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 - 자작단편 - 유년의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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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60190

작성자 : TodMarchen★

추천 : 4

IP : 69.25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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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13/11/10 12:48:43

http://todayhumor.com/?panic_60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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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단편 - 유년의 답사 < 메스꺼움 >

안녕하세요! 평소엔 책게에 올리지만 유년의 답사 시리즈는 미스터리 공포계열 단편이라... 공게로 올립니다. 참... 이 이야기는 픽션이고 지역. 이름 등은 전부 사실과 무관합니다 ^^; ================================================================================================================================== 유년의 답사 - 메스꺼움. 여느 아이가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겠냐만 나는 어렸을 때 정말 노는 것을 좋아하였다. 산과 들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였고 얼기설기 만든 낚싯대로 고기를 잡거나 개구리 알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였고 기차길 옆 가파른 언덕을 박스로 썰매 타고 나려오는 것도 참 좋아하였다. 외동에 이사를 많이 다녔던 탓에 친구가 별로 없던 내게 가장 오랜 친구를 손에 꼽자면 그건 내 고종사촌인 승영이 형과 보영이 것이다. 승영이 형과 보영이는 큰고모네 애들 이었는데 내 어린 기억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들이고 오늘 적으려 하는 이야기도 그들과 함께 있었을 때 일어난 일이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가난하였지만 큰 고모네는 더욱 가난 하였었다. 잘생기고 바람기 많던 고모부는 집에 붙어 있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었고 고모는 효덕 초등학교 후문 근처 분식집 일을 하느라 집을 비우곤 하셨다. 자연스레 승영이 형과 보영이는 집에 붙어있기 보다 동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아이들 특유의 탐험놀이 따위를 좋아하였고 나도 그들과 같이 어울려 놀러 다니는 것을좋아하였다. 내가 한 시간이나 걸리는 버스를 타고 승영이 형네 놀러 가면 우리는 그 빈 집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거나 식당놀이를 한답시고 주방을 뒤져 알 수 없는 요리를 해먹었고 집 안에서 노는 것이 지겨워 질 때면 고모네 집에서 멀지 않은 효덕 초등학교로 향하였다. 승영이 형이랑 보영이는 둘 다 효덕 초등학교를 다녔었는데 초등학교는 좁은 길 하나를 두고 왼쪽엔 상가와 문방구가 쭉 들어서 있었고 오른쪽엔 초등학교가 있었다. 정문에서 운동장 건너 맞은편으로 후문이 있었고 후문 옆 벽을 따라 닭과 토끼를 키우는 사육장이 있었다. 내 어린 기억으로도 이 학교는 조금 특이하였던 것이 돌산을 깎아 학교를 지었다는 것이었다. 학교 본관 뒤쪽으론 돌산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아이들은 사육장 뒤에 나있는 계단으로 올라가 이 돌산에서 술래잡기며 숨바꼭질을 하며 놀곤 하였었다. 그 날은 3월 말인데도 유난히도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셋은 그날도 고모네 가게에서 대충 저녁밥을 먹고 효덕 초등학교 돌산으로 뛰어갔다. 날씨 때문인지 그 넓은 돌산엔 덜렁 우리뿐이었고 넓은 공터를 유일하게 차지한 우리는 바닥에 사방치기를 그리고 풀쩍풀쩍 뛰며 놀기 시작하였다. 아차, 금을 밞았다. 하필이면 내가 걸렸다. 승영이 형이 시킨 벌칙으로 거꾸로 거북이 -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허리를 들어 올리고 양 손과 발로 걷는 벌칙- 를 하며 도착선으로 들어가려는데 뒤집힌 내 시선에 한 아저씨가 불쑥 들어왔다. 아저씨는 잿빛이 도는 두꺼운 겨울 패딩을 입고 있었고 검은 군밤장수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눈이 시뻘겋고 턱에 잿빛 수염이 덥수룩한 것이 어린 눈에 여간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요 며칠 새 날이 춥다지만 두꺼운 겨울 옷차림은 여간 신경 쓰이지 않았다. 돌산 뒤쪽 덤불 속에서 걸어 나온 아저씨는 우리가 이 공터에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아챘는지 우리 셋을 힐긋 바라보곤 손이 시리다는 양 손을 마주 비비며 서둘러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승영이 형이 내 귀에 속삭였다. “꼭 도둑 같이 생겼다. 그지?” “그러게. 우리 쫒아 가볼까?” 우리는 무엇이 그리도 궁금했는지 사방치기를 그만 두고 그 아저씨 뒤를 몰래 쫒아가기로 하였다. 우리는 계단 위 나무와 바위 뒤에 숨어 아저씨가 뭘 하는지 훔쳐보았다. 계단 아래 사육장 앞에 도착한 아저씨는 주위를 슬쩍 둘러보고 사육장 문을 열더니 품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꺼내 내용물을 사료 통에 부었다. 철퍽- 비닐봉지 안에 들어있던 그것이 사료 통에 철퍽 하며 떨어지자 닭들은 쏜살같이 모여 모이를 쪼기 시작하였다. 꼬꼬꼭! 경계심 강한 수탉 한 마리가 날개를 푸드덕 거리며 목깃을 부풀리자 아저씨는 손을 내저으며 수탉의 목을 훅 낚아챘다. “이놈의 닭.” 놀란 수탉이 아저씨의 쪼려하자 아저씨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돌을 주워 닭 머리를 한 대 탁 내려쳤다. 수탉은 힘없이 축 늘어졌고 그것을 훔쳐 본 우리는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서로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놀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그대로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잠시 후 그 이상한 아저씨는 죽은 수탉을 손에 쥔 채 다시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서둘러 바위 뒤에 숨어 숨을 죽였다. 도둑 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닭 도둑이었나 보다. “오빠, 무서워.” 보영이가 덜덜 떨며 울먹거렸고 나는 보영이의 입을 턱 틀어막았다. 다행히 그 아저씨는 그런 보영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였는지 한 손에 닭을 움켜쥔 채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날 이후 날씨는 서서히 풀렸고 나는 학교에 다닌다, 이사를 한다 한참을 바삐 지냈다. 토요일에 난 심심하기도 하고 고모네 가게에서 밥도 얻어먹을 겸 또 6번 버스를 타고 고모네 놀러갔다. 고모네 가게에서 언제나 같이 밥을 먹고 우리 셋은 언제나 같이 학교 돌산으로 뛰어갔다. “하하하, 보영이 달리기 제일 못해!” “오빠! 같이 가!” 평발이라 달리기가 느린 보영이를 놀리며 승영이 형과 나는 훌쩍 계단을 먼저 뛰어올라갔다. 돌산 위 공터 오른쪽으론 산딸기나무가 지천에 깔려있었고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로 붉은 산딸기를 따 입에 털어 넣었다. 입안에서 시큼하면서도 달달한 산딸기가 터지자 침이 고였고 난 산딸기 덤불을 제치고 들어가 한손 가득 산딸기를 땄다. 나는 키가 작은 보영이에게도 산딸기를 좀 나눠주고 좀 더 깊은 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축축한 흙바닥에서 풍기는 그 냄새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난 산딸기가 잔뜩 달린 가지가 욕심나 손을 쭉 내 뻗었다. 순간 손가락에 무언가가 닫았다. 난 가느다란, 손에 엉키는 그것을 움켜쥐었다. 조심히 손을 펴보자 내 손바닥 위엔 기분 나쁠 정도로 길고 검은 머리카락 뭉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난 급히 그것을 손에서 떼어내고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흙바닥에 떨어진 긴 머리카락은 바람에 흔들리더니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등 뒤가 싸늘한 것이 그곳을 떠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산딸기.” 보영이의 재촉에 난 흠칫 놀라며 손에 쥐고 있던 산딸기를 보영이에게 건네줘 버렸다. 보영이는 산딸기를 하나하나 입에 넣으며 더 따달라고 욕심을 부렸다. “싫어. 네가 따먹든가. 이제 그냥 가자.” “조그만 더 따줘. 빨리.” 평소 때라면 그냥 좀 떠 따주고 말 것이지만 오늘은 카랑 거리는 보영이의 목소리가 여간 거슬리지 않았다. 난 나도 모르게 싫다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놀란 보영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내 훌쩍 거리기 시작했고 승영이 형은 그런 보영이 손에 산딸기 한 움큼을 억지로 쥐어주었다. “야, 왜 그래? 그만 울고 이거 먹어.” 보영이의 손에 들린 산딸기에서 긴 머리카락 하나가 흐느적거리며 흙바닥에 떨어졌다. 난 그것을 말 해 줄까 하다가 찝찝한 기분에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 다음 주 토요일에도 난 고모네 놀러갔고 우리는 가게에서 점심을 먹자마자 사육장에 토끼를 보러 가자며 학교로 뛰어갔다. 이상하게도 사육장에서 돌산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엔 처음 보는 노란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고 경찰차가 두 대나 와 있었다. 경찰 아저씨들은 우릴 보며 저리 가라며 외쳤고 우리는 사육장의 토끼 구경도 돌산 공터에서 놀 수도 없다는 것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이 씨름장으로 가 함정을 파며 놀 수밖에 없었다. -씨름장 모래를 파 구멍을 만들고 나뭇가지와 잎을 올리고 모래로 살짝 가려놓는 걸 우리는 함정이라고 불렀다. - 그 일이 있고 며칠 뒤에 들은 건데 돌산에서 잘려나간 여자의 머리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난 문뜩 그 추운 날 보았던 눈매가 유난히도 붉던 아저씨와 산딸기 덤불에 걸려있던 긴 머리카락이 생각났지만 아무에게도 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난 아직도 산딸기를 보면 속이 메스꺼워진다. ================================================================================================= 예전에 올렸던 단편도 링크 걸어둘께요. 유년의 답사 < 찹쌀떡 > : <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9540&s_no=6572488&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486661" target="_blank">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9540</a> 단편 < 지하철 > : <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769889" style="font-family: 굴림; font-size: 9pt; line-height: 1.5" target="_blank">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769889</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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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장편 소설 < 죽음과 동화 > 블로그입니다.
http://blog.naver.com/todmarchen

네이버 웹소설 챌린지리그에도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시간 되시면 오셔서 평점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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