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옛날에 밀양의 부사 한 사람이 중년에 아내를 잃고 별실의 첩과 며느리, 결혼하지 않은 딸을 하나 데리고 살았다. </div> <div> </div> <div>딸은 태어나 몇 달 만에 어머니를 잃고 유모에게 자라서, 유모를 친 어머니같이 여기고 함께 관부의 별당에서 거처하였는데 부사의 사랑이 극진했다. </div> <div> </div> <div>하루는 딸이 유모와 함께 그 간 곳을 알지 못해 읍내에 마을 곳곳을 뒤져도 행방을 알지 못해 드디어 부사는 상심하다가 광질을 얻어서 부득이 관직을</div> <div> </div> <div>그만두고 서울로 돌아갔으나 이내 사망했다. 이후로 밀양에는 새로 제수 받은 자가 임지에 도착하면 곧 사망하는 일이 서너 차례 계속되었다.</div> <div> </div> <div>번번이 이와 같으니 사람들이 모두 흉읍이라고 하여 배임지로 이곳에 오려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조정에서는 크게 걱정하여 이곳에 부사로 </div> <div> </div> <div>갈 사람을 궐내에서 모집하도록 명령하였다. 이때 금군으로 오래 있다가 겨우 6품에 오르고 물러나 관직을 얻지 못한 지 20 여년 되는 사람이 </div> <div> </div> <div>나이 60세에 가까이 되어 기한으로 굶주린 지 십 여 년에 이르고 단벌옷에 극도로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 문 밖을 나와 본 지 이미 오래인 사람이 있었</div> <div> </div> <div>다. 그 사람의 아내가 이대로 있다가는 그냥 죽을 뿐이니, 부사로 자원하면 비록 죽더라도 태수의 이름을 얻을 것이며, 요행히 죽지 않는다면 다행이</div> <div> </div> <div>아니겠느냐고 하였다. 이에 그 무변으로 있던 사람이 조정에 가서 자원하니 조정에서는 매우 기뻐하고 바로 밀양부사로 임명하였다. <br /><br />무변의 아내는 자신도 동행하겠다고 하여 부임지로 갔다. 부임지로 가니 관속들은 존경의 뜻이 없고 아내와 함께 온 것을 보고 희롱의 빛이 있었다.</div> <div> </div> <div>안으로 들어가니 관부의 내외 건물이 전혀 관리되지 않아 낡아서 황폐해 있었고, 저녁에 되자 그곳을 지키는 무리들은 말도 없이 퇴청하여 부사 내외 </div> <div> </div> <div>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밤이 되어 부인은 남편에게 들어가 자라고 하며 자신이 남자 옷을 입고 나가 관아의 동정을 살피겠다고 하였다. </div> <div> </div> <div>부사의 처가 홀로 촛불을 밝히고 앉아 있는데 삼경에 이르렀다. 문득 음산한 바람이 불고 촛불이 꺼질 듯하면서 차가운 기운이 뼛속에 스며들었다. </div> <div> </div> <div>방문이 저절로 열리더니 알몸의 한 처녀가 온 몸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 손에는 ‘주기(朱旂)’ 라고 쓴 것을 가지고 있었다. </div> <div> </div> <div>그 부인은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고 "그대는 필시 원통한 사정이 있어서 호소하러 온 것 같구나. 내가 너를 위하여 원수를 갚아 줄테니 다시 나타나지 </div> <div> </div> <div>말고 조용히 가서 기다려라" 라고 말했다. 그 처녀는 감사의 절을 하고 물러갔다. 부사 아내는 안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이제 귀신이 다녀갔으니 </div> <div> </div> <div>두려워 말고 이제 나가서 주무십시오" 라고 했다. 부사는 나갔으나 잠이 안와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문밖에는 관속들이 </div> <div> </div> <div>거적과 장례 도구를 챙겨 와서 서로 먼저 문을 열라고 미루고 있었다. 이때 부사가 의관을 갖추고 문을 열고 호령하기를,</div> <div> </div> <div>"무슨 까닭으로 여기에 이러고 있으며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이냐" 하고 소리쳤다. 부사가 죽은 줄 알고 왔던 관속들은 크게 놀라 내려가서는 </div> <div> </div> <div>뿔뿔이 흩어졌다. 부사는 어제, 관아를 지키지 않은 일을 다스려 아전들과 관노들을 벌주었다. 아전들과 관노들이 쩔쩔매며 부사를 귀신같이 </div> <div> </div> <div>생각하고 두려워하였다. <br /><br />그날 밤 부인이 들어와 어젯밤 일의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말하기를 "이는 필시 지난 번 부사의 딸이 흉악한 사람에게 죽임을 당한 것 같습니다. </div> <div> </div> <div>모름지기 몰래 염탐하여 이름이 주기인 자를 찾으십시오"  하였다. </div> <div> </div> <div>부사가 다음날 관아에 가서 장교안(將校案)을 살펴보니 집사 중 한 사람 이름이 주기(周基)였다. 이에 부사가 형구를 갖추고 주기를 잡아오게 하였다.</div> <div> </div> <div>주기는 모른다고 하다가 묶고 형틀에 올려놓고 마을에서 상하를 막론하고 괴이하게 생각하는 일을 어찌 모른다고 하느냐며 전 부사의 딸에 대해 물었</div> <div> </div> <div>다. 주기는 속일 수 없음을 알고 </div> <div> </div> <div>"영남루에 유모와 함께 구경나온 부사 딸을 보고 마음이 끌려 뇌물을 주고 유모를 매수했습니다. 하루는 유모를 시켜 부사 딸을 유인해 관부 뒤편에 </div> <div> </div> <div>있는 대밭 근처의 죽루로 데리고 나오도록 했습니다. 유모가 부사 딸에게 달구경을 핑계로 함께 죽루로 나왔을 때,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가 부사 </div> <div> </div> <div>딸을 안고 겁탈하려 했습니다. 이때 부사 딸이 강하게 저항하며 울부짖고 소리치며 말을 듣지 않아, 급한 나머지 부사 딸을 칼로 찔러 죽였고 일이 </div> <div> </div> <div>탄로될까 염려하여 유모도 함께 죽여 두 시체를 인적이 드문 관가 뒷산으로 가지고 가서 묻었습니다" 라고 하였다. <br /><br />부사는 곧 이 일을 관찰사에게 보고하고 주기를 사형에 처하였다. 그리고 부사 딸의 시체는 파서 보니 몇 년이 지났는데도 얼굴빛이 살아있는 것 </div> <div> </div> <div>같았고 혈흔이 그대로였다. 그래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염습해 서울로 올려 보내 선산 곁에 장례 지내게 하였다. 그 후 대밭을 없애고 죽루도 </div> <div> </div> <div>헐어버렸는데 이후부터는 읍이 무사하였고 태수에 대한 칭송도 자자했다. 이후 방어병수사로 옮긴 부사는 벼슬이 통제사에 이르렀으며 가는 곳마다 </div> <div> </div> <div>좋은 정치를 하였다. <br /><br />- 청구야담(靑丘野談)</div> <div> </div> <div>출처 - 문화컨텐츠닷컴(<a target="_blank" href="http://www.culturecontent.com" target="_blank">http://www.culturecontent.com</a>) </div> <div id="quick">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