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변호인을 봤습니다.</div> <div>네, 데모하러 가면 안됩니다.</div> <div>한두번 집회나간다고, 아직 팔팔하다고, 나혼자 세상 바꿀수 있다고 </div> <div>그렇게 생각했던 오만방자한 나는 데모하러 가면 안되는 것이였습니다.</div> <div>70-80년대 사회는 그렇게 물렁물렁하지 않았습니다.</div> <div>너무 무겁고 무자비해서 서로의 손을 잡지않고선 한 발짝 나아갈수가 없었습니다.</div> <div>언론은 사실을 보도하지조차 않았으며, 결백을 주장하는 방청객들과 변호인을 통째로 아웃 시킬 수 있는.</div> <div>그런 무자비한 폭력이 허락되는 사회였습니다.</div> <div>도가니가 나오고 노리개가 나오고 소원이 나오고 변호인이 나왔습니다.</div> <div>영화가, 웹툰이 군사독재 살인마 전두환을 법적인 처벌을 넘어 징벌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div> <div>철도파업 현장을,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를 공중파 방송에서 화제로 다룹니다.</div> <div>안녕하냐고 묻는 자보가 곧곧에 붙습니다. sns를 통해 실시간에 가깝게 드러납니다.</div> <div>이 사회가 무섭다고, 분노한다고 키보드 몇번 치면 말할 수 있습니다.</div> <div>법정에 방청객들조차 조작되고, 기자 부르는 것 조차도 힘들었던.</div> <div>7-80년대의 사회보다 조금 더 물렁물렁해지고 있는 걸까요?</div> <div>그때는 독서 모임이 두려워서 불온분자로 몰고,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서 막았습니다.</div> <div>혹여나 진실이 새어나갈까 철저하게 숨기고 은폐했습니다.</div> <div><br />집회소식이 뉴스에 일상적으로 보도됩니다.</div> <div>어떤 일이 일어났고 충돌이 생겻고 누가 연행되었다.</div> <div>누군가에겐 심각한 폭력으로 다가올, 심지어 삶을 앗아갈 수 있는 내용들이.</div> <div>너무도 평범하게 무덤덤하게 대중매체에 실립니다.</div> <div>뉴스에 나오지 않을 일은 최소한의 신경조차 쓰지 않습니다.</div> <div>한 사람의 말이, 한 사람의 행동이 가지는 힘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합니다.</div> <div>두 사람이 모여도 무엇을 꾸밀까, 쌓아올린 바벨탑을 전복시키진 않을까 하고</div> <div>노심초사하고 두려워했던 이들이.</div> <div>열명이 모여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습니다.</div> <div>안전한 음식 먹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div> <div>정리해고 야간노동 철폐하라고</div> <div>할매 할배들이 농사지으며 살고 있는 흙냄새 나는 땅에 송전탑 몇십 개 세워서 불모지로 만들지 말라고</div> <div>생활임금을 보장해도 모자랄 판에 최저임금은 좀 지키자고</div> <div>노동의 대가 좀 떼어먹거나 체불하지 말라고</div> <div>이런 당연한 요구를 함에도.</div> <div>수백 수천 수만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야 합니다.</div> <div>여전히 눈하나 꿈쩍하지 않습니다.</div> <div>연례행사처럼 전경으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당연한듯 스티로품을 녹일 정도의 최루액을 뿌리고, 당연한 듯 유치장으로 사람을 쳐넣습니다.</div> <div>당연한 듯 뉴스에 나오고, 사람들은 이 상황이 얼마나 절박하고 심각하며 폭력적인지 생각하지 못합니다.</div> <div>1970년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항거를 하였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에 도시 전체가, 좀 더 생각하면 나라 전체가 들썩였습니다.</div> <div>하루 단위로 수많은 노동자가, 할매 할배들이 무자비한 사회에 의해 타살 당합니다.</div> <div>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습니다.</div> <div>오늘도 저는 평소와 다름없이 밥을 먹었고 티비를 봤으며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봅니다.</div> <div>아무것도 들썩이지 않습니다.</div> <div>원래 그 자리에 서있었고, 체온을 나누는 동지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분노치 않습니다.</div> <div>아니.....정확히는 실천하지 않습니다.</div> <div>촛불이 일상이고 죽음이 일상이지만 변화는 점점 줄어듭니다.</div> <div>사람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집니다.</div> <div>싸움이, 희생이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이라 아무도 이 폭력이 우리가 살고있는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div> <div>활동합니다. 투쟁합니다.</div> <div>음........ 시민단체? 놀러다녀? 월급 꼬박 나오니 직업인가?</div> <div>저도 한때 활동하는 것이 무슨 일인 줄, 공부대신 가야하는 진로나 앞길인 줄 알고.</div> <div>연행되었다 풀려나서 쓰러지시며 우시며 걱정하는 부모님께.</div> <div>너무도 잔인하게 "나 옳은일 하겟다는데, 내앞길 가겟다는데 왜 항상 막냐" 며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았습니다.</div> <div>너무도 오만방자 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그 만큼 싸움을 가볍게 생각했던 것입니다.</div> <div>전쟁입니다, 싸움입니다.</div> <div>폭력이 난무하고 한발짝 한발짝에 삶이 걸리고 이윤이 걸린 너무도 거대한 풍파입니다.</div> <div>그 폭력의 당사자는, 맞서싸우는 동지들은 하루하루 두려움이 무자비함이 가슴에 와닿습니다.</div> <div>페이스북으로 신문 기고로 또 다른 많은 방법들로.</div> <div>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쉽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div> <div>영화는, 예능은, 언론은 대놓고 사회문제들을 비판합니다.</div> <div>그만큼 우리의 힘이 커졌을까요?</div> <div>오히려 너무나 가벼워져 그렇게나 치열하게 말하고 움직이는데, 눈길한번 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div> <div>말은 점점 많아지는데 듣는이는 점점 없어집니다.</div> <div>더 이상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div> <div>과연 이 세상은 군사독재의 때보다 더 물렁해 졌을까요?</div> <div>바위는 아직 굳건합니다. </div> <div>아니, 오히려 이제까지 쌓아온 것들로 더욱 견고하고 높아보이기도 합니다.</div> <div>우리는 어떻습니까?</div> <div>병아리가 태어나 바위를 넘어갈 수 있는 유정란에서, 개량되어 생명이 태어날 수 없는, 그래서 끊임없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해야하는.</div> <div>무정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div> <div>아니, 이미 되었는지도 모릅니다.</div> <div>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div> <div>아마도, 뭉쳐야 할것 같습니다.</div> <div>뭉치고 뭉쳐서 서로를 발판삼아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이 세상의 바위를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div> <div>물론 위가 너무 무거워서, 또는 서로 너무 다가와서 깨어지지 않게, 조심조심.</div> <div>우리는 병아리가 아니라 날계란일지도 모르니까요.</div> <div>아직도 반성해야 할 것이, 부족한것이, 제 풀에 지쳐서.</div> <div>먼저 외면하고 떠나갔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아직 회복시키지 못했지만.</div> <div>어쩌면, 아직도 저는 너무나 오만방자한 사람일지도 모르지만.</div> <div>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고 싶었습니다.<br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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