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 <p>딱히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 </p> <p>매번 앉는 구석 자리에 가니 옆자리에 체크 남방을 입은 니가 앉아 있더라. </p> <p>나처럼 혼자 영화보러 왔구나 이러고 영화를 봤지.</p> <p>딱히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재미없지도 않은 영화를 보는데. 이상해 옆을 보니 니가 처음엔 손바닥으로 나중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더구나.</p> <p>평소엔 가방에 뒹굴던 커피숍 냅킨도 그날따라 없고. 혼자 민망해서 스크린을 응시했지.</p> <p>그때였던 것 같아. </p> <p>그때부터. 딱 그때부터.. 왜 광주였어야만 했나.. 왜 저 선량한 사람들이어야만 했나.. 아.. 얼마나 억울하고 한이 되었을까.</p> <p>촛불때마다 보여준 성숙한 시민 의식.. 민주화의 도시.. 몇 달 전 처음 금남로를 보고 아무런 연관도 없던 내 가슴에 시리게 아리던 느낌.</p> <p>마지막 장면이 어쩌고저쩌고 말들이 많더라.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 그런 비평에 동의해. </p> <p>하지만.. 엉엉 울던 너의 울음이 내 꼰대스러움, 무덤덤한 사회인의 모습, 영화를 가슴으로 안보고 비평가처럼 보아대던 어쭙잖은 내 모습을 한없이 부끄럽게 했어.</p> <p>몇 해 전 빽빽한 출근 길 지하철 안에서 [느리게 살기]를 읽다 잠이든 자본주의 산업일꾼이 내 모습이 아닌가.. 나는 얼마만큼 이율배반적인가..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어. </p> <p>영화가 내 마음에 얹어놓은 메시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해. </p> <p>천천히 묵묵하게 걸어야지. 이 영화가.. 그리고 니가 내게 준 교훈이야.. 고마워..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