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몇년 전, 나는 어떤 기업 소속 연구팀에 속해있었다.</div> <div><br></div> <div>연구팀이라고는 해도 하얀 가운을 입고 화학 약품을 다루거나 하는 일은 아니다.</div> <div><br></div> <div>우리가 맡았던 것은 [카메라를 통한 얼굴 인식 시스템과 그 응용 방법에 대한 연구] 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메인 컴퓨터 한 대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거기에 여러 곳의 CCTV 영상을 수집해 얼굴을 인식시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자료를 기반으로 [ID:0001은 X->Y->Z의 경로로 이동했습니다.] 라는 기록을 자동으로 작성하는 시스템이었다.</div> <div><br></div> <div>다만 그런 시스템 자체는 당시에도 꽤 개발이 진척된 상황이었기에, 기본이 되는 얼굴 인식 프로그램에 추가 기능을 집어 넣는 것이 우리 팀의 목표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최초로 시도한 것은 얼굴 인식을 통해 그 사람의 나이를 추정하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요즘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기본적인 메카니즘 자체는 일기예보와 비슷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미리 각 연령별로 수집한 얼굴을 컴퓨터에 입력해두고,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하면 수집되어 있는 자료와 비교해 예상되는 나이를 산출하는 것이다.</div> <div><br></div> <div>방법은 무척 간단하지만 그럼에도 신뢰도는 높아서, 테스트 단계에서도 적중률은 40%에 육박했고, 최종적으로는 ±8살 정도로 맞추는 수준에 이르렀다.</div> <div><br></div> <div>꽤 재미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다른 연구팀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차별화 될 수 있는 독특한 기획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다행히 우리 연구팀에는 얼굴 사진과 개인정보의 빅 데이터가 수집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이름부터 시작해 학력, 출신지까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역시 이름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였다.</div> <div><br></div> <div>애초에 데이터화 되기 힘들 뿐 아니라, 각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는 이름을 컴퓨터로 예측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div> <div><br></div> <div>그렇지만 놀랍게도 학력 예측은 중졸, 고졸, 전문대졸, 대졸 4가지 패턴의 단순한 분류였던 덕인지, 50%에 달하는 적중률을 보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게다가 출신지 예측의 경우에도 예상 외로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div> <div><br></div> <div>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각 지역 사람들의 얼굴을 분류해 입력하자, 각 도시 별로 10%에 가까운 적중률이 나온 것이었다.</div> <div><br></div> <div>[겨우 10%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우리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이를 알아맞추는 것은, 사람이 한다고 해도 대충 어느 정도인지 가늠은 할 수 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과연 10명 중 1명이라는 확률이라도, 얼굴만을 통해 그 사람이 어느 도시 출신인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div> <div><br></div> <div>거기서 나는 어느 정도의 자료만 확보되면 컴퓨터의 예측이 사람보다 정확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고, 한층 더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날, 팀 내에서도 괴짜로 평가받던 A가 [야, 우리 이걸로 남은 인생 예측 같은 거 해볼까?] 라는 제안을 했다.</div> <div><br></div> <div>아무래도 당시 한참 장안의 화제였던 만화 데스노트의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개인정보의 빅 데이터가 구축되어 있다고는 해도, 당연히 여생에 관한 자료 같은 게 있을 턱이 없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거야 세상을 떠난 역사적 인물 사진 중에 언제 찍었는지 확실한 사진으로 자료를 만들면 되지. 흑백 사진이라도 인식하는 데는 문제 없을 거 아냐?]</div> <div><br></div> <div>물론 컬러 사진에 비하면 인식률 자체는 떨어질지언정, 메카니즘 상 흑백 사진도 큰 상관은 없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런 제한된 조건이라면 자료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게 문제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중요한 건 얼굴이랑 사진을 찍은 날, 그리고 죽은 날이 확실하기만 하면 되는거라구. 천재지변이나 사고로 죽은 사람 사진 같은 걸 신문에서 찾아서 쓰면 되잖아.]</div> <div><br></div> <div>그런 식으로 자료를 모으면 우발적인 사고나 외부 요인으로 인해 죽은 사람도 자료에 포함되어 버릴텐데...</div> <div><br></div> <div>[그런 건 어찌되든 상관 없잖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A는 능글맞게 웃을 뿐이었다.</div> <div><br></div> <div>당초 내가 여생을 측정하는 시스템 구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린 것은, 얼굴의 현재 건강 상태를 확인해 언제쯤 자연사할 지를 예측하는 형태였다.</div> <div><br></div> <div>하지만 A가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길거리 점쟁이나 하는 짓을 컴퓨터에 시키려는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사진을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이 조금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그 무렵 우리는 연구에 몰두해 의욕이 넘쳤기에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div> <div><br></div> <div>매일 신문과 뉴스를 뒤적이며 사진을 구해, 죽은 날에서 사진을 찍은 날을 빼서 남아 있는 예정 수명을 산출한다.</div> <div><br></div> <div>몇 주 지나지 않아 2000여 건에 달하는 빅 데이터가 구축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 정도면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자료량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우리는, 시험 운용에 들어가기로 했다.</div> <div><br></div> <div>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예측이기에, 오차가 있는지 없는지, 어느 정도나 오차가 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div> <div><br></div> <div>맨 처음으로 시험 대상이 된 것은 바로 나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시스템을 가동하고, 카메라 앞에 선다.</div> <div><br></div> <div>바로 얼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잠시 계산한 뒤 컴퓨터가 예측치를 뽑아냈다.</div> <div><br></div> <div>[60.]</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이 80세 전후이고, 당시 나를 포함한 우리 연구진이 모두 20대 중반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럴듯한 예측이었다.</div> <div><br></div> <div>곧이어 다른 멤버들도 하나씩 테스트에 임했지만, 샘플이 적었던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계획 자체가 잘못됐던 것인지 예측치는 천차만별이었다.</div> <div><br></div> <div>23, 112, 75, 42...</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편차도 클 뿐 아니라 상당히 터무니 없는 수치였다.</div> <div><br></div> <div>그 뿐 아니라 A의 경우에는 무려 0이라는 수치가 나와 버렸다.</div> <div><br></div> <div>역시 컴퓨터에게 이런 수치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예측하게 하는 것은 무리였나 싶어서 우리는 낙담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수작업으로 샘플을 2000개나 모았는데, 이대로 폐기시키는 것은 너무 아까웠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일단 하룻밤 동안 로그 자동 생성 모드를 켜 놓고 회사 서버에 들어오는 모든 CCTV 영상을 분석하게 프로그램을 설정했다.</div> <div><br></div> <div>다음날 출근해보니 화면에는 수천건이 넘는 얼굴 인식 결과가 출력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통계를 내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div> <div><br></div> <div>촬영 장소에 따라 추정치의 편차가 엄청나게 컸던 것이다.</div> <div><br></div> <div>예를 들면 자료 영상 중 초등학교에 설치된 CCTV 영상의 추정 여생은 106년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전체 평균인 46년에 비해서 훨씬 높게 나온 것이었다.</div> <div><br></div> <div>반대로 처음으로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은 고속도로에 설치된 CCTV로, 평균 38년이라는 수치가 나왔다.</div> <div><br></div> <div>그런 식으로 평균 여생이 가장 낮은 곳을 검색해 가니, 2번째로 낮은 것은 시내의 양로원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평균 여생은 15년.</div> <div><br></div> <div>그리고 최하위는 예상대로 병원이었다.</div> <div><br></div> <div>무려 평균 여생이 4년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다.</div> <div><br></div> <div>아무리 아픈 사람이 잔뜩 모여있는 병원이라고는 해도, 평균치가 겨우 4년 밖에 안 나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div> <div><br></div> <div>가벼운 부상으로 잠시 입원한 사람도 있을테고, 단순한 감기로 진료만 받으러 온 사람도 있을텐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무슨 에러라도 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나는 로그를 열어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충격적인 자료를 보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div> <div><br></div> <div>[ID : 1234 - VALUE : 34] 라는 서식으로 자료가 쭉 나와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34나 50 같은 평범한 수치에 섞여 결코 존재할 수 없는 값이 있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여생 추정값이, 음수로 되어 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혹시나 병원 쪽 자료만 잘못 된 것이 아닌가 싶어 다른 영상의 로그도 확인해 봤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음수로 뜬 값 자체는 모든 영상에서 2, 3개씩 발견되었지만, 병원 로그만큼 엄청난 숫자는 아니었다.</div> <div><br></div> <div>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여생 마이너스 3년] 이라는 것은 곧 [죽은 뒤 3년 경과] 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div> <div><br></div> <div>정상적인 양수값으로만 평균을 내면 병원의 여생 예상치는 전체 평균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24년 정도의 수치가 나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여생이 마이너스로 나온 자료가 극단적으로 많아서, 여생의 평균치가 4까지 떨어진 것이다.</div> <div><br></div> <div>애써 냉정함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등 뒤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div> <div><br></div> <div>그 후 팀원들을 모아 자료를 놓고 논의를 계속 했지만, 기분 나쁜 결론만 도출될 뿐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결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div> <div><br></div> <div>애초에 여생을 추측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 오차 범위가 말도 안되게 커진 것 뿐이라는 것이 하나.</div> <div><br></div> <div>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 주변에 실제로 여생이 마이너스인 사람들이 태연하게 활보하고 있다는 것.</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당연히 상식적으로는 첫번째 결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div> <div><br></div> <div>윗선에는 [얼굴 인식을 통한 건강 상태 예측] 을 하고 있었다고 대충 보고서를 쓴 뒤, 이 프로젝트는 그대로 폐기되었다.</div> <div><br></div> <div>다만 그 후, 내게 이 프로젝트를 결코 잊지 못하게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시스템 테스트 도중 여생이 0년으로 나왔던 A가, 그 테스트를 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정말로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div> <div><br></div> <div>아침 출근 시간에 지하철 플랫폼에서 몸을 던져 그대로 자살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그 소식을 듣자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떻게 컴퓨터는 그것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일까.</div> <div><br></div> <div>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div> <div><br></div> <div>컴퓨터에 입력된 정보는 샘플과 대상자의 얼굴 뿐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사실로서 A는 세상을 떠났다.</div> <div><br></div> <div>컴퓨터가 내놓은 예상치와 정확히 일치하는 해에.</div> <div><br></div> <div>나도 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입장이고,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비과학적인 것은 믿고 싶지 않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이 사건 이후, 나는 CCTV와 인파가 너무나도 무서워 견딜 수가 없다.</div> <div><br></div> <div>매일 수백, 수천의 사람들을 지나쳐 가며 시선이 마주치고, 엇갈려 간다.</div> <div><br></div> <div>그 사이에 이미 세상을 떠나고서도 몇 년이 훨씬 지난 얼굴을 한 사람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요즘 나는 병원 근처로 발도 들이지 않고 있다.</div> <div><br></div> <div>과연 앞으로 60년 뒤, 나는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인가.</div> <div><br></div> <div>그것만이 내게 남은 마지막 의문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696?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696?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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