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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3499
    작성자 : 산뜻
    추천 : 7
    조회수 : 2022
    IP : 218.209.***.94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4/01/31 20:58:12
    http://todayhumor.com/?panic_63499 모바일
    사후세계에 관심있나요?
    <div>이 사후세계는 세계 어느나라에도 적용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 사후세계는 가장 한국적인 사후세계입니다.</div> <div> </div> <div>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요?"</div> <div>선생님이 말했다. 평소때는 말끔하게 차려입고 맑은 눈으로 학생을 대하던 선생님이 오늘따라 동태눈알, 상거지꼴이 되서 학생들을 대면했다. 교실의 앞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선생님은 이상한 말로 수업을 시작했다.</div> <div> "사람은 죽으면 말이지, 저승으로 간단다."</div> <div>아이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열 살 아이들이 듣기엔 거북한 말이다.</div> <div> </div> <div> "저승으로 가기 전에 3년동안 누구나 이승에 남을 기회가 주어지거든. 저승으로 가는 건 순전히 자기 마음이야. 저승사자가 데리러 온다고 해도 자기가 가고싶지 않다면 가지 않는거지."</div> <div> </div> <div> "선생님, 무서워요."</div> <div> </div> <div> "전혀 무서운게 아니에요. 너희들도 언젠간 죽게 되어있으니까요."</div> <div>선생님이 기분나쁘게 웃는다. 아이들 몇몇이 눈물을 보인다.</div> <div> </div> <div> "몰라, 나 집에 갈래!"</div> <div> </div> <div> "선생님, 도란이가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잖아요! 이제 그만하세요!"</div> <div>선생님은 기분나쁜 미소를 띠며 말했다.</div> <div> </div> <div>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도란이는 그런 나쁜 어린이가 아니니까."</div> <div>교실 밖으로 뛰쳐나간 아이는 초점이 흐릿해져 교실 안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무엇이 그 아이를 내동댕이쳤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교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다. 창밖은 비바람과 돌풍, 천둥번개가 몰아쳤는데 활짝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그 심상치 않은 기운이 전해졌다. 교실에 내동댕이쳐진 아이의 이마 정 중앙으로 검붉은 액체가 흘러내린다.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른다.</div> <div> </div> <div> "학교 수업을 땡땡이 친다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았지요? 풋"</div> <div>이 선생은 미쳤다. 선생님은 눈을 지긋이 감고 말한다.</div> <div> </div> <div> "수업을 계속하겠어요. 보통 사람들은 3년안에 저승으로 가지만 원한을 가득 품은 혼령이 가끔씩 있어요. 그 혼령들은 영원히 이승에 남아 풀지 못한 숙제를 하려고 들지요. 그들은 원귀, 즉 귀신이 되는 거랍니다. 귀신은 곧바로 양기의 영향을 받게됩니다."</div> <div>선생님이 눈을 뜨자 교실엔 아이들이 몇몇 남지 않았다. 공포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아이와 실수를 해 버린 아이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div> <div> </div> <div> "재밌군요. 수업 땡땡이치지 말라고 했을텐데."</div> <div> </div> <div>나는 제일 친한 친구 네 명과 함께 도망가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얼른 복도 끝에 걸린 비상구 표지등을 따라 달려갔다.</div> <div> </div> <div> "양기를 가득 품은 존재. 그것은 해와 햇빛을 받는 달입니다. 양기에 영향을 받으면 귀신은 자신의 음기가 쇠약해져 지하로 떨어지고 맙니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지상으로 올라옵니다."</div> <div> </div> <div>선생님의 목소리가 방송 스피커를 타고 들려온다. 소름이 끼친다.</div> <div> </div> <div> "도망가는 걸 포기하고 지금 당장 교실로 들어오세요. 해가 지면 우리 친구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에요."</div> <div> </div> <div>비상구 표지등의 불이 나가고 창문이 활짝 열렸다. 곧바로 비바람이 몰아쳤다. 깜짝 놀랐는지 수로가 주저앉아버렸다.</div> <div> </div> <div> "수로야, 일어나! 이러다가 이상한 선생님에게 잡혀가면 어떻게해?"</div> <div> </div> <div>수로는 대답이 없다. 아니, 의식이 없다.</div> <div> </div> <div> "진우야 어떻게 해? 나 너무 무서워..."</div> <div>수로 대신 옆에있던 영희가 말했다.</div> <div> </div> <div> "햇빛과 마찬가지로 달빛을 받는다면 귀신은 음기를 잃고 추락하죠. 다만 그 힘이 약할 뿐. 그믐날 밤엔 귀신들이 가장 극성을 부리지요."</div> <div> </div> <div> "꺄악!"</div> <div>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복도 끝에서 검은 물체가 지나가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쳤다는 것을 인식하기도 전에 그 검은 물체는 내 앞으로 번쩍 다가와 있다.</div> <div> </div> <div> "얘들아, 도망가야해!"</div> <div>우리는 필사적으로 음악실로 도망갔다.</div> <div> </div> <div> "원귀 말고도 잡귀가 있어요. 저승사자는 나쁜일을 많이 한 사람들을 지하에 가둬버려요. 그들은 더 나쁜짓을 하기 위해 하늘의 감시망을 뚫고 지상으로 올라오죠."</div> <div> </div> <div>음악실에 들어왔다는 것을 후회할 때는 이미 늦었다. 공포영화 배경으로 딱 적당한 곳이 아니던가. 아니나 다를까 피아노가 스스로 작동한다. 놀란 아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태호가 신호를 보낸다. 아이들은 음악실 책상 밑으로 숨었다.</div> <div> </div> <div> "잡귀들은 사람의 몸을 빌려서 나쁜일을 하려고 해요. 사람이 나빠지는 이유는 다 잡귀가 들려서 그렇답니다."</div> <div> </div> <div> "흑..."<br /></div> <div>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그 흐느끼는 소리가 너무 애통스럽다. 천천히 흐느끼는 소리에 빠져든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빠져들고 싶다. 서서히 눈이 감긴다.</div> <div> </div> <div> "우와. 피아노다!"</div> <div> </div> <div> "그래. 우리 사미가 좋아하는 풍금이지."</div> <div> </div> <div> </div> <div> "지하에 갇히고도 반성하지 못한 귀신들이 오랫동안 더 나빠지면서 괴물로 변해요. 세속령이라고해요."</div> <div> </div> <div> </div> <div> "사미야. 공부해야지."</div> <div> </div> <div> "싫어. 난 피아노가 더 좋아."</div> <div> </div> <div> "하여튼."</div> <div> </div> <div> </div> <div> "세속령이 더 나빠지면 마귀가 되요. 수마, 화마. 한 번쯤 들어봤죠? 마귀에요."</div> <div> </div> <div> </div> <div> "엄마! 이 사람들 누구야?"</div> <div> </div> <div> "사미야... 미안하다."</div> <div> </div> <div> "설마, 아빠..."</div> <div>피아노를 좋아하던 사람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div> <div> </div> <div> "진우야! 일어나!"</div> <div> </div> <div> </div> <div>아니, 그 사람은 날 깨우다가 멈추고서는 피식 웃었다.</div> <div> </div> <div> "마귀가 더 나빠지면 묘괴가 되요. 묘괴는 고양이나 개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지상에서 개나 고양이를 귀신들이 무서워하는데, 묘괴는 귀신을 잡아먹는답니다. 묘괴는 또 대별대왕의 애완동물이에요."</div> <div> </div> <div> </div> <div> "미안하다..."</div> <div> </div> <div> "엄마가 뭐가 미안해!"</div> <div> </div> <div>여자의 고운 얼굴이 말라 비틀어지고 흉악스럽게 변한다. 그리곤 날 쳐다본다. 심장이 덜컹 떨어지는 기분이다. 빨리 일어나고 싶어. 빨리! 재빨리 손가락을 움직인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기분나쁜 소리가 들리더니 귀신이 눈앞에서 사라졌다.</div> <div> </div> <div> "수로야."</div> <div>수로의 이름을 불러본다.</div> <div> </div> <div> "태호야."</div> <div>태호의 이름도 불러본다. 점점 심장이 덜컹거린다.</div> <div> </div> <div> "영희야!"</div> <div>소리친다. 아무도 없다. 아이들은 날 놔두고 도망가 버렸다.</div> <div> </div> <div> </div> <div> "대별왕. 억울하게 지하를 다스리게된 왕은 한기가 엄청나 지하의 모든 것을 꽁꽁 얼려버렸답니다. 심지어 자신까지도. 귀신은 차가운 한기를 품고있죠."</div> <div> </div> <div> </div> <div> 조심스럽게 복도로 나아갔다. 또 다시 아까와 같은 경험을 하긴 싫어. 그저 음악실 속에 숨어있고 싶지만, 아니. 어딜 가도 적은 존재한다. 음악실에만 있는 다고 해서, 또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귀신을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탈출구만 찾고 싶어.</div> <div> </div> <div> </div> <div> "도깨비는 도깨비 감투같은 장신구를 써서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답니다. 다만 도깨비불을 몰고 다니지요."</div> <div> </div> <div> </div> <div> 저 멀리 화재 경보기의 새빨간 불빛이 보인다. 한 점 밖에 되지 않는 불빛이지만 어디라도 의지하고 싶다. 옆에 여자아이가 날 보며 잇몸을 들어낸 채 웃는 게 슬쩍 보인다. 공포에 치가 떨린다. 하지만 무시하고 가기로 한다.</div> <div> </div> <div> </div> <div> "사람에 귀신이 들린다면 사물엔 도깨비가 들리죠. 도깨비는 사람에게 무해하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바닥에 하얀 손이 무언가 더듬거리는게 보인다. 그냥 밟고 지나가기로 한다. 그저 화재 경보기의 한 점 불빛만을 따라간다.</div> <div> </div> <div> </div> <div> "도깨비는 오히려 사람을 도와줄 수 있어요."</div> <div> </div> <div> </div> <div>천장에 머리만 매달린 시체를 흘끗 봤다. 아직 날 보지 못한 모양이다. 핏방울만 내 이마로 뚝뚝 흘린다. 그 때, 화재 경보기의 빨간 불빛이 갑자기 열어 젖혀진 창문의 강인한 바람으로 꺼져버렸다.</div> <div> </div> <div> "화재 경보기가 아니였어. 저건..."</div> <div> </div> <div> </div> <div> "사람도 신수라는 사실을 아나요? 인내천, 시천주. 즉 사람도 하늘의 기운을 갖고 있다는 거죠. 귀신을 퇴치한답니다. 혼자 있을 때 보다 더 등골이 오싹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집안에 혼자 있을 때도요."</div> <div> </div> <div> </div> <div> "진우야. 들려? 날 따라와."</div> <div>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div> <div> </div> <div> </div> <div> "사람 말고도 신수는 곳곳에 있어요. 까치라던지 호랑이라던지. 개나 고양이도 신수가 될 수 있겠네요."</div> <div> </div> <div> </div> <div> "진우야, 어딨어? 우리 널 찾고 있어."</div> <div>태호의 목소리다. 과학실에서 들려온다. 과학실이라니. 너무 진부한 거 아니야? 이젠 속으로 체념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그런데 호랑이는 조심해야해요."</div> <div> </div> <div> </div> <div>과학실의 문을 열었다. 어두운 기운이 사방에 가득했다. 문 앞에 손전등이 걸려있어 난 지체없이 손전등을 들어 과학실 내부를 비췄다.</div> <div> "태호야...? 태호 맞아?"</div> <div> </div> <div> </div> <div> "호랑이는 착한 호랑이와 나쁜 호랑이가 있어요. 사람을 잡아먹은 나쁜 호랑이. 그것이 바로 장산범이에요."</div> <div> </div> <div> </div> <div>손전등이 꺼졌다. 그러면 그렇지.</div> <div> "진우야. 이리와. 모두 널 찾고있었어."</div> <div> </div> <div> </div> <div>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은 영혼이 호랑이에게 잡혀 다른사람을 호랑이에게 유인해요. 욕심많은 호랑이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서죠."</div> <div> </div> <div> </div> <div>난 과학창고에서 태호를 발견했다.</div> <div> "태호야!"</div> <div>그러나 기쁨도 잠시. 태호는 어째 상반신만 남아있었다. 기계적으로 입이 움직이는 태호. 그 뒤로 털이 새하얀 괴물이 버티고 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하지만 더 무서운 건."</div> <div> </div> <div> </div> <div>등골이 오싹했다. 필사적으로 그 괴물로부터 도망쳤다. 가지고 있던 손전등을 그 괴물의 얼굴에 던져버렸다.</div> <div> </div> <div> </div> <div> "어둑서니를 아시나요?"</div> <div> </div> <div> </div> <div>공포가 나를 엄습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공포였다. 10살 어린아이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하반신이 모두 뜯긴 채로 강제적으로 입이 움직이던 태호의 모습은 트라우마가 된다면 트라우마가 될 것이 뻔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어둑서니는 사람의 공포를 먹고 살아요."</div> <div> </div> <div> </div> <div>과학실은 1층에 있었다. 그 1층 복도 끝에 마침내 정겨운 사람의 그림자가 도래했다. 내 또래의 어린아이. 제발 이번엔 사람이길 바란다.</div> <div> </div> <div> </div> <div>"치지직...."</div> <div> </div> <div> </div> <div>방송이 꺼졌다. 계속 들려오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더 무섭다. 잠깐, 생각해보니 저 선생님은 나에게 힌트를 주고 있었다. 도깨비불하며, 장산범하며, 어둑서니하며. 그러면 이번에 나타날 게 어둑서니? 공포를 먹고 산다고 했다. 침착해야한다. 하지만 사방이 귀신 투성이인데 어떻게 침착할 수 있겠는가.</div> <div> </div> <div> "진우야."</div> <div> </div> <div>이번엔 또 뭐야. 정신적 충격이 너무나도 커서 이젠 이름 부르는 게 진부하다고 느껴질 정도다.</div> <div> </div> <div> "누구야?"</div> <div> </div> <div> "나, 재희야."</div> <div> </div> <div> "재희?"</div> <div>난 재희라는 말에 의구심을 품은 채 잔뜩 경계했다.</div> <div> </div> <div> "왜 그래. 네 친구잖아."</div> <div>재희는 무슨 바람인지 얼굴에 화장을 했다. 초등학생 맞니?</div> <div> </div> <div> "친구? 웃기지마. 넌 귀신일 뿐이야. 난 이제 안 믿어."</div> <div> </div> <div> "무슨 소리야. 귀신이라니..."</div> <div>재희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div> <div> </div> <div> "난... 난..."</div> <div>얼굴이 찢어지면서 털복숭이 얼굴이 튀어나왔다.</div> <div> </div> <div> "구미호거든?"</div> <div>어이가 없었다.</div> <div> </div> <div> "뭐?"</div> <div> </div> <div> "난 구미호라고. 나 참. 아무리 간이 고파도 그렇지 저런 어린애를 유혹하겠다고 내가 뭐하는 짓이었는지. 어쨌든 간이나 내 놔."</div> <div>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왜 일까. 지금까지 만나온 귀신들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난 얼른 구미호에게 달려갔다.</div> <div> </div> <div> "왜 이래. 이거 안놔? 꼬마!"</div> <div> </div> <div> "무서워요. 저 좀 살려주세요."</div> <div> </div> <div> "이봐. 나이차가 별로 나지 않아보여도 난 1000년 묵은 구미호라고. 하늘로 가기 위해선 네 간이 꼭 필요해."</div> <div>난 다리를 붙들고 애원했다.</div> <div> </div> <div> "이... 이게. 야. 너 구미호 몰라? 간 빼먹는 괴물이거든?"</div> <div> </div> <div>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div> <div> </div> <div> "아휴. 내가 만만하지, 아주?"</div> <div> </div> <div>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div> <div>지금까지 날 에워쌓던 공포감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면서 눈물이 쏟아졌다.</div> <div> </div> <div> "아휴. 알았어. 요괴 체면이 말이 아니다. 내가 너 교문 밖까지 데려다줄게."</div> <div> </div> <div> "감사합니다!"</div> <div> </div> <div> "일단 내 등에 타."</div> <div> </div> <div> "네?"</div> <div> </div> <div> "나 여우야. 몰라? 내 등에 타. 다른 귀신놈들이 널 보면 환장할거야. 저것들은 널 통해서만 현실에서 뭔갈 할 수 있어."</div> <div> </div> <div> "감사합니다!"</div> <div> </div> <div>구미호가 달렸다. 복도를 달렸다. 뒤에서 귀신들이 쫓아온다.</div> <div> </div> <div> "눈 감아!"</div> <div> </div> <div> "네?"</div> <div> </div> <div> "내 목 꼭 잡고 눈 감으라고! 달걀귀신이야!"</div> <div>달걀귀신. 눈, 코, 입이 없는 귀신. 얼굴을 쳐다보면 바로 죽는다는 무시무시한 귀신 정도는 열 살인 나도 알고 있다.</div> <div> </div> <div> "아휴 무슨 귀신들이 이렇게 많아? 처녀귀신, 몽달귀신, 객귀, 여귀, 수자령..."</div> <div>여우가 달렸다. 복도를 달렸다. 그러다가 무언가에 부딪혀 여우가 튕겨나갔다. '끽'하고 신음했다. 눈을 떠 보니 나 보다 더 어린 아이가 서 있었다. 귀신일 줄 알기 때문에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몰라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 때, 아이의 몸이 크게 부풀어졌다. 더 이상 저건 아이가 아니였다. 끔찍한 괴물이였다.</div> <div> </div> <div> "꼬마! 저 괴물녀석은 무시하고 도망가! 저 녀석은 네 두려움을 먹고 산다고!"</div> <div> </div> <div> "여우는 안가요?"</div> <div> </div> <div> "난 괜찮으니 가 봐. 귀신들이 노리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야!"</div> <div> </div> <div> "그래도..."</div> <div> </div> <div> "빨리 가라고!"</div> <div>귀신들이 벌써 내 뒤로 바짝 다가왔다. 난 눈물을 머금고 복도를 달렸다. 마침내 복도 문을 열어 재끼고 커다란 단상과 운동장을 맞이했다. 귀신들은 어두운 복도와 달리 흐릿하지만 빛이 있는 밖으로 나오지 못해 머뭇거렸다. 난 안심했다. 그리곤 천천히 교문으로 걸어갔다.</div> <div> 그러나 교문에 도달했을 무렵, 난 교문의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곳은 모든 것이 얼어붙어있었다. 저긴 선생님이 말했던 지하세계임이 분명했다.</div> <div> 그 때 익숙한 온기가 날 들어올렸다. 선생님이었다.</div> <div> </div> <div> "이런, 이런. 수업시간에 땡땡이 치다니. 그만한 벌을 받아야겠죠?"</div> <div> </div> <div> "선생님, 살려주세요. 제발요. 무서워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div> <div> </div> <div> "그 잘못을 잊은 건 아니겠지?"</div> <div> </div> <div> "네?"</div> <div> </div> <div> "너가 저지른 그 잘못."</div> <div> </div> <div>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div> <div> </div> <div> "너가 모두 죽였잖아. 도란이 교통사고, 수로 살인, 태호 토막살인, 영희 질식사."</div> <div> </div> <div>생각났다. 난 어른이다. 도란이, 수로, 태호, 영희. 이 모든 사람들은 학창시절 나와는 관계 없는 사람들이다. 모두 내 연쇄살인의 덫에 걸린 사람들이다.</div> <div> </div> <div> "착하게 살아라."</div> <div>주변의 모든 것이 희미해졌다. 선생님과 단 둘이 허공에 둥둥 떴다. 새까만 우주 속.</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일어나보니 몸에 식은땀이 자욱했다. 악몽이다. 선생님은 나에게 개시를 내렸다. 아니, 선생님이래. 그것은 인간의 탈을 쓴 하늘이다. 하늘이 나에게 개시를 내렸다. 인내천하라. 시천주하라.</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그럼 그 구미호는 뭐였을까. 재희라는 사람은 생전 처음봤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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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31 23:19:39  223.33.***.13  오유인뇨자  352218
    [2] 2014/01/31 23:23:18  122.40.***.14  맛없는감자  306426
    [3] 2014/02/01 07:36:33  175.201.***.118  당췌이건뭐  37642
    [4] 2014/02/01 10:42:10  59.21.***.15  ㅋㄴㄻㄷㄱㄹ  89480
    [5] 2014/02/01 15:55:02  223.33.***.205  김고정  522655
    [6] 2014/02/01 22:52:56  1.224.***.195  아꽐라  457458
    [7] 2014/02/02 05:48:54  119.66.***.8  달동네고양이  288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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