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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4477
    작성자 : CarpeDiem!
    추천 : 12
    조회수 : 1869
    IP : 216.164.***.134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4/11/14 16:46:08
    http://todayhumor.com/?panic_74477 모바일
    [븅신사바]공포소설 - Panic Room (스으으으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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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까?"
    먼곳에서, 아주 먼 곳에서메아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십니까?"
    그리고 그 메아리는 점점 나를 향해 달려왔다..
    "....생님... ...니까?"
    귀를 찢어댈듯 울리던 메아리 속의 글자는 하나 둘씩 그 수가 늘고, 또 늘어나고... 또 늘어나고.......
     
    "선생님, 들리십니까?"
    마치 진공 체임버 안의 공기를 순간적으로 빼내듯, 내 머리속에 있던 것들이 순간적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귓속에서휘몰아치던 바람들도 파도처럼 밀려나갔다.
    내 귓속의 회오리가 빠져나간 빈자리는, 손가락을 튀기는 소리로 다시 메꿔지고 있었다.
    . . 또다시 귓속에서 메아리가 만들어진다.
    "선생님, 지금 이 소리 들리시죠?"
    난 손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섞이는 한 남자의 목소리에 조심스레고개를 들어본다.
    "선생님, 지금 소리가 들리는 쪽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딱 딱. 동굴 속에서돌을 튀기는 듯한 소리가 내 오른쪽 귀에서 들려왔다.
    난 조심스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좋군요. 잠시 눈을 좀 떠주시겠습니까?"
    희뿌옇게 먼지가 쓰인 듯, 남자의얼굴의 눈코입은 커녕 실루엣조차도 희미하게 보였다.
    조금 더 남자를 자세히 보려 눈을 찌푸리자, 내 눈밑에 무언가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이질감에 눈을 감으려 했을 때, 내눈꺼풀은 위아래로 당겨졌고, 희미한 먼지 너머로 아주 밝은 빛이 들어왔다.
    태양빛을 그대로 눈에 쏘이는 것처럼 눈이 시큰거렸다.
    내 눈꺼풀을 잡아당기던 느낌이 사라지자마자, 난 고개를 살짝 뒤로 빼고는 눈을 비비적거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내눈앞을 가리던 먼지들은 사라져있었고, 남자의 모습이 앞을 메웠다.
    40대 초반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는, 하얀색 가운에 검은색 폴라티를 입고 있었다.
    그리곤 자신이 들고 있던 차트를 받치기 위해 다리를 꼬고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난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입가를 따라 잔 주름들이 져있고,두드러진 팔자 주름이 눈에 들어왔다.
    눈가에는 검은색 테를 가진 안경을 쓰고 있었고, 내 시선이 신경쓰이는지 손을 올려서는 안경을 다시 밀어올렸다.
    흰머리가 군데군데 섞여 옅은 회색 머리를 가진 남자는 나를 보곤살짝 웃음을 보였다.
    그는 허벅지 위에 놓인 차트쪽으로 눈을 다시 돌리곤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일어나셨군요, 선생님. 상담 중에잠드셔서 놀랐습니다."
    ".. 상담이요?"
    너무나 어리둥절했다.
    여태껏 정신과는 발조차 들이지도 않았고, 상담센터도 방문한적 없었다.
    하다못해 슈퍼바이저에게도 상담 받은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담이라니.. 너무나어리둥절 했다.
    난 남자의 뒤편으로 눈을 돌렸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색 공간만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런 그림이나 무늬도 없는, 새하얀벽지만이 보일 뿐이었다.
    난 내 옆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 앞쪽 벽에서 이어지던 하얀색의 벽지는, 방의 모서리를 지나 내 옆쪽 벽을 휘감고 있었고, 그리곤 내 뒤쪽으로끝없이 펼쳐지는 듯 했다.
    ".. 여기가..."
    난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얀색이었다.
    하얀색 벽지만이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바닥, 천장, 테이블, 그리고... 내옷.
    모든것이 하얀색이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하얀색이었다.
    "키스 씨?" (Keith)
    앞의 남자가 나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키스 씨, 괜찮으신..."
    ".. 누구요?"
    "키스 씨,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 그게 누굽니까?"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키스 씨. 혹시 무슨 문제..."
    아니다. 내 이름은 키스가아니다.
    "제 이름은 스텟츠 입니다. 키스가 아니라구요."
    남자는 차트에 고정시켜뒀던 눈을 살짝 치켜뜨고는 나를 쳐다봤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남자는 나를 위아래로 훑고 있었다.
    마치 나를 심판이라도 하고 있는 듯, 내 머리와 얼굴, 가슴, 다리모든 곳을 이리저리 재고 있었다.
    "제 이름은 스텟츠입니다. 갤럽 A 스텟츠라구요."
    난 테이블 위로 손을 올리곤 몸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상담을 받아본 적도 없고, 또내 이름은 키스가 아니다.
    하얀색 망망대해 한 가운데 앉아있는 난.. 키스란 사람이 아니다.
    뭐가 잘못됐다.
    "성함 다시 한번 불러주시겠어요?"
    남자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곤 펜의 끝을 눌렀다.
    딸칵 하는 소리와 함께 펜촉이 튀어나왔다.
    "갤럽, A, 스텟츠입니다."
    내 앞의 남자는 미간을 찡그리곤 다리를 풀었다.
    "다시 한번.. 불러주시겠습니까?"
    그는 다리를 풀곤 내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갤럽.. A 스텟츠.. 입니다."
    ".."
    남자의 입에서는 짧은 한숨이 터져나왔다.
    "갤럽, A 스텟츠라구요..?"
    그는 다시 눈을 치켜뜨고는 나를 쳐다봤다.
    심판하는 듯한 두 눈동자. 그는또다시 나를 훑어보고 있었다.
    "... 왜그러시죠?"
    남자는 무엇인가 불편해진 것인지 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선생님. 혹시 성함좀 다시 불러주실수 있으십니까?"
    "갤럽. A. 스텟츠입니다.G.A.L.L.O.P. A. S.T.E.T.S. 라고 쓰시면..."
    그는 내가 스펠을 불러주는 것을 따라 한글자씩 적어나갔다.
    "미들네임이 어떻게 되시죠?"
    ".. 알렉입니다. A.L.E.C. 로적으시면 되구요."
    남자는 눈을 살포시 감고는 펜을 내려놨다.
    "...."
    그리곤 남자는 안경을 벗어 하얀 탁자 위에 내려놨다.
    "갤럽 알렉 스텟츠씨라구요?"
    분명히 내 이름이었다.
    30년 평생동안 귀에 박힐정도로 들어온 이름이었고, 내가 태어날때부터 나에게 주어졌던이름이다.
    ". 갤럽... 이라고 부르시면..."
    남자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곤, 나를똑바로 쳐다봤다.
    "선생님. 혹시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게 어떤거죠?"
    이상하다. 하얀 방, 모르는 남자, 그리고 내 이름 모든 것이.
    난 살짝 눈을 감고는 나를 되짚어갔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게 어떤것인지 눈을 감고는 하나둘씩 떠올려봤다.
     
    희미해진다...
    점점 흐려진다...
    난 침대에 누운 채로 살포시 눈을 감았다.
    이미 침대에 누워있는 와이프의 뺨을 살포시 만져줬다.
    아이들 방의 문을 조용히 열고는 자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는미소를 지었다.
    방문에 크리스토퍼, 카산드라라고적인 팻말이 걸려있다.
    난 계단을 따라 2층으로올라왔다.
    스파클 와인의 마지막 한모금을 입에 털어넣고는 싱크대에 잔을 내려놨다.
    할로윈 파티때 찍은 가족사진을 살짝 어루만졌다.
    잔을 들고 소파에서 일어섰다.
    와이프가 내 뺨에 키스를 해주고는 잠을 자러 올라 갔다.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갔던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이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라는 말을 하고는 카산드라가 날 안아줬다.
    와이프가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난 읽고있던 책을 덮었다.
    아이들이 거실로 내려와서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기 시작했다.
    난 스파클 와인 한잔을 따라서는 소파에 앉았다.
    옷을 갈아입고는 "꿈의해석"을 들고 거실로 내려왔다.
    내 방으로 들어와서는 양복을 벗어던졌다.
    아이들이 나를 꼭 껴안아줬다.
    집 문을 열고는 먼저 "나왔어" 라고 말을 건넸다.
    난 차 시동을 끄고는 가방을 챙겨 내렸다.
    난 차고 문을 열고는 차고에 차를 주차시켰다.
    길 오른쪽 편에 갓 지붕을 새로 인 우리 집이 보인다.
    우리 집이 보인다.
    우리 집이..
    우리 집....
     
    무엇인가 잘못됐다.
    난 의자에서 몸을 박차고는 일어섰다.
    ".. 여긴 어딥니까?"
    난 분명히 에이미 옆에 몸을 누이고 잠들었다.
    우리 방은 연두색 벽지를 발랐지,바닥과 천장까지 하얀색으로 도배한 미친 방은 아니었다.
    "선생님, 여긴 어딥니까? 여긴 도대체어디냐구요.. 여기.."
    "키스 씨. 잠시 앉아주십쇼. 키스씨."
    "제 이름은 키스가 아니고 스텟츠입니다. 갤럽 스텟츠라구요!"
    무엇인가 잘못됐다.
    난 분명히 회색 트레이닝복과 남색 티셔츠를 입고는 이불을 덮고 잠들었다.
    방에는 와이프의 목제 화장대와 옷장이 있었다.
    "키스 씨."
    내 이름은 키스가 아니다.
    갤럽 A 스텟츠.. 갤럽 A..
    "키스 씨. 자리에 앉아 주세요."
    박사는 계속 키스란 사람을 부르고 있었다.
    "키스 씨. 자리에 앉으세요."
    아니다, 내 이름은 키스가아니다.
    "... 앉아주세요."
    손이 떨려온다. 점점심장이 미친듯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에도 울려왔다.
    ".. 여기가 어디에요.. .. 여기가..."
    "일단 앉아주십쇼. 말씀 드리겠습니다."
    난 조심스레 의자를 끌어와서는 남자의 앞에 앉았다.
    손 떨림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의자를끌어오는 것부터도 힘들었지만, 내 앞의 남자를 쳐다보고 있는것 조차도 무섭다.
    "저는 헬름스 박사입니다. 그리고 음.. 마틴키스씨는 2주 전에 상담치료를 요청하면서 제게 방문하셨구요. 그리고저와 3일에 한번씩 이런식으로 상담을 해왔구요. 오늘이 보름째군요.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하시다가 갑자기 다시 잠들어버리셨죠. 놀라서깨우려는데 한 5분정도 후에 다시 일어나시더라구요. 그리고나서는... .... 갤럽 스텟츠씨라고 말을 하고 계시구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내 앞에 앉아있는, 자신을헬름스 박사라고 한 사람을 만난적도 없고, 난 상담을 부탁한적도 없다.
    이런 하얀색 방에 이주동안이나 갖혀있던 적도 없다.
    "뭔가 차.. 착오가 있었던거 같습니다. .. 저는 갤러.."
    남자는 자신의 품에 있던 플라스틱 판을 건네주었다.
    플라스틱 판에는 종이 한장이 꽂혀 있었다.
    종이는 여러가지 칸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여러가지 숫자와 글자들, 그리고 생전 보지못한 단어들이 적혀있었다.
    종이의 왼쪽 위에는 내 얼굴 사진이 붙어있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키스 마틴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난 종이를 쭉 읽어내려갔다.
    내 키, 내 몸무게, 내 나이, 생년 월일 모든 것이 적혀있었다.
    ".. 선생님 이게...."
    남자는 나를 측은하다는 듯 쳐다봤다.
    한쪽 입꼬리가 약간 올라간 채로,나를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기억 나십니까?"
    아무런 기억도 없었다.
    이런 서류를 작성한 적도, 내스스로 병원으로 걸어들어온 적도, 그 어떤것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몸에 힘이 풀리는 듯 했다. 그가벼운 플라스틱 판조차도 테이블 위로 떨어트리고 말았다.
    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서는 고개를 떨궜다.
    머리를 들고있을 힘도 없는듯 했다.
    "아니요..... 아무것도요....."
    남자, 아니 헬름스 박사는고개를 살짝 젓고는, 플라스틱 판을 들고 일어섰다.
    "아무래도 다시 시작해야할 것 같군요. 우선은 쉬시길 바랍니다. 많이 혼란스러우실 것이니 조금 누워서 안정을 취하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헬름스 박사는 살짝 고개를 숙이곤 한쪽 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동문이 달려있는지, 헬름스박사가 벽 가까이 다가가자 벽의 귀퉁이가 옆으로 미끄러지듯 열렸다.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직접 내 발로 걸어와서는 상담 요청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분명히 어제까지.. 아니방금까지 와이프 옆에 누워서는 잠에 들었고,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방금까지 내 앞에있던 헬름스 박사란 남자는 나를 이주동안이나봐왔다는 말을 던지고는 나가버렸다.
    그래.
    그가 답을 쥐고있다.
    그 사람만이 나에게 답을 내려줄 수 있다.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그가 나갔던 벽쪽으로 달려갔다.
    분명히 문이 열릴 것이다.
    아니 열려야만 한다.
    난 방의 한쪽 모서리로 달려가서는 벽을 더듬었다.
    분명히 그 박사는 이쪽을 통해서 나갔다.
    내가 이 앞쪽으로 달려왔을때부터 진작에 열렸어야 한다.
    문 너머에 검은 공간이 보였어야만 한다.
    같은 사람인데, 같은방향으로 왔는데
    .
    .
    왜왜왜왜.
    "이거 열어! 열라고!"
    열려야만 한다.
    난 주먹으로 문을 마구 두드렸다.
    "열라고! 착오란 말야! 이 문 열어! 열어! 열라고!!"
    손이 터질것만 같았다.
    새끼손가락 아랫쪽 살이 찢어 문드러지는것 같았다.
    "열라고! 열어! 제발!... 열어... 열어... 열어달라고!!!"
    심장이 또다시 미친듯 뛰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열어주세요.. 열어... 열라고..."
    난 문을 긁었다.
    이곳에 분명히 틈이 있다.
    틈만 찾아서 벌리면 문이 열릴것이다.
    여기에... 분명히 여기에틈이 있다.
    "제발.. 열어.. 열어주세요... 제발... 제발..."
    손톱 끝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틈을 찾았다. 틈을 찾은것이다.
    "제발... 열어요.. 열어 주세요... 열어... ........"
    벽에 빨간색 줄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열어... ... 주세요..... 제발... 제발..."
    벽에는 수십개의 빨간줄들이 세로로 그여있었다.
    "열어달란 말이야...."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벽에 얹혀진 손은 힘없이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여보, 또 얼굴 굳은거 봐요... 또왜그래요?"
    또 속마음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나 보다. 부모님이 예전부터 감정을 못숨긴다고 누누히 말했지만 또 이렇게 튀어나왔나보다.
    ".. 아니야. 또 회사에서 까여서말야. 망할 치프자식..."
    제나는 내 시리얼 그릇에 우유를 부어주며 내 얼굴을 어루만져줬다.
    금발의 생머리가 내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늘 눈꼬리가 축 처지도록 웃어주는 파란색 눈동자, 그리고 귀에 걸리도록 올라간 입꼬리.
    단 한번도 내게 거짓말을 한적 없는 제나..
    "당신이 조금만 참아요... 이번에 태스크포스 팀장으로 올라갔다면서요... 회사도 여보 능력 아는거라니깐요?"
    제나는 내 시리얼 그릇에 숟가락을 넣어주곤 또다시 내게 웃어줬다.
    "그랬으면 좋겠다.. 진짜.."
    제나는 싱크대쪽에서 나를 향해 뒤돌아보곤 또다시 생긋 웃어주며 말했다.
    "그래요. 당신만큼 능력있는 사람이 어디있다구.."
     
     
     
     
    손끝이 아려왔다.
    중지와 검지의 손톱이 깨져서는 피가 배어나온것 같다.
    누군가가 문앞에 쓰러져있던 나를 침대로 옮겼는지, 눈을 떴을땐 차가운 바닥이 아닌 푹신한 침대 위에 있었다.
    욱신거리는 손을 보니, 누군가가이미 붕대를 감아놨는지 손가락 끝에 하얀 천이 감겨있었다.
    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침대보에 손을 짚었다.
    손이 마치 침대에 파묻혀버린 듯,중지와 검지는 오직 두마디만이 보였다.
    아니다. 두마디만 보이는것이 아니다.
    난 놀라 내가 덮고 있는 담요를 끌어올렸다.
    배게, 담요, 침대보, 매트리스 모든것.
    그리고 침대 틀까지 모든 것이 하얀색이었다.
    난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내가자고있던 곳 마저 하얀색이라니....
    내가 어떻게 저기 벽에서 이 침대로 옮겨진 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 하얀색 침대로 누군가가 나를 옮긴 것 같지만, 문을 긁다 지쳐 쓰러진 이후로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이 침대가 왜 하얀색으로 도배가 되어있는지 조차도 기억이없다.
    , 책상, 의자, 침대, 내 옷, 그리고 내 손가락......
    .......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내가 왜 여기있는거지?
    내가 어쩌다 이 하얀 방 안에 갇히게 된거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난 방 모퉁이들을 둘러봤다.
    그 어디를 보아도 하얀색 이외의 색깔은 찾을 수 없다.
    내가 왜, 왜 이 하얀색방에... 왜 여기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지?
    없다.
    내가 어쩌다 이곳까지 오게 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
    .. 왜 내가 여기에.. ....
     
    -키잉-
    그때 내 뒷쪽 모퉁이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벽의 한 귀퉁이가 열리고는 어둠속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열린 벽 너머의 어둠 속에서 그 물체의 다리가 나타나고, 허리, , 그리고 가슴...
    머리가 나타났다.
    "키스 씨. 어떻게 휴식은 좀 취하셨습니까?"
    안경을 쓴 남자가 들어왔다.
    하얀색 가운과 검은색 폴라티.
    안경....
    내가 벽을 긁고 쓰러지기 전에, 저사람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방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이름은.. 그래, 헬름스... 헬름스였다.
    "헬름스... 박사....?"
    남자는 살짝 놀란듯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
    "우와, 다행히 기억하시는군요! 키스씨. 손가락은 좀 괜찮으십니까?"
    헬름스 박사는 방의 중간으로 걸어와서는 의자를 빼 걸터앉았다.
    난 방 가운데의 테이블쪽으로 가서는 살짝 의자를 빼서 박사 앞쪽에앉았다.
    ".. 괜찮은거.. 같습니다."
    아직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난방 곳곳을 둘러보며 말했다.
    헬름스 박사는 나를 살짝 쳐다보고는, 품에 가지고 있던 파일을 꺼냈다.
    "다행이군요. 키스 씨 상태가 어떤지 보려고 들어왔는데 문 바로 앞에서 기절해계시더라구요. 보자마자 응급처치는 했습니다. 이틀동안 붕대갈아드리느라고 고생좀 했구요."
    "이틀이요?"
    내가 이틀동안 침대에 누워있었단 말인가...?
    ", 이틀정도 계속 잠만 주무셨습니다. 깨우긴뭐해서... 일단 쉬시게 뒀습니다."
    분명히 제나가 나오는 꿈까지 꿨다.
    그 찰나의 순간인데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니...
    헬름스 박사는 책상 위에 파일을 올려뒀다.
    "오늘은 키스 씨를 조금 도와드리기 위해서 사진을 몇장 가져왔습니다. 기억을 조금되돌릴 수 있을까 해서... 키스 씨가 전해주신 사진첩에서 몇장을 확대복사 해왔습니다."
    내가 사진첩을 줬다는 말인가.....
    내가....
    "쭉 둘러봤는데 키스 씨 최근 사진이나 고등학교, 직장에서 찍은 사진인 것 같더군요."
    박사는 파일 안쪽에 들어있던 사진을 꺼내서는, 슬쩍 훑어보고 있었다.
    "... 이거부터 시작해보죠. 이사진 기억 나십니까?"
    헬름스 박사는 테이블 위에 사진 한장을 내려놨다.
    아니, 사진이 아니었다. 그가 내려놓은 것은 하얀색 백지였다.
    "그냥... 백지.. 백지인데요?"
    사진을 둘러보던 헬름스 박사는 또다시 얼굴이 굳은 채로 나를 쳐다봤다.
    "다시... 한번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난 멋쩍은듯 박사를 향해 웃어주었다.
    "빈 종이를 들고오신 것 같은데요 박사님, 허허.."
    박사는 심하게 당황한 듯, 품안에서 사진 한 장을 더 꺼내 책상 위에 놔두었다.
    "이거는 기억 나십니까?"
    박사는 사진의 중간쯤을 짚고는 내게 물어봤다.
    그의 손가락은 사진의 중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니, 또 백지의 한가운데를 가리키고 있었다.
    ".. 박사님, 또 백지를 내주신것 같은..데요?"
    내 말을 듣던 박사는 또다시 얼굴색이 파래졌다.
    그는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품에서두장의 사진을 더 꺼내서는 테이블에 내려놨다.
    "키스 씨. 이 사진은 본인 사진과 본인의 집 사진입니다. 기억 안나십니까?"
    백지였다.
    그리고 또 백지였다.
    "박사님, 백지.."
    박사는 심하게 당황한 듯 내 앞에 사진을 한장 한장 내려놓고 있었다.
    "이것도 백지입니까?"
    "."
    "이것도요?"
    "."
    ".. 이것도요?"
    ".. ..."
    "지금.. 이것도 말씀이십니까...?"
    "......?"
    백지였다. 그리고 다음을기대하며 본 사진도 백지였다.
    그가 품에서 내려놓는 사진들은 모두 하얀색이었다.
    "키스 씨. 다시 한번 답해주십쇼. 지금이 모든게 백지란 말씀이십니까?"
    헬름스 박사는 널부러진 사진들을 가리키며 다시 물어봤다.
    백지를 백지라고 말하는 것일 뿐인데... 박사는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었다.
    ".. 전부 백지 아.. 아닙니까?"
    박사는 한숨을 쉬고는 사진들을 뒤적였다.
    그리곤 가장 아래에 있는 사진을 한장 빼내곤, 나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키스 씨가 주신 사진첩에는 자세하게 설명이 달려있었습니다. 지금 이 사진은 키스씨가 샀던 첫번째 차라고 설명이 적혀있었습니다. 정말 기억 안나십니까?"
    이 백지가 내 첫번째 차라고...?
    "박사님 하얀... .."
    박사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종이들을 뒤적이더니, 또 다른 사진을 하나 꺼내들었다.
    "이 사진은 키스 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찍었던 사진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검은학사모와 짙은 보라색 가멘트를 입고 있는 사진입니다. 정말 기억 안나십니까?"
    박사는 빈 종이만을 들고 나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빈 종이를 팔랑거리며 내게 대답을 강요하고 있었다.
    "하얀 종이입니다. 하얀 종이요!"
    박사는 사진을 마구 헤집고는 또다른 빈종이 한장을 집어들었다.
    "키스 씨. 이 사진은 키스 씨 직장에서 최우수 사원 상장을 받았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이것 조차도..."
    하얀색이다. 하얀 종이를들고 나에게 거짓말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하얀 종이라구요! 도대체 하얀색 종이를 들고 뭐하시는거냐구요!"
    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그는 사진 한 가운데를 가리키면서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키스 씨. 다시 한번 보십쇼. 다시한번 보시라구요. 여기 2008년에 IT부서 최우수 사원으로 뽑혀서 엄지를 들고 계시잖아요. 기억 안나십니까?"
    그는 종이 한가운데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무것도 프린트 되지 않은, 손톱이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종이 스치는 소리만 나는 백지를 가리키며 말하고 있다.
    "백지라구요! 백지! 가져오신 사진모두 백지라구요! 고등학교고 차고 뭐고간에 전부 백지라구요!"
    박사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키스 씨. 젠장.... 키스 씨. 다시 보시라구요. 이건 전부 키스 씨가 저에게 맡기신 물건입니다. 전부 키스 씨가 주신 사진첩에 있던 사진들이라구요!"
    "전 박사님께 사진첩을 준 적이 없습니다!"
    난 책상 위에 놓여있던 모든 빈 종이들을 들고는 박사의 눈앞에 보여줬다.
    "이거, 이거, 이거, 전부 다 하얀 종이라구요! 박사님은 지금 저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다구요!"
    박사는 겁 먹은 표정으로 사진을 흔들고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키스 씨..."
    키스.. 그놈의 키스. 난 갤럽이다. 갤럽 스텟츠다. 저사람은 거짓말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빈 종이를 들고와서 나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고 날 정신병자로만드는 것이다. 저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돌팔이의사라고.
    "! 갤럽! 알렉! 스텟츠라고! 마틴 키스고 나발이고,그런 새끼가 아니라 난 스텟츠라고!"
    난 그에게 사진을 던졌다. 거짓부렁이자식. 돌팔이새끼.
    그는 나에게 거짓말만 하고 있다.나를 지금 마틴 키스라는 정신병자로 몰고 있는 것이다.
    "키스 씨! 모든 사진은 당신 사진입니다! 지금키스 씨는..."
    아니다. 저것들은 백지다. 그리고 난 키스가 아니라 스텟츠다.
    키스다. 아니 스텟츠다갤럽 키스 스텟츠다.
    아니 스텟츠 키스
    아니.. 아니다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라고..... 난갤럽이라고.
    거짓부렁이 의사새끼.
    돌팔이새끼...
    혼란스럽다.
    저 의사는 날 치료하는게 아니라 말려죽이고 있다.
    날 죽이고 있다.
    "키스 씨!"
    목안에서 무언가가 터져나올것만 같다.
    난 너무나 혼란스러워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은 하얀색이다.
    하얀색 벽지들만 둘러쳐져서는 그 위로 차 사진이 떠오른다.
    아니다 저건 하얀색 종이다.
    아니 저건 하얀색 벽지다.
    하얀 색 종이들이...
    "키스 씨!"
    "나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혼란스러워 목소리가 떨려왔다.
    "키스..."
    "나가라고!!!"
    난 테이블을 발로 차버렸다.
    테이블조차도 하얀색 종이다.
    아니 이건 하얀색 테이블이다.
    앞에서 구둣발 소리가 들렸다.
    하얀색 종이, 아니 하얀색가운이 걸어나가고 있다.
    기계음이 들리고 어두운 공간이 열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하얀색 종이, 아니하얀색 가운이 머리부터 조금씩 사라졌다.
    그리곤 또다시 하얀색 방만이 남아있었다.
    하얀색 사진, 아니 하얀색만남아있었다.
    내가 저 사진들을 줬다고?
    내가 언제.. 난 저박사를 만난 적이 없다.
    난 그리고 최우수 사원..I... IT부서에서 일한적도 없다.
    그런 기억이 없다.
    아니 지금 내가 이 방에 갇혀있는지도 없다.
    주변을 둘러봤다.
    방 벽지 위로 차가 지나가는 그림이 보였다.
    아니다. 하얀 종이다.
    아니다. 하얀 벽지다. 벽이다. 하얀색 방이다.
    하얀색.. .. 아니. 벽지.. .. 종이.. 사진....
    하얀색.... 하얀... 하얀....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목에서 무언가가 터져나왔다.
    심장이 미칠듯이 뛰고 있었고 머리가 터질것만 같았다.
    머리 뒤쪽이 터질것만 같이 아팠다.
    죽을것만 같다.
    아니 죽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미친놈이 된채로 죽을지도 모른다.
    죽을거다.
    아무런 기억도 없이 미친놈으로 죽을 것이다.
    제발... 아무나 구해줘.....
    제나... 제나....
    .. 제나가... 누구였지...?
     
     
     
     
    "여보, 또 얼굴 굳은거 봐요... 또왜그래요?"
    또 속마음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나 보다. 부모님이 예전부터 감정을 못숨긴다고 누누히 말했지만 또 이렇게 튀어나왔나보다.
    ".. 아니야. 또 회사에서 까여서말야. 망할 치프자식..."
    제나는 내 시리얼 그릇에 우유를 부어주며 내 얼굴을 어루만져줬다.
    금발의 생머리가 내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늘 눈꼬리가 축 처지도록 웃어주는 파란색 눈동자, 그리고 귀에 걸리도록 올라간 입꼬리.
    단 한번도 내게 거짓말을 한적 없는 제나..
    "당신이 조금만 참아요... 이번에 태스크포스 팀장으로 올라갔다면서요... 회사도 여보 능력 아는거라니깐요?"
    제나는 내 시리얼 그릇에 숟가락을 넣어주곤 또다시 내게 웃어줬다.
    "그랬으면 좋겠다.. 진짜.."
     
     
     
     
    머리가 깨질것만 같다.
    이젠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여기 갇혀서 곧 죽을것만 같다.
    무섭다.
    두렵다.
    눈을 뜨기가 두렵다.
    다시 눈을 뜨면 또 하얀색 방이 나를 괴롭힐 것만 같았다.
    키이잉.
    다시 기계음이 들렸다.
    또 돌팔이새끼가 들어온 것 같다.
    "키스 씨?"
    난 몸을 돌려누웠다.
    눈을 안뜰 것이다.
    저 인간은 나를 또 정신병자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키스 씨. 일어나서 저좀 보시죠. 오늘좋은걸 들고 왔습니다."
    아니. 눈길조차 안줄것이다.
    난 담요를 조금 더 올려서는 얼굴을 반쯤 가렸다.
    구둣발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구둣발 소리가 점점 커져가는 것에 맞춰,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키스 씨. 일어나보세요. 서로인 스테이크좋아하신다고 해서 좀 구해왔습니다. 좀 일어나보세요."
    후추와 버섯, 그리고소고기냄새가 내쪽으로 풍겨왔다.
    입에서 군침이 흘렀다.
    난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조금 더 담요를 올렸다.
    ".. 키스 씨. 힘들게 구해온겁니다. 일어나서 좀 드셔보세요."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스테이크에서 배어나오는 숯향은 정말 미칠것 같았다.
    난 몸을 돌리고 눈을 슬쩍 떠봤다.
    난 다시 눈을 떴다.
    아니다. 분명히 난 눈을떴다.
    너무나 어두웠다. 박사가불을 꺼버리고 나보고 스테이크를 썰라는 듯 했다.
    "헬름스 박사님... 불좀 켜주세요. 이렇게어두운 데서 어떻게 먹습니까...?"
    점점 가까워오던 발소리가 우뚝 멈춰섰다.
    ".... 방금 뭐라고 하셨죠..?"
    박사는 테이블 위에 접시를 놓았는지 달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불좀 켜주세요.. 아무것도 안보여요."
    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박사는 나지막히 무언가를 읊조렸다.
    "이렇게 환하게 불이 켜져있는데 불을 또 어떻게 켭니까?"
    박사는 또 다시 굳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니 이렇게 어두운데 무슨 소릴 하시는거에요?"
    난 앞쪽으로 팔을 뻗어서는 박사를 찾으려 내 앞쪽을 더듬었다.
    "박사님 어디계시는데요?"
    암만 더듬대도 박사를 찾을 수가 없다.
    "키스 씨. 거기 계세요."
    박사는 굳은 목소리로 나를 멈춰세웠다.
    그의 구두소리가 내 바로 앞까지 와선 멈춰섰다.
    그리곤 내 눈쪽에 손을 대고는 내 눈을 벌리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지 부스럭대는 소리를 냈다.
    딸칵. 스위치를 켜는듯한소리가 난 후, 박사는 내 양쪽 눈을 번갈아 벌려댔다.
    "... 망막반응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키스 씨. 지금 혹시 상황이 어떻다구요?"
    딸칵. 박사는 무언가의스위치를 다시 누르곤 주머니로 그 물체를 넣었다.
    "너무 어둡다구요. 아무것도 안보인다구요."
    박사는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키스 씨. 제발요...... 방금뭐라 하셨죠?"
    그는 내 어깨 위에 올린 손에 힘을 주는 듯 했다.
    "아무것도 안보인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또 왜 이러는거지.. 또왜.. ...
    "젠장.. 키스 씨..."
    그는 어깨를 쥔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좀 정신좀 차리세요! 왜 그러시는거에요!"
    그는 나에게 빌고 있었다.
    다그치고 있었다.
    나를 또 미친놈으로 만들고 있었다.
    돌팔이 의사라는 이름 그대로 나에게 거짓말치고 있다.
    .
    또 거짓말을.
    또 알량한 거짓말을 치고 있다.
    "이거 놔요. 이거 놓으세요."
    난 박사의 손에 손을 올려놓으며 뿌리쳤다.
    박사는 어깨에서 떨어진 손으로 내 머리를 꽉 붙잡았다.
    "키스 씨! 제발 절 좀 도와주세요! 키스씨가 절 안도와주면 저도 키스 씨를 못도와드려요!"
    "이거 놓으라고!"
    난 박사를 확 밀쳐냈다.
    무언가가 구르는 소리와 함께 접시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젠장... .. 키스 씨.."
    "키스가 아니고 스텟츠라고!"
    그는 유리조각을 밟고 일어섰는지,절그럭하는 소리가 들렸다.
    ".. 젠장.. 키스 씨. 시간을 좀 주세요. 젠장... 시간을요..."
    그는 발길을 돌리고 밖으로 걸어나가는 듯 했다.
    구둣발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기계소리가두번 들렸다.
    괜히 일어났다.
    망할 박사자식 때문에 쉬지도 못할것 같다.
    난 주변을 더듬거리며 간신히 침대를 찾았다.
    그리곤 망할 돌팔이자식때문에 깨져버린 휴식을 취하려 다시 침대에누웠다.
    난 살포시 눈을 감고는 또다시 잠을 청하려했다.
    그때, 귀에서 또다시회오리가 일어난듯 했다.
    웅 거리는 소리가 귀에서 아주 작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냥 이명일것이다..
    난 눈을 꾹 감고 놓친 잠을 자려 눈을 감았다.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을 자려해도 도저히 머리속이 꺼지질 않는다.
    머리속이 끈임없이 일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난 도저히 잠에 들수 없어 일어나서 침대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아시아쪽에서는 이런식으로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곤 한다는데, 이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망할 명상.
    얼어죽을 가라앉히기.
    머리만 더 복잡해졌다.
    웅웅대는 소리는 줄었지만, 뇌는여전히 죽지 않았다.
    조금이라고 날 쉴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눈이 시큰거린다.
    예전에 쌓인 컨설팅 업무 처리할때도 이정도로 힘들진 않았다.
    밤을 새도 이정도로 새진 않았다.
    눈이 터져나올것 같다.
    누가 그러던데.
    안압이 높아지면 눈알이 빠질수도 있다고...
     
    젠장.
    젠장젠장젠장.
    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
    잠좀 자고싶다.
    자야한다.
    자야한다.
    조금이라도 자지 않으면 정말 죽을수도 있다.
     
    귀에서 심장뛰는 소리가 들린다.
    쿵쾅.쿵쾅.쿵쾅.쿵쾅.
    맨처음 잠들려 했을때 웅웅대던 소리보다 더 거지같다.
    누군가가 내 옆에서 드럼을 치고 있는 것 같다.
    소리좀 멈춰줘.
    제발.
     
    죽어
    다 죽어버려
    개자식들
    죽일거야.
    돌팔이의사새끼
    죽일거라고.
     
    ................
    ................
    ................
    !
    ................
    ................
    ................
     
    311, 312,313, 314, 315, 316, 318
    아 틀렸다. 그러면 137부터 세면 되는 건가.
    138, 139,140, 141, 142, 143, 144, 145......
     
    뢎뿹룉뿚긚긏깏긵긣걁떎믅렳뛱긚긏깏긵긣
    궸뙽귟갂떎믅렳뛱긚긏깏긵긣궴벏뾩궸럊궑
    긞긵긚긏깏긵긣뫮돒붎귏궥갃궻뢎뿹룉뿚귩
    키잉
    문열리는 소리다.
    문열리는 소리가 났다.
    분명히 헬름스 박사님이 들어오실 것이다.
    날 구해주실거야.
    날 구해주실수 있어..
    "키스 씨...? 거기 계세요...?"
    박사다. 박사라고. 박사님이야.
    난 침대에서 황급히 뛰쳐내려갔다.
    어두워도 찾을수 있다.
    박사를 찾을수 있다.
    아니 찾아야만 한다.
    자고싶어. 자고싶다고.
    "박사님. 박사님. 헬름스 박사님.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제발..."
    구둣발 소리가 멈췄다.
    "키스 씨...?"
    목소리다. 헬름스 박사님목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벽쪽에서 들렸다.
    저기있다. 저기있어.
    빨리 발을 움직여야 박사님을 잡을수 있다.
    박사님.. 박사님....
    "키스 씨.. 왜 바닥에서..."
    "헬름스 박사님... 제발... 자게해주세요. 자고 싶어요. .. ..."
    구둣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구둣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키스 씨...? 왜 바닥에서 그러고 계시는건지..."
    박사다. 바로 앞에서들렸다.
    바닥을 손으로 더듬거렸다.
    가죽 느낌이다.
    가죽 느낌이야.
    박사가 신는 신발이다.
    박사다.
    박사님이다.
    박사님. 박사님. 제발. 박사님.
    바지단이다. 아니 동아줄이야
    생명의 동아줄이야.
    "키스 씨. .. 이러시면 안됩니다.."
    "박사님, 박사님 자게해주세요. 저도와주세요. 저 제발. 저 다 기억나요. 저 제발. 자게 해주세요. 이제다 기억나요. 이제 다 기억나요. 저 맞아요. 저 마틴 키스 맞아요. 마틴 키스에요. 자게 해주세요. 박사님. 박사님. 박사님. 박사님. 박사님. 박사님. 박사님."
    난 동아줄을 타고 천국으로 올라갔다.
    동아줄을 잡고 조금씩, 아주조금씩, 올라갔다.
    천사의 손이 내려왔다.
    천사의 손이 내 머리를 잡았다.
    "키스 씨. 진정하세요. 도와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천사가 내 머리에서 손을 뗐다.
    그리곤 그의 품 안에, 그따스한 품 안에 나를 품어주었다.
    천사가....
    천사가.....
    천사가 갤럽 키스를......
     
     
     
     
    "여보, 또 얼굴 굳은거 봐요... 또왜그래요?"
    또 속마음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나 보다. 부모님이 예전부터 감정을 못숨긴다고 누누히 말했지만 또 이렇게 튀어나왔나보다.
    ".. 아니야. 또 회사에서 까여서말야. 망할 치프자식..."
    제나는 내 시리얼 그릇에 우유를 부어주며 내 얼굴을 어루만져줬다.
    생머리가 내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늘 눈꼬리가 축 처지도록 웃어주는 눈동자, 그리고 귀에 걸리도록 올라간 입꼬리.
    단 한번도 내게 거짓말을 한적 없는 제나..
     
     
     
     
    난 살포시 눈을 떴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정말 머리 속을 누군가가 한번 훑고 깨끗하게 청소해준 느낌이다.
    방에 다시 불을 켰는지 하얀방이 다시 내 눈앞에 들어왔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보니 헬름스 박사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키스 씨, 일어 났어요?"
    헬름스 박사님은 테이블 옆에 앉아서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리와서 앉아요, 키스 씨."
    헬름스 박사님은 옆쪽에 있던 의자를 빼서는 나에게 손짓을 했다.
    난 담요를 걷어내고는 헬름스 박사님 옆에 앉았다.
    헬름스 박사님은 웃고계셨다.
    무엇인가가 맘에 드는건지, 양쪽입꼬리가 올라간채로 나를 쳐다보고 계셨다.
    "혈색 좋아보이네요, 키스 씨."
    난 박사님을 향해 살짝 웃고 답했다.
    "아 네.. 간만에 잘.. 잔거 같아가지구요."
    박사님은 내 등을 살짝 두드려주시곤, 종이 한장을 내밀었다.
    "키스 씨가 여기 들어오자마자 썼던거에요. 기억을 다시 되돌리는데 도움을 줄수도있으니 한번 들고와봤어요."
    난 조용히 종이를 받아들었다.
    종이에는 한페이지가 빼곡하도록 글이 적혀있었다.
    옆에 계신 박사님은 똑같은 종이를 한부 더 들고 계셨다.
    "같이 읽어내려 가면서 저도 도와줄게요."
    박사님은 펜을 입에 살짝 물고는 종이를 쭉 읽어내려갔다.
    까만게 그려진 하얀면을 보는게 얼마만인지는 모르겠다.
    난 맨 첫줄부터 나의 수기를 읽어내려갔다.
    "와이프가 바가지를 엄청 긁었나봐요. 시리얼 그릇에 우유를 퍼붓고.. 그쵸?"
    박사님은 글을 읽다 피식 웃고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진짜 맘에 안들었어요. 처음에는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귀었는데, 결혼해보니 다르더라구요. ... 제나...."
    박사님은 줄을 따라가던 볼펜을 멈추고는 나를 쳐다봤다.
    "방금.. 누구요?"
    ".. 아 아니요. 레베카요. 레베카. 제가 잠깐 다른 사람 이름이 생각이 났나봐요. 하하."
    박사님은 내가 미심쩍다는 듯 쳐다보곤, 쩝 소리를 내곤 다시 글을 읽어내려 갔다.
    "아이들도 있었네요. 아들 하나, 딸하나."
    ".. . 크리스토퍼랑 카산드라에요. 둘다 고등학교 라크로스 팀에서..."
    박사님은 펜을 다시 톡톡 두드리곤,내게 말을 건넸다.
    "누구요...?"
    "아아, 죄송해요. 자꾸 다른 가족아이들이랑 헷갈리나봐요. 데이비드랑 제니퍼에요."
    박사님은 종이 위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곤, 내쪽으로 펜을 가리키며 물어보셨다.
    "아들이랑 딸 풀네임이 뭐죠?"
    "... 데이비드 키스, 제니퍼 키스에요."
    박사님은 나를 보고 씨익 웃고는 등을 톡톡 두드려주었다.
    "정말 기억이 돌아오고 있나보네요, 키스. 잘됐어요진짜."
    박사님이 함박 웃음을 짓고 계신다.
    좋아하시는 것이다.
    역시 의사로서 사명감이 뛰어나신 분인 것같다.
    내가 치료되는 것에 따라 보람을 느끼고 계신것 같다.
    나도 박사님을 따라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뭐가 웃기신지, 박사님은껄껄대며 웃기 시작하셨다.
    웃음은 번진다고 했나, 난박사님이 껄껄대며 웃는 것을 따라, 박사님을 보고 웃어드렸다.
    폐속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기분이다.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뛰고 있다.
    이런게 좋은 기분이라고 하는것 같다.
    그때, 박사님의 포켓에서알람이 들려왔다.
    ". 이런. 다른 환자 회진을 돌시간인거 같네요."
    박사님은 의자를 밀어넣고는 일어서셨다. 아마 떠나시려는 듯 했다.
    "... 가시는거에요?"
    난 박사님을 따라 일어나서는 살짝 의자를 밀어넣었다.
    ", 키스 씨. 좀 급한 환자여서말이죠. 키스 씨랑 비슷한 케이스에요 사실. 키스 씨 덕분에어떻게 도움을 주는지를 알게되서 더 손쉬울거 같아요."
    박사님은 내 등을 다시 톡톡 쳐주고는, 서류를 챙겨서 발걸음을 옮기셨다.
    "나중에 시간날 때 다시 올게요, 키스 씨. 그때까지편히 쉬세요."
    난 뒤돌아 걸어나가는 박사님의 등뒤로 손을 휘저었다.
    ", 편할때 오세요! 박사님!"
    키이잉.
    기계음이 또다시 들리며 문이 닫혔다.
    좋은 박사님인것 같다.
    정말 환자 한명한명에게 쏟을수 있는 관심은 모두 쏟는 분인것 같다.
    난 남는 시간에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러 방 구석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침대쪽으로 걸어가면서 본 것은, 하얀 책상 위에 그려진 수많은 검은 선들이었다.
    무엇인가 싶어 슬쩍 들어보니, 아까헬름스 박사님이 두고 가신 내 수기인 듯 했다.
    남는 시간동안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기억을 다시 더듬어 봐야겠다.
     
     
     
     
    "여보, 또 얼굴 굳은거 봐요... 또왜그래요?"
    또 속마음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나 보다. 부모님이 예전부터 감정을 못숨긴다고 누누히 말했지만 또 이렇게 튀어나왔나보다.
    ".. 아니야. 또 회사에서 까여서말야. 망할 치프자식..."
    제나는 내 시리얼 그릇에 우유를 부어주며 내 얼굴을 어루만져줬다.
    ....... 제나......?
    제나가... 누구...더라....?
     
     
     
     
    침대에 누워 이리 뒹굴, 저리뒹굴.
    이런식으로 시간을 보내는것도 이제는 지겹다.
    가끔씩은 헬름스 박사님이 들어오시는 문으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도든다.
    "키스 씨? 계세요?"
    또다시 기계문이 열렸다.
    헬름스 박사님이 함박웃음과 함께 들어오셨다.
    ", 박사님?"
    난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마침 지루했었는데 박사님이 오셨다니, 또 다른 환자들을 치료하는 아이디어를 내가 줄수 있을까?
    박사님은 살짝 웃으면서 내 어깨를 두드려주셨다.
    "오늘 검사 결과를 받았어요 키스 씨. 아마 내일은 퇴원을 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박사님은 자랑스럽다는 듯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씀하고 계셨다.
    "퇴원...이요?"
    이 흰색 방에서 나간다는 것일까...?
    ", 이미 결재가 다 끝났어요. 내일퇴원하실 수 있어요. 원무과에서 퇴원증명만 받으시면 될거에요."
    헬름스 박사님은 자랑스럽다는 듯 내게 악수를 권했다.
    "축하드려요, 스텟츠 씨."
    난 박사님의 손을 잡고는 크게 흔들며 박사님을 껴안았다.
    "난 스텟츠 씨가 해낼줄 알았어요."
    .... 스텟츠...?
    "박사님. 스텟츠...?"
    박사님은 포옹을 떼내곤, 나를쳐다보고 말하셨다.
    "아아아아아 키스 씨. 미안해요, 미안해. 다른 환자랑 착각했어요. 너무 미안해요."
    박사님은 무안한듯 미소를 보여주시곤, 내 손을 다시 흔들어주셨다.
    "나중에 퇴원 하고도 시간날때 한번 찾아와요. 내가 저녁이라도 한끼 사죠."
    ".. 감사합니다, 박사님."
    박사님은 나를 향해 다시 씨익 웃어주고는 밖을 향해 발걸음을 돌리셨다.
    ", 벌써 가시는 거에요?"
    헬름스 박사님은 나를 돌아보곤 다시 미소를 지었다.
    한쪽 입꼬리가 멋들어지게 올라가는게, 역시 헬름스 박사님이다.
    ", 다른 환자들이 있어서 말이죠."
    언제나 바쁘신분이다.
    언제나....
    "내일 또 뵐수 있으면 퇴원전에 한번 뵐게요, 박사님. 그럼 저는 마지막 밤을 즐기겠습니다."
    박사님은 자동문 앞에 서선 나를 돌아보셨다.
    한쪽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 좋은 밤 보내시길 빌게요."
     
     
     
     
    "여보, 또 얼굴 굳은거 봐요... 또왜그래요?"
    또 속마음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나 보다. 부모님이 예전부터 감정을 못숨긴다고 누누히 말했지만 또 이렇게 튀어나왔나보다.
    ".. 아니야. 또 회사에서 까여서말야. 망할 치프자식..."
    레베카는 내 시리얼 그릇에 우유를 부어주며 얼굴을 툭툭 두드렸다.
    금발의 생머리가 내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나를 쏘아보는 파란색 눈동자, 그리고축 처진 입꼬리.
    내가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레베카..
    "당신이 조금만 참으면 안돼요?... 이번에 태스크포스 팀장으로 올라갔다면서요... 자꾸 그러니까 회사가 까내려는거 아니에요.?"
    레베카는 내 시리얼 그릇에 숟가락을 넣어주곤 싱크대쪽으로 걸어갔다..
    "아 이여편네가 진짜.."
    레베카는 싱크대쪽에서 나를 향해 뒤돌아보곤 또다시 나를 비웃고 있었다.
    "그래요. 당신만큼 능력있는 사람이 어디있다구.."
     
     
     
     
     
     
     
     
     
     
     
     
     작가의 한마디 : 겉모습이란 진실인 척 하는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
     
     
     
     
    CarpeDiem!의 꼬릿말입니다
    키이잉.
    기계문이 열리고, 안쪽에서 하얀색 가운을 입은 남성이 걸어나온다.
    "끝난겁니까?"
    문 옆에서 양복을 입고 기다리던 남자는 방 안에서 나오는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서브젝트 315, 갤럽 A 스텟츠. 완료했음."
    헬름스라고 적힌 명찰이 달린 하얀 가운을 입은 남성은, 가운을 벗어서 곁에 있는 남성에게 건네주었다.
    "모나크 박사님. 매번 큰 도움 감사드립니다."
    가운을 벗은 남성은 어깨를 슥슥 풀고는 복도를 따라 걸어 나갔다.
    "있잖아, 내가 누누히 말하지만, 세뇌라는건 당신네들처럼 약물로 몸을 무너트리는게 아니야. 정신을 무너트리는거지."
    모나크라 불린 남성은 복도의 끝에 걸려있는 검은색 코트를 걸쳐 입고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그러면.... 이제 스텟츠는.. 아니죠, 마틴 키스는 암시가 걸린대로 행동하겠죠?"
    모나크의 뒤를 따라 오던 남성은 헬름즈 박사의 가운을 들고 모나크의 뒤를 따랐다.
    "물론이지. 반복해서 암시를 틀어줬으니까 말야."
    계단의 끝. 그곳에는 커다란 이중 철문으로 된 엘리베이터가 달려있었다.
    모나크는 벽에 달린 버튼으로 손을 뻗어 엘리베이터를 불렀다.
    "이미 무너진 정신을 재건할 때는 말야... 무슨 콘크리트를 가져다 쓰던간에 붙게 돼있어. 그게 좋은 콘크리트던, 적들의 콘크리트건, 내가 만든 콘크리트건, 나쁜 콘크리트건. 무조건 붙는다고."
    띵.
    화물 엘리베이터 처럼 보이는 커다란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굳게 닫힌 이중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번 무너졌던 정신은 다시 붙는 그 순간부터 또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그리고 그 노력은 자연스레 한 사람의 새 정신이 되버리고 말야."
    쿵.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후, 이중의 철문은 굳게 닫혔다.
    "우리는 정신을 다시 붙여줄 뿐이야. 그리고 저놈들은 우리 말대로 움직이는 인형일 뿐이고."
    키이잉.
    그리고 두겹의 철문.
    엘리베이터를 막는 철문이
    서서히
    아주 서서히
    그리고 아주 서서히
    닫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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