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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2399
    작성자 : 글곰
    추천 : 18
    조회수 : 1474
    IP : 203.142.***.241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4/01/02 13:25:13
    http://todayhumor.com/?panic_62399 모바일
    [연재] 奇談 - 다섯번째 기이한 이야기 (1)
    <div>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div> <div>저는 개인적으로 액땜을 너무 많이 해서 벅찰 지경입니다. 흐흐.</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div> <div>  희정은 정신없이 뛰었다. 그러나 자신이 어느 쪽으로 뛰고 있는지도 몰랐다. 길도 없는 언덕을 뛰어 내려가다 발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그대로 넘어져 서너 바퀴나 굴러 버렸다. 희정은 일어나 다시 뛰려고 했지만 접질린 발목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바람에 다시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쓰러진 채 뒤를 돌아보았다. 어두컴컴한 어둠에 잠긴 언덕 위에서 뭔가 희뿌연 형체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목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비명을 간신히 억눌렀다. 간신히 남아 있는 이성이 여기서 비명을 지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정신없이 팔꿈치와 무릎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발목의 고통과, 그걸 초월하는 강렬한 공포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때 앞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메마른 흙길 위로 터벅터벅 내려앉는 차분한 발소리. 조용한 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어두운 언덕길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희정은 실신할 것만 같았다. 어디론가 숨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모퉁이의 나무 뒤쪽으로 달빛 아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더니, 이윽고 눈물범벅으로 흐려진 시야 저편으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림자는 희정을 보고 어, 하는 소리를 내더니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br /><br />  “희정 씨? 어떻게 된 거예요?”<br /><br />  너무나도 반가운 목소리, 요 이틀 사이에 익숙해진 목소리였다. 다행이다, 희정은 생각했다. 갑자기 긴장이 풀렸는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br /><br /><br /><br />  희정이 이 섬에 들어온 것은 전적으로 그녀의 변덕 때문이었다. 전(前)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고받은 후 그녀는 이틀 밤낮 동안 자신의 하숙집에서 울기만 하다가 사흘째 새벽에 불현듯 여행을 떠났다. 대학교 수업이고 뭐고 모두 내팽개친 체였다. 아무런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출발한 탓에 그녀가 가진 것이라고는 작은 핸드백 속에 덜렁 던져 넣은 지갑과 그 안에 든 돈 얼마쯤, 그리고 휴대전화와 모자와 속옷 두어 벌이 전부였다. 심지어는 목적지도 정해지지 않은 여행이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무조건 멀리 가는 표를 아무거나 달라고 하자 창구 직원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희정을 올려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표를 내주었다. 목포행 버스였고 출발시각은 십 분 후였다. 그녀는 버스에 올라탔고 이내 푹 잠들었다. 버스가 정오를 살짝 넘겨 목포 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는 한 번도 깨지 않았다. <br /><br />  희정은 식당의 맛없는 김밥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터미널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터미널 정문 옆에는 큼지막한 목포 관광 안내도가 붙어 있었다. 섬이 참 많구나. 그녀는 관광 안내도를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여객선 선착장은 터미널에서 걸어가도 될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br /><br />  선착장에서는 온갖 섬으로 향하는 여객선의 시간표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홍도니 흑산도니 하는 유명한 섬의 이름도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가고 싶은 곳은 사람이 없는 곳, 가능한 한 유명하지 않고 조용한 곳이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한 섬의 이름이 들어왔다. 무월도. 이틀에 한 번 꼴로 배가 다니는 외딴 섬이었다. 그러나 아주 이름 없는 곳도 아닌 것이, 터미널에서 얻어온 목포 관광책자의 한쪽 귀퉁이에도 이십여 개의 다른 섬과 함께 나란히 명기되어 있었다. 설명은 아주 짤막했다. <br /><br />  ‘우이도 인근의 섬. 매주 3회 여객선 운항. 갯벌이 넓고 풍경이 아름다움. 민박 있음’<br /><br />  한 번 가 보자. 여행을 떠날 때도 그러했듯, 희정은 이번에도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도초도, 우이도, 가내도를 거쳐 무월도로 들어가는 데 무려 다섯 시간이 걸리는 먼 여정이었지만 희정은 오히려 그 긴 여정이 못내 기꺼웠다. <br /><br />  여객선은 칠팔십 명이 탈 수 있는 크기였는데 승객이 삼분의 이 정도는 들어차서 시끌벅적했다. 현지인들의 억센 전라도 사투리가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희정은 시끄러운 게 싫어 이어폰으로 음악이라도 들을까 싶었지만 휴대전화의 배터리가 걱정되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충전기를 챙기지 않아 내일까지 배터리가 남아 있기나 할런지 의심스러웠다. 그제야 희정은 너무 성급하게 여행을 떠난 게 아니었나 하고 다소나마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늦은 터였다. 그녀는 아예 휴대전화를 꺼 버리고 눈을 붙였다. 버스를 타고 목포로 내려오는 내내 잠을 자서 그런지, 아니면 의자가 불편하고 주변이 소란스러워 그런지 몰라도 그녀는 선잠이 들었다 깨었다 하는 와중에 온갖 괴상한 꿈들을 꾸었다. <br /><br />  대부분의 승객들은 우이도에서 내리고, 가내도에서 다시 주민들이 내리고 나자 큰 여객선 안에는 세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기울면서 조금씩 저녁놀이 비추기 시작하는 가운데 여객선 안은 언제 북적거렸냐는 듯 조용했다. 잠에서 깬 희정은 다른 두 사람들을 흘끗 곁눈질했다. 오른쪽 멀리 앉은 아주머니는 사십대 중반쯤으로 보였는데 아마도 장을 보고 돌아오는 섬 주민인 듯, 의자에 온갖 먹을거리가 든 큼지막한 비닐봉지를 세 개나 올려놓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리고 희정의 뒤쪽에 앉은 남자는 평일 낮 여객선에 어울리지 않게 검은 양복을 차려입고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매고 있었다. 나이는 희정보다 대여섯 살쯤 많아 보였다. 뒤돌아보는 희정과 눈이 마주치자 남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눈인사를 건넸다. 희정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다시 돌아앉았다. <br /><br />  ‘장례식에라도 가는 걸까?’<br /><br />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는 옷차림이었다. 만일 그렇다면 정말로 먼 길을 온 셈이니 어지간히 가까운 사람이 상을 당한 것일까. 희정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배는 마지막 기항지인 무월도에 도착했다. 오후 여섯 시. 서쪽 바다의 수평선 너머로 노을이 조금씩 깔리기 시작하는 때였다. <br /><br /><br /><br />  선착장은 작고 단출했다. 대여섯 척의 어선이 정박되어 위아래로 흔들거리고 있었고, 주민 서너 명이 주변에서 그물을 손질하거나 상자를 정리하고 있었다. 희정은 배에서 마지막으로 내렸다. 그들을 내려준 배는 곧 방향을 돌리더니 거센 엔진소리를 내며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내린 아주머니는 양손에 비닐봉지를 든 체 쏜살같은 속도로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남자는 그저 주변을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희정도 그 옆에서 머뭇거리며 갈 곳을 찾고 있었다. 그 때 매표소 앞에 서 있던 노인이 남자에게 다가왔다. 이마와 얼굴에 새겨진 굵은 주름이 노인의 나이를 말없이 웅변하고 있었지만, 허리는 꼿꼿이 서 있었고 발걸음은 힘찼다. 노인은 사투리 억양이 심한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br /><br />  “이해원 선생이시오? 내가 석성욱이오. 여기 이장이오.” <br /><br />  “안녕하세요. 제가 이해원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br /><br />  젊은 남자는 허리를 꺾어 깍듯이 인사했다. 이장도 따라서 허리를 굽히더니 말을 이었다. <br /><br />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소. 내 집으로 안내하리다. 그런데 저 처자는?” <br /><br />  이장이 희정을 가리키는 바람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해원이라는 남자마저 그녀를 쳐다보는 통에 그녀는 우물거리듯 대답했다. <br /><br />  “아. 안녕하세요. 여행하는 사람인데요.”<br /><br />  “관광 왔는가? 혼자 오는 사람은 드문데. 아무튼 잘됐구먼. 그럼 처자도 날 따라오시게.”<br /><br />  “예?” <br /><br />  그녀는 깜짝 놀라 반문했다. 하지만 이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br /><br />  “민박할 거 아닌가? 여기 민박하는 집이 우리 집밖에 없어. 방이 두 개니 하나는 해원 선생을 드리고 하나는 처자를 주면 되겠구먼.”<br /><br />  몇 살이나 차이난다고 누구에게는 드리고 누구에게는 주나 싶어 은근히 부아가 났지만, 민박이 하나뿐이라는 말에 희정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장은 앞장서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고 희정과 해원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러다 해원이 먼저 말을 걸었다. <br /><br />  “배 안에서 뵀었죠? 이해원입니다.” <br /><br />  “전 강희정이에요.”<br /><br />  희정은 짧게 대답했다. 평소 그녀라면 친근하게 대답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해원은 희정의 냉랭한 반응에 머쓱해졌는지 말없이 이장의 뒤를 따라갔다. <br /><br />  무월도는 작은 섬이었다. 한가운데 산이라고 하기에는 좀 뭣한, 다소 높은 정도의 언덕이 있었고 그 남쪽 사면에 마을이 길게 자리 잡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배산임수인 셈이었다. 모두 합쳐서 집이 팔구십 채쯤 되어 보이는 작은 마을이었다. 완만한 오르막길은 포장이 되지 않은 흙길 그대로인데 마을을 관통해서 언덕 위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이장의 집은 그 길 끄트머리쯤에 있었고 그 뒤로는 길이 점차 더 가팔라지고 꼬불꼬불해져서 언덕 정상까지 이어졌다. 이장의 집까지 올라오자 섬 남쪽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희정이 도착한 선착장 양쪽으로 넓게 갯벌이 펼쳐져 있었고 조개라도 캐는 것인지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였다. 멀리서 작은 어선 한 척이 포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바람에서 바다의 짠 내와 언덕의 흙냄새가 섞인 복잡한 냄새가 났다. <br /><br />  이장의 아내는 왜소한 몸집에 붙임성이 좋은 노인이었다. 민박을 해서 그런지 손님맞이가 익숙한 듯 해원과 희정에게 방을 안내했다. 본채와는 따로 떨어져 있는 작은 건물이었는데 갈색 페인트가 칠해진 나무문 셋이 나란히 달려 있었다. 둘은 각자의 방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화장실이었다. 희정은 내심 푸세식 화장실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촌스러운 푸른색 타일로 뒤덮여 있었을망정 다행히도 양변기와 세면대, 샤워기가 딸린 멀쩡한 화장실이었다. 작은 방 안에는 작은 접이식 책상과 이불, 그리고 앙상한 옷걸이 뿐이어서 무척이나 황량해 보였다. 게다가 섬은 작아서 아무리 꼼꼼하게 돌아보더라도 한나절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그런데도 배가 없어서 모레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희정은 그야말로 암담한 기분이었다. 하다못해 휴대전화로 친구들과 통화라도 할까 싶어 충전기를 요청했지만, 이장의 아내가 한참을 뒤적이다 가져다 준 충전기는 몇 년이나 된 구형이라 희정의 휴대전화와 맞지 않았다. 이틀 밤 묵을 비용으로 이장의 아내에게 팔만 원을 건네면서 희정은 또다시 홧김에 여행을 떠나온 것을 후회했다. 그나마 지갑에 돈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br /><br />  하지만 해원은 따로 숙박비를 내지 않았다. 이장이 일부러 마중 나온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 집의 손님인 모양이었다. 한 시간 후에 본체로 밥을 먹으러 건너오라는 말을 듣고 희정은 잠시 산책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황량한 방 안에 있느니 바닷바람이라도 쐬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유일한 짐인 핸드백을 어께에 메고 희정은 이장의 집을 나섰다.   <br /><br />  내리막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가면서 희정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골 마을답게 높이가 낮은 담 너머로 간혹 마당이나 마루에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주민들이 보였다. 중간쯤 내려오자 작은 가게가 있었다. 간판조차 없는 작고 낡은 구멍가게였지만 진열대에 과자 몇 봉지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 유리 미닫이문 너머로 보여서 간신히 가게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문 밖에는 평상을 두 개 펴 놓아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쉰쯤 되어 보이는 남자 둘이 그곳에 앉아 뻘건 김치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들이켜고 있었다. 무언가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다, 희정이 다가오는 것을 흘끔 쳐다보더니 그녀를 의식했는지 목소리 크기를 줄였다. 희정은 당장 필요한 것들이라도 사기 위해 가게로 들어갔다. 진열대 너머에는 족히 일흔은 된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br /><br />  “응? 여행 왔는가?”<br /><br />  “네.”<br /><br />  “육지에서 사람이 온 건 오랜만이구먼. 여기 뭐 볼 게 있다고.”<br /><br />  할머니는 투덜거리듯 말했다. 희정은 진열대를 가볍게 훑어보았다. 어느 물건에나 먼지가 살짝 앉아 있었다. 과자는 대부분이 유통기한을 두세 달쯤 넘긴 상태였다. 쌓여 있는 라면봉지 중 몇 개는 쥐가 쏠기라도 했는지 봉지가 터진 체였고, 음료수가 든 냉장고는 당연하다는 듯 전원이 꺼져 있었다. 산반에 놓인 통조림은 녹이 슨 것마저 있었고, 그 옆에는 밀가루와 설탕 따위가 두서없이 놓여 있었다. 희정은 은근히 짜증이 났지만 잠자코 미지근한 콜라 한 캔과 햇볕 때문에 포장지가 변색된 물티슈, 오래되어 보이는 샴푸와 린스, 그리고 구멍가게의 할머니가 젊었던 시절에나 사용했을 법한 오래된 비누와 칫솔과 치약을 하나씩 샀다. 섬이라 그런지 가격은 상당히 비쌌다. <br /><br />  가게를 나오자 마침 맞은편 집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집에 어울리지 않는, 흡사 아파트에나 달려 있을 법한 튼튼한 철제 현관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옆의 창문은 기껏해야 손바닥 두어 개 크기밖에 안 되는 것이 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창고에 가까워 보였다. 덩치 큰 중년 남자가 입에 담배를 물고는 현관문 옆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있다가 희정 쪽을 흘끗 쳐다보았다. 진하게 갈색으로 그을린 데다 주름이 깊이 페인 험상궂은 얼굴이었다. 희정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며 길 아래로 종종걸음을 쳤다. <br /><br />  내리막길을 마저 걸어 마을 입구까지 내려오자 파출소가 있었다. 붉은색 벽돌로 쌓아올린 작은 건물에 달린 푸른색 간판에는 무월도 치안센터라고 적혀 있었다. 말이 치안센터지, 서너 평이나 될까 싶은 좁은 공간에 책상 하나가 덜렁 놓여 있었다. 제복을 입은 경찰이 그 뒤쪽에 앉아 무슨 서류인가를 열심히 작성하는 중이었다. 파출소를 지나면 그제야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나왔다. 선착장과 부두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희정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여객선이 떠난 부두는 적막했다. 선착장의 작은 매표소는 텅 비어 있었고 그물을 손질하던 사람들도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희정은 바다를 향해 뻗은 선착장 끝까지 걸어가 보았다. 흔한 철제 난간조차 없는 선착장에서 한 걸음 내딛으면 바로 바다였다. 멀리서 밀려온 파도가 철썩 철썩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선착장을 두드려 댔다. 관광책자에 있던 갯벌인지 뭔지는 보이지도 않았다. 해는 수평선 끄트머리에서 벌써 절반쯤 가라앉고 있었다. <br /><br />  “하아......”<br /><br />  희정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작년 이맘때쯤에도 그녀는 바다에 갔었다. 남자친구와 함께였고, 이렇게 황량하고 외딴 섬이 아니라 시끌벅적한 해수욕장이었다. 그리고 일 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람도, 상황도. 희정은 괜히 옆에 굴러다니는 돌을 집어다 바다를 향해 힘껏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조약돌은 소리도 없이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div> <div> </div> <div> </div> <div>(계속)<br /><br /><br /></div>
    글곰의 꼬릿말입니다
    不榮通不醜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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