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6학년때 우리반에는 정윤희를 닮은 여자아이가 있었어요.<br><br>키도 우리반에서 남여 합쳐서 제일컸고 성적도 최상위권인데다 성격도 무지 좋아서<br><br> 여자아이들 사이에선 리더격이었죠.<br><br>그리고 우리반 남학생 모두의 짝사랑 대상이기도 했구요.<br><br>저도 그녀를 짝사랑하던 많은 남학생 중의 한명이었습니다. <br><br><br>1년이 흘러 우린모두 졸업을 하고 중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지만<br><br> 남학생들의 그녀를 향한 열정은 식을줄 몰랐습니다.<br><br><br>그여학생 집이 저희집에서 약 1.5키로 가량 떨어진곳에서 쌀집을 하고 있었는데<br><br> 어머니께서 쌀 10키로 짜리 사오라고 심부름 보내면 <br><br> 집앞에 있는 쌀집을 마다하고 그여학생집까지 쌀을 사러 가곤 했어요.<br><br><br>그아이 집 우편함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편지를 써서 몰래 놓고 온적도 부지기수였습니다.<br><br><br>또 시간이 훌쩍 지나 고등학생이 되었는데<br><br> 초중고를 같이 다닌 친한 친구녀석 하나가 그아이랑 사귄다고 하더라구요.<br><br>그친구는 저희집에 자주 놀러오곤 했는데<br><br> 저희집에 있는내내 그아이 이야기만 했습니다.<br><br>전 속이 무척 상했지만 내색않고 그친구 얘기만 들어줬네요.<br><br><br>고등학교 3년내내 제친구와 그아이는 사귀다 헤어지다를 반복했는데<br><br> 헤이진후 또 사귈떄는 제친구의 집요한 요청으로 어쩔수 없이 다시 만나는것 같은 눈치였습니다.<br><br><br>고3 2학기가 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저는 독서실에 상주하게 되었고<br><br> 벼락치기에도 불구하고 대입에 실패해서 재수를 하다보니<br><br> 그 친구와도 점점 멀어져 그녀의 소식도 못듣게 되고<br><br> 친구와 그녀 모두 제 뇌리에서 어느새 잊혀져 가고 있었습니다.<br><br><br>두번째 학력고사를 치르고 지방공대에 합격한 후<br><br> 입학 날짜를 기다리고 있을때였나 봅니다.<br><br>하루는 제동생이 급한 목소리로 집에 뛰어 들어오며<br><br>"히야 그소식 들었나?"<br><br>하는겁니다.<br><br> "무슨소식?"<br><br> "00누나 죽었다 카더라"<br><br>제동생과 그녀의 동생도 국민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였습니다.<br><br> "뭐라카노? 가가 와죽노?"<br><br> "나도 모르겠다. 칼에 찔리 죽었다 카던데."<br><br>동생의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br><br> 그날 저녁 지역신문 사회면에 살인사건 기사가 실렸고<br><br> 정황을 보니 그녀와 비슷한것 같았습니다.<br><br><br>국민학교 동창들에게 전화를 돌려보니 벌써 소문이 다 퍼져 있더라구요.<br><br>- 정식(가명)이가 죽있다 카드라.<br><br>- 와 죽있는데?<br><br>- 정식이가 영장이 나와가 군대를 가게 됐는데 가가 이제 진짜 고만만나자꼬 캤다카네.<br><br>- 그래서?<br><br>- 군대 가기전날밤에 정식이가 가 집앞에 찾아가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만나돌라 캤단다.<br>그래가 포장마차에서 울며불며 사정했는데도 가가 싫다 캤다카네.<br>그라이 고마 정식이가 눈까리가 확 디비지가꼬 포장마차에 있던 식칼로 찔렀뿠는데 응급실 도착하이 벌써 죽었더라카 네.<br><br><br><br><br>그후로 그녀의 부모님이 하시던 쌀집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저희동네를 떠나셨구요 <br><br> 정식이 소식도 아는이가 아무도 없게 되었습니다.<br><br><br>벌써 26년 전의 일이네요.<br><br><br>최근 밴드덕분에 국민학교 동창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br><br> 아직도 정식이의 근황을 아는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br><br><br>아마 출소는 했을것 같네요.<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