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나는 친구가 없다.</div> <div>남자친구뿐만 아니라 같은 여자친구까지도.</div> <div>사교성이 부족한지, 남들과 어울리는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너무나 피곤하다.</div> <div>그래서인지 영화 보는 것이 좋다.</div> <div>그저 스크린을 바라보면 되니까.</div> <div><br /></div> <div>주말마다 영화관에 간다.</div> <div>멀티플렉스 같은 영화관도 가지만 주로 가는 곳은 인디영화 상영관이다.</div> <div>사람이 적은 한적한 객석에서 앉아 있는 것이 행복이다.</div> <div><br /></div> <div>어느 주말, 평소처럼 영화관에 갔다.</div> <div>티켓을 받고 기다리고 있는데,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말을 건넸다.</div> <div>낯선 사람, 게다가 남자였기에 경계하며 뒷걸음쳤지만 남자는 환한 얼굴로 말한다.</div> <div><br /></div> <div>"저기요, 실례지만 제가 이 영화 찍은 감독입니다. 혹시 보고나서 감상평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div> <div>"네? 아, 네……. 네."</div> <div><br /></div> <div>갑작스러운 일로 당황했다.</div> <div>평소에 남자와 이야기할 일도 없는데, 더욱이 감독이라니.</div> <div>남자의 미소에 매료되어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꼈다.</div> <div><br /></div> <div>그날 본 영화는 B급 공포영화다.</div> <div>주인공인 여자가 남자에게 납치되어 창문도 없는 밀실에 감금되는 내용이다.</div> <div>영화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div> <div>고어적인 연출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div> <div>하지만 남자의 미소가 계속 떠올라 남자에게 뭐라 말할까 계속 그 일만 생각하게 되었다.</div> <div><br /></div> <div>영화가 끝나고 자리에 일어났다.</div> <div>밖으로 나오자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div> <div>고민 끝에 말을 골라 감상평을 이야기하려 하자, 남자가 먼저 말을 건넨다.</div> <div><br /></div> <div>"이 근처에 제 사무실이 있어요. 차기작을 위해 설문조사 겸 감상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데뷔작이라 여러모로 신경 쓰이네요. 물론 길게 시간 쓰지 않아요. 시간 내주신 것에 대해 사례도 드리고 싶어요."</div> <div><br /></div> <div>남자는 영화를 제작하면 겪은 일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해주었다.</div> <div>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관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로 안내한다.</div> <div>엘리베이터가 20층에 올라가는 중, 남자가 쑥스러운 듯 물었다.</div> <div><br /></div> <div>"아까 제 영화 어땠나요? 아깐 사람이 많아서 대답 듣기가 왠지 쑥스러웠네요. 여기라면 아무도 없으니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셔도 되요."</div> <div>"단순한 이야기지만 오히려 공포영화라서 직설적인 것이 좋았어요. 하지만……. 음, 여자가 결국 밀실에서 괴로워 하다가 죽는 내용이라,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하네요. 뭘 전달하고 싶으신 거죠?"</div> <div><br /></div> <div>땡!</div> <div>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div> <div>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div> <div>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문 앞에까지 데려왔다. </div> <div>문에는 제작사 이름이 새겨져있다. </div> <div><br /></div> <div>남자는 열쇠로 문을 열며 나를 사무실 안으로 이끌었다. </div> <div>사무실은 어두컴컴했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방에는 커튼이 쳐있었다.</div> <div>그녀가 뒤돌아보자 남자는 자신의 몸으로 문을 지탱하며 핸드폰을 받고 있었다.</div> <div><br /></div> <div>"아, 미안해요. 작업 관련해서 연락이 왔네요. 조금만 기다려줘요."</div> <div><br /></div> <div>남자는 속삭이듯 내게 말한다.</div> <div>다시 실내를 둘러본다.</div> <div>사무실에는 별다른 가구가 없다.</div> <div>책상 하나와 의자 몇 개 뿐.</div> <div>이상하게 주방이나 화장실도 보이지 않는다. 원룸 하나 뿐.</div> <div><br /></div> <div>생각해보니 처음 왔는데 묘하게 낯익은 방이다.</div> <div>창문이라도 열까 해서 창가에 다가섰다.</div> <div><b><font color="#ff0000">커튼을 젖히자 벽이 있었다.</font></b></div> <div><br /></div> <div>뒤돌아 남자를 쳐다봤다.</div> <div>그는 처음에 봤을 때 보여준 그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현관 밖으로 가자 조용히 문을 닫았다.</div> <div><br /></div> <div>순간 당황스러워 손에 있던 가방을 떨어뜨렸다.</div> <div>현관 문 안쪽에는 손잡이가 없었다.</div> <div>그제야 생각이 났다. 이 방이 왜 낯익었는지…….</div> <div><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div> <div>출처 :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http://thering.co.kr/2189?category=19)</div> <div>오랜만에 잠밤기 들어가 보려고 thering.co.kr 쳤더니 그림파일만 하나 뜨네요@.@;;</div> <div>구글링으로 다른 링크 통해 들어가긴 했는데, 혹시 잠밤기 이제 운영 안 하시는지...ㅠ</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