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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최강창민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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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41042
    작성자 : yoonjae23
    추천 : 50
    조회수 : 2646
    IP : 110.46.***.14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3/01/15 11:47:59
    http://todayhumor.com/?panic_41042 모바일
    [펌]안개下
    <P>"3년 전에 반지하 방에서 화재가 발생했어.<BR>그리고 2구의 어린이 시체가 발견되었지.<BR>처음엔 단순 실화로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BR>소방관 얘기로는 처음에 출동했을 때 문이 밖에서 잠겨 있었다고 했어.<BR>잠근 사람은 두 아이의 엄마였어.<BR>그 여자는 남편과 사별하고 식당일을 나가면서 5살과 7살 난 두 아이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었지.<BR>우리는 사고사가 아닌 타살로 가닥을 잡고 유력한 용의자로 엄마를 지목했지.<BR>아이의 엄마는 거의 반실성한 상태였어. 물론 범행도 급구 부인했고...<BR>아이들이 죽은 슬픔도 감당하기 힘든데 자신을 범인으로 몰다니 너무나도 원통하고 억울하다는거야.<BR>왜 문을 걸어 잠궜냐는 질문에... 평소 집 앞의 도로에 아이들이 뛰쳐나와 놀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때는 잠깐씩 잠그고 간다고 하더군.<BR>요리조리 우리의 심문을 피해가는 것 같았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어.<BR>두 아이의 혈액에서 청산염이 발견된거야."</P> <P> </P> <P> </P> <P>"청산염..?"</P> <P> </P> <P>"청산가리 말야."</P> <P>"아니 어떻게 엄마가 그럴 수 있죠?"</P> <P> </P> <P>"생활고를 비관했을 수도 있지.<BR>생활고를 비관해서 아이들을 살해하고 불을 질렀다고 볼 수밖에 없었어.<BR>죄가 인정되면 아무리 정상참작이 된다고 해도 이건 최소 무기징역감이야.<BR>하여튼 우리는 엄마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계속 심문했지.<BR>그것도 모자라 유력한 용의자라는 이유로 구속수사를 했어.<BR>그런데 말야...."</P> <P>박형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BR>그리고는 깊게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빨더니 말을 이었다.</P> <P>"재판이 있기 며칠 전 그 여자가 유치장에서 목을 매 자살한거야.<BR>마치 결백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P> <P> </P> <P>"그래서요?"</P> <P> </P> <P>"사건은 그걸로 종료된거지.<BR>그런데 그 여자가 죽었던 그날 밤 너무나 찝찝한 생각이 들더라구.<BR>그 여자가 범인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말야.<BR>그래서 나는 사건 현장에 다시 갔지.<BR>뭘 얻기 위해서 간 것도 아닌데 그냥 가봐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BR>그런데 거기서 한 남자가 멍하니 불탄 그 집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더니 나에게 다가와 뭐라 그러는거야.<BR>아이들의 불장난이 큰 화를 불렀다는군.<BR>내가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까, 아이들이 성냥으로 불장난을 하다가 죽었다는거야.<BR>그리고 이 아이의 엄마도 억울함을 이기지 못해 목매 자살했다는 거야.<BR>난 온몸에 섬뜩한 소름이 돋았지.<BR>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무당의 말이 나를 더 소름돋게 만들었지."</P> <P> </P> <P>멍하니 형사의 이야기에 빠져 든 나는 침을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뭐...뭐가요?"</P> <P>"아직도 이 집에 셋이서 살고 있대..."</P> <P>마치 그 곳에 내가 있었던 것처럼 소름이 쫘악 돋았다.</P> <P> </P> <P> </P> <P> </P> <P>"그...그 남자가 바로 형사님이 말한 무당이군요."</P> <P>"그래."</P> <P>"그래서 어떻게 했어요?"</P> <P>"난 망자의 억울함이라도 풀어주려는 심정으로 국과수에 재부검을 의뢰했지.<BR>재부검 결과 역시나 혈액에서 청산염이 발견되었어.<BR>그런데 말야.<BR>이상한 건 아이들의 폐와 혈액에서는 청산염이 발견되는데 정작 위와 장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거야."</P> <P> </P> <P>"그럼 먹은게 아니라 코로 들이마신 거예요?"</P> <P>"우리도 그 여자가 죽기 전에 국과수 부검 결과에 의아한 점이 하나 있었어.<BR>아이들의 직접사인은 질식사였고, 폐에서 연기가 검출되었다는 거야."</P> <P> </P> <P>"그게 어때서요?"</P> <P> </P> <P>"폐에서 연기가 발견되면 불 타오르는 동안 살아있었다는거야.<BR>호흡을 하고 있었을테니까.<BR>보통 살해 후 방화를 하면 숨을 쉬지 않기 때문에 폐에서 연기가 검출이 안돼.<BR>그렇다고 단지 이런 점 때문에 여자를 풀어줄 수가 없었지.<BR>타살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형사들은 물고 늘어지니까<BR>그런데 엉뚱하게도 재부검 결과 폐에서 청산염이 발견되었다는거야.<BR>청산가리를 들이마시게 한다? 그게 가능할까?<BR>또 죽이려고 마음 먹은 사람이 굳이 왜 이렇게 어려운 방법을 선택했을까?<BR>그렇게 하더라도 아이들은 바로 죽었을텐데, 폐에서 발견된 연기는 도대체 뭐지?<BR>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어.<BR>그래서 난 다시 그 무당을 찾아갔어.<BR>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BR>그런데 그 무당이 그러더라구. 그 집을 다시 불태우라고...그 혼령들이 원한다고...<BR>불타버린 집을 또 태우라니 그게 도대체 뭔소린지...."</P> <P> </P> <P>박형사는 담배에 붙은 재가 떨어지지 않고 길게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BR>그 담뱃재는 작은 움직임에도 떨어져 나갈 듯 아슬함을 유지하고 있었다.</P> <P> </P> <P> </P> <P> </P> <P> </P> <P> </P> <P>"그런데 경찰서로 돌아오는 중에 난 불현 듯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어.<BR>그래서 국과수에 사건 현장에 남은 여러 물질들의 발화실험을 요청하고 성분검사를 의뢰했지.<BR>그런데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나오더라구."</P> <P> </P> <P>"뭐가 말예요?"</P> <P>"젠장............그 집 바닥재 발화 실험을 했는데 연기 속에서 청산염이 검출된거야."</P> <P>"이럴 수가...바닥재 성분이 타면서 나온거예요?"</P> <P>"형사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지.<BR>불법을 저지른 건 아니지만 우리는 멀쩡한 목숨을 덤으로 하나 죽인거야."</P> <P> </P> <P>그제서야 박형사는 길게 늘어진 담뱃재를 털어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그게 폐로 들어간거야. 그리고 혈액에서 돌아다녔고.<BR>그래서 위와 장에서는 발견이 안 되었던거지.<BR>우리는 사죄의 마음으로 그 영혼들의 안식을 비는 제를 간단히 지내줬어."</P> <P>"그렇군요....."</P> <P>"그 뒤로 나는 그 무당과 친분을 유지했고, 그 무당은 몇 개의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었지."</P> <P>"그렇다면 이번 사건도 그 무당한테 부탁하면 되잖아요."</P> <P>"사건을 해결하러 다닐 때마다 원혼들이 자꾸 자기 몸에 붙어서 못살겠다는거야.<BR>수명이 짧아져서 죽을 것 같대. 그래서 1년 전부터는 말도 못 꺼내게 했어."</P> <P> </P> <P>어느 새 우리는 도심 외곽을 달리고 있었다.<BR>도로도 점점 좁아져 편도 1차선을 내달리고 있었다.</P> <P> </P> <P><BR>눈 앞에 뒤쪽에 산과 앞쪽에 작은 계곡을 끼고 있는 집이 눈에 들어왔다.<BR>불교의 만자(卍字)가 보이는 걸로 봐서 우리가 만나야 할 무당의 집인 것 같았다.</P> <P><BR>보통 잘 나가는 무당들은 예약을 하고 가야된다는데 이 무당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BR>무당의 것으로 보이는 소형 승용차와 우리의 차량만이 앞마당에 추차되어 있는 유일한 차량이었다.</P> <P><BR>인기척을 보인 후 우리는 안으로 들어섰다.<BR>무당의 집이라고 보기에는 집 안의 치장이 너무나 차분했다.</P> <P><BR>그리고 향 연기 속에 담배 연기 냄새가 배어나왔다.</P> <P> </P> <P> </P> <P> </P> <P>사극의 대감집에서나 볼 수 있는 기품있는 병풍을 등 뒤에 두르고, 왜소한 체격의 한 남자가 생활 한복을 입은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P> <P><BR>이 사람이 무당인가 싶을 정도로 그는 꾸밈이라는게 거의 없었다.<BR>게다가 나를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은 사람이 들어왔음에도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연신 담배질을 하며 책을 탐닉하고 있다는 것이다.</P> <P> </P> <P> </P> <P> </P> <P> </P> <P>"형님. 저 왔습니다."</P> <P>박형사의 인삿말은 그와 저 무당이 얼마나 가까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BR>박형사의 인사에도 무당은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했다.</P> <P> </P> <P> </P> <P> </P> <P>"내가 오지 말라고 했지. 날 죽일 셈이냐?<BR>짭새놈들이 얼마나 모진 원혼들을 몰고 다니는 줄 알아?"</P> <P> </P> <P>이 말에 박형사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P> <P> </P> <P> </P> <P> </P> <P> </P> <P> </P> <P>"큰 사건입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요.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P> <P>그제서야 그는 고개를 들었다.</P> <P> </P> <P><BR>이마와 입 주변에 깊게 파인 주름만이 그의 나이를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P> <P><BR>많은 주름살에 걸맞지 않은 백옥같은 피부를 가졌고, 미간에 작은 점이 박혀 있었으며, 몇 년을 길렀는지 모르는 긴 수염을 달고 있었다.</P> <P><BR>그는 박형사의 얼굴을 한 번 확인하더니 박형사의 뒤에 서 있는 나를 한참 동안 말없이 응시했다.<BR>너무나도 멋쩍은 상황에 나도 그를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P> <P><BR>이 어색한 침묵의 시간을 멈춘 것은 무당의 욕설섞인 말이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우라질 놈. 이번엔 원혼들을 떼거지로 몰고 왔구나...."</P> <P></P> <P></P> <P><BR>무당의 말에 무릎을 꿇고 있던 박형사가 나를 돌아 보았다.<BR>갑자기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듯 나는 누구에게 시선을 맞춰야 할 지 고민했다.</P> <P><BR>무당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나를 경계하고 있는 듯 보였다.</P> <P> </P> <P> </P> <P> </P> <P> </P> <P>"형님, 무슨 말씀이십니까?"</P> <P>박형사의 질문에 무당은 잠시 말을 아낀 후 입을 열었다.</P> <P> </P> <P> </P> <P> </P> <P>"저 친구에게서 너무 강한 기운이 느껴져. 혼령이 한 둘이 아냐...."</P> <P>박형사는 연신 무당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표정 변화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P> <P> </P> <P> </P> <P> </P> <P>"형님, 불러낼 수 있습니까?"</P> <P>박형사는 내 의사도 묻지 않은 채 무당의 허락을 받는데만 급급했다.<BR>무당은 여전히 나에게서 매서운 시선을 흩뜨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P> <P> </P> <P> </P> <P> </P> <P>"이봐, 젊은 친구. 이리 와 앉게."</P> <P>나는 잠시 박형사와 무당의 표정을 살핀 후 박형사 옆에 무릎을 꿇었다.</P> <P> </P> <P> </P> <P> </P> <P>"둘 다 편하게 앉아. 내가 무슨 니들 부모냐?"</P> <P>우리는 자세를 편안히 갖추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P> <P> </P> <P> </P> <P> </P> <P>"내 손을 잡게나 젊은 친구."</P> <P>그는 두 손을 내 앞으로 나의 응답을 기다렸다.</P> <P><BR>나는 다시 한번 박형사의 표정을 살핀 후 아무 말없이 그의 손바닥에 내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BR>내 손을 잡은 무당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P> <P><BR>그리고는 잠시 후 알 수없는 주문같은 말을 작은 숨소리로 웅얼거리지 시작했다.</P> <P> </P> <P> </P> <P> </P> <P> </P> <P> </P> <P><STRONG>몇 십초가 지났을까?</STRONG><BR><STRONG>무당의 미간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BR></STRONG></P> <P>웅얼거림의 소리도 서서히 커지는 듯 했다.<BR>그의 미세한 손 떨림이 느껴졌다.</P> <P><BR>그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져 사나운 맹수가 포효하는 것처럼 미간과 콧등에 수많은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P> <P><BR>그는 흡혈귀처럼? 하얀 이를 조금씩 드러내며 입을 벌리기 시작했고, 그의 웅얼거림은 점점 '아'발음만 들리는 기괴한 음성으로 변하고 있었다.</P> <P> </P> <P> </P> <P> </P> <P><BR><STRONG>그 순간...</STRONG></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탕!!!!!!"</P> <P>그가 갑자기 탁자에 손을 내리쳤다.</P> <P><BR>그리고는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BR>조금 전의 기괴한 소리를 내던 흉측한 표정보다 더 섬뜩해 보였다.</P> <P> </P> <P> </P> <P> </P> <P> </P> <P>"안돼....."</P> <P>그의 엉뚱한 말에 박형사가 물었다.</P> <P> </P> <P> </P> <P>"뭐..뭐가요? 불러낼 수 없다는 말입니까?"</P> <P>무당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STRONG><FONT color=#c31a1b>"불러내면...우린 모두 죽어..."</FONT></STRONG></P> <P><STRONG><FONT color=#c31a1b></FONT></STRONG> </P> <P>지금 이 순간 내 생각도 그렇다.</P> <P> </P> <P> </P> <P><BR>그 놈이 다시 나타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이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형님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BR>우린 그 놈을 불러내서 그 놈의 정체를 알아야 합니다."</P> <P>"니 들이 찾아....내가 감당할 수 있는 혼령이 아냐...."</P> <P>"뭘 찾으란 말입니까?"</P> <P>"그 놈 시체를 찾아!! 찾아서 불태우든가, 천도제를 지내주든가 하란 말이야!!"</P> <P> </P> <P>나는 이 방에 들어와서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 것 같다.<BR>난 그에게 물었다.</P> <P> </P> <P> </P> <P> </P> <P>"그 놈...아니 귀신이 보일 때마다 안개가 껴요. 그냥 맑은 상태가 아니고..."</P> <P>"귀신은 사람의 기를 빼앗아가. 귀신의 존재가 느껴지면 사람은 여러가지 현상으로 반응을 하지.<BR>어떤 이는 소름끼치는 한기를 느끼기도 하고, 어떤 이는 피를 흘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기절을 하기도 하지....<BR>그런데 자네는 특이한 경우이지만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애..."</P> <P>"이대로 있으면 전 어떻게 됩니까?"</P> <P>"어떻게 되긴? 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화를 당하거나 아니면 니가 죽든가 하겠지..."</P> <P> </P> <P>너무나 충격적이고 무서운 말임에도 무당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내뱉았다.<BR>무당은 잠시 내 얼굴을 살피더니 말을 이었다.</P> <P> </P> <P> </P> <P> </P> <P> </P> <P>"니 몰골을 보니, 요 근래 온갖 험한 꼴을 많이 당한 것 같군.<BR>살고 싶으면 어서 그 놈을 찾아."</P> <P>"도와주시면 안되나요? 아저씨도 능력이 있잖아요."</P> <P>"법사라고 불러. 무슨 생뚱맞게 아저씨야? 나도 체면이 있는데..."</P> <P>"무슨 얼어죽을 법사고, 체면이예요? 귀신 하나 쫓아내지도 못하면서...."</P> <P>"이런 망할 자식을 봤나!!"</P> <P> </P> <P>무당은 입을 삐죽거리며 경멸하는 듯한 눈빛을 나에게 보냈다.</P> <P> </P> <P> </P> <P> </P> <P> </P> <P>"난 뭐 대단하신 분인 줄 알고 왔는데, 스포츠 신문에나 광고내는 무당하고 같네요."</P> <P>"뭐? 이 자식아? 이런 호로자식을 봤나!!!"</P> <P> </P> <P>그는 나에게 덤빌 듯한 자세를 취하고는 욕설을 내뱉았다.<BR>지금의 그의 모습은 무당이라기 보다는 동네 불량배에 가까웠다.</P> <P> </P> <P> </P> <P> </P> <P>"야 임마!! 너 지금 뭐하는거야!!"</P> <P>박형사가 호통을 쳤다.<BR>그의 호통에 우리는 잠시 냉전을 유지했다.</P> <P> </P> <P> </P> <P> </P> <P>"형님. 죄송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이 친구 부탁 좀 들어주시죠?"</P> <P>"당장 꺼져!!"</P> <P>무당은 자세를 옆으로 돌린 채 박형사와 시선도 맞추지 않았다.</P> <P> </P> <P> </P> <P> </P> <P>"젊은 놈이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이러다 이 놈 죽을 지도 모릅니다.<BR>목숨 하나 살려주신다 생각하시고 좀 도와주세요."</P> <P> </P> <P>박형사는 나보다 더 간절한 입장이 된 것처럼 무당에게 애원했다.</P> <P> </P> <P> </P> <P> </P> <P> </P> <P>"당장 꺼지라고 했다. 더 이상 말 걸지마!!"</P> <P>무당의 태도는 단호했다.</P> <P><BR>이에 나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기 위해 박형사에게 말을 던졌다.</P> <P> </P> <P> </P> <P> </P> <P> </P> <P> </P> <P>"형사님, 그냥 가요. 뭐 하나 얻어낼 것도 없는데...."</P> <P>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P> <P><BR>집 밖으로 나오자 박형사의 동료인 강형사가 연신 담배질을 하며, 우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P> <P><BR>내가 씩씩거리며 나오는 것을 본 강형사는 무슨 일이냐며 나에게 물었다.<BR>나는 대답도 없이 그냥 차에 올라탔다.</P> <P> </P> <P>무당을 달래고 있는지 아니면 무슨 할 말이 더 있는건지 박형사는 5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다.<BR>그리고 잠시 후 박형사가 조용히 집 밖으로 나왔다.</P> <P><BR>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나를 잡시 쳐다보더니 아무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P> <P> </P> <P> </P> <P> </P> <P> </P> <P>"죄송해요. 형사님."</P> <P>십여분 동안 아무 말없이 달리는 차량 안에서 전방을 응시하고 있는 박형사에게 말을 걸었다.<BR>나는 그에게 혼쭐이라도 날 것 같았지만 박형사는 업무적인 얘기로 답했다.</P> <P> </P> <P> </P> <P> </P> <P>"그 놈을 어떻게 찾을까?"</P> <P>"......."</P> <P>"조폭놈들이 그 놈한테 몰살당한 걸로 봐서 무슨 원한이 있는게 분명해.<BR>그 놈이 모든 열쇠를 쥐고 있어.<BR>그리고 그 놈 시체는 그 스탠드바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도 몰라."</P> <P>"우리가 거기에 가보면 되잖아요."</P> <P>"그 놈들의 비밀 창고 같은 게 하나 있는데 도대체 접근할 수가 없단 말이야.<BR>증거가 없어서 위에서도 수색영장을 발부해주지도 않고...."</P> <P>"이번 살인 사건으로 물고 들어가면 되잖아요. 그러면 영장 나올 것 같은데요."</P> <P>"만일 그 놈들이 마약사건 조사를 눈치 채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한 가지 희망도 사라지는거야.<BR>살인사건 때문에 형사들이 들락거리는 데 그 놈들이 뭔가 대책을 세워놨겠지."</P> <P> </P> <P>박형사는 팔짱을 끼고 대책을 세우는데 머리를 쓰는 것 같았다.<BR>나는 순간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P> <P> </P> <P> </P> <P> </P> <P> </P> <P>"그 놈의 시체에 다가간다면 무슨 반응이 나오겠죠?"</P> <P>나의 말에 박형사는 팔짱을 풀고 나를 돌아봤다.</P> <P> </P> <P> </P> <P> </P> <P>"그게 무슨 말이야?"</P> <P>"만일 저에게 그 놈이 붙어다닌다면.....제가 그 놈의 몸뚱아리에 가까워지면 무슨 반응을 할 겁니다. 그러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거구요."</P> <P>"너..설마.."</P> <P>"네. 저를 그 곳에 들여보내 주세요. 형사님들은 바람잡이나 해 주시구요."</P> <P>"너 그 놈들한테 잡히면 죽을 수도 있어."</P> <P>"이래 죽나 저래 죽나 똑같죠. 기왕 죽을거면 이유나 알고 죽어야죠."</P> <P>나의 말에 박형사는 한참 동안 내 표정을 살폈다.<BR>박형사는 뒤에 앉아있는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차를 몰고 있는 강형사에게 물었다.</P> <P>"강형사..너 저번에 입수한 그 스탠드바 건축도면 가지고 있지?"</P> <P><BR>경찰서에 도착한 나는 박형사와 함께 점심식사를 마친 후 그 스탠드바의 건축도면을 익혀갔다.<BR>두 세시간 동안 도면을 익히면서 작전을 세워갔다.</P> <P><BR>충분히 숙지가 되었다고 판단이 서자 우리는 곧바로 차를 몰아 그 스탠드바로 향했다.</P> <P>그 스탠드바는 화려한 입구가 인상적이었다.<BR></P> <P>영업시간이 아님에도 형형색색의 네온등이 정문을 장식하고 있었고, 화려한 드리워진 커튼 뒤로 붉은 카페트가 깔려 있는 것이 보였다.</P> <P><BR>우리를 먼저 맞은 것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검은색 양복의 건장한 청년들이었다.<BR>깍두기 머리는 아니고 말끔하게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긴 호남형의 남자들이었다.</P> <P><BR>그들은 박형사와 강형사를 알아보더니 이내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P> <P> </P> <P> </P> <P> </P> <P> </P> <P> </P> <P>"이 친구는 누굽니까?"</P> <P>경계하는 듯 한 그들의 눈빛에서는 무서운 살기가 느껴졌다.<BR>이에 박형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답했다.</P> <P> </P> <P> </P> <P> </P> <P>"여기 살인사건 목격자야."</P> <P>무서운 눈빛을 가진 그 청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한번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P> <P> </P> <P> </P> <P> </P> <P>"이 놈이 우리 형님한테 전화했던 그 놈이오?"</P> <P>그의 말에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BR>박형사는 나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그를 달랬다.</P> <P> </P> <P> </P> <P> </P> <P> </P> <P>"현장조사만 하고 갈거니까 너무 그러지마."</P> <P>"잠깐 기다려요."</P> <P> </P> <P>그 청년은 우리를 제지하더니 우리에게서 잠시 떨어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BR>그의 말투로 보아 그보다 윗사람인 것 같았다.</P> <P><BR>통화가 끝나자 그는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P> <P> </P> <P> </P> <P> </P> <P> </P> <P>"20분 안에 끝내쇼. 우리도 할 일이 많으니까."</P> <P>우리는 내부로 진입했다.</P> <P><BR>긴 복도 입구에 진입하자 박형사가 나에게 뭔가를 건넸다.<BR>접혀진 종이였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부적같았다.</P> <P> </P> <P> </P> <P> </P> <P> </P> <P>"이게 뭐예요?"</P> <P>"형님이 주신거야. 모진 귀신이 나타나도 니가 정신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거래."</P> <P>오전의 일을 생각하면 조금 화가 나기도 했지만, 성의라고 생각하고 나는 말없이 그 부적을 받아들었다.</P> <P><BR>긴 복도를 지나자 큰 홀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BR>조명, 벽지, 바닥재, 진열장...어느 것 하나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실내는 아름답고 화려했다.</P> <P><BR>우리는 그 홀을 가로질러 반대편 문을 열고 들어섰다.<BR>그러자 몇 개의 갈라진 복도가 눈에 들어왔고, 각 복도마다 조그만 방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P> <P><BR>맨 오른쪽 복도 끝에 있는 방을 손으로 가리키며 박형사가 말을 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STRONG><FONT color=#c31a1b>"저기야...그 놈들이 죽은 곳..."</FONT></STRONG></P> <P><STRONG><FONT color=#c31a1b></FONT></STRONG> </P> <P>그곳을 보자 나는 가슴이 저미어왔고, 현기증이 몰려왔다.<BR>저 곳이 그 피의 살육이 벌어진 곳이라니.........</P> <P> </P> <P>나의 휘청거림을 느꼈는지 박형사가 나를 부축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괜찮아요."</P> <P>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조금씩 그 방으로 향했다.<BR>문을 열고 들어서자 낯익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P> <P><BR>테라스처럼 꾸며진 그 살육의 장소였다.<BR>이미 현장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는 상태라 시각적인 공포는 주지 못했지만, 지워졌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 오금이 저리는 듯한 두려움이 몰려왔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시간 없어. 시작해!"</P> <P>박형사의 명령에 강형사는 의자와 탁자를 쌓아올리고, 그 곳에 올라가 준비해온 공구로 우리 키의 1.5배 정도 위에 설치되어 있는 환풍구를 뜯어내기 시작했다.</P> <P><BR>순식간에 좁은 환풍구 통로가 열리자 나는 쌓여진 탁자와 의자를 타고 올라갔다.<BR>순간 박형사가 나를 잡으며 말을 건넸다.</P> <P> </P> <P> </P> <P> </P> <P> </P> <P>"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와야 한다."</P> <P>나는 묵언의 답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그 통로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P> <P> </P> <P> </P> <P><BR>그 통로는 무릎을 꿇고 기는 것도 모자라 몸을 완전히 눕히고 포복으로 기어야 할 정도로 좁았다.<BR>나는 매직펜 크기의 손전등을 입에 물고 최대한 소리를 감추고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다.<BR></P> <P>실내의 불빛으로부터 멀어지자 통로안은 그야말로 암흑천지가 되었다.<BR>유일한 빛이라고는 입에 물고 있는 손전등에서 나오는 가느다란 빛줄기 뿐이었다.<BR>매케한 먼지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P> <P><BR>움직일 때마다 먼지가 일어나 앞을 분간하기가 힘들었다.<BR>기침을 나올 것 같아 입을 다물고 잠시 코를 움켜쥐었다.</P> <P><BR>타이어에서 바람이 새 듯한 숨이 뿜어져나왔다.<BR>진정이 되자 나는 다시 몸을 앞으로 전진했다.</P> <P> </P> <P>그런데 갑자기 손전등의 빛이 닿지 않는 저 어둠의 통로에서 정체모를 소리가 들려왔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쓰으윽...쓰으윽...."</P> <P>작지만 그 괴상한 소리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P> <P> </P> <P> </P> <P> </P> <P>"쓰으윽...쓰으윽...."</P> <P>그 소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그제서야 나는 그 소리의 정체가 지금 내가 배를 밀고 전진하고 있는 소리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P> <P> </P> <P><BR>내 앞의 어두운 통로 속에서 누군가가 기어오고 있는 것이다.<BR>내 입의 떨림에 맞추어 손전등의 가느다란 빛줄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P> <P> </P> <P> </P> <P> </P> <P> </P> <P> </P> <P>"쓰으윽...쓰으윽...."</P> <P>2미터 앞까지 뭔가가 다가왔음이 느껴졌다.<BR>그리고 그것은 내 입에 물려 있는 손전등의 빛에 비추어졌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새하얀 얼굴에 늘어진 검은 머리...그리고 그 하얀 얼굴에 수많은 세로선을 긋고 있는 핏줄기.....<BR>귀밑까지 찢어지도록 입을 벌리고 활쫙 웃고 있는 모습.....<BR>그리고 그 입속의 하얀 치아 틈 사이로 채워져 있는 핏물....</P> <P> </P> <P> </P> <P> </P> <P> </P> <P><BR><STRONG><FONT color=#c31a1b>어디서 본 여자다.</FONT></STRONG></P><STRONG><FONT color=#c31a1b></FONT></STRONG> <P><BR><STRONG><FONT color=#c31a1b><SPAN style="FONT-SIZE: 12pt">그 병원에서 봤던 간호사였다.</SPAN><BR></FONT></STRONG></P> <P> </P> <P> </P> <P> </P> <P> </P> <P> </P> <P> </P> <P>그제서야 나는 알아챘다.<BR>내 앞길을 뿌옇게 만든 것은 먼지와 섞인 안개였다는 것을....</P> <P><BR>난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BR>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입에 물려진 손전등이 그것을 막았다.</P> <P><BR>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BR>나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입은 열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거친 말을 내뱉았다.</P> <P> </P> <P> </P> <P> </P> <P> </P> <P>'후...신발...마중 나오지 않아도 되거든?'</P> <P>그녀가 코 앞까지 다가오자 무서운 현기증이 몰려왔다.<BR>나는 좁은 통로 속에서 간신히 팔을 돌려 미친 듯이 그 부적을 찾았다.</P> <P> </P> <P></P> <P></P> <P><BR>"아...신발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P> <P>그제서야 그 부적을 성의없이 받아 챙겼다는 사실에 후회가 밀려왔다.</P> <P><BR>여자의 얼굴이 내 머리에 닿을 듯이 가까워졌다.<BR>커다란 먹이를 통째로 삼키려는 뱀처럼 여자는 입을 쩌억 벌리기 시작했다.</P> <P><BR>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BR>소름끼치는 한기가 몰려왔다.</P> <P><BR>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고,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차근차근 얼어붙는 느낌이었다.<BR>이 와중에서도 내 두 손은 그 부적을 찾기 위해 좁은 통로 속에서 요동을 치고 있었다.</P> <P><BR><STRONG>종이의 촉감.....<BR>바지 주머니속의 오른손에 느껴지는 종이 촉감....</STRONG></P> <P><BR>난 그것을 잡자마자 팔을 비틀어 그것을 두 손으로 펼쳐 보였다.<BR>그리고 그것을 여자에게 보였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꺄~~~~~~~~~~~~~~악!!"</P> <P> </P> <P>온몸의 털이 쭈삣서는 듯한 소름끼치는 비명소리와 함께 여자가 순식간에 멀어져갔다.<BR>그리고 이어지는 죽음같은 적막감.....</P> <P> </P> <P> </P> <P> </P> <P>'무당이 날 한번 살려주는구나.'</P> <P>나는 길게 숨을 몰아쉬고, 다시 조금씩 앞으로 기어나가기 시작했다.</P> <P><BR>통로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BR>나는 건축도면에서 본 대로 오른쪽 길을 따라 몸을 이동했다.</P> <P><BR>그 어둠의 통로를 조금씩 지날 때마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P> <P>얼마를 전진한 걸까?</P> <P> </P> <P> </P> <P> </P> <P><BR>끝도 없어 보일 것 같은 좁은 통로의 끝자락이 보이는 듯 했다.<BR>서서히 작은 빛줄기가 눈에 들어왔다.</P> <P><BR>내 머릿속에 기억된 도면대로 진행했다면 저 곳이 바로 박형사가 말한 그들의 비밀창고다.<BR>나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앞으로 전진했다.</P> <P><BR>입에 물고 있던 손전등마저 전원을 끄고, 그야말로 귀신처럼 다가섰다.<BR>체크무늬처럼 환풍구 창살 사이로 빛줄기가 뻗어나왔다.</P> <P>나는 최대한 숨을 죽이고 환풍구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P> <P><BR>너무나 어두운 곳에서 봐서 밝아보였던 걸까, 창고 안은 생각보다 어두었다.<BR>많은 상자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운송용 지게차도 한 대 보였다.<BR>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P> <P> </P> <P> </P> <P><BR>나는 준비해온 손가락보다 짧은 드라이버를 꺼내들었다.<BR>그리고 환풍구 창살 사이로 간신히 손가락을 내밀고, 환풍구를 고정하고 있는 나사를 하나 둘씩 풀기 시작했다.</P> <P> </P> <P><BR>쌓여진 상자를 디딤돌 삼아 나는 조금씩 발걸음을 아래로 내딛었다.<BR>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대부분이 술상자들 뿐이었다.</P> <P> </P> <P><BR>그러나 이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손톱보다도 작은 빨간색 딱지가 붙은 술상자였다.<BR>나는 그 중 하나를 손으로 들어 내부를 열어보았다.</P> <P> </P> <P><BR>알 수 없는 주사약들이 들어 있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펜타닐(fentanyl)]</P> <P>나는 그 옆의 술병을 열었다.<BR>거기엔 귀에 익숙한 주사약들이 들어 있었다.</P> <P> </P> <P> </P> <P>[염산페치딘(Pethidine Hydrochloride)]<BR>[모르핀(Morphin)]</P> <P> </P> <P> </P> <P> </P> <P> </P> <P>한 눈에 봐도 정상인 상황이 아니었다.<BR>술상자 속에 들어있는 주사약이라니...</P> <P> </P> <P> </P> <P>나는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 모드로 그것들을 돌려가며 찍었다.<BR>그러던 중 상자들이 쌓인 뒷편에 유난히 커 보이는 나무상자가 눈에 들어왔다.</P> <P><BR>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왠지 그것을 열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BR>나는 조심스레 나무로 만든 뚜껑을 밀어냈다.<BR></P> <P>시큼한 소독약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BR>검은 비닐 같은 것에 뭔가가 덮여 있었다.</P> <P> </P> <P><BR>그것이 무엇일지 어느 정도 예측이 되었다.<BR></P> <P>나는 천천히 비닐을 벗겨냈다.</P> <P> </P> <P> </P> <P> </P> <P><BR>놀랍게도 <STRONG><FONT color=#c31a1b><SPAN style="FONT-SIZE: 12pt">그 간호사의 시체였다.</SPAN><BR></FONT></STRONG>나무상자안에서 등을 기댄 채 앉아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BR></P> <P><STRONG>혼령으로 나타났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STRONG></P> <P><STRONG></STRONG> </P> <P><STRONG></STRONG> </P> <P><STRONG> </P> <P><BR></STRONG>상자의 사각진 곳에 머리를 옆으로 기댄 채, 다소곳이 입을 다물고 있었으며, 눈은 많이 졸린 듯한 표정을 짓고 물끄러미 위쪽을 바라보고 있었다.</P> <P><BR>머리에 큰 상처가 보였고, 얼굴로 흘러내린 피는 딱딱히 굳어버린 상태였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바로 그 때.....창고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BR>나는 숨을 곳을 찾았지만 개방된 그 곳에서 마땅히 몸을 숨길 곳이 없었다.</P> <P><BR>미친 짓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 여자가 들어있는 상자안으로 몸을 우겨넣었다.<BR>그리고 조심스레 뚜껑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상자를 닫았다.</P> <P><BR>여자와 단둘이 있던 시간 중에 이렇게 공포스러운 경우는 처음이었다.</P> <P>나무 상자의 틈 사이로 몇몇의 건장한 남자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BR>그들은 내부로 들어오자 서로 마주보며 2열로 줄을 서더니 누군가를 기다렸다.</P> <P><BR>그리고 뒤 이어 두목으로 보이는 말쑥한 차림의 남자가 졸개들 사이로 걸어 들어왔다.<BR>적어도 40은 넘어 보이는 얼굴이었다.</P> <P><BR>모두들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그보다 윗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P> <P> </P> <P> </P> <P> </P> <P> </P> <P> </P> <P>"형사들이 왔다며?"</P> <P>두목의 물음에 건장한 청년이 대답을 했다.</P> <P> </P> <P> </P> <P> </P> <P>"네. 회장님."</P> <P>"무슨 일이야?"</P> <P>"저번 흑검 형님 살인사건을 조사하러 왔답니다."</P> <P>"몇 번이나 왔다갔는데 왜 또 왔어?"</P> <P>"아무래도 저희 클럽에 대해 냄새를 맡은 것 같습니다."</P> <P> </P> <P>두목은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BR>깊게 한 모금 빨아들인 그는 긴 연기를 내뿜었다.</P> <P> </P> <P> </P> <P> </P> <P> </P> <P>"몇 놈 왔어?"</P> <P>"두 놈은 형사고, 한 놈은 흑검형님이 죽은 자리에 같이 있던 놈입니다."</P> <P>"흑검에게 전화했다는 놈?"</P> <P>"네. 회장님."</P> <P>"도대체 그 놈 정체가 뭐야? 경찰도 모르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P> <P>"아무리 뒷조사를 해 봐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습니다."</P> <P>"형사 놈들 어떡할거야? 처리할거야?"</P> <P>"그게 좀...형사라 아무래도..."</P> <P>"사고로 위장하면 되잖아."</P> <P>"알겠습니다. 회장님."</P> <P>"그리고 오늘 밤 이 물건들 다른 창고로 옮겨. 형사놈이 죽으면 여기까지 조사하러 나올거야."</P> <P>"네. 회장님."</P> <P> </P> <P>휴대폰을 들고 있던 내 손이 부르르 떨렸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우릴 죽이겠다고?'</P> <P>두목은 연신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더니 말을 이었다.</P> <P> </P> <P> </P> <P> </P> <P> </P> <P>"그런데 흑검새끼는 왜 지 애들과 싸우다 죽은거야?"</P> <P>"......."</P> <P> </P> <P>모두들 답을 내 놓지 못하자, 그는 불이 붙은 담배를 바닥에 내던지며 뒤로 돌아섰다.</P> <P><BR>그런데 바로 그 때...</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어? 뭐야... 저건?"</P> <P>두목이 개방된 환풍구를 본 것이다.</P> <P> </P> <P> </P> <P> </P> <P>"젠장....."</P> <P>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P> <P><BR>그들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BR>마땅히 숨을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중간보스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 누군가에게 명령을 했다.</P> <P> </P> <P> </P> <P> </P> <P> </P> <P> </P> <P>"야! 손전등 갖고 와봐!!"</P> <P>그는 쌓여진 상자 위로 올라가 커다란 손전등으로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P> <P><BR>분명히 그의 눈에 내가 쓸고 다닌 바닥의 흔적이 보였을 것이다.<BR>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P> <P> </P> <P> </P> <P> </P> <P> </P> <P>"신발...짭새새끼들....우릴 가지고 놀았어."</P> <P>나는 서둘러 박형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P> <P> </P> <P> </P> <P> </P> <P><STRONG>-들켰어요! 도망쳐요!!-</STRONG></P> <P><STRONG></STRONG> </P> <P>"야!! 너 안으로 들어가서 어디에서 들어왔나 확인해!!"</P> <P>중간보스의 명령에 호리호리해 보이는 한 청년이 환풍구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P> <P> </P> <P> </P> <P> </P> <P>"그리고 나머지는 그 새끼들 잡아!!"</P> <P>"예!! 형님!!"</P> <P>졸개들은 떼거지로 달리는 발발굽 소리같은 구두소리를 내더니 문밖으로 나섰다.</P> <P><BR>그리고 두목과 그 중간 보스는 청년이 들어간 환풍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P> <P><BR>그런데 그 순간....</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크아~~~~~~~~악!!?? 크아~~~악!! "</P> <P> </P> <P>환풍구에서 새어나오는 끔찍한 비명소리에 그 둘은 넋나간 모습으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BR>중간보스 놈이 환풍구 안으로 몸을 우겨넣어 먼저 들어간 그 놈의 다리을 잡아당겼다.</P> <P> </P> <P> </P> <P> </P> <P> </P> <P>"쿵!!"</P> <P>환풍구에서 상자를 거쳐 다동그라지 듯이 그 호리호리한 청년이 떨어졌다.<BR></P> <P>얼굴이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몇 차례나 얼굴을 회칼로 그었는지, 이목구비가 제 위치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P> <P><BR>오른손에 피로 젖은 회칼을 든 채 그는 마지막 숨을 몇 차례 헐떡거리고 있었다.<BR>두목과 중간보스는 할 말을 잃고 경기를 일으키는 시체로부터 몸을 뒤로 물렀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뭐...뭔 일이야? 이.. 이자식 왜 이래?"</P> <P>공포에 질린 두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P> <P> </P> <P> </P> <P> </P> <P>그제서야 나는 바로 <STRONG><FONT color=#c31a1b>내 옆에 앉아있는 여자의 표정이 바뀌었음</FONT></STRONG>을 알게 되었다.</P> <P><BR>조금 전까지는 분명히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이빨을 살짝 드러낸 채 미소를 짓고 있는 게 아닌가?</P> <P><BR>나는 당장이라도 비명이 터져나올 것 같은 내 입을 간신히 틀어 막았다.</P> <P> </P> <P> </P> <P> </P> <P><BR>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피가 역류하는 듯 했다.<BR>두목과 그의 중간보스는 서둘러 창고를 빠져 나갔다.</P> <P><BR>발걸음 소리가 멀어졌음을 확인한 나는 천천히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어젖혔다.<BR>조용히 발을 내 딛고 나는 남자 시체가 있는 쪽으로 발을 옮겼다.</P> <P><BR>아직도 숨이 붙어있는 것 같았다.</P> <P> </P> <P> </P> <P> </P> <P><BR>얼굴에서는 갈라진 틈 사이로 연신 붉은 액체를 쏟아내고 있었고, 목구멍에서는 피거품이 끓는 소리가 들렸다.</P> <P><BR>그런데 그 죽어가는 남자 위로 내 등 뒤에서 생성된 검은 그림자가 올라왔다.<BR>모두 다 나간 게 아니었다.</P> <P><BR>나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재빨리 몸을 던져 그에게 달려 들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야~~ 강아지야!!!"</P> <P>그의 복부를 감싸고 미친 듯이 밀어냈다.<BR>그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자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P> <P> </P> <P><BR>그 중간 보스놈이었다.<BR>나간 척 하고 나를 기다린 것이다.</P> <P><BR>나는 오른 주먹을 치켜 올려서 그에게 날렸다.</P> <P> </P> <P> </P> <P><BR>그러나 그는 재빨리 그 주먹을 피하더니 몸을 일으켜 세워 사정없는 발길질을 나에게 날리기 시작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쥐새끼 같은 놈!!?? 숨어 있으면 모를 줄 알고?"</P> <P>나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그 놈에게 달려 들었다.</P> <P> </P> <P> </P> <P><BR>그 놈이 손에 무엇을 들고 나를 내리쳤는지 모르지만,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내 몸은 얼굴을 난자당한 그 흉측한 시체 위로 고꾸라졌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BR><STRONG>여기까지만 기억이 난다.</STRONG></P> <P><STRONG>눈을 떴다.</STRONG></P> <P><STRONG></STRONG> </P> <P><STRONG></STRONG> </P> <P><BR>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BR>지금 난 어두운 밀실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P> <P><BR>누군가 옆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BR>나는 손을 더듬거리며 그 정체를 확인했다.<BR>만져지는 옷의 종류의 보아 박형사가 틀림없었다.</P> <P> </P> <P> </P> <P> </P> <P> </P> <P>"박형사님...."</P> <P>나는 간신히 새어나오는 숨소리로 그를 불렀다.</P> <P> </P> <P> </P> <P> </P> <P> </P> <P>"박형사님...."</P> <P>나는 주머니 속을 뒤지며,? 작은 손전등을 찾았다.</P> <P> </P> <P> </P> <P><BR>그러나 이미 그 놈들이 다 털어간 것 같았다.<BR>지갑, 휴대폰, 손전등 그 어느 것도 없었다.</P> <P><BR>나는 박형사의 주머니를 뒤졌다.<BR>나와 같이 텅 빈 그의 주머니 속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라이터가 만져졌다.</P> <P><BR>나는 라이터를 켰다.</P> <P> </P> <P> </P> <P>피범벅이 된 얼굴로 숨을 헐떡이던 박형사가 불빛의 자극으로 정신이 들었는지 몇 번의 기침을 토해내고는 눈을 떴다.</P> <P> </P> <P><BR>그 옆에 있는 강형사는 상황이 더 안 좋아 보였다.<BR>오른쪽 팔이 3등분으로 꺽여 있는 것이 보였다.</P> <P><BR>팔이 부러진게 분명했다.</P> <P> </P> <P><BR>새근대는 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숨은 끊어지지 않고 의식만 잃은 것 같았다.<BR></P> <P>그들을 모두 확인한 나는 주변을 살폈다.<BR>두 평도 안되는 공간 속에 우리는 갇혀 있었다.</P> <P><BR>문으로 보이는 곳을 발로 힘껏 밀어보기도 했지만 도무지 열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BR>바닥이 유난히도 차겁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철로 만들어진 구조물 같았다.</P> <P> </P> <P> </P> <P> </P> <P> </P> <P>"우린 이제 죽었네...."</P> <P>허탈한 심정을 대변하듯 깊은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P> <P> </P> <P> </P> <P> </P> <P>"강형사 좀 똑바로 눕혀줘."</P> <P>박형사는 아픈 몸을 일으켜 세워 웃옷을 벗었다.</P> <P><BR>그리고는 강형사가 체온을 잃지 않도록 그 웃옷을 덮어주었다.<BR>나는 강형사의 꺽인 팔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며, 자세를 바로 잡아 주었다.<BR></P> <P>그의 부러진 팔을 바로 잡는 동안 마치 내가 다친 듯 뼛속까지 아려오는 느낌이 들었다.</P> <P><BR>강형사의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숨소리처럼 새어 나왔다.<BR>어느 정도 자세가 바로 잡혔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자리로 돌아와 벽에 등을 기댔다.<BR></P> <P>라이터를 끄자 그 방안은 다시 칠흑같은 어둠 속에 빠져들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넌 어떡하냐? 억울해서..."</P> <P>박형사가 신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P> <P> </P> <P> </P> <P> </P> <P>"뭐가요?"</P> <P>"나야 죽으면 국립묘지에 묻히지만, 너는 기껏해야 동네 공동묘지 아니냐?"</P> <P>이런 끔찍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갖는 모습으로 보아 박형사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P> <P> </P> <P> </P> <P> </P> <P>"그런데 그 놈들이 우리를 왜 안 죽인거죠?"</P> <P>"좀 더 우리한테 정보를 뽑아낸 다음 죽이겠지.."</P> <P>나는 깊은 한숨을 내 쉬며 입을 다물었다.</P> <P> </P> <P> </P> <P> </P> <P>"아....딸내미 시집가는 거는 보고 죽고 싶었는데...."</P> <P>"딸이 몇 살인데요?"</P> <P>"이제 10살인데, 엄마가 일찍 죽어서 지가 빨래도 하고, 밥도 알아서 해먹고 다니지....큭큭큭.."</P> <P> </P> <P>무슨 서러움이 밀려오는지 그는 목이 메이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BR>그의 흐느끼는 소리를 나는 아무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부디 좋은 놈 만나야 할텐데....여자나 후리고 다니는 양아치같은 건달놈 만나면 큰 일인데...."</P> <P>그 말에 나는 순간 움찔했다.</P> <P> </P> <P> </P> <P> </P> <P>"그런 놈 걸리면 내가 귀신이 되어서도 좇아가 죽여버릴거야."</P> <P>그 딸내미의 미래의 배우자도 아닐텐데 나는 괜한 죄책감에 그를 달랬다.</P> <P> </P> <P> </P> <P> </P> <P>"헤헤...그럴리가요? 좋은 사람 만나겠죠."</P> <P>"그래야지.."</P> <P>"그런데, 문자는 받았어요?"</P> <P>"확인하고 문을 나섰는데 그 때 들이닥치더라구."</P> <P>"무슨 형사가 깡패 새끼들 하나 못때려 잡아요?"</P> <P>"훗...."</P> <P> </P> <P>나의 푸념에 박형사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형사 한두 명이 깡패 수십명 때려 잡는거?...후후...그런 건 다 영화 속에나 있는 거란다.<BR>깡패들 때려잡으려면 형사기동대, 기동타격대..다 출동하는거야.<BR>누군 칼 맞으면 안 아픈 줄 아냐?<BR>저 튼튼한 강형사도 그 놈들의 방망이 찜질에 팔이 부러진 것 아니냐.<BR>그나저나 넌 한창 나이에 안 됐다. 괜히 형사 사건에 말려가지고..."</P> <P> </P> <P>그의 말을 듣자 푸념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그런데 이 놈의 귀신은 결정적일 때는 안 나타나네....."</P> <P>"너 창고 안에서 뭐 봤냐?"</P> <P>"엄청난 양의 주사약하고, 여자 시체 하나 봤어요."</P> <P>"뭐? 여자 시체?"</P> <P>"그 시체는 제가 전에 병원에서 봤던 그 귀신이였어요."</P> <P>"그 놈 시체는 못 봤어? 깡패 놈들 몰살시킨..."</P> <P>"없었어요. 그리고 그 놈이 느껴지지도 않았어요.<BR>그 무당이 준 부적 때문인지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어요.<BR>그 놈이 어디로 갔던가, 아니면 묻힌 곳이 여기가 아닐 지 몰라요."</P> <P>"결국 거기가 마약 창고 겸 살육의 장소였군."</P> <P>"오늘밤.. 그것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했어요."</P> <P>"뭐? 오늘 밤?"</P> <P>"그리고 유일한 증거인 제 핸드폰도 빼앗아 갔어요..."</P> <P> </P> <P>더 이상 아무런 답안이 없었다.</P> <P><BR>우리 둘은 동시에 긴 한숨을 내뱉고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BR>어둠 속이라 시간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았다.</P> <P><BR>몇 분이 지난 건지, 몇 시간이 지난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우당탕탕!!"</P> <P>무엇인가 격렬하게 무너지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BR>그러더니 갖은 욕설과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P> <P> </P> <P> </P> <P> </P> <P>"뭐야!! 새꺄!!"</P> <P>"퍽!!"</P> <P>몇 초 동안 그 소란이 진행된 후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BR>그 자식이 나타난 건 아닐까?</P> <P><BR>잠시 후 삐그덕 소리를 내며 철제 문이 열렸다.<BR>강렬한 빛이 우리에게 쏟아졌고, 그 빛줄기 사이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P> <P><BR>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그 실루엣은 우리에게 말을 했다.<BR>귀신은 아닌 것 같았다.</P> <P> </P> <P> </P> <P> </P> <P> </P> <P> </P> <P>"살고 싶으면 묻지 말고 따라와..."</P> <P>박형사와 나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BR>그리고 강형사를 가리키며 그에게 외쳤다.</P> <P> </P> <P> </P> <P>"이 사람 좀 도와줘요!!"</P> <P>그의 SUV차량에 탑승한 우리는 어디론가 내달리고 있었다.<BR>그제서야 어느 덧 시간이 밤 10시가 넘어갔음을 알게 되었다.</P> <P> </P> <P> </P> <P> </P> <P>"당신 누구요?"</P> <P>조수석에 앉아 있던 박형사가 그에게 물었다.</P> <P>운동모자를 쓰고 운전에 여념이 없는 그 낯선 남자는 살짝 미소를 띄우더니 입을 열었다.</P> <P> </P> <P> </P> <P> </P> <P> </P> <P>"박형사님...서운합니다. 제 목소리도 잊어먹고?"</P> <P>"뭐? 당신 나 어떻게 알아?"</P> <P> </P> <P>박형사의 물음에 남자는 잠시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P> <P> </P> <P> </P> <P> </P> <P> </P> <P>"전화로만 들어서 잘 못알아듣나?"?</P> <P>그의 말에 갑자기 박형사의 표정이 굳어졌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STRONG><FONT color=#c31a1b><SPAN style="FONT-SIZE: 12pt">"마.......마두?"</SPAN></FONT></STRONG></P> <P></P> <P></P> <P><BR>그 낯선 남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넌 죽었어! 내 눈으로 봤다구!!"</P> <P>박형사의 말에 남자는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고 대답했다.</P> <P> </P> <P> </P> <P> </P> <P>"내가 죽은 지 어떻게 알았죠?"</P> <P>그제서야 박형사는 눈치를 챘는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P> <P> </P> <P> </P> <P> </P> <P>"신발!! 핸드폰만 니 거였군."</P> <P>박형사는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다.</P> <P> </P> <P> </P> <P> </P> <P>"그럼 죽은 놈은 누구지?"</P> <P>"내 조직원이요."</P> <P>"니가 죽인거야?"</P> <P>"아뇨. 누구도 죽이지 않았어요. 그냥 그 놈이 죽은 겁니다."</P> <P>"무슨 말이야?"</P> <P>"나연이와 그 놈한테 얼마동안 시달리면서 난 정말로 죽을 것 같았소.<BR>며칠 동안 집을 비워두었죠. 그런데 동생처럼 아끼는 놈이 하나 있는데 그 놈이 집을 이사를 해야 하는데<BR>날짜가 안 맞아 들어 갈 집의 이삿짐이 안 빠진거요. 그래서 내 집에 3일 정도만 머물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거요.<BR>처음엔 귀신 나타난다고 경고도 했소. 그런데 그 걸 누가 믿겠소?<BR>그 녀석이 그 집엘 들어가서 3일 째 되는 날 투신한거요.<BR>우리들 폰은 모두 사용 용도가 다른 대포폰이요.<BR>내가 가지고 있는 폰만 5개요.<BR>형사님한테 전화할 때 쓴 건 집에 놓고 나왔소."</P> <P> </P> <P>"그럼 내가 사건 조사하러 빠에 들락거렸을 때 마두가 누군지 너의 조직원들이 알았을텐데?"</P> <P> </P> <P>"형사님은 지금 마두라는 이름이 우리 세계에서 쓰이는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는거요?<BR>조직에서 사용되는 내 이름은 <STRONG>'백사'</STRONG> 요.<BR>'백사'라는 이름으로 형사님한테 전화한 것 들키면 난 바로 한강이나 서해 앞바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될 거요.<BR>안 그래도 당신한테 장부를 넘기기로 한 날, 난 장부를 손에 쥐기 위해 빠로 들어갔는데<BR>그날 따라 보안이 철저한거요.<BR>여러가지 방법으로 창고 장부를 얻어내려고 했는데 실패했소.<BR>밤마다 귀신놀이를 하고 빠에 드나드는 내 모습이 어떠했겠소?<BR>꼭 그 장부 때문이 아니어도 나의 행동과 몰골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소.<BR>아니나 다를까 주변의 조직원들이 조금씩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겁니다.<BR>곧 그들의 엄청난 정보력이 작동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소.<BR>도망을 칠까, 아니면 모든 것을 털어놓을까 아니면 발뺌을 할까 여러가지 방법을 구상하던 와중에<BR>마침 그 동생 놈이 죽은거요.<BR>그리고 경찰들은 그 핸드폰의 통화내역을 보고 그 동생놈을 마두라고 여긴거요.<BR>마두란 실존 인물도 아니니 우리 조직원들은 그 동생놈이 이름까지 바꿔가며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여긴 겁니다."</P> <P> </P> <P> </P> <P>"염병할...완전히 삽질했군.."</P> <P>박형사는 자신의 머리를 치며 자책하고 있는 듯 했다.</P> <P> </P> <P> </P> <P> </P> <P> </P> <P> </P> <P>"그럼 지금 그 장부가 있나?"</P> <P>박형사의 물음에 백사라는 남자는 갑자기 박형사에게 휴대폰을 던져 주었다.</P> <P> </P> <P> </P> <P> </P> <P>"회장이라고 불리는 두목의 개인 사무실 금고에 있소.<BR>오늘 밤 그들이 약물, 시체, 장부....모든 증거를 옮길 예정이오.<BR>오늘 밤이 지나면 영원히 그들을 잡을 수 없소.<BR>지금 경찰 병력을 출동시키시오."</P> <P> </P> <P>남자의 말에 아무런 대꾸없이 박형사는 조용히 버튼을 누르고 통화를 시도했다.</P> <P> </P> <P> </P> <P> </P> <P> </P> <P>"나 박형사야...내 걱정 안해도 돼...무사해..<BR>지금 그 스탠드바로 형기대, 타격대 모조리 쏟아부어!!<BR>업소 안쪽에 창고까지 모조리 압수수색해!!<BR>영장은 나중에 발부받아!!<BR>내가 책임질테니까 지금 출동해!!"</P> <P> </P> <P>통화를 마친 박형사는 백사에게 물었다.</P> <P> </P> <P> </P> <P> </P> <P> </P> <P> </P> <P>"그런데 지금 어디가는 건가?"</P> <P>"그 놈이 있는 곳...."</P> <P>"뭐?"</P> <P>박형사는 나를 한 번 뒤돌아보더니 표정을 살폈다.</P> <P> </P> <P> </P> <P> </P> <P> </P> <P>"잠깐 그 전에 먼저 뒤에 있는 강형사부터 병원으로 옮겨줘."</P> <P>"좋소이다. 그 정도야 뭐...."</P> <P> </P> <P>가까운 병원에 들린 우리는 응급실로 강형사를 옮기고 백사의 차량으로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P> <P> </P> <P> </P> <P> </P> <P> </P> <P>"그 장부에는 뭐가 있지?"</P> <P>박형사의 질문에 백사는 잠시 쓴 웃음을 지었다.</P> <P> </P> <P> </P> <P> </P> <P> </P> <P>"몇 년전에 우리 클럽에 김나연이란 갓 스물 넘은 미모의 어린 친구가 들어왔소.<BR>그냥 빠에서 얼굴로 승부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술도 따라주며 손님을 접대하던 여자였소.<BR>처음엔 몰랐는데 생각보다 말도 잘하고, 옷도 잘 차려입더이다.<BR>1년 정도 지나자 그녀의 요염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소.<BR>남자들의 애간장을 녹였놨지.<BR>그녀와 말 한마디를 나누기 위해 밤새 부산에서 달려오는 손님도 있었고, 사업체 출장근무를 포기하고<BR>날이 새도록 그녀와 얘기하는 손님도 있었소. 심지어 일본에서 오는 손님도 있었소.<BR>그녀와 대화를 나눌 수만 있다면, 수 백만원의 술값은 문제가 아니었소.<BR>우리 조직은 엄청난 그녀의 힘을 느끼자 손님들을 회원제로 바꾸었소.<BR>최고급 손님들만 받은거요. 그것도 그녀를 만나는 시간을 정해서....<BR>그런데 거기서부터가 잘못이었소."</P> <P> </P> <P>백사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그 다음에 할 말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어느 날 큰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라는 친구가 우리에게 요구를 하나 하는거요.<BR>그녀와 잠자리를 주선하면 좋은 거래를 하나 하겠다고 합디다.<BR>그의 말은 조직 입장에서는 실로 군침이 도는 것이었소."</P> <P> </P> <P>박형사가 잠시 그의 말에 끼어들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병원 마약이었군."</P> <P> </P> <P>"그렇소. 병원으로 유입되는 마약 진통제들을 유통시켜 주겠다는 것이오.<BR>그것도 공짜로 말이오. 우리는 흔쾌히 승락했소.<BR>그런데 문제가 발생한거요. 나연이가 그 원장과 잠자리를 거부한거죠.<BR>우리 조직은 포기할 수 없었소.<BR>상품가치가 떨어질까봐 나연이에게 손만 대지 않았지 온갖 협박을 다 동원했소.<BR>심지어 가족들까지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소.<BR>그래도 그녀는 말을 듣지 않았소.<BR>그리고 며칠 후 그녀가 갑자기 결근을 한거요.<BR>도망을 친거죠. 우리 조직의 정보력은 이미 경찰 내부까지 닿아 있어서 찾는 건 시간문제였소.<BR>이틀만에 나연이가 잡혀왔소.<BR>그런데 잡아오는 와중에 나연이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나연이의 아버지가 조직원들의 손에 당했소. 고의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죽게 된겁니다."</P> <P> </P> <P> </P> <P>"신발 놈들...깡패새끼들은 사회의 암덩어리라니까....다 싸그리 총살시켜버려야 해."</P> <P> </P> <P>박형사의 분노섞인 탄식이 쏟아졌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후후....그 세계 생리가 원래 그런거요.<BR>하여튼 나연이는 반실성 상태로 돌아왔죠.</P> <P>일을 시켜야 하는데 도대체 일을 하지 않는 겁니다.<BR>그 때 그 원장놈이 약을 하나 추천해 줍디다.</P> <P>펜타닐(fentanyl)....<BR>모르핀보다 100배나 센 진통제라고 하는데 효과는 끝내줍디다.<BR>나연이가 손님들을 접대하기 시작한거요.</P> <P>원장놈이 나연이와 하룻밤을 보냈다는 소문이 나돌자 발정난 개들처럼 사방에서 고위층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몰려들기 시작했소. 우리 조직은 바보가 아니오."</P> <P> </P> <P>"혹시 모를 내일을 위해 장부에 그들을 기록해 두었겠군."</P> <P> </P> <P>"그렇소 사육하듯이 길러지는 나연이가 언제 한 방에 훅 갈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힘있는 자들을 옭아맬 족쇄를 만든거요.<BR>그들이 우리를 배신할 수 없도록 말이오.<BR>특히 그 원장놈의 경우는 나연이과 함께 밤을 보낼 때 우리가 비디오까지 촬영해 두었소.<BR>그 장부에 기록된 명부를 보면 당신도 깜짝 놀랄거요."</P> <P> </P> <P>"경찰 고위층도 있나?"</P> <P> </P> <P>"내가 그나마 경찰에게 일말의 믿음을 갖는 것은 당신네 소속은 거기에 없었다는거요."</P> <P> </P> <P>나는 순간 궁금한 점이 하나 떠올랐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그런데 창고의 여자 시체는 뭐예요?"</P> <P>"간호사?"</P> <P>"그래요. 간호사...."</P> <P>"원장하고 내연의 관계에 있던 여자야. 원장이 나연이에게 맛들려 있는데 그 여자가 눈에 들어오겠냐?<BR>게다가 그 원장 놈이 병원 장부 조작하다가 그 여자한테 들킨거야.<BR>그 여자는 그걸로 원장을 협박하면서 다시 만나주길 바랬고..<BR>그 때 원장이 하고 싶었던 건 뭐였겠냐? 뻔하지 뭐....<BR>결국 원장이 부탁해서 조직원들이 처리한거야..."</P> <P> </P> <P>"신발새끼들...오늘 내로 니 들 모두 평생 콩밥이나 먹을 준비나 해라.."</P> <P> </P> <P>박형사는 마치 총이라도 있으면 쏴죽일 기세로 그를 몰아 붙였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너무 흥분하지 마쇼. 형사나리...나는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P> <P>"강아지들...."</P> <P>어느새 차량은 큰 대로에 진입했다.</P> <P><BR>백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우리는 그 상류층 모임을 '사일런트 엔젤'이라고 불렀소."</P> <P> </P> <P>뒷좌석에 앉아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귀가 쫑긋 서는 기분이었다.</P> <P>"사일런트 엔젤이 그거였군요. 그 말 한마디에 난 죽을 고비를 몇 번을 겪었고..."</P> <P> </P> <P>"시간대를 정해 그녀를 만나니 나연이를 상대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서로 모르는거요.<BR>물론 그들도 알고 싶지 않았을 것이오. 오로지 나연이를 만나는 것이 목표였으니까.<BR>우리는 나연이의 상품가치를 길게 끌어야 했소.<BR>그래서 약도? 펜타닐에서 비교적 약한 염산페치딘으로 바꾸었소.<BR>그런데 그게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거요.<BR>나연이가 현실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거요.<BR>나연이를 감시하면서 보살핀 사람은 나였소."</P> <P> </P> <P>그는 갑자기 지난 기억에 대한 아픔이 밀려오는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P> <P> </P> <P> </P> <P> </P> <P> </P> <P> </P> <P>"그녀가 처음에 업소에 들어온 날부터 난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소.<BR>그녀가 출퇴근을 할 때는 매일 같이 차로 동행했소.<BR>조직에서 시킨 일이었지만 나에게 일이 아니었소. 그냥 행복 그 자체였소.<BR>그녀와 같이 있는 1초, 1초가 나에게 너무나도 즐겁고 짜릿한 시간이었소.<BR>한 번은 내 생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차 안에서 작은 초콜렛 케익 상자를 하나 건넵디다.<BR>살아오면서 온갖 험하고 거친 일을 모두 겪으면서, 오로지 독기와 증오, 투쟁만으로 얼룩진 나에게 나연이는 하나의 커다란 오아시스였소.<BR>그 순간 나연이를 품고 싶었지만 그것은 곧 우리 서로에게 종말을 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소.<BR>나는 우리 조직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오.<BR>오랜 시간이 흘러가도 난 나연이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버릴 수가 없었소.<BR>나연이가 그렇게 망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나의 심정이 어떠했겠소?"</P> <P> </P> <P>어느덧 그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P> <P> </P> <P> </P> <P> </P> <P> </P> <P> </P> <P>"정신이 돌아온 나연이가 어느 날 저에게 함께 도망치자고 합디다.<BR>저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소.<BR>조금만 견뎌보자고 그녀를 위로할 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소.<BR>그런데 얼마 후 난 내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된거요.<BR>사일런트 엔젤 중에 시의원 놈이 하나 있었는데 그 놈 보좌관이란 녀석이 항상 따라다녔소.<BR>아주 핸섬하고, 매너있고 굉장히 유식한 놈이었소. 게다가 참 착해 보였소.<BR>이름이 박태수란 놈이었는데 그 놈도 나연이에게 푹 빠져 버린거요.<BR>의원놈이 그녀와 술자리를 하는 동안 보통은 밖에서 기다렸지만 어느 순간부터 술자리에 동석을 하는거요.<BR>나연이가 의원놈을 설득해서 그런 거라오.<BR>나는 육감적으로 알아챘소. 그녀도 그 보좌관 놈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BR>그녀가 나를 떠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소..."</P> <P> </P> <P>백사는 잠시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P> <P> </P> <P> </P> <P> </P> <P> </P> <P> </P> <P>"저 깊은 곳으로 사라졌던 독기와 증오, 분노가 그 놈을 보는 순간 다시 솟구치기 시작했소.<BR>안개가 자욱하던 어느 날 밤 나는 ㅇㅇ대로로 그를 유인했소."</P> <P>"죽였군."</P> <P> </P> <P>박형사가 끼어들어 그가 할 말을 대신 해주었다.<BR>백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음 말을 이었다.</P> <P> </P> <P> </P> <P>"그 놈을 죽이고 나니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았고, 이젠 자신감까지 붙었소.<BR>모든 것을 터뜨리고 그녀를 데리고 도망치기로 작정한거요. 그래서 당신한테 연락을 한거요."</P> <P> </P> <P>"너를 죽이겠다고 나타난다는 놈이 박태수 그 놈이야?"</P> <P> </P> <P>"그렇소"</P> <P> </P> <P>백사는 힘없이 대답을 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박태수.....결국 그 사람이었군요...."</P> <P>나는 진실에 맞닥뜨렸지만 지금 이 순간 어떠한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지 정할 수가 없었다.</P> <P><BR>잠시 몇 초간의 침묵이 차량 안을 맴돌았다.</P> <P> </P> <P> </P> <P> </P> <P> </P> <P>"김나연은 어떻게 죽은거야?"</P> <P> </P> <P>"자살했소...."</P> <P> </P> <P>"뭐? 자살? 신발 거짓말 아냐?"</P> <P> </P> <P>"거짓말 아니오. 정말 자살까지 할 줄은 몰랐소.<BR>그 보좌관 놈이 안보이자 우리가 처리했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스스로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은거요. 그 만큼 그 놈을 사랑했으니까 그랬겠죠....."</P> <P> </P> <P>"그래서 사체를 정화조에 버린거야?"</P> <P> </P> <P>백사는 박형사의 물음에 대답을 거부한 채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게다가 나연이가 우리 업소에서 죽은 걸 엔젤들이나 경찰들이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끝장이었소.<BR>우리는 나연이의 일가 친척에게 다가가 얼마의 돈을 쥐어주고 실종신고를 하라고 했소.<BR>우리 입장에서는 나연이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되니까 경찰들에겐 큰 의심을 사지 않을거라 생각했소.<BR>그 친척들이 우리의 행동을 의심할 만도 했는데, 돈 앞에는 꼼짝 못하는거요.<BR>우리도 쓰레기였지만 그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소.<BR>나연이와 떨어져 사는 아버지를 그 누구 하나 돌봐 주지도 않았으면서, 우리가 돈을 건네자 나연이의 실종을 자기 일처럼 슬퍼하는거요. <STRONG>그런데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거요</STRONG>.."</P> <P> </P> <P>"뭐가?"</P> <P> </P> <P>백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멍하니 전방을 주시했다.</P> <P><BR>자신이 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걸까?</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아저씨...정신차려요!!"</P> <P>나는 그의 정신을 깨우려 소리쳤다.<BR>그제서야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P> <P> </P> <P> </P> <P> </P> <P>"우린 분명히 산속 깊은 곳에 묻었소.<BR>그런데 나연이가 정화조에서 발견된거요. 우리가 나연이를 묻은 산과 정화조는 가까이 있지만 이건 누군가가 옮기진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오."</P> <P> </P> <P>밤 10시가 훨씬 넘었음에도 대로에는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이 넘쳐났다.</P> <P><BR>그런데 뭐가 이상하다.<BR>익숙한 이 길.....</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이봐요. 아저씨....지금 여기는?"</P> <P>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더니 이해할 수 없는 미소를 보냈다.</P> <P> </P> <P> </P> <P> </P> <P>"항상 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는거야...."</P> <P>이에 박형사가 그의 말을 제지했다.</P> <P> </P> <P> </P> <P> </P> <P>"야! 너 무슨 말 하는거야?"</P> <P>그는 아무 대꾸없이 파손된 가드레일 옆에 차량을 급정지시켰다.</P> <P><BR><STRONG><FONT color=#c31a1b>내가 사고를 낸 지점이었다.<BR>그는 차에서 천천히 내려 그 정화조 방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FONT></STRONG></P> <P><BR>서둘러 따라 내린 우리는 무표정한 그의 옆모습을 살피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P> <P> </P> <P> </P> <P> </P> <P>"내 임무는 여기까지요."</P> <P>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그가 입을 열었다.</P> <P> </P> <P> </P> <P> </P> <P>"임무라니?"</P> <P>"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고통을 아시오? 이젠 맘 편히 떠날 수 있겠네..."</P> <P>뜬금없는 그의 말에 박형사는 게속 물었다.</P> <P> </P> <P> </P> <P> </P> <P>"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거야?"</P> <P>그제서야 그는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보았다.</P> <P><BR>너무나도 무서운 눈빛으로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P> <P> </P> <P> </P> <P> </P> <P>"정화조가 너무 얕다고 생각해 본 적 없소?"</P> <P>순식간이었다.</P> <P> </P> <P><BR>아무도 제지할 수 없었다.<BR>그가 갑자기 대로로 뛰어들었고, 고막을 찢는 듯한 타이어의 스크래치음이 들렸다.</P> <P><BR>큰 트럭에 치어 공중으로 떠오르는 그가 보였다.<BR>10미터 이상을 날아간 그의 몸이 힘을 잃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나동그라졌다.</P> <P><BR>트럭에 뒤이어 여러 차량들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섰다.<BR>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P> <P> </P> <P><BR>박형사와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에게 다가갔다.<BR>서서히 사람들 틈 사이로 그가 누워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P> <P><BR>사람들이 비명을 지른 이유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이 아니었다.<BR>사고의 처참함이 아니었다.</P> <P><BR>처참함으로 따진다면 핏물로 머리를 감은 듯한 나와 박형사의 얼굴이 더 구역질을 유발할 것이다.<BR>팔 한쪽이 떨어져 나가고, 다리 하나는 엿가락처럼 휘어 머리까지 닿아있는 지금의 그의 자세도 아니었다.</P> <P> </P> <P><BR>정작 우리의 눈을 의심케 만든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경악스런 그의 모습이었다.</P> <P>수개월을 굶은 사람처럼 볼은 함몰되어 있었고, 몸의 수분을 쫘악 빨아낸 듯 몸은 말라 있었다.</P> <P><BR>짙은 다크써클로 둘러싸인 눈알은 그 크기를 보여주기라도 하는냥 얇은 가죽이 된 눈꺼풀로 간신히 덮여 있었으며,.</P> <P><BR>조금 전까지 혈기왕성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저승사자 같은 청백색의 얼굴빛은 그가 조금 전에 죽은 사람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P> <P><BR>묘한 미소를 띠며, 죽어있는 그의 모습 앞에서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BR>박형사는 숨소리같은 속삭임으로 넋두리를 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신발...이젠 형사질도 못해 먹겠네.."</P> <P></P> <P></P> <P><BR>박형사는 백사가 준 휴대폰으로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했다.<BR>얼마 후 사고현장에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도착하였다.</P> <P><BR>시신을 수습하는 그들의 표정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BR>사고 수습을 하러 나온 경찰들이 박형사를 알아보고 우리에게 얼굴과 손을 닦을 수건을 건넸다.</P> <P><BR>한참 얼굴을 문지르고 있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P> <P> </P> <P> </P> <P> </P> <P> </P> <P> </P> <P>"한 두가지 모진 일을 겪은게 아니구만...얼굴들이 많이 상했어."</P> <P>자신을 법사라고 불러달라던 무당이었다.</P> <P> </P> <P> </P> <P>"아니...형님!? 여긴 어떻게 알고?"</P> <P>"너, 몇 시간동안 실종되었다며?<BR>니네 서에서 나한테까지 전화질이더라...<BR>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BR>서에 들렀다가 여기 현장에 있다길래 와 봤어.."</P> <P> </P> <P>무당은 박형사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에게 시선을 맞추었다.</P> <P> </P> <P> </P> <P> </P> <P> </P> <P>"어이쿠..이 젊은 친구는 아예 순사가 되셨나 보네."</P> <P>나는 대답을 거부한 채 시선을 돌렸다.</P> <P> </P> <P> </P> <P> </P> <P>"형님..혹시 조금 전의 사고 난 시체 봤어요?"</P> <P>"그래..."</P> <P>"어떻게 생각해요?"</P> <P>"어떻게 생각하긴?<BR>죽은 영혼이 자신의 몸을 떠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붙들려 다닌거지.<BR>한 맺힌 원혼이 그를 붙잡아두고 있었겠지...<BR>이제 그 원한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 같군.<BR>자신의 몸이 썩어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쉽지 않았을거야."</P> <P> </P> <P>"우와 완전히 좀비네요. 좀비...."</P> <P> </P> <P> </P> <P>그제서야 나는 입을 열었다.</P> <P>그 때 멀리서 경광등을 밝히고 형사기동대 차량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BR>그리고 포크레인 한대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P> <P> </P> <P> </P> <P> </P> <P> </P> <P> </P> <P>"저건 뭡니까? 형사님."</P> <P>"아까 백사가 그랬잖아. 정화조가 너무 얕다고... 그래서 요청했어."</P> <P>"그럼, 박태수란 사람이 김나연이를 발견한 자리 아래에 묻혀 있단 말입니까?"</P> <P>"백사 말이 맞다면 그럴거야..."</P> <P> </P> <P>현장에 도착한 포크레인은 정화조 주변의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BR>어느 정도 정화조의 밑동이 드러나자 포크레인의 거대한 삽이 정화조를 힘껏 밀어 넘어뜨렸다.<BR></P> <P>엄청난 양의 토사와 함께 정화조를 채우고 있던 이물질들이 쏟아져 나왔다.<BR>그리고 그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P> <P><BR>살점은 거의 붙어있지 않고 앙상하게 남은 뼈들이 서로 분리된채 쏟아져 나왔다.<BR>몇 개의 뼈들을 감싸고 있는 누더기같은 옷만이 그것이 사람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P> <P><BR>여기저기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이런 세상에....."</P> <P>무당이 갑자기 긴 탄식을 내뱉았다.</P> <P> </P> <P> </P> <P>"왜요? 아저씨?"</P> <P>"네가 자네 손을 잡았을 때 느꼈던 기운이 저 시체에서 쏟아져 나오는구만."</P> <P>무당은 두 손을 합장한 채 염불같은 주문을 외우며 그의 명복을 기렸다.<BR></P> <P>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P> <P> </P> <P> </P> <P> </P> <P>"저 뼈들이 이 모든 사건의 중심이었단 말입니까?"</P> <P>박형사는 옆의 경찰에게 담배 하나를 얻은 후 조용히 그것을 입에 물었다.</P> <P> </P> <P><BR>미간을 찌푸리며 연신 담배를 빨고 있는 박형사의 모습은 사건을 해결한 후의 형사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사건에 직면하여 고민하는 형사의 모습이었다.</P> <P> </P> <P> </P> <P> </P> <P>"무슨 고민거리 있으세요?"</P> <P>나의 물음에 박형사는 긴 연기를 내뿜으며 대답했다.</P> <P> </P> <P> </P> <P> </P> <P>"산 속에 묻었다는 김나연이 시체는 어떻게 된거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P> <P>포크레인이 임무를 마치자 철수를 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P> <P><BR>포크레인이 물러난 그 자리에는 구급대원들이 채워졌다.<BR>그 때 박형사가 굉음을 내며 떠나려는 포크레인을 잡아세웠다.</P> <P><BR>그리고 큰소리로 물었다.</P> <P> </P> <P> </P> <P> </P> <P> </P> <P> </P> <P>"아저씨!! 구청에서 나왔죠?"</P> <P>40대로 보이는 포크레인 기사는 박형사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지 시동을 끄고 물었다.</P> <P> </P> <P> </P> <P>"왜요?"</P> <P>"아저씨 이 정화조 공사 한 적 있어요?"</P> <P>"예전에 이거 만들 때 했었소."</P> <P>"이 정화조 용도가 뭐예요?"</P> <P>"예전에 주변에 길 건너편에 작은 상가가 있어서 폐수정화로 사용되었던건데, 지금은 폐쇄되어서 그냥 방치되어있는거요.<BR>정화조와 연결된 하수로는 그냥 빗물 수로로 사용되고 있소."</P> <P>"그 수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알아요?"</P> <P>"잘은 모르는데....아마..."</P> <P> </P> <P>기사는 300미터 이상 떨어진 길 건너편 야산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저 산의 토사유출을 막기 위해서 작은 수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거기서 모아진 물이 이 곳으로 유입될거요."</P> <P> </P> <P>그의 말을 듣고 있던 박형사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P> <P> </P> <P> </P> <P> </P> <P> </P> <P> </P> <P>"젠장....떠내려온거군.... 큰 비 때문에 토사가 유출되면서 수로로 들어간거야."</P> <P>옆에서 듣고 있던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P> <P><BR>백사가 말한 가까운 산이란 눈 앞에 보이는 그 곳 밖에 없었다.<BR>지름이 1미터 정도 밖에 안돼 보이는 수로를 통해 무려 300미터 이상을 떠내려오다니......</P> <P><BR>김나연의 시체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저 수로 속에서 보냈던 것일까?</P> <P><BR>게다가 그 수로는 윗부분이 살짝 노출된 채 인근 아파트에서 만든 작은 체육공원을 지나고 있었다.</P> <P><BR>밤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물에 불은 그 시체를 밑에 두고 여가를 즐겼다는 것 아닌가?<BR>생각만 해도 스름이 끼쳤다.</P> <P> </P> <P> </P> <P> </P> <P> </P> <P>"그런데 소름끼치는 저 시체는 뭐요?"</P> <P>포크레인 기사가 박형사에게 물었다.</P> <P> </P> <P> </P> <P> </P> <P>"수백미터 떨어져 잠들어있는 사랑하는 여인을 여기까지 불러낸 남자랍니다."</P> <P>박형사의 엉뚱한 대답에 기사는 잠시 눈썹을 치켜 올리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P> <P> </P> <P><STRONG>이제 모든 것이 끝난 것인가?<BR></STRONG>안도감과 함게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P> <P><BR>두통까지 밀려와 현기증이 느껴졌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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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5 12:02:37  61.75.***.115  gerrard  93994
    [2] 2013/01/15 12:10:04  1.239.***.44  날렵한사냥꾼  172198
    [3] 2013/01/15 12:45:16  59.10.***.184  나는모솔이다  256996
    [4] 2013/01/15 13:23:55  117.111.***.42  양언니  133655
    [5] 2013/01/15 13:32:54  58.127.***.50  전병두  9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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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3/01/15 13:57:18  211.36.***.135    
    [9] 2013/01/15 13:59:21  211.36.***.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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