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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50132
    작성자 : 무타무타
    추천 : 10
    조회수 : 4329
    IP : 122.38.***.17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6/13 04:19:28
    http://todayhumor.com/?panic_50132 모바일
    [스압] 씨발년 (1)
    출처 : 웃대 공포게시판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div>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낀다. 한손으로 장갑의 입구를 쥐고 반대쪽 손을 집어넣는다. 차가운 한기에</div> <div><br /></div> <div>몸이 가볍게 떨린다. 장갑은 한번에 껴지지 않았고, 손가락을 서너번 끄떡거린 다음에야 완전히 밀착시킬</div> <div><br /></div> <div>수 있었다. 반대쪽도 마저 끼운 다음 살며시 양손을 겨드랑이 사이로 갖다댄다. 은은한 온기가 손바닥부터</div> <div><br /></div> <div>해서 온 몸으로 확산된다. 좀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소름이 돋아왔고, 몸 전체가 제법 크게 들썩거렸다.</div> <div><br /></div> <div>문을 열고 들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김간호사가 준비가 끝났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div> <div><br /></div> <div>선 최간호사가 튜브의 압력을 조정하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 구석에....씨발년이 있다.</div> <div><br /></div> <div>심장소리가 우레처럼 커진다. 허벅지가 나른해 지면서 주저앉고픈 충동이 일어난다.</div> <div><br /></div> <div>재빨리 의자를 당겨와 엉덩이를 갖다댔다. 눈앞에 시커멓고 음습한 구멍이 보인다. 구멍은 확장기에 의해서</div> <div><br /></div> <div>한껏 벌어진 상태였는데 미약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손을 내밀자 김간호사가 집게와 가위를 쥐어준다.</div> <div><br /></div> <div>그것을 양손에 나눠지고는 구멍속으로 집어넣었다. 조심스레 손을 더듬어 목표물을 찾기 시작한다.</div> <div><br /></div> <div>'물컹'</div> <div><br /></div> <div>찾았다. 목표를 이뤘지만 터럭만큼의 성취감도 없다. 집게를 갖다대자 그것이 요동을 친다.</div> <div><br /></div> <div>소용없는 짓이다. 독안에 든 쥐다. 집게로 그것의 한 부분을 집었다. 축적된 경험으로 그것이 팔이라는</div> <div><br /></div> <div>것을 알았지만, 단언하건대 나에겐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가위를 벌리자 그것이 더욱더 크게 요동친다.</div> <div><br /></div> <div>필사적으로 벽을 긁고 두다리를 파닥 거린다. 집게가 흔들린다. 빠지기 전에 얼른 가위로 썩둑 잘랐다.</div> <div><br /></div> <div>가위는 한번의 교차됨으로 깔끔하게 맞물렸다. 팔한쪽이 떨어져 나간 그것은 구멍 전체가 흔들거릴 정도로</div> <div><br /></div> <div>발광을 해댄다. 이때부터가 중요하다. 임전무퇴.. 무조건 밀어 붙여야 한다. 숨도 쉬지 않고 가위질을 해댄</div> <div><br /></div> <div>다. 독일산 의료용 숫돌에 잘 벼린 가위날은 피육을 뚫고 채 영글지 못한 뼈마저 손쉽게 가른다.</div> <div><br /></div> <div>조각나고 분해된 그것이 움직을 멈췄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움직임을 멈춘 지는 꽤 시간이 지났다.</div> <div><br /></div> <div>다만 잠시후를 위해 뒷작업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집게를 휘휘 젓자 조각들이 양수와 함께 뱅그르 돈다.</div> <div><br /></div> <div>천천히 손을 빼낸다. 비릿한 짠내가 확 끼친다. 손보다도 한발 앞선 내음은 위생마스크를 뚫고 기세를 몰아</div> <div><br /></div> <div>코의 점막마저 뚫어 버렸다. 뒤늦게 빠져나온 손...아니 시뻘건 덩어리. 덕지덕지 붙어있는 조직과 장기편</div> <div><br /></div> <div>들, 그리고 그것들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점도 높은 블러드. 나의 양손과 맛깔스레 버무러진 한덩이 믹스쳐.</div> <div><br /></div> <div>물끄러미 그것을 보고 있자, 최간호사가 세면대의 물을 튼다. 세면대로 가기 위해 일어서자 김간호사가 준</div> <div><br /></div> <div>비한 진공흡입기를 구멍에 쑤셔박는다.</div> <div><br /></div> <div>손을 씻자 점차 심장박동이 정상을 되찾았다. 흔들리던 허벅지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저 깊숙한 곳에서</div> <div><br /></div> <div>용기가 오아시스처럼 솟았다.</div> <div><br /></div> <div>"뽀드득 뽀득"</div> <div><br /></div> <div>손씻기를 마친 나는 거만하게 가슴을 내밀었다. 고개를 살짝 뒤로 제끼고 눈을 내리 깔았다.</div> <div><br /></div> <div>'씨발년'</div> <div><br /></div> <div>한쪽 구석에 그년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누런 짚신에 선명한 색동저고리를 입은 그년은 잠자코 서 있을</div> <div><br /></div> <div>뿐이었다. 숯많은 머리카락이 얼굴전체를 뒤덮었고, 끝은 배꼽까지 내려와 있었다.</div> <div><br /></div> <div>'씨발년이 뒤질라고'</div> <div><br /></div> <div>용기백배해진 나는 그년을 한번 노려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수술대위의 여자가 모아둔 한숨을 토해낸다. 시</div> <div><br /></div> <div>계를 보니 마취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농구공만하던 배는 납짝해졌고 늘어진 뱃가죽이 잔주름으로 단층을</div> <div><br /></div> <div>이루고 있었다.</div> <div><br /></div> <div>"다들 수고했어요"</div> <div><br /></div> <div>"수고하셨습니다"</div> <div><br /></div> <div>"수고하셨어요, 선생님"</div> <div><br /></div> <div>수술실을 빠져나와 중앙 로비를 가로 질렀다.</div> <div><br /></div> <div>"선생님, 우찌 됐심꺼?"</div> <div><br /></div> <div>초조한 기색의 30대 남성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div> <div><br /></div> <div>"잘 끝났습니다, 환자분 회복실로 옮겨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div> <div><br /></div> <div>"아..참말로 고맙심더..고맙심더."</div> <div><br /></div> <div>남성은 연거푸 고개를 숙였고, 양손을 덥썩 움켜쥐었다. 남성이 고개를 들자 일그러진 얼굴이 나타난다.</div> <div><br /></div> <div>팔자주름이 길게 늘어짐과 동시에 더운 눈물이 흘렀다.</div> <div><br /></div> <div>"잘해주세요,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안 그럼 몸 축납니다"</div> <div><br /></div> <div>남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준 뒤 집무실로 향했다. 슬쩍 돌아보자 그년도 뒤뚱거리며 따라오고 있었다.</div> <div><br /></div> <div>평소라면 겁에 질려서 떨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전신의 털이 모조리 설만큼 무섭던 그 걸음걸이도</div> <div><br /></div> <div>전혀 무섭지가 않았다. 오히려 우스웠다. 실제로 약간 비웃은 나는 집무실 문을 힘차게 잡아 당겼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어린 시절 문득문득 느끼던 이질감, 위화감. 그 시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시하는 것이었다.</div> <div><br /></div> <div>후레쉬맨 크레파스로 그리기에 심취하거나, 매칸더브이가 나오는 만화에 흠뻑 빠졌을 때도 의식의 한 끄트</div> <div><br /></div> <div>머리에선 언제나 그것을 인식하고 있었다.</div> <div><br /></div> <div>그때까지는 괜찮았다. 깜짝깜짝 놀랄때도 있었지만 그건 드문 경우였다. 친절하게도 그것은 예고와 함께 찾</div> <div><br /></div> <div>아온다. 고주망태가 되신 아버지가 현관을 들어서면 그것이 따라 들어온다. 아버지가 토악질을 한다고 변기</div> <div><br /></div> <div>에 머리를 쳐박고 있노라면 그것이 한켠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다. 아버지가 안방으로 가면 그것도 안방</div> <div><br /></div> <div>으로 갔고, 베란다로 나가면 그것도 베란다로 나갔다. 그래서 평일 낮 동안은 잠시 평온하다. 그 무렵 일기</div> <div><br /></div> <div>장에다 아버지가 주말에도 일하러 나갔으면 좋겠다고 쓴 적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철부지를 불러다 놓</div> <div><br /></div> <div>고 담임 선생님은 이것저것을 코치코치 물었다. 물음의 대부분에 고개를 저었고, 일부러 거짓말을 하거나</div> <div><br /></div> <div>하진 않았다. 그 후에도 여러번 선생님과 독대를 가졌고 철이 들고서야 일기장 때문이란 걸 알았다.</div> <div><br /></div> <div>오해였지만, 어떤식으로든지 관심을 받는다는 건 나쁘지 않은 감정이었다.</div> <div><br /></div> <div>그때까지는 괜찮았다. 잠결에 요의를 느끼곤 깨어나 거실로 나왔을때, 괴괴한 가로등 빛 아래 그것이 죽은</div> <div><br /></div> <div>듯 서 있었을 때에도 괜찮았다. 털썩 주저앉아 뜨끈한 오줌을 지렸지만 죽을 정도로 무섭진 않았다. 단지</div> <div><br /></div> <div>놀랐던 것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하이톤의 두성소리에 안방에서 엄</div> <div><br /></div> <div>마가 뛰쳐 나온다. 엄마의 호들갑에 보란듯이 더 소리를 질렀다. 안도감이 밀려들자 일부러 방광에 힘을 주</div> <div><br /></div> <div>었다. 시커멓게 내복을 번져가던 오줌은 아롱지는가 싶더니 급격히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소파위에 뭉쳐있</div> <div><br /></div> <div>던 이불이 거치고 떡진 머리의 아버지가 고요하게 나를 바라본다. 무심한 듯 안타까운 저 눈빛. 거기서 여</div> <div><br /></div> <div>태껏 경험하지 못한 반항심이 고개를 쳐든다.</div> <div><br /></div> <div>미안해 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누구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해야 정상 아닌가요.</div> <div><br /></div> <div>젠장, 당신 코가 석자라 이건가요. 그래도 당신은 성인이잖아요. 나는 아직 열살도 안됐단 말이예요.</div> <div><br /></div> <div>맹렬히 솟구치는 반항심을 방광의 괄약근을 풀어버리는 것으로 표현했다. 부채꼴 모양으로 서서히 확산되</div> <div><br /></div> <div>는 오줌에 엄마가 마른 걸레를 갖다 댄다. 걸레를 세번이나 더 빨고 난 후에야 모든 오물이 말끔히 닦였다.</div> <div><br /></div> <div>최후의 한방울까지 뿜어낸 나는 노곤함을 느끼곤 벌러덩 자빠져 버렸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아버지의 직업은 교도관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교도관 중에서도 제일 기피직종인 사형집행관이다. 아버지가</div> <div><br /></div> <div>근무하는 청송교도소에서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사형이 집행됐다.</div> <div><br /></div> <div>아버지와 또다른 두명의 사형집행관이 각자 앞에 놓인 붉은 버튼을 바라본다. 판사의 집행명령이 떨어지자</div> <div><br /></div> <div>사형수의 처절한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하나, 둘, 셋... 동시에 세사람이 버튼을 누른다. 이상하다. 으레</div> <div><br /></div> <div>들려야할 기계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가장자리에 있던 뚱뚱한 집행관의 손이 안쓰러울 정도로 떨려온다.</div> <div><br /></div> <div>오늘따라 특히 반듯하게 다려 입은 제복에는 잔구김 하나 보이지 않는다. 네모난 안경이 아래로 쳐지자 한</div> <div><br /></div> <div>손으로 안경을 매만지고는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목울대가 크게 확장되면서 힘겹게 침이 넘어간다.</div> <div><br /></div> <div>그 소리가 천둥같이 커다랗다. 두 사람은 깊숙히 눌린 버튼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그를 바라본다. 그의</div> <div><br /></div> <div>버튼만 툭 튀어나온 상태다.</div> <div><br /></div> <div>"탁"</div> <div><br /></div> <div>"철커덕"</div> <div><br /></div> <div>아버지가 부지불식간에 남은 버튼을 누른다. 공중에 매달린 사형수는 질퍽한 똥오줌을 뿌려대며 발버둥 칠</div> <div><br /></div> <div>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벌어진 철문의 아래쪽에는 커다란 대야가 이미 준비되어 있다.</div> <div><br /></div> <div>"고..맙소"</div> <div><br /></div> <div>그가 고마움을 표시했지만 아버진 괜찮으셨을 것이다. 정말 괜찮았을 거라고 절대적인 확신을 가진다. 눈을</div> <div><br /></div> <div>감고 아버지의 표정을 상상해 본다. 기이하게 빛나는 두 눈에 슬쩍 말아올린 입꼬리, 아마 양손을 번갈아</div> <div><br /></div> <div>가며 가슴을 치고 싶었을 수도 있으리라. 마치 킹콩이 육식공룡을 쓰러 뜨렸을때 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div> <div><br /></div> <div>아버지는 분명하고도 거침없이 내뱉으셨겠지.</div> <div><br /></div> <div>"씨발년"</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나에겐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div> <div><br /></div> <div>한다. 언젠가 아버지와 단둘이 저녁을 먹던 날이 있었다. 모임에 갔는지 시장에 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div> <div><br /></div> <div>무튼 엄마는 집에 없었다. 우리 부자만의 비밀. 감히 짐작조차 못하는 비밀을 공유하는 우리 둘. 우리는 암</div> <div><br /></div> <div>묵적으로 그것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냉장고 한켠에 서서 아버지를 바라보는 중이었지</div> <div><br /></div> <div>만, 둘다 무시했다. 아니, 무시하는 척 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오줌을 지리던날 아버지는 내 입장을</div> <div><br /></div> <div>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고, 나역시 아버지에게는 유일한 지기요 동반자가 되었다.</div> <div><br /></div> <div>"네 할아버지는 일제시대 순사셨다"</div> <div><br /></div> <div>잘 익은 갓김치 한조각을 주욱 찢었을때, 아버지가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는 식사를 끝내고서도 세시간가량</div> <div><br /></div> <div>더 입을 여셨다.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은 할아버지와 우리 조상들의 얘기였다.</div> <div><br /></div> <div>그 당시는 다들 굶어 죽기 직전이었다. 늙은 노인과 어린아이들 부터 자빠지기 시작했다. 한 번 자빠지면</div> <div><br /></div> <div>누렇게 뜬 얼굴이 시커먼 똥색으로 변해서 죽어버릴 때까지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div> <div><br /></div> <div>허기..무서운 허기였다. 일본놈들은 구석에 떨어진 쌀 한톨까지 가져갔고, 쇠붙이란 쇠붙이는 모조리 싣고</div> <div><br /></div> <div>갔다. 갓난 아기였던 아버지는 하루종일 할머니의 젖만 움켜쥐고 있었다. 아무리 빨아도 젖은 나오지 않았</div> <div><br /></div> <div>지만 생존본능이란 그만큼 무서운 것이었다. 약초꾼이던 할아버지는 어느날 불현듯 집을 나가셨다. 며칠 후</div> <div><br /></div> <div>다시 돌아왔을 땐 보리쌀과 고구마를 한수레 싣고 오셨다. 그야말로 금의환향이었다. 바싹 말라가던 산간</div> <div><br /></div> <div>마을이 기적적으로 숨통을 텄다. 이십호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할아버지는 영웅이었다. 어떤 과정을 통해</div> <div><br /></div> <div>그것을 얻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은 짐작 했겠지만 입밖으로 꺼내는 우를 범하진 않았</div> <div><br /></div> <div>다. 주기적으로 갖고오는 식량수레에 마침내 마을이 자생력을 회복했다. 다시 논밭에 곡식을 심었고, 돼지 </div> <div><br /></div> <div>두마리로 새끼를 치기 시작했다.</div> <div><br /></div> <div>할아버지는 일본 순사복을 입고 허리에는 장검을 착용했다. 할머니가 정성들여 닦아 놓은 군화를 신고는 읍</div> <div><br /></div> <div>내로 나가셨다. 할아버지의 앞잡이 노릇덕에 근처에 활동하던 독립꾼들의 씨가 말랐다. 그들에겐 할아버지</div> <div><br /></div> <div>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지만, 일본입장에서는 기특한 충견이었다. 할아버지의 악독한 술수와 고문에 줄줄</div> <div><br /></div> <div>이 시체가 되어 나갔다. 할아버지가 나서면 독립투사의 할애비가 오더라도 버티지 못했다. 완고하던 그들</div> <div><br /></div> <div>은 채 사흘도 가지않아 살 맞대고 살던 마누라의 사타구니사이 점 갯수까지도 모조리 토해내버렸다.</div> <div><br /></div> <div>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은 원폭을 맞았고, 두말없이 항복을 선언했다. 그들이 물러가던 날 할아버지</div> <div><br /></div> <div>는 순사복을 벗고 다시 망태기를 집어 들었다. 친일파에 대한 숙청작업이 행해졌지만 다행히 몇 년 간은 아</div> <div><br /></div> <div>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div> <div><br /></div> <div>아버지가 걸음마를 떼고 말까지 배우자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물었다.</div> <div><br /></div> <div>"우리집에 몇명이 살지?"</div> <div><br /></div> <div>"네명요"</div> <div><br /></div> <div>아버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고, 할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리셨다.</div> <div><br /></div> <div>"우리는 세식구뿐이다. 저사람은 우리 식구가 아니야"</div> <div><br /></div> <div>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그것을 무섭게 노려 보았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따라 다니는 여자가 궁금했지만</div> <div><br /></div> <div>딱히 큰 관심을 두진 않았다. 그저 아이들과 산으로, 들로 몰려다니며 장난을 치는데 몰두했을 뿐이다.</div> <div><br /></div> <div>그러던 어느날 그들이 찾아왔다. 붉은색 두건을 이마에 두른 청년 두명이 들이닥친건 이슬도 내리지 않은</div> <div><br /></div> <div>꼭두새벽이었다.</div> <div><br /></div> <div>"더러운 앞잡이, 장두식이는 당장 튀어나오라"</div> <div><br /></div> <div>"우당탕"</div> <div><br /></div> <div>둔탁한 소리와 함께 질그릇 깨지는 소리가 났다. 아버지가 눈을 떴을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멍하니 앉아</div> <div><br /></div> <div>있었다.</div> <div><br /></div> <div>"당장 나오라, 개노릇을 했으면 된장이 발려야지"</div> <div><br /></div> <div>"우장창"</div> <div><br /></div> <div>또다시 장독대 깨지는 소리가 터졌다. 할아버지가 슬그머니 문을 열었다.</div> <div><br /></div> <div>"장두식이 여기있다"</div> <div><br /></div> <div>할아버지는 순순히 마당으로 내려가 그들 앞에 섰다. 박달나무 몽둥이를 치켜든 그들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div> <div><br /></div> <div>두드려 패기 시작했다.</div> <div><br /></div> <div>"퍽.퍽"</div> <div><br /></div> <div>할아버지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최대한 몸을 구부렸다.</div> <div><br /></div> <div>"아이고, 그만해요 나으리들. 이러다 사람 잡겠어요"</div> <div><br /></div> <div>어머니가 울면서 한명의 바짓가랭이를 쥐었다.</div> <div><br /></div> <div>"이새끼가 몇명을 죽인지 알아?"</div> <div><br /></div> <div>할머니를 거칠게 뿌리친 청년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소리를 질렀다.</div> <div><br /></div> <div>"자그만치 34명이야, 34명.. 그중에 우리 첫째형님도 있단 말야, 알아들어?"</div> <div><br /></div> <div>청년은 귀까지 새빨개진 채 울부짖었다.</div> <div><br /></div> <div>"이새끼 죽이고 다음은 아줌마랑 애새끼 차례니까 억울해 할 것 없어"</div> <div><br /></div> <div>둘은 멈췄던 몽둥이질을 다시 시작했다. 몽둥이끝이 붉게 물들자 그들은 잠시 숨을 몰아 쉬었다. 할아버지</div> <div><br /></div> <div>는 입고있던 옷이 피칠갑으로 변한채 미동도 않고 누워 있었다. 한명이 구석으로 가서 바짓춤을 풀고 소변</div> <div><br /></div> <div>을 보기 시작했다. 그가 툭 던진 박달나무 몽둥이가 무겁게 울렸다. 바로 그때 할아버지가 일어섰다. 몽둥</div> <div><br /></div> <div>이를 줏어들고 멍하니 있던 한놈의 대갈통을 순식간에 내려 찍었다.</div> <div><br /></div> <div>"딱"</div> <div><br /></div> <div>기괴한 음향과 함께 대갈통이 박살이 나버렸다. 오줌누던 청년이 황급히 돌아봤을땐 이미 늦어 있었다.</div> <div><br /></div> <div>할아버지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쓰러진 청년의 대갈통을 연거푸 내려 찍었다.</div> <div><br /></div> <div>"쩍..쩍.."</div> <div><br /></div> <div>두개골이 함몰되고 허연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제법 크게 떨어져 나간 부분은 찾아가서 끝까지</div> <div><br /></div> <div>부수어 놓았다. 피칠갑한 할아버지의 악귀같은 모습에 할머니도, 아버지도 그리고 남은 한 청년도 할말을</div> <div><br /></div> <div>잊고 멍하니 넋을 놓았다. 곤죽을 넘어 반죽을 만든 후에야 몽둥이질은 멈췄다.</div> <div><br /></div> <div>"자네도 할텐가"</div> <div><br /></div> <div>할아버지의 입이 씨익 벌어졌다. 이빨사이의 틈으로 뻘건 국물이 질질 흘렀다. 청년은 잠시 머뭇거리는가</div> <div><br /></div> <div>싶더니 쏜살같이 달아났다. 할아버지의 시선이 부엌문 바른편에 서있던 그것을 향했다. 그것은 조용히 그</div> <div><br /></div> <div>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div> <div><br /></div> <div>"씨발년이 뒤질라고"</div> <div><br /></div> <div>다음날까지 멀쩡하던 할아버지가 이틀째 되던날부터 앓아누웠다. 온몸이 아프다며 밤마다 소리를 질러댔다.</div> <div><br /></div> <div>며칠사이에 이가 네개나 빠졌다. 멀쩡하던 생니 네개가 빠지자 할아버지는 급격히 늙어갔다. 죽기전날 할아</div> <div><br /></div> <div>버지는 아버지를 불러다 놓고 옛날이야기를 해주었다. 전래동화인 줄 알고 들었지만, 듣고 나자 은밀한</div> <div><br /></div> <div>집안이야기 인걸 알았다.</div> <div><br /></div> <div>조상대대로 망나니 집안...쌍놈 중에서도 가장 쌍놈만 한다는 칼춤추는 망나니..그게 조상들의 직업이었다.</div> <div><br /></div> <div>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임진왜란도 일어나기 전인 먼 옛날부터라고 했다. 죽은 자들의 원혼이 쌓이고</div> <div><br /></div> <div>쌓여서 마침내 소름끼치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누운 상태로 할아버지는 방문 앞에 서있던 그것을 슬쩍</div> <div><br /></div> <div>쳐다보았다. 아버지도 따라서 그것을 보았는데, 난생 처음으로 그것이 무서워지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div> <div><br /></div> <div>그러다가 할아버지의 윗대 조상중 한분이 조선에서 가장 영험한 무당을 불러다 놓고 굿판을 벌였다. 무당의</div> <div><br /></div> <div>요구사항이 너무도 많아 그것을 준비하는데만 삼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벌어진 굿판... 엄청난</div> <div><br /></div> <div>규모의 굿판에 조선천지에서 구경꾼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한달간의 굿판이 끝나자 무당은 잠들듯 죽어</div> <div><br /></div> <div>있었다.</div> <div><br /></div> <div>"실패한거네요"</div> <div><br /></div> <div>찢어놓은 갓김치를 도로 내려놓은 뒤 아버지에게 물었다.</div> <div><br /></div> <div>"아마 그랬을테지"</div> <div><br /></div> <div>아버지가 애써 냉장고쪽을 외면한다.</div> <div><br /></div> <div>"할아버지는 그렇게 돌아가신 건가요?"</div> <div><br /></div> <div>아버지가 고개를 저었다. 이야기는 지금부터라는 듯이 의자를 당겨 앉았다. 할아버지에게 얘기를 들은 다음</div> <div><br /></div> <div>날 사단이 일어났다. 바로 아버지 인생에서 가장 기억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아버지가 밤중에 반사적으</div> <div><br /></div> <div>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뭔가가 관통한 듯이 놀라서 깨어난 것이다. 옆을 보니 할머니가 곤히 주무시고 계</div> <div><br /></div> <div>셨다. 다행이다. 다시 그 옆을 할아버지가 눈을 뜨고 있었고, 그위에 그것이 올라타 있었다. 그것이 그만큼</div> <div><br /></div> <div>가까이 간것을 본적이 없던 아버지는 불현듯 공포심을 느끼고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무서웠다. 오줌이 나올</div> <div><br /></div> <div>것 같았다. 어떻게 됐을까. 죽었을까. 호기심은 죽음과도 맞닿아 있다고 누가 그랬던가, 아버지는 끝내 이</div> <div><br /></div> <div>불을 들추고 할아버지를 보고 말았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얼굴과 팔꿈치 하나의 거리를 둔 채 마주보고 있</div> <div><br /></div> <div>었다. 머리카락이 할아버지의 목에 뒤엉켜 있어 숨도 못쉬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다.</div> <div><br /></div> <div>"스윽"</div> <div><br /></div> <div>그것의 손이 이마로 향한다. 그것의 손을 보기는 처음이다. 뼈만 남은 앙상한 손. 그 손이 천천히 얼굴을</div> <div><br /></div> <div>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을 좌우로 걷기 시작했다.</div> <div><br /></div> <div>"억"</div> <div><br /></div> <div>아버지의 뇌가 위험하다고 경보음을 울렸다. 심장이 발작적으로 쿵쾅거리고 전신의 털이 거꾸로 솟구쳤다.</div> <div><br /></div> <div>"그래서 보..보셨나요?"</div> <div><br /></div> <div>열린 창문도 없는데 싸늘한 한기가 한가닥 흐른다.</div> <div><br /></div> <div>"못봤어"</div> <div><br /></div> <div>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div> <div><br /></div> <div>"잔건지 기절한건지 일어나 보니 아침이었어"</div> <div><br /></div> <div>"그럼 할아버지는요?"</div> <div><br /></div> <div>"죽었어"</div> <div><br /></div> <div>내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쏜살같이 대답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으르렁거렸다. 그 모습이</div> <div><br /></div> <div>너무 무서워 비명을 지를뻔 했다.</div> <div><br /></div> <div>"얘기는 여기까지다, 너에게 더 알려줄건 없어"</div> <div><br /></div> <div>아버지와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아버지는 모두 얘기했다 했지만 사실은 한가지가 더 남아 있었다.</div> <div><br /></div> <div>차마 그것까진 말못하셨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난 그것마저도 알아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할아버지가 죽자 그것은 아버지에 대물림되었고 어디를 가든 따라다녔다. 할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난 후부</div> <div><br /></div> <div>터 부쩍 성숙했다. 어린 나이에 세상사의 많은 것을 깨우친듯 했다. 세수를 할때나 자려고 누웠을때 좌우로</div> <div><br /></div> <div>고개를 흔든다. 맹렬히 거부해 보지만 성숙한 이성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매몰차게 말해주었다.</div> <div><br /></div> <div>아버지가 죽으면 나한테 오겠지. 가만히 상상을 해본다.</div> <div><br /></div> <div>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밤 골목길..쥐새끼 하나 없는 그곳을 우연찮게 걷고 있다. 괜스레 무서운 생각이 들</div> <div><br /></div> <div>어 잰걸음을 재촉한다. 한번 자라난 생각은 기하급수적으로 거대해져서 종국에는 블랙홀처럼 나를 빨아들인</div> <div><br /></div> <div>다. 온갖 끔찍한 상상들이 한꺼번에 떠오르자 참지 못하고 뛰기 시작한다. 저만치 앞에 검은 형체가 서있</div> <div><br /></div> <div>다. 놀라서 심장이 멎는듯 하다. 자세히 보니 쓰레기봉지다.</div> <div><br /></div> <div>아..깊은 안도감에 온몸이 축 늘어진다. 스스로가 바보같이 꿀밤을 한대 때린다. 무심코 옆을 보자 색동한</div> <div><br /></div> <div>복의 귀신이 비틀거리며 걸어온다. 맙소사 색동한복이라니.. 다시 미친듯이 뛴다. 한참을 뛰다가 트럭에</div> <div><br /></div> <div>달린 대형 반사경을 본다. 필사적인 몸부림을 치며 그것이 달라붙고 있었다.</div> <div><br /></div> <div>"우아악"</div> <div><br /></div> <div>또다시 미친듯 달린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멈추면 안된다. 저만치 모퉁이가 보인다. 저기로 숨어야</div> <div><br /></div> <div>겠다. 그곳으로 달려간다. 이럴수가..아찔한 상실감에 주저 앉아버렸다. 그곳은 시멘트 벽으로 막혀 있었</div> <div><br /></div> <div>다. 눈을 힘껏 감고 그 위를 손바닥으로 한번더 가린다. 귀신이 코앞에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결코 나를</div> <div><br /></div> <div>만지지는 않는다. 언제까지나 서서 나를 지켜볼것이다. 언제까지나...</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초등학교시절의 마지막 방학식날이었다.</div> <div><br /></div> <div>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 못보던 신발들이 보인다. 아버지가 낯선 사람들과 무언가를 의논중이다. 거실</div> <div><br /></div> <div>로 들어서자 그들이 나를 바라본다. 아저씨둘과 아줌마 한명. 개량한복을 입은 그들은 저녁까지 먹은 다음</div> <div><br /></div> <div>에야 일어섰다. 며칠후 그들이 다시 왔을땐 무척 요란스런 복장이었다.</div> <div><br /></div> <div>온 집안에 새끼줄을 치고 거기다가 부적을 매달았다. 집안 구석구석 가져온 부적을 모두 매달자 이번엔 상</div> <div><br /></div> <div>을 차리기 시작한다. 커다란 상위에 온갖 과일들이 올라온다. 마지막으로 돼지머리가 올라오자 상차리기가 </div> <div><br /></div> <div>끝났다. 여자가 방울을 들고 널뛰기를 시작한다. 알아듣지 못할 괴상한 노래와 함께 온 집안을 뛰어 다닌</div> <div><br /></div> <div>다. 두명의 남자는 각각 아무렇게나 주저 앉아 두꺼운 책을 펼쳐든다. 상바로 앞에서 아버지가 절을 하기 </div> <div><br /></div> <div>시작한다. 연신 절을 해대는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서글퍼졌다. 짙은 향냄새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div> <div><br /></div> <div>굴레에서 빠져나오려 몸부림치는 아버지가 불쌍해서였을까, 아무튼 내얼굴은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버</div> <div><br /></div> <div>렸다. 그 언젠가 조상 한 분이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도 가만히 계시지 않았다. 정해진 운명이지만 순순히 </div> <div><br /></div> <div>항복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div> <div><br /></div> <div>낮부터 시작된 굿판은 자정까지 이어졌다. 나는 자지 않고 굿판을 지켰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우두커니</div> <div><br /></div> <div>서 있을 뿐이었다. 새벽 두시가 되자 껌뻑 졸던 내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촛불들이 격렬하게 흔들리</div> <div><br /></div> <div>고 있었고, 그것 중 몇개는 실제로 꺼져버렸다. 무척 생소한 느낌. 거대한 무언가가 집전체를 감싸고 있었</div> <div><br /></div> <div>다. 그런 기분은 난생 처음이었다. 굿이 효과가 있는 것인가. 우두커니 서있던 그것이 조금씩 움직인다. 그</div> <div><br /></div> <div>리고 아버지의 주위를 천천히 돌기 시작한다.</div> <div><br /></div> <div>'헉'</div> <div><br /></div> <div>끔찍한 두통에 소리를 지를뻔 했다. 뭔가가 서서히 옭죄여 오고 있었다. 원망과 저주..피끓는 감정들이 회</div> <div><br /></div> <div>오리 치듯 사방천지로 몰아친다. 때맞춰 그것이 점점 빨리 움직인다. 절름발이 병신처럼 뒤뚱거리며 아버지</div> <div><br /></div> <div>주위를 빠르게 빙빙 돈다. 아버지의 안색이 시퍼렇다. 곧 죽을것 처럼 위험해 보인다. 지켜보기만 하는 나</div> <div><br /></div> <div>도 이럴진대 당사자인 아버지는 어땠을까. 빙빙 돌던 그것이 갑자기 지랄발광을 해댄다. 온몸을 부르르 떨</div> <div><br /></div> <div>며 기괴한 동작을 짓는다. 시퍼런 한. 뿌리깊은 원혼들의 한이 일제히 몰려든다. 세사람도 굿을 멈추고 벌</div> <div><br /></div> <div>벌 떨고 있다. 그들도 처음 경험했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해야 이만한 원한이 쌓일 수 있을까. 그들</div> <div><br /></div> <div>은 짐작도 못할 것이다. 대를 이어올때마다 한이 쌓이고 쌓였다. 남김없이 갈무리된 그것은 깊이를 짐작키</div> <div><br /></div> <div>어려울만큼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아버지가 꺽꺽 넘어간다. 아버지의 전신을 그것이 미친듯이 어루만진다.</div> <div><br /></div> <div>그러던 한순간, 그것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곤 서서히 얼굴을 아버지에게 가져간다.</div> <div><br /></div> <div>'안돼'</div> <div><br /></div> <div>아버지가 보았다던 할아버지의 최후가 떠올랐다.</div> <div><br /></div> <div>"스윽"</div> <div><br /></div> <div>그것이 손을 뻗어 이마로 가져간다. 죽을 것 같다. 무서워서 죽을 것 같다. 그 옛날에 아버지는 기절했지만</div> <div><br /></div> <div>난 그러지 않았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모든것을 지켜보았다. 그것이 천천히 머리카락을 치운다. 양쪽으로</div> <div><br /></div> <div>머리카락이 갈라진다. 일순간 머리카락이 확 제쳐졌다.</div> <div><br /></div> <div>그걸로 끝이었다. 아니 시작이었다. 아버지는 끝이었지만 내게는 시작인 셈이다. 아버지는 예상과는 달리</div> <div><br /></div> <div>제법 평안한 표정으로 숨을 거두었다. 죽는것이 차라리 편했던 것일까. 죽어서야 비로소 벗어났다고 기뻐</div> <div><br /></div> <div>했던 것일까. 사람들로 붐비는 장례식장에서 골똘히 생각해본다. 밝은 대낮에, 형광등까지 모조리 켜져 있</div> <div><br /></div> <div>고 수십명의 사람들까지 있었지만, 그것은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다. 한쪽에서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div> <div><br /></div> <div>아버지가 아닌 나를 향한채...</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은 언제나 예고없이 찾아오는 법이다.</div> <div><br /></div> <div>중학교 2학년, 유달리 햇살이 밝았던 날로 기억한다. 너나할것 없이 왁자지껄한 점심시간무렵, 열린 창문</div> <div><br /></div> <div>사이로 고양이 한마리가 들어왔다. 새까만 도둑고양이..</div> <div><br /></div> <div>"우와"</div> <div><br /></div> <div>아이들이 감탄성을 내지르며 고양이에게 몰려들었다. 여긴 3층인데 저놈이 어떻게 들어왔을까. 고양이는 아</div> <div><br /></div> <div>이들이 주는 음식을 거부도 안하고 받아 먹었다.</div> <div><br /></div> <div>어딜가나 악동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들이 뒤편에서 쑥덕거리고 있었다. 잠시 일어섰다 다</div> <div><br /></div> <div>시 앉았을때 뭔가 물컹했다. 소름돋는 느낌과 함께 벌떡 일어섰다.</div> <div><br /></div> <div>"하하하"</div> <div><br /></div> <div>"와하하"</div> <div><br /></div> <div>아이들이 죽는다고 웃어댔다.</div> <div><br /></div> <div>"캬아"</div> <div><br /></div> <div>설상가상으로 고양이가 달려들었다. 발톱으로 손등을 할퀴었다. 순식간에 뻘건줄이 죽죽 그였다. 도망가</div> <div><br /></div> <div>는 내게 고양이가 힘껏 점프했다. 눈앞에 시커먼게 달라붙자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손에 잡히는 대</div> <div><br /></div> <div>로 미친듯이 고양이를 가격했다.</div> <div><br /></div> <div>"털썩"</div> <div><br /></div> <div>축 늘어진 고양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죽은게 아니었다. 여전히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근처에</div> <div><br /></div> <div>있던 샤프로 놈을 힘껏 찔렀다.</div> <div><br /></div> <div>"키아오"</div> <div><br /></div> <div>날카로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div> <div><br /></div> <div>"푹.푹.푹"</div> <div><br /></div> <div>수십번도 넘게 찔렀다. 그래도 놈은 죽지 않았다. 벌떡 일어나 필통을 뒤졌다. 커터칼이 보이자 냉큼 손에</div> <div><br /></div> <div>쥐었다.</div> <div><br /></div> <div>"드르륵"</div> <div><br /></div> <div>칼날을 거칠게 빼고는 미친듯이 놈을 베어나갔다. 뜨끈한 피가 사방으로 튀었지만 멈추지 않았다.</div> <div><br /></div> <div>기이한 집중력에 사로잡힌 나는 놈의 해체 외에는 관심을 둘 수 없었다. 살을 가르고 내장을 헤집었다.</div> <div><br /></div> <div>입을 강제로 벌리고 목구멍 깊숙히 칼을 쑤셔 박았다. 나를 할퀸 앞발을 잘라내기 위해 반대쪽 손으로 그것</div> <div><br /></div> <div>을 단단히 움켜쥐었다.</div> <div><br /></div> <div>"슥삭슥삭"</div> <div><br /></div> <div>격렬한 왕복운동에도 발은 쉽게 잘리지 않았다. 조그만 커터날이 뼈에서 더이상 들어가지지 않았다. 칼을</div> <div><br /></div> <div>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 발을 덥썩 물었다. 어금니를 사용해 힘껏 씹었다. 무서운 정적속에 와드득 와드득</div> <div><br /></div> <div>뼈씹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마침내 놈의 발을 몸통에서 분리시키는데 성공했다.</div> <div><br /></div> <div>가슴속에서 뭔가가 울컥솟았다. 그것은 혈관을 따라 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거칠것이 없었다. 숨을 크게</div> <div><br /></div> <div>들이 마시고 가슴을 확장시켰다. 그것은 거대한 자신감이었다. 거만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벌벌 떠는 아</div> <div><br /></div> <div>이들..아무도 자신만만한 내눈을 감당하지 못하고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그것이 언제나처럼 사물함 한켠에</div> <div><br /></div> <div>서 있었다. 애써 외면하며 언제나 피했던 그것.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것을 보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div> <div><br /></div> <div>가소로워서 미칠 것 같았다. 가까이 가자 그것이 저만치 물러난다. 엉거주춤 물러서는 그모습이 처량해 보</div> <div><br /></div> <div>인다. 짐짓 눈을 부라려 준 다음에 돌아섰다. 만족감에 어깨가 으쓱거린다.</div> <div><br /></div> <div>"씨발년이 뒤질라고"</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의대에 진학했다.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남들보다 빠르게 의대에 입학했다. 머리가 좋아</div> <div><br /></div> <div>서도 공부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의대를 간 것은 어떤 절박감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버튼</div> <div><br /></div> <div>하나로 만족했을지 모르지만 난 아니었다. 피가 튀고 살이 터져야 만족했다. 산 생명을 조각조각 해체할때</div> <div><br /></div> <div>의 느낌을 원한다. 비록 더러운 살인자의 유전자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때문에 숨통</div> <div><br /></div> <div>이 트이고 살아갈 힘을 얻으니까 말이다. 언젠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적이 있다. 선서를 하면서 속으로</div> <div><br /></div> <div>비웃었다. 겉은 그럴싸 하지만 실상은 살인면허증이었다. 멀쩡히 살아있는 한 생명을 죽여도 합법적이다.</div> <div><br /></div> <div>죽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아기가 작으면 흡입기로 빨아낸다. 아기가 조금 더 큰 경우는 조각조각 잘라서 긁</div> <div><br /></div> <div>어 낸다. 사정의 여의치 않으면 다른 방법도 있다. 양수를 빼내고 소금물을 집어넣는 것이다. 아기가 소금</div> <div><br /></div> <div>물에 서서히 쩔어간다. 그 과정이 아기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온몸의 수분을 토해낸 채</div> <div><br /></div> <div>시커멓게 말라 죽는다. 그러면 그것을 쏙 빨아내면 끝난다. 아기를 죽이고 나면 그들은 돈을 준다. 그리고</div> <div><br /></div> <div>감사의 인사도 꼭 잊지 않는다. 처음 낙태 실습을 하던 날 동기들의 과반수 이상이 먹은 것을 게워냈다.</div> <div><br /></div> <div>게중에 서넛은 기절까지 했다. 세상에 쪽팔리지도 않는가. 어떻게 의사가 될 놈들이 기절까지 하냔 말이다.</div> <div><br /></div> <div>묘한 기대감에 양손을 세차게 비볐다. 십 년 차 전문의는 기계적인 말투로 설명을 해가며 시범을 보였다.</div> <div><br /></div> <div>"처음에는 잘 안 잘려요, 게다가 꽤 미끄럽기도 하구요"</div> <div><br /></div> <div>전문의의 인상이 실제로 구겨졌다.</div> <div><br /></div> <div>"하, 이거 잘 안 잡히네."</div> <div><br /></div> <div>모두가 충격속에 시술 장면을 지켜보았다.</div> <div><br /></div> <div>"잡았다"</div> <div><br /></div> <div>전문의가 환한 웃음을 짓는다. 싱그러운 미소다. 잘 정리된 치열이 꽤 지적으로 느껴진다. 그의 말에 내</div> <div><br /></div> <div>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div> <div><br /></div> <div>"잡고나서도 안심하면 안돼요, 가끔 힘이 장사인 놈들이 있거든요"</div> <div><br /></div> <div>그의 농담에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 했다. 간신히 웃음을 참고는 그의 유머감각을 칭찬했다.</div> <div><br /></div> <div>'그러면 지금 장래에 천하장사 한명을 죽이는 거잖아 크하핫'</div> <div><br /></div> <div>"자르실때 절대 놀라서는 안됩니다, 가끔 아기가 발작하는거에 놀라는 분도 있는데 그럼 큰일나요, 산모가</div> <div><br /></div> <div>다칠수도 있거든요, 가위로 자궁을 찌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산모가 아프겠어요"</div> <div><br /></div> <div>그는 아기를 수십조각으로 자른 뒤에 뽑아냈다. 아마 설명해 준다고 더 잘게 잘랐을 것이다.</div> <div><br /></div> <div>"아무튼 평소에 가위날 잘 갈아 두시구요, 그럼 됩니다"</div> <div><br /></div> <div>그가 씻지도 않은 손을 우리에게 내민채 마지막 강의를 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지고 토악질을 해댔다.</div> <div><br /></div> <div>역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그들과 함께 물러섰다.</div> <div><br /></div> <div>'옥의 티로군'</div> <div><br /></div> <div>너무도 유익한 수업이었다. 그 시간 만큼은 그것이 옆에 있든 말든 신경 쓰이지 않았다.</div> <div><br /></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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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13 10:06:25  211.104.***.79  gerrard  93994
    [2] 2013/06/13 10:29:38  211.234.***.88  뒤자이넘  243693
    [3] 2013/06/13 16:59:47  39.115.***.176  개혁  324598
    [4] 2013/06/15 21:15:58  61.43.***.14  토괭  342718
    [5] 2013/06/15 22:03:56  121.161.***.31  익명성의악마  240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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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3/06/20 22:08:59  121.142.***.116  으늉  187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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