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아마 내가 초등학생 때 였을거야<br />그 때 일어난 사건은 신문에 대서특필 했을 정도로 큰 사건이였지<br /><br />뭐, 지역은 밝히지 않겠지만 내가 겪은 아주 기묘한 이야기를 써볼까해.<br /><br /><br />내가 초등학생 때, 그래 아마 초등학교 2학년 때 였어. 이제막 2학년에 올라와 처음 먹어보는 학교급식. 처음 받아보는 오후 수업에 들떠있었을 때 였지.<br /><br />그 당시 또래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랬겠지만（아님 말고）, 어딘가를 탐험해 보고 싶고, 내가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싶기도 하고, 대모험의 주인공이 되고 싶기도 하고 그랬었잖아?<br /><br />그랬던 탓에 나는 항상 소심한 친구 성훈이를 데리고 동네 뒷산이든, 부둣가든, 다른 동네의 놀이터든 모종삽 하나만 들고 돌아 다녔었어. 모종삽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딱히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보물같은 걸 발굴하지 않을 까 하는 이유에서 였지.<br /><br /><br />그러던 어느날이였어. 이 날 일어났던 일이 이 이야기의 핵심일거야<br /><br /><br />동네 곳곳을 싸돌아 다닌 나와 성훈이는 더이상 갈 곳이 없어졌어. 당연히 나는 풀이 죽어있었지.<br /><br /><br />"혜성아, 우리 아빠 일하시는 공장에라도 가볼래?"<br /><br /><br />그런모습이 신경쓰였던걸까 성훈이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어. <br />그당시 공장하면 로봇. 기계 이런 것 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나는 신이 나서 성훈이를 밀며 성훈이 아버지가 일하는 공장으로 갔지.<br /><br />성훈이 아버지가 일하시는 곳은 아마 전력 발전소 였던 것 같고 성훈이 아버지는 반장 정도 됐을거야.<br /><br /><br />아무튼 말이야 진짜 이상한건 여기서 부터야.<br />공장에 도착한 우리는 공장 입구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갔어. 그리곤 대문을 아주 살짝 열고 들여다 봤지.<br />안 쪽에선 용접하는 모습, 쇠를 절단하는 모습이 보였어<br /><br />그런데 그 때, 청바지에 흰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나와 성훈이 손을 잡고 공장 밖으로 끌고 나가는거야<br />나와 성훈이는 당황했고 급기야 성훈이는 울기 시작했어.<br />나는 이대로 끌려갈 수 없어 그 남자의 손을 피가 날정도로 물었지만, 남자는 한번 움찔하더니 아랑곳 하지 않고 그대로 우릴 끌고 갔어.<br /><br />아까 용접하는걸 맨눈으로 봐서 그런지 얼굴 또한 제대로 볼 수 없었지<br /><br /><br />그 때였어, 그대로 공장을 나와 공장에서 50m즘 떨어졌을 때 등 뒤에서 살짝 뜨거운 열기와 폭발음이 들려 뒤돌아 봤더니 이미 그 공장은 불타고 있었지<br /><br />그래, 성훈이 아버지는 그 날 돌아가셨어.<br /><br /><br />벙쪄 있던 나는 그 남자가 생각나 뒤를 돌아보앗지만 그 남자는 보이지 않았고, 얼마나 손목을 세게 잡앗는지 시퍼렇게 손자국만이 남아있었지.<br /><br /><br />옜날 이야기는 여기까지가 끝이야. 결국 그 공장의 생존자는 고작 1명이였고<br /><br />후일담으로는 성훈이는 아직까지 그 폭발 사고의 원인이 우리를 끌고 갔던 남자라고 생각해<br />정작 언론에서 밝혀진 원인은 사소한 실수가 폭발까지 번져진거 였지만 성훈이는 애써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아<br />과연 그 남자는 뭐였을까? 우리 생명의 은인이였을까? 아님 공장을 폭발시킨 테러범이였을까?<br />그러한 의문들이 밝혀지지 않은채 대학생이 됐어.<br />성훈이는 고등학교까지 나랑 같이 나와선 대학교는 지방에 있는 국립으로 가고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지<br /><br /><br />그리고 바로 3주전 이였어<br /><br /><br />오전 오후로 동아리 행사를 하고 술까지 먹어 피곤에 쩔어 자취방에 들어온 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에 빠져들었어<br /><br /><br />한참 잘자고 있을 때 였어, 갑자기 종아리 근육이 딱딱하게 올라와 너무 아파 잠에서 깼지. 쥐가 났나보다 하고 일어나려 했는데 갑자기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통증이 사라졌어. 대신 몸이 움직이질 않았지.<br /><br /><br />난생 처음으로 눌린 가위였어. 잠이 드려 해도 정신은 더욱 맑아지고 점점 이상한 것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그것의 형태가 뚜렸해지고, 점점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어<br /><br />결국 나는 선명해진 그것과 눈을 마주치고 말았어. 내 옆에 서있는 그것의 얼굴은 센불로 구운 스테이크 같이 불그스름하게 타있었고 갈라진 살점 사이에선 핏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어, 머리카락은 불에 타서 없어진듯 다닥다닥 몇가닥이 뭉쳐 있었지만 단번에 그것이 여자라는 걸 알 수 있었지.<br /><br /><br />대략 30초 동안 나는 그것과 눈을 맞추고 있어야 했지.<br /><br /><br />그런데 그것은 갑자기 불그스름하게 구워진 손으로 내 손목을 강하기 잡았어. 나는 정말 무서워 죽을 것만 같았어 진짜로<br />그리고선 날 어디론가 자꾸 끌고 가려고 했고 나는 이대로 끌려가면 죽는다고 생각해 안간힘을 써서 버텼어.<br /><br />하지만 난 힘없이 그것에게 끌려갔고, 결국엔 될대로 돼라 하고 버티는걸 포기하며 눈을 질끈 감았어<br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눈꺼풀 밖에서 밝은 빛이 느껴지는거야. 눈을 떠보니 나는 어딘가 낯이 익은 공장 옆에 서 있었어.<br /><br />여기가 어딘지 곰곰히 생각해 봐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주변을 둘러 보고 있었어<br />그런데 그 때 저 멀리 초등학생 2명이 공장 입구쪽으로 슬금슬금 걸어오고 있었어. <br /><br />아마 눈치 챘겠지만 그 초등학생 2명은 어렸을 적 나와 성훈이였어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어.<br />만약 여기가 그날의 폭발 사건 발생지라면 우리를 끌고가던 그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을까<br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가위눌린것도, 나를 끌고 오던 그것도 잊은 채 그 둘을 지켜보기 시작했어.<br /><br />나와 성훈이는 공장을 빼꼼 들여다보기 시작했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br />곧 있으면 공장이 폭발하기 시작 할텐데 그 남자는 나오지 않았어<br />나는 점점 불안해 지기 시작했어. 곧 있으면 공장이 폭발할텐데... 쟤네들이 죽으면 나도 지금 여기 없는게 아닐까?<br /><br /><br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나는 성훈이와 나의 손목을 잡고 끌고가기 시작했어<br />역시나 과거의 나는 저항이 심했고 급기야 내 손을 물기까지 했지만, 여기서 놓치면 내가 죽어버릴것 같다는 본능으로 더욱 세게 나의 손목을 쥐었지.<br /><br /><br />그리곤 얼마 안가 뒤에선 폭발음이 들렸고 일순간 번쩍하더니 나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공장 안에 있었어.<br />공장 안이라고 해봤자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위치였어. 나는 이대로 있으면 타죽겠다 싶어 재빨리 나가려 했지<br /><br />그 때, 신음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젊은 남자가 머리에 피를 흘리면 쓰러져 있었어. 뒤를 돌아봄과 동시에 내 몸은 멋데로 움직여 그남자를 번쩍 들어 공장 밖으로 나가고 있었어. 내 몸이 멋데로 말이야<br /><br />그대로 밖으로 나가 그 남자를 내려놓고야 내 몸은 자유로워 지고 그와 동시에 나를 끌고 가려했던 불그스름하게 구워진 그것이 나를 처다보고 있었어 그리곤 잠에서 깼지<br /><br /><br /><br />정말 생생한 꿈이였어<br /><br />거울을 보니 나는 동아리 행사때문에 입은 청바지와 아베크롬비 흰 후드집업을 벗지도 않고 잠에 들었던 것 같아.<br />과거 나를 끌고 가던 남자도 흰 후드티에 청바지였다고 했지?<br /><br />소름 돋는건 내 오른손에 아주 희미하게 이빨자국이 남아있었던 거였어<br /><br />생각해보니 어릴적 나와 성훈이를 구해준건 나였나? 그렇다면 나는 간밤에 과거에 갔다왔던 건가?<br />그럼 나를 끌고 갔던 그것은 왜 날 거기 데려간거지?<br /><br />그래, 아마 내 몸이 멋데로 움직여 구한 그 남자를 구하려고 그랬던거겠지? <br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가슴 안쪽에서 뜨거운 뭔가가 올라오는 기분이였어 <br />뭔가 영화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고 해야하나?<br /><br /><br />그리고 꿈 막바지에 만난 나를 끌고 갔던 그것, 머리는 듬성듬성 뭉쳐있고 갈라진 피부 사이로는 핏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지만 부분부분 새까맣게 탄 그 징그러운 그것의 얼굴 안쪽에는 과연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간밤에 겪은 이 일은 꿈이라고 하기엔 생생하며, 현실이라고 하기엔 터무니 없는 일이다.<br />그 날 흰 후드와 청바지를 입었던 것은 단지 우연일 수도 있으며, 오른손에 생긴 이빨자국은 잠꼬대로 내 손을 스스로 깨물었던거였을 수도 있다. 내 친구들이 들으면 아마 코웃음을 치겠지<br /><br /><br /><br />비록 이 이야기가 터무니 없는 꿈일지라도 종종 내가 간밤에 겪은 기묘한 일을 생각하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소소한 재미를 주리라 믿으며 이 이야기를 끝마친다.<br /></div> <div> </div> <div> </div> <div>출처: 웃긴대학 니똥샬라님<br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