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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725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12
    조회수 : 1585
    IP : 14.32.***.222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20/08/16 14:27:12
    http://todayhumor.com/?panic_101725 모바일
    이삿길
    옵션
    • 창작글

     

     

    이삿짐을 꾸리던 남자는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는 물건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쪽이 먹먹했습니다.

    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던 남자는

    몇 해 전부터 손님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하더니

    아내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마을을 떠나기를 결심한 것이었습니다.

    물건이 치워진 빈자리에서

    남자는 여전히 물건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은 남자의 기억이 만들어낸 착각일 뿐

    남자의 시선이 향한 텅 빈 자리는

    남자의 마음만큼이나 공허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마지막 짐을 마차에 실은 남자는

    오랜 시간 그에게 꿈과 행복을 안겨주었던 집을 뒤로하고

    새 터전을 향해 마차를 몰았습니다.

    동이 트기 직전의 안개 자욱한 길은

    그의 까마득한 운명을 암시하는 듯했지만

    아침 해가 떠오르며 주변을 환하게 비추자

    무겁던 남자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자꾸 남자를 망설이게 하는 걸까…

    혹시라도 빠트리고 온 물건이 있는 건 아닐까…

    잠시 마차를 길가에 세운 남자는

    짐칸의 물건들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의 유품과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

    생활필수품과 각종 증명서들…

    남자가 아무리 짐칸을 뒤져봐도

    놓고 온 물건은 없었습니다.

    그때

    밭으로 향하는 농부와 그의 아들을 본 남자는

    자신이 무엇을 두고 왔는지 깨달았습니다.

    아들이었습니다.

    늘그막에 얻은 아들을

    남자와 그의 아내는 무한한 애정으로 돌보았습니다.

    하지만

    애정이 지나쳤던 것이었을까…

    게으르고 방탕한 그의 아들은

    매일같이 도박판을 기웃거리거나

    술에 취해 싸움에 휘말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박으로 진 빚에 허덕이던 그의 아들은

    마을 상인의 금고를 털다 그 모습을 들키자

    상인의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상인을 살해하고 도망친 것이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남자의 아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도망친 아들을 찾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병에 걸렸고

    아들의 용서받지 못할 죄 때문일까…

    남자의 가게를 찾는 손님의 발길도 끊겼습니다.

    병에 걸린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더는 마을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남자는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

    마을을 떠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마차에 올라탄 남자는

    아들을 두고 떠나는 것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가지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아내의 장례식을 치른 후

    그 소식을 듣고 밤중에 몰래 찾아온 아들을

    더 깊은 곳에 묻지 못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jwlee2717/22206211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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