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년전 과민성 대장증후군 진단을 받았다.<BR>스트레스를 받으면 복통이 일어나는 증상. 지극히 건강한 몸인데 어째서인지 복부가 찢어질 듯 아파온다.<BR>당시에는 수험생이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었다.<BR>하지만 어쨌거나 그 후로 수능을 보고 대학 진학을 하게 되었다.<BR><BR><BR><BR>부모님의 곁을 떠나 시작한 첫 자취 생활은 매우 신선했다.<BR>1학년이었기 때문에 인맥 만드는 것에 열중하며 지냈다.<BR>친한 친구도 몇명 생겼다. 행복한 대학생활의 시작이라고 여겼다.<BR><BR><BR><BR>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입학하고 3개월 쯤 후부터였다.<BR>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재발했다.<BR>병원에 가보았지만 인간관계와 자취생활에서 기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설명 외에는 별다른 말을 듣지 못했다.<BR>그때문에 1학년 때 내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었다.<BR>지독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재발한 걸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고 그대로 2학년이 되었다.<BR>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시험 전날이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당일 특히 자주 일어났다.<BR>나는 시험대신 레포트만 제출하면 되는 수업을 중점적으로 골라 들었다. <BR>건강때문에 곤란한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BR><BR></P> <DIV align=left><BR>하지만 개강하고 얼마 지나지 않고부터 내 상태는 점점 악화되었다.<BR>매일 수십번 이상 화장실에 가야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BR>물론 수업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BR>결국은 휴학하게 되었다. </DIV> <DIV align=left>부모님께 전화를 드리자 두분 다 휴가를 내고 나를 데리러 와 주셨다.<BR>휴학계를 내고 짐을 싸들고 신칸센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DIV> <DIV align=left>아니, 정확히는 '돌아가려고' 했다.<BR><BR></DIV> <DIV align=left><BR>3월11일 동일본대지진.<BR>그 지진은 부모님과 같이 신칸센 역에 타자마자 일어났다.<BR>흔들리는 차량 안의 모든 승객들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BR>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지진 따위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BR>미친듯이 흔들리는 차량 안에서 평온하게 대화를 나누시는 두분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BR>결국 그날은 신칸센이 운행 불가하게 되어 가족끼리 호텔에서 하루를 지냈다.<BR><BR><BR><BR>다음날 아침 신칸센을 타고 본가로 돌아왔다. 집에서 짐을 풀고 지진 상황을 보려고 뉴스를 틀어보니 원전 문제가 터져있었다.<BR>원전이 터졌다고 우리가 얼마나 위험할 뻔 했는지 호들갑을 떨어도 부모님의 반응은 싱거웠다.<BR>지진이 일어나던 순간부터 이상했던 부모님의 반응을 떠올렸다. </DIV> <DIV align=left>나는 부모님께 여쭤보았다.<BR><BR>"어떻게 그렇게 차분해요?미리 알고있었다는 듯이."<BR><BR>그러자 부모님은 말씀하셨다.<BR>내가 세살때도 지금과 비슷한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고.<BR>그 당시에는 내가 밤중에 복통을 일으키는 바람에 야간 진료를 하는 병원에 데려갔다고 한다. 하지만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BR>현관에서 불을 켜고 신발을 벗으려는데 격심한 지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BR>아버지는 뛰어올라가 3층에서 자고있던 두살 연상의 형을 구출하고 1층에서 주무시던 할머니를 깨워서 근처 공영주차장으로 몸을 피했다고 한다.<BR>이때 만일 부모님이 깨어있지 않았더라면, 자느라 빠르게 상황대처를 하지 않았더라면 가족들 모두를 데리고 대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BR>그 날 이후로도 내가 이유 없는 복통을 일으키면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BR>그래서 내 전화를 받고 부모님은 만사를 제치고 달려와 주신 것이었다.<BR> <P> </P> <P> </P><BR><BR></DIV> <DIV align=left>이 이후에도 나는 간혹 복통을 일으킨다.<BR>복통을 느꼈다 하는 날이면 경찰서 앞에 세워진 [도심 내 교통사고 사건] 게시판의 사망자 란에 1이라는 표시가 되어있다.</DIV> <DIV align=left>하지만 동일본대지진 때만큼 격심한 것은 없다.</DIV> <DIV align=left>지금은 요가를 시작하면서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아픔도 많이 나아졌고 횟수도 줄어들어 생활에 더이상 지장은 없게 되었다.<BR>야생동물들은 지진이 나기 전에 어떠한 전자파 같은 것을 감지하고 몸을 피한다고 한다. </DIV> <DIV align=left>나의 몸도 그 어떤 전자파를 감지하는게 아닐까.<BR><BR><BR> <P> </P><BR><BR>후일담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내가고등학교때 겪었던 일을 한가지 더 이야기 하고자 한다.<BR>고등학교 때 아침마다 복통이 일어나면 그날은 꼭 인명사고로 전차가 늦어지곤 했다.<BR>그 날은 복통이 너무 심해서 역에서 내린 후부터 배를 부여잡고 학교로 걸어가고 있었다.<BR>우리 학교는 언덕위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 언덕이 시작되는 부분에 횡단보도가 있다. <BR>학교를 가려면 반드시 그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구조이다.<BR>길을 건너려고 기다리다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는데, 갑자기 심한 오한과 복통이 나를 덮쳤다.</DIV> <DIV align=left>움직일 수가 없었다.<BR>결국 신호가 빨간불로 바뀔때까지 나는 그자리에 주저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BR>그리고 차량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그 순간.<BR></DIV> <DIV align=left>언덕 위에서 어떤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엄청난 스피드로 내려왔다.<BR>직장에 늦었을 수도 있고 다른 급한 용무가 있었을 수도 있었으리라.<BR>그 여자는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언덕을 내려오던 엄청난 스피드을 유지하며 횡단보도를 건넜다.<BR>아니, 건너려했다.</DIV> <DIV align=left></DIV> <DIV align=left> <P> </P> <P> </P> <P> </P><BR>길을 반도 건너기 전에 그 여자는 옆에 오렌지색 라인이 들어간 차에 치여 10미터 정도 날아가버렸다.<BR>치이기 직전의 그 여자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BR>치인 후에도 숨이 붙어있었던 그녀는 20분 후 구급차에 실려갔다. </DIV> <DIV align=left>그리고 3일 후 언덕 앞에는 횡단보도에서 일어났던 뺑소니 사망사고 대한 목격자를 찾는 경찰서의 푯말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DIV class=autosourcing-stub></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