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가끔 살다보면 다른 가족들 모두 외출하고 집에 혼자 남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div> <div> </div> <div>그날이 그랬고, 저희 집은 아파트도 주택도 아닌, 상가 건물을 사람이 살도록 개조한 </div> <div> </div> <div>상가 주택 2층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상가 주택이다 보니 격자 모양의 중간중간 불투명 유리로 되어 있는 문이 유일하게 </div> <div> </div> <div>집을 지켜줄 수 있는 수단이었는데, 그날 자정이 막 지났을 때쯤, 집 앞에서 소곤거리는</div> <div> </div> <div>소리가 들려 왔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 소리는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이 주고 받는 소리였습니다.</div> <div> </div> <div>상가 건물에 살다보니 아래층에 술집도 있었고, 취객들의 이런 저런 소음은 언제나 있어 왔던 </div> <div> </div> <div>일이었기 때문에, 그날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심경으로 하고 있던 일에 몰두 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평소에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던 저는 그날도 온 집안에 불을 꺼놓고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div> <div> </div> <div>갑자기 열쇠구멍에 열쇠가 들어 오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div> <div> </div> <div>가족들 중 그 누구도 그날 집으로 돌아온다는 사람이 없었기에, 깜짝 놀란 저는 현관 문을 바라보았고,</div> <div> </div> <div>흐릿한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서 있는 누군가의 그림자를 보았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목소리는 아까 전 들었던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인 듯 싶었는데, 이런 저런 욕을 해가며, 맞지 않는 </div> <div> </div> <div>키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이 건물 안에는 우리 가족 말고도 옆 집에 한 가족이 </div> <div> </div> <div>더 살고 있었기에(선교원이라 사람이 많이 드나 들어요.) 놀란 가슴을, 그들은 금방 다른 집이란걸 알고 </div> <div> </div> <div>돌아갈것이라고 안심 시키며 다시금 컴퓨터에 앉았습니다. </div> <div> </div> <div>(다른게임도 아니라 LOL 실시간 팀플레이게임 이었기에 초조해짐..)</div> <div> </div> <div> </div> <div>하지만 제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돌아가지 않았습니다.</div> <div> </div> <div>금방 자신들이 집을 착각했음을 알아채기는 커녕, </div> <div> </div> <div>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div> <div> </div> <div>맞지 않는 키를 열쇠 구멍에 쑤셔 넣고 돌려 댔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저는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 키로 현관문이 열릴거라고 생각</div> <div> </div> <div>하진 않았지만, 폭력적으로 키를 돌리며 욕을 하는 남자의 행동에 공포심을 느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우선 현관과 이어져 있는 거실의 불을 켰습니다. 그리고 집안에 사람이 있다는것을 어필하기 위해</div> <div> </div> <div>일부러 발소리를 쿵쿵거리며 거실을 뱅뱅 돌았습니다. 도저히 문을 열고 항의할 생각을 할 순</div> <div> </div> <div>없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고, 저는 집 안에 혼자였으며, 문을 열었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두려웠기 </div> <div> </div> <div>때문입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갑자기 집안에 불이 켜지고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자, 그들은 당황한듯 했습니다. 그때까지도 큰</div> <div> </div> <div>움직임이 없었던 그림자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고, 문 옆 살짝 열려 있던 창문가로 나에게 들으라는</div> <div> </div> <div>듯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 왔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어머, 이 집이 아니었나보네.</div> <div> </div> <div> </div> <div>정말 집을 잘 못 찾아온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왜 그렇게 여자의 말이 두려웠을까요? </div> <div> </div> <div>남녀가 사라지고 5분 쯤 현관 문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습니다. 제발 그들이 옆집 문을 열고</div> <div> </div> <div>들어가길 바랬습니다. 선교원 손님이길 바랬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래야 여자가 말한 집을 착각했다는 말이 사실일 테니까요. </div> <div> </div> <div>하지만 제 바램과는 달리 그들의 발소리는 상가 밖을 나섰습니다. </div> <div> </div> <div>무언가에 쫓기듯 제 빠르게..</div> <div> </div> <div> </div> <div>저도 귀신 이야기를 참 좋아하고 무서워 합니다만, 이 일을 겪고 난 후 (솔직히 별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div> <div>사람이 더 무섭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div> <div> </div> <div>혹시 강도 일지도 모르는 사람이 문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는 사실이 이렇게까지 무서울줄은 몰랐네요.</div> <div> </div> <div>이미 보름쯤 지난 일이고 지금와서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키를 가지고 문을 열려고 했으니 여자분의 말대로 정말 집을 </div> <div>잘못 찾아왔었나 보다 싶다가도 그 남자가 얼마나 쑤셔댔는지 새로 단 열쇠구멍에 그어진 수많은 상처들과 그날 밤 들었던 </div> <div>소름끼치는 쇠 부딪치는 소리를 생각하면 역시나 무서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div> <div> </div> <div>별건 아니었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문단속 잘하세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