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나는 할머니를 무척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늘 할머니에게 응석을 부리곤 했다.</div> <div><br></div> <div>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내가 어릴 때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마저 먼저 보내셨던 할머니는, 유일한 혈육인 나를 무척 사랑해 주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어머니는 할머니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지, 할머니 댁에 갈 때면 언제나 나 혼자 갈 뿐 어머니는 함께 오지 않았다.</div> <div><br></div> <div>나는 매주 일요일 오전마다 할머니와 함께 신사에 참배를 가곤 했다.</div> <div><br></div> <div>할머니는 몹시 신앙이 깊었기에, 비가 오는 날이라도 참배는 반드시 가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매주 일요일마다 신사를 찾았다고 한다.</div> <div><br></div> <div>할머니의 따뜻한 손을 잡는 것이 무척 기분 좋아서, 나는 참배 가는 것을 좋아했었다.</div> <div><br></div> <div>신사에 도착하면 할머니는 언제나 손을 모으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대단히 오랫동안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div> <div><br></div> <div>나는 언제나 단순한 소원만을 빌고, 할머니의 진지한 옆얼굴을 바라보곤 했다.</div> <div><br></div> <div>할머니의 기도가 끝나면 [할머니, 뭘 빌었어?] 라고 물었지만, 할머니는 싱긋 웃을 뿐 한 번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래서 나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그저 언제나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가 사 주시던 아이스크림을 기대하며,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며 돌아오곤 했다.</div> <div><br></div> <div>그러는 한편, 나는 어릴 적부터 영능력이 강하다고 할까, 계속해서 나쁜 영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곤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매일 가위에 눌리다보니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불면증에 시달리곤 했다.</div> <div><br></div> <div>자고 있는 와중에도 누군가 다리를 만지는 것이 느껴지거나, 뱃 속에서 바늘로 쿡쿡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등 점점 괴롭힘도 심해져 갔다.</div> <div><br></div> <div>어머니와 함께 영능력자라는 사람을 몇 번 만나보기도 했지만, 무슨 일을 해도 소용이 없는데다 돈도 엄청나게 들어서 나도 체념하고 그저 괴로워 하고 있을 뿐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중학교 3학년이 될 무렵에는 그 정도가 점차 심해져, 교통사고도 여러번 당하고 매일 밤마다 가위에 눌리곤 했다.</div> <div><br></div> <div>거기에 귀신 때문인지 환각마저 보이기 시작해, 학교에도 못 나갈 지경이었다.</div> <div><br></div> <div>그러자 할머니는 집에 혼자 있는 내가 걱정되셨는지, 어머니가 회사에 가면 언제나 집에 와서 내 손을 꼭 잡아 주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나마 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만이 내게는 유일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div> <div><br></div> <div>어머니는 일 때문에 집에 돌아오는 게 늦어서, 그다지 이야기도 잘 나누지 못했다.</div> <div><br></div> <div>그 사이 나는 거식증에 걸려 매일 구토를 하다가 반대로 과식증에 걸리기도 하는 등, 몸 상태와 정신이 모두 불안정한 상태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자살 시도도 몇 번이나 했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 때마다 실패해서, 사는 게 너무나도 괴로운데 정작 죽지도 못하는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div> <div><br></div> <div>그 탓에 언제나 할머니와 함께 하던 참배도 하지 못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의 유일한 버팀목이엇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div> <div><br></div> <div>나는 펑펑 울었다.</div> <div><br></div> <div>한동안 할머니 방에 틀어박혀서 할머니의 옷이나 이불을 꼭 끌어안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머니는 평소처럼 태연하게 회사에 출근을 했다.</div> <div><br></div> <div>솔직히 어머니 덕분에 먹고 살고는 있지만, 그런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2주 정도 지났을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점차 내 주변에서 나쁜 영에 의한 괴롭힘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내게 딱 4명만 있던 친구 중 한 명은 전화로 [네가 가지고 있던 아픔들을 할머니가 모두 가지고 천국으로 가신 걸거야.] 라고 말했다.</div> <div><br></div> <div>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1년 정도 지나자 나는 완전히 괴롭힘에서 해방되었다.</div> <div><br></div> <div>제대로 학교도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친구들과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러던 와중에 할머니가 사시던 집을 팔게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짐을 정리하기 위해 나는 오랜만에 할머니 댁을 찾았다.</div> <div><br></div> <div>이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고, 매일 무덤을 찾아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무렵이었다.</div> <div><br></div> <div>서랍 안을 정리하고 있는데, 보자기에 싸인 할머니의 낡은 일기장이 몇 권 나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것은 매주 일요일마다 쓴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일기를 읽고나서, 나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div> <div><br></div> <div>처음으로 일기가 써진 날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때까지 나는 아버지의 죽음이 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실은 자살이었다고 일기에 적혀 있었다.</div> <div><br></div> <div>원인은 어머니의 바람이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충격이었고, 눈물이 나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다음 페이지를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div> <div><br></div> <div>거기에는 나를 향한 할머니의 증오가 고스란히 담겨 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어머니가 바람 피운 상대의 딸이라는 문장부터 시작해, 죽이고 싶다던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등 내가 알고 있던 할머니와 같은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다.</div> <div><br></div> <div>언제나 신사에 갈 때면 내가 괴로워하며 죽기만을 신사에서 빌고 있었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그렇게나 긴 세월 동안, 매주마다, 천천히.</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바로 옆에 있는 어린 내가 저주 받아 죽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할머니의 염원이 통했던 것인지, 나는 무척 괴로웠다.</div> <div><br></div> <div>그리고 할머니도 괴로워하며 세상을 떠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일기는 그 자리에서 태워버렸다.</div> <div><br></div> <div>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차마 잊을 수 없는 일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694?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694?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