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벨리알의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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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100443

작성자 : 냥이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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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59.1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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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19/07/06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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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벨리알의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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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center;">1</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아내와 이혼했다. 우리에겐 10살 된 아들이 있었는데 양육권은 내가 갖게 됐다. 난 아들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섬세하게 보살피려 애썼다. 그렇지만 아들은 내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div> <div> 매번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곤 했으니까.</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난 아들과 공감대를 찾으려 애쓰다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장난감으로 조금씩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달 장난감을 사서 선물을 했었는데 어느새 3년이 지났다. 아들의 방엔 가족사진 주변으로 장난감이 가득 들어찼다. </div> <div> 난 다음에 사다줄 장난감에 부담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지간한 장난감은 모두 사다줬으니까. 얼마 전에 사다준 피규어에 “고마워요, 아빠.” 라는 아들의 무미건조한 말이 신경 쓰였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퇴근길이었다. 난 대로가 막히자 하는 수없이 우회대로로 빠져나갔다. 그러다 또다시 길이 막히자 골목길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몇 안 되는 행인들을 피하며 서행하던 중 내 눈에 어떤 간판이 들어왔다. </div> <div> ‘벨리알의 장난감’</div> <div> 허름한 간판에 이름도 괴상했다. 하지만 난 이상하게 그 가게가 끌렸다. 차에서 내린 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가게 내부는 어두웠다. 조명도 새파랗고 벽마다 동물의 머리가 전시 돼 있었다. 카운터에서 빤히 날 쳐다보는 가게 주인의 시선이 느껴졌다. 난 두리번거리던 것을 멈추고 주인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주인은 뚱뚱한 체형에 입이 조금 튀어나와있었다. 흔한 아저씨 같은 인상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차가웠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저... 혹시 독특한 장난감을 하나 살 수 있을까 해서요.”</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난 용건을 말했다. 더 끌어서 좋을 건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그는 그제서야 씩- 웃으며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주인은 카운터 뒤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div> <div> 약 5분이 지났을까? 주인은 다시 문을 열고 나왔다. 그의 손에 장난감이 들려있었는데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장난감이라기보다는 죽은 고양이의 시체 같았다. 아니 고양이라 하기에는 좀 더 컸고, 머리엔 뿔이 달려있었다. 하지만 실감나는 까만 털과 발톱, 그리고 동공은 신비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div> <div> 신선했다. 난 곧장 금액을 지불한 뒤 그것을 사버렸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들에게 장난감을 내밀었다. 아들은 별반응이 없었다가 장난감을 품에 안자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내가 느낀 신선함을 아들도 느꼈으리라.</div> <div> 난 아들의 표정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한 달이 지났다.</div> <div> 새로운 장난감을 사줘야 된다는 생각을 할 때쯤 난 이상한 것을 목격하게 됐다. 난 한밤중에 반쯤 열린 아들의 문을 들여다봤다. 그때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아들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div> <div> </div> <div> “...언제와?”</div> <div> “...그게 뭔데? 많이 아픈 거야?”</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난 혼잣말을 하는 아들의 말을 엿듣다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곧장 불을 켜보니 아들이 장난감을 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난 애써 잘 자라는 말을 건네고 방을 나왔는데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아들은 한 번도 장난감과 대화를 하며 논적이 없었기 때문이다.</div> <div> 그리고 그 의미심장한 혼잣말은 무엇이란 말인가?</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며칠이 지났다. 아들과 함께 아침을 먹다 아들이 했던 혼잣말이 떠올랐다. 난 넌지시 장난감과 무슨 말을 했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들은 별말 아니라며 무언가 감추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div> <div> 난 아들을 학교에 보낸 뒤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했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그날 밤. 피곤에 찌든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난 경악하고 말았다. 아들이 엎드려 있었다. 상식적으론 바닥에 있어야 하는 몸이 천장에 붙어있었다. 아들은 고개를 돌려 날 내려다봤다. </div> <div> 눈빛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었다. 아들은 헤죽헤죽-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아들의 방문이 쾅- 하고 닫혔다. 난 닫히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천장을 바라봤는데 아들이 없었다.</div> <div> </div> <div> 인기척이 뒤에서 났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아들이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들의 표정이 섬뜩하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div> <div> 그때였다. 아들 입에서 “죽어.” 라고 짐승 소리와 아들 목소리가 뒤섞인 음성이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아들은 내게 달려들었다.</div> <div> 난 놀란 나머지 현관으로 나와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손을 벌벌 떨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style="text-align:center;">2</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몇 시간이 지났다. 난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들이 바닥에 누워 잠들어있었다. 난 조심스레 아들을 안고 침대에 눕혔다. 평온하게 자는 모습이 아까전과는 사뭇 달랐다. 아들이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일까?</div> <div> 띵동- 소리가 났다. 난 현관문을 열었는데 두 남녀가 서있었다. 여자는 이혼한 아내였고 남자는 신부였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내가 아내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내는 어려서부터 신기가 있었다. 알 수 없는 것을 보았고 그것에 시달렸다. 이런 특별한 능력을 억제해준 것이 지금 함께 동행한 김 신부였다. </div> <div> 난 아내의 능력을 아들이 이어받은 것 같아 불안했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음... 꽤 잠식당했군요.”</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신부가 아들을 보더니 탄식을 내뱉었다. 나와 아내는 신부에게 무슨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부는 곧장 구마 의식을 거행해야겠다고 말했다. 난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냐고 물었지만 신부의 답은 명쾌했다.</div> <div> </div> <div> “어차피 세상에는... 불법이 많잖아요?”</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신부는 잠든 아들을 그대로 침대에 눕혀둔 채 바닥에다 하얀 가루를 뿌렸다. 방안 가득 향도 피우고 벽에다 십자가 모형도 걸었다. 신부가 의식을 준비하며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말해줬다.</div> <div> 텅 빈 마음. 아들의 마음이 텅 비었기에 악마가 침투한 것이라고 했다. 거기다 아내가 영매였으니 아들 또한 그 기질을 이어받은 것 같다고 했다. 텅 빈 마음이라... 어린 아들의 마음이 텅 비었다는 말에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 </div> <div> 힐끔 아내의 얼굴을 봤다. 그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여러 상념에 빠져있던 중에 의식을 위한 준비가 끝났다. 신부는 아들의 손과 발을 묶어뒀다. 만약을 위한 대비인 것 같았다. 그는 의식을 치르는 동안 같이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난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지만 오늘만은 신을 믿어보기로 했다.</div> <div> 신부가 종을 6번 울렸다. 그리고 한손 위에 성경책을 펼친 뒤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기도가 진행되자 아들의 감긴 눈이 떠졌다. 아까 전에 봤던 섬뜩한 눈빛으로 말이다. 아들은 기도문에 괴로워하는 듯 했지만 이내 실실 웃기 시작했다.</div> <div> 신부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성수를 뿌렸다. 아들은 잠시 괴로워했을 뿐 또다시 웃어댔다. </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사탄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묻는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아들, 아니 또 다른 존재라고 해야 할까? 그것은 웃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부는 예상치 못했다는 듯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시 기도를 이어가려하던 그때였다.</div> <div> 벽에 걸린 십자가가 거꾸로 돌아가 불타기 시작했다. 바닥에 뿌려진 하얀 가루에도 불이 붙고, 방안에 놓인 거울이 깨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장난감들이 하나같이 생명이 있는 듯, 기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 - 끼끼끽끽... 끼끼끽끼...</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난 정신이 없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 눈앞에, 그것도 내 아들에게 일어났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난 용기를 내서 아들에게 다가갔다. 신부가 날 막아서려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div> <div> 내가 아들의 어깨를 붙잡자 신부가 든 성경책이 불타기 시작했다. 난 아들에게 정신차려라고 소리쳤다. 이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아들이 다시 잠들었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우린 화재를 진압하고 잠시 숨을 골랐다. 조금 전에 발광하던 장난감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를 찾고 침묵을 지켰다. 우리 세 사람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무기력함...</div> <div> </div> <div> “...방법이 없을까요?”</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러자 신부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또다시 침묵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난 최근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얘기했다. </div> <div> 소소하게 외식을 했다든지, 한 달에 한 번씩 장난감을 사다 줬다든지 말이다. 내 말을 유심히 듣던 신부가 어딘가로 고개를 돌렸다. 나와 아내도 신부가 바라보는 것을 응시했다.</div> <div> 그것은 내가 한 달 전에 사다준 괴상한 장난감이었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혹시... 저걸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style="text-align:center;">3</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난 아들을 아내에게 맡겨둔 채 신부와 함께 집을 나섰다. 신부는 기도문이 적힌 까만 휘장으로 장난감을 감쌌다. 난 내심 후회했다. 어쩌자고 저런 장난감을 사서 이런 일을 초래했단 말인가? 또 한편으론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기적인 부모로 인해 어린 아이의 마음을 텅 비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div> <div> 그렇지만 일은 벌어졌고 수습을 해야 했다.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었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난 신부를 차에 태우고 도로로 나섰다. 한참을 헤매며 장난감 가게가 있던 골목길을 찾아 나섰다. </div> <div> 시간이 꽤 흐를 동안 우린 장시간 차안에 있었다. 출발 시 해가 중천에 떠있었지만 지금은 해가 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조금씩 지쳐갈 무렵 그것이 보였다.</div> <div> ‘벨리알의 장난감’</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우린 차에서 내려 가게의 유리 벽면을 힐끔 들여다봤다. 카운터에 아무도 없었다. 난 조심스레 문을 밀었는데 저항의 느낌이 없이 그대로 열렸다. 난 신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내부로 진입했다.</div> <div> 가게 안은 촛불 조명만이 내부를 밝히고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새로 들어선 괴상한 장난감들이 많았다. 사람 얼굴에 동물의 몸을 했다던지, 바다 속의 고대 괴물 크라켄의 형상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신부는 이 장난감들은 그저 장난감일 뿐, 위험한 물건은 아니라고 했다.</div> <div> 진짜는 저곳에 있다고 했다. 신부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봤다. 그곳은 카운터 뒤에 반쯤 열린 알 수 없는 문이었다. </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저곳에 뭔가 방법이 있을 거란 말이죠?”</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신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침을 꿀꺽 삼키며 문을 열었다. 그러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군데군데 난 조명이 있었지만 있으나 마나인 다 꺼져가는 조명이었다. 난 핸드폰으로 손전등을 켠 채 계단을 내려갔다.</div> <div> 계단은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었다. 공기 중에 시멘트 입자가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호흡기로부터 불쾌한 기운이 스멀스멀 마음속으로 전해졌다.</div> <div> 계단의 끝에 다다르니 또 다른 문이 나왔다. 살며시 문을 밀자 또다시 열렸다. 마치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는 것처럼 말이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문 안으로 몸을 넣으려하자 신부가 가로막았다. 그는 잠시 나지막이 기도문을 읊었다. 아무래도 이 안에 무언가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샀던 장난감이 이 안에서 나왔으니 이곳은 지옥이라 불러도 무방했다.</div> <div> 그렇게 우린 지하 문을 열고 들어갔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지하실. 벽면에 난 틈새로 희미한 빛이 스며들어왔다. 어렴풋이 내부가 보였다. 캐비닛이 놓여있었는데 그 안에 장난감들이 들어있었다. 하나같이 악마의 모형이었다. 책상 위엔 알 수 없는 책이 있었다. 난 그것을 펼치려 했지만 신부가 도로 덮어버렸다. 신부는 책에 표기된 문양을 가리켰다. </div> <div> 그것은 역십자가였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벽 모퉁이에 커다란 투명 케이스가 하나 놓여있었다. 내부는 텅 비어있었는데 우리가 들고 온 장난감이 있어야할 곳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즉, 봉인을 할 수 있는 곳이란 말이다.</div> <div> 신부는 케이스 앞에 다가가 문을 열었다. 기도문을 외우며 휘장을 벗겨냈다. 나와 신부는 흠칫하고 놀랬다. 장난감의 까만 털이 하얀 털로 바뀌어있었기 때문이다. </div> <div> 그때 신부가 장난감을 놓쳤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 손을 부여잡았다. 난 신부를 부축하며 그의 손을 보았는데 마치 화상을 입은 듯 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사탄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한다. 네가 있어야할 곳으로 돌아가라.”</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신부는 다시 한 번 장난감을 손에 쥐었다.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신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케이스 안에 장난감을 넣으려했다. 이것을 봉인해야만 아들에게 깃든 악마를 쫓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div> <div> 그 순간, 신부의 몸이 공중으로 뜨기 시작했다. 난 신부의 손에 들린 장난감을 대신 받아들려고 했지만, 불같은 뜨거움을 느끼며 손을 뗐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누군가 지하실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얼핏 스쳐가는 무언가 있었는데, 뚱뚱한 체형의 장난감 가게 주인처럼 보였다. 내가 그를 의식하는 사이 신부의 몸이 이리저리 벽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신부는 몸을 웅크린 채 충격을 최소화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쿵-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신부가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div> <div> 난 신부를 깨우려 했지만 그는 충격이 심한 듯 기절했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신부의 손에 장난감이 쥐어져있었는데 하얀 털이 곤두서있었다. 살며시 장난감에 손을 댔는데 이번엔 뜨겁지 않았다. 대신 칼과 같은 날카로움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손에서 핏방울이 떨어질 때 쿵... 쿵... 하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천천히 돌렸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벽. 내 시선은 벽으로 향했는데 그곳에 장난감 가게 주인이 서있었다. 그는 벽을 향해 돌아선 채 벽에다 머리를 박고 있었다. 쿵... 쿵... 그러다 휙- 하고 돌아서 날 쳐다봤다. 씩- 하고 미소를 짓는 주인... 그의 눈이 뒤집혀있었다.</div> <div> 그때 희미하게 들어온 빛이 차단됐다.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style="text-align:center;">4</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난 이내 정신을 차리곤 핸드폰을 꺼냈다. 손전등을 다시 켜고 주위를 밝혀봤지만 보이는 것은 캐비넷에 보관된 장난감들뿐이었다. 조금 전 벽에 머리를 박던 주인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div> <div> 난 지하로 내려왔던 문을 열려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갇혀버린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장난감이 보였다. 결국 저것을 케이스 안에 넣어야만 재앙을 막을 수 있다. 난 주변을 경계하며 장난감을 향해 걸어갔다. </div> <div> 스윽... 스윽... 슥...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을 질질 끄는 소리였는데 내 주위에서 들려왔다. 핸드폰 조명을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비추자 무언가 빠르게 도망쳤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난 다시 장난감을 들기 위해 소매를 손까지 늘어뜨린 후 장난감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케이스 안에 장난감을 집어넣으려 했다.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장난감을 케이스 안으로 밀어 넣으려했다.</div> <div> 그때였다. 바닥으로 피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난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가게 주인이 공중에 떠있었다. 그는 칼을 든 채 자신의 반대 손을 찌르고 있었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대체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주인이 천천히 공중에서 내려왔다. 난 다시 장난감을 케이스에 넣으려했는데, 덜컹- 하고 케이스가 닫혀버렸다. 난 장난감을 손에 든 채 느린 속도로 추격해오는 주인을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네 아들놈은 축복받은 거야. 그 텅 빈 마음 덕에 왕을 모실 수 있게 됐으니까.”</div> <div> “왕이라고요?”</div> <div> “그래... 지옥의 왕 중에 하나인... 벨리알 왕이시지.”</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이제야 알 것 같다. 왜 이자가 내게 장난감을 팔았는지. 내게 마음이 텅 빈 아들이 있다는 것을 꿰뚫어봤던 것이었다. 모든 것이 아들을 숙주로 삼아 인간 세상으로 나오려는 악마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div> <div> 그렇지만 악마라 할지라도 내 아들을 건드릴 순 없었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난 내게 다가오는... 악마인지 악마의 하수인인지 모를 주인과 맞섰다. 그가 칼을 휘두를 때 난 그의 손목을 잡고 버텼다. 어떡해서든 제압을 해야 장난감을 케이스에 넣을 테니까.</div> <div> 하지만 인간의 힘을 넘은 듯, 주인의 힘은 너무 강했다. 꿈쩍도 하지 않는 바위와 같았다. 난 그의 힘에 의해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저항을 하고 싶어도 힘이 없었다.</div> <div> 그때 바닥에 누워있는 신부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가 누운 채 내게 무언가를 굴렸다. 그것은 성수 병이었다. 난 그것을 잽싸게 쥐고는 주인에게 뿌렸다.</div> <div> 그러자 그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는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그 틈을 노려 장난감을 다시 케이스에 넣으려했다. </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갑자기 내 몸이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난 조금만 팔을 뻗으면 장난감을 넣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주인이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내 멱살을 쥐고 공중으로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div> <div> 난 아들을 마음속으로 떠올렸지만 체념했다. 이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난 그동안 혼자서 아들의 마음을 채우려했던 것이 오만한 생각임을 깨달았다. 아들에겐 아빠만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다. 엄마도 필요했다. 그깟 장난감으로 아들의 마음을 채울 순 없었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그때였다. 문 쪽에서 쾅- 쾅- 하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내가 고개를 돌려보니 아내였다. 분명 아들과 함께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div> <div> 아내는 주인에게 달려들어 양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주인은 힘을 쓰지 못했다. 아내는 내 마음속의 질문을 파악하곤 입을 열었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알잖아, 여보. 난 어릴 때 신기가 있었다고. 악마라면 몰라도 이런 하수인정돈 막을 수 있어.”</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난 아내가 시간을 벌어준 틈을 타서 장난감을 케이스 안에 넣었다. 그리고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 그 순간 불 꺼진 지하에 조명이 들어오고, 가게 주인도 어딘가 홀렸다 깨어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div> <div> 우린 쓰러진 신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div> <div> </div> <div> “지금은 봉인을 했지만... 언제가 됐든 벨리알은 텅 빈 아들의 마음에 들어갈 겁니다.”</div> <div style="font-size:11pt;"> </div> <div> 우리 부부는 말없이 지하문을 열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갔다. 신부를 보낸 뒤 난 아내와 장시간 얘기를 나눴다. 마치 전쟁 같은 얘기들이 오고갔다. 하지만 이야기의 결론은 아들의 텅 빈 마음이었다. </div> <div> 난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잠든 아들을 내려다봤다. 난 아들의 귓가에 엄마와 함께 살자는 말을 남겼다. </div> <div> </div> <div> 새벽이 지났다. 아들이 눈을 떴다. 난 아들이 나와 아내가 같이 있는 모습에 환히 웃는 모습을 보게 됐다. 어떤 장난감을 사줘도 저런 표정은 짓지 않았는데.</div> <div> 창가로 햇살이 스며들어왔다. 그 빛은 장난감을 지나치고는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비췄다.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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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019/07/09 01:45:54 172.68.***.78 김여리 447594
[8] 2019/07/10 04:28:11 112.163.***.192 하비샴의왈츠 534333
[9] 2019/07/10 07:33:11 91.141.***.240 오지리 770642
[10] 2019/07/10 23:25:01 175.212.***.69 부유한굼벵이 290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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