날씨에 습기에 땀까지 더해지면 걍 비맞고 가는게 </font><font size="3">더 시원하고 전투력 유지될거같은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더러운 기분을 제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싫게된 계기는 </font><font size="3">3주차쯤이었나....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우의의 건조방식덕에 경험한 일때문일 것이다.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우의의 건조방식은 간단한데 내무실 복도가 아닌 큰 막사 건물의 중앙복도에 길게 연결된 </font><font size="3">밧줄에 사람이 뒤집어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쓴 모양 그대로 밤에 걸어넣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걸린 우의가 </font><font size="3">사람이 꼭 2미터 상공에 매달린 방식으로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주르르 늘어져 창가에 있어서 꽤나 그로테스크 한 </font><font size="3">느낌이 든다는 것.</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적어도 밤에 가끔 복도쪽 동초를 섰던 나나 주변동기들에겐 그랬다.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뭐 </font><font size="3">불침번에게 실탄은 커녕 손전등 하나 안주고 맨몸으로 서게 한거니 무리도 아니겠지.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막말로 </font><font size="3">침입자나 탈주자를 교육용 총으로 총검술 해서 제압하라는 건지....</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물론 이런 이유가지고 '우의 싫어! 무서워!' 라고 하면 고사상 돼지머리보고 기절하겠네 </font><font size="3">소리 듣는 거 잘 안다.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나도 그 정도로 겁이 많지는 않다.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비가 훈련때는 물론이고 밤에도 몰아치는 날, 고된 훈련을 마치고 단잠을 자다가 한밤중 </font><font size="3">잠에서 깨었다.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어차피 잠에 깼다고 뒤척인다거나 하면 다른 피로한 동기들에게 민폐니 </font><font size="3">눈알만 뒤룩뒤룩 거리며 다시 잠이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오길 기다리던 차 내무실 문에 붙어있는 창문을 바라보게 </font><font size="3">되었는데 마침 그날은 훈련장까지 가는데 우의를 쓰느라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밤새 우의를 건조줄에 올려놓은 </font><font size="3">날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늘상 봐온 일이라 욕지기 한번 내뱉고 눈을 감으려던 차에 우의 여러 벌중 유난히 </font><font size="3">한개가 불룩하니 위에가 올라가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있는걸 보았다.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젠장. 어떤자식이야? 점호때 조교한테 트집 안잡힌게 용하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그런데 그 우의에 불룩한 부분이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에게 지급된 우의는 </font><font size="3">짙은 남색 단색이엇는</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데 그 부분은 하얗게 되엇다가 어두어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워낙에 잠결인데다가 다음날 훈련에 대비해 체력을 보충해두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나는 </font><font size="3">억지로 눈을 질끈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감았으나 그 하얗게 되는 부분이 이질적이다라는 느낌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다음날 피곤한 몸으로 침상을 꾸역꾸역 개고 있는데 한살 형인 내 맞은편의 동기가 멍하니 </font><font size="3">앉아있는 것을 봤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뭐해 형. 빨리 안 개면 조교가 또 와서 지ral할거야'</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아 시foot. 뭐였지 ...아 시foot..'</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동기 형은 핏발 선 눈으로 중얼중얼 대기만 할뿐이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그러자 그 동기 형 옆자리인 군생활 적응 잘하는 성격의 또 다른 동기가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아 뭐하는데? 아침부터 내무실 동기 다 함 X먹자는거야?'</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라고 제법 큰소리로 윽박지르자 그재서야 꾸물꾸물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조식 배식줄에 서서 아직도 맹한 그 동기 형에게 나는 물었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형, 그리 상태 안 좋으면 항의전대(항공의무전대) 아침 수진 신청하지 그랬어.'</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야... 어제 동초 2소대 1내무실였나...?'</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이건 또 무슨 소린가</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거야 나도 모르지. 우리 소대는 다음준데 알게 모야. 근데 왜?'</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나 어제 아무래도 뭔가에 홀린거 같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왜? 니코틴이 부족해지니 부작용 오는거? 4주만 더 참아. 아니 이참에 끊던가'</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장난 아니야 bird꺄. 나 어제 아무래도 귀신 본거같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오? 여자귀신? 이뻤어?'</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분위기 침울해지는거 같아서 농담조로 한 말이었다만</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어.... 그 우의 위에 머리통만 있는데 머리 긴게 여자같았어.'</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이런 제gi랄...</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내가 아무 대꾸없이 있자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는 형.</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그 머리통만 얹은 귀신이 거기서 뱅글뱅글 돌고 있더라...근데 눈이 나하고 마주치니까</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뱅글뱅글 도는 와중에 눈은 계속 날 보며 웃는거야...'</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그러니까 저 형말이 사실이고 내가 꿈과 현실을 헷갈린게 아니라면</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불룩했던 건 귀신의 머리고 하얗다가 어두웠다가 하는건 머리통이 빙글빙글 돌면서</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얼굴과 뒤통수를 번갈아 보여줬다는 소리아닌가..마치 자전처럼 말이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대화는 밥탈 시간이 되어서 자동으로 끊겼지만 난 찝찝한 기분을 한동안 안아야 했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어디서 나온 빛이 우의에 반사되어 나온 착시를 보고 나나 그 형이나 잠 설친거라고 자위하려했지만</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그 복도는 밤에 소등하면 칠흙같이 어두워서 빛이 잘 들어오지도 않고 윤곽만 겨우 볼 수 있는 곳이라....</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그리고 며칠 후 나는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려서 점심 수진을 갔다가 </font><font size="3">열이 39.7도까지 올라 군의관의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명령으로 강제 입실되었다. 당시 입실을 하면 훈련불참으로 </font><font size="3">훈련병 점수가 크게 깍이고 원하는 보직과 근무지가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멀어지는 터라 군의관에게 사정했지만 </font><font size="3">군의관은 단호박같이 단호했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그렇게 일주일을 항의전대에서 속칭 꿀을 빨고 퇴실했는데 </font><font size="3">맞은 편 동기형의 관물대가 깨끗하게 비어있는걸 보았</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다.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뭐야 저 형 어디갔어?'</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옆자리 동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어 유격하다가 혼절했는지 갑자기 픽 쓰러져서 조교가 부축해서 데려가드라.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나중에 입실했다고 조교가 짐 챙겨서 가져갔어. 너도 입실했는데 못 봤어 거서?'</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기간병도 아니고 훈련병이 뭔 힘이 있어서 입실해서 왔다갔다 하겠는가.</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못봤지. 나도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있다가 군의관님한테 사정사정해서 퇴실했는데'</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그 후 난 그 형을 수료식 이후 아니 지금까지 보기는 커녕 소식 들은적도 없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우리는 수료식까지 퇴실하지 않고 아무 소식도 없으니 의병제대한거 아니냐 하는 </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추측까지 했다. 단순한 과로나 몸살로 몇 주나 입실하는건 힘든일이니 타당한 추측일지도</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모른다.</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 제대하고 예비군조차도 말년급인 지금에 와서야 품는 망상아닌 망상이지만...</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만약 내가 그때 잠에서 깨었을때 더 정신이 멀쩡했거나 기가 허했다면...</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또는 호기심이 강했거나 해서 그 하얗게 되엇다 어두워졌다 하는 그 불룩한 덩어리를</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직시했다면...보고나서 그 존재가 무엇인지 바로 인식했다면....</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또 그것이 정말 그 동기형이 말한대로 저주받은 것이었다면...</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div><font size="3">나도 일주일 입실 감기로 끝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font></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