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2015년 12월 19일 오전 집에서 봤다.<br></div> <div><br></div> <div>한국에서만 유독 흥행을 한 영화라는 기사를 보고 이 영화와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div> <div><br></div> <div>이 영화는 굉장히 영리하다. 주인공은 30대 젊은 여자 CEO이고 주요 갈등은 주인공과 전업주부 남편 사이에 생긴다.</div> <div>인턴이라는 제목의 타이틀롤을 맡은 사람은 70세 노인이다. 이 노인은 주인공 조력자 역할을 한다.</div> <div><br></div> <div>보스를 모시는 70살 인턴이라는 설정은 영화기획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바꾸기를 적용한 것이다. 거기에다 숨겨진 주요 갈등으로 밖에서 일하는 여자와 안에서 살림하는 남자를 대비시켰다. 이 또한 기획의 바꾸기를 적용시켰다. 같은 이야기라도 위치가 바뀌어지면 이야기의 방향, 깊이, 느낌이 달라진다. 그래서 그 이야기는 관객에게 새롭게 느껴지게 된다.<br></div> <div><br></div> <div>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건 주인공과 인턴이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이 보이는 포스터는 관객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영화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와 팔려고 하는 마케팅 포인트가 다르다. 하지만 오묘하게 잘 버무려져서 본편과 마케팅이 따로 노는 많은 한국영화는 다르게 영화의 품격을 높여주었다.<br></div> <div><br></div> <div>이야기는 갈등이고 갈등을 어떻게 풀까가 관객에게 주는 즐거움이다. 어떤 관람객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생각하고 영화를 봤다고 한다. 앤 해서웨이가 로버트 드 니로를 괴롭히면서 갈등이 펼쳐질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얼마나 재미 있나. 당하던 젊은 처자가 늙은 악마 메릴 스트립을 대신해서 자신에게 찾아온 로버트 드 니로를 괴롭히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렇지 않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역버전으로 생각하고 관람을 했던 사람들은 실망했을 수도 있다. 포인트는 이 젊은 여자 CEO를 바라보는 노인의 시선에 있다.<br></div> <div><br></div> <div>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은퇴한 노인은 뒷방 신세다. 이것은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노인의 지혜는 빛이 났다. 노인은 대가족을 이끄는 어른이고 모두가 노인을 존경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노인이 설 자리는 급속도로 줄어든다.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다.<br></div> <div>대한민국은 세대갈등이 심하다. 급속한 산업화, 세상은 굉장히 빨리 돌아가고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자신의 방식을 고집한다. 특히 6,70년대 어려운 삶을 겪고 8,90년대 영광의 세월을 거친 세대라면 말이다. 현실은 빡빡한데 노인들은 과거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요즘 사람들은 노오오오력이 부족해"라고 말이다. 젊은이들은 그 말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구 노인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 시대가 다르기 때문이다.<br></div> <div><br></div> <div>그런 면에서 [인턴]의 로버트 드 니로는 다르다. 물론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같은 꼰대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접어 두자. 로버트 드 니로는 관찰한다. 젊은 여자 CEO를 모시는 인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관찰이 이야기를 만든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 앤 헤서웨이는 로버트 드 니로의 말을 듣는다. 그것은 극 초반 열심히 일하는 앤 헤서웨이를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br></div> <div><br></div> <div>대한민국 노인들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를 한번쯤이라도 관찰한다면 노오오오력 따위의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br></div> <div>이것은 비단 노인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남들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남들을 돌아볼라치면 자기 몸과 가족을 먼저 돌보라고 말한다. 그런 시선 때문에 갈등이 넘쳐나는 것이다. <br></div> <div><br></div> <div>이 영화에서 갈등은 크지 않다. 굉장히 신파적이고 소소한 갈등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 설 수 있었던 것은 늙은 인턴의 관찰 때문이었다.<br></div> <div><br></div> <div>우리에게는 관찰이 필요하다. <br></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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