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안녕하세요. 초보라이더이자 현직간호사입니다.</div> <div> </div> <div>저는 수술실에서 일하는데요. 얼마전 새벽에 제왕절개 수술이 있어서 하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전화가 오더라구요.</div> <div> </div> <div>응급실 선생님이 진짜 다급한 목소리로</div> <div> </div> <div>"SDH환자가 있다. 오토바이 TA고 급하다. Brain이 밀려서 벌써 Coma다. 바로 올라가도 되겠느냐.."</div> <div> </div> <div>간단하게 말하면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머리속에서 피가나서 죽어간다는 뜻입니다.</div> <div> </div> <div>brain속에 ventricle이 밀리면 생명기능이 꺼지거든요..</div> <div> </div> <div>또 벌써 의식을 잃었으면 정말 남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미 골든타임은 지났구요..</div> <div> </div> <div>근데 문제는 무었이었냐면 당직들은 위에말한 제왕절개수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div> <div> </div> <div>수술실로 환자를 밀고 와도 수술할 사람이 없었지요..저는 chief 근무중이어서 급히 다른 직원들에게 전화하기 시작했습니다.</div> <div> </div> <div>그런데..새벽 2시 30분에.. 그것도 전날 수술이 너무 많아서 12시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을 부른다는건 너무 스트레스 받아요.</div> <div> </div> <div>비록 제왕절개가 끝나기까지 한 30분~1시간 정도만 와주어도 된다지만 정말 미안한 일입니다.</div> <div> </div> <div>저는 비록 24시간 근무라 쩔어있어도 다음날 쉬지만 그 사람들은 다시 출근해야 하니깐요..</div> <div> </div> <div>아무튼.. 전화를 하기 시작했는데 새벽 2시반에 다들 한잠자고 있을시간에 누가 전화를 받겠습니까?</div> <div> </div> <div>계속 전화를 돌리는 와중에도 응급실에서는 "급하다. 빨리 수술해야된다"며.. 당장 마음이 급한것은 저였습니다.</div> <div> </div> <div>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죽기때문에 다른병원으로 보낼 수도 없을뿐더러..심지어 환자 나이는 고3 그러니까 18살이었거든요.</div> <div> </div> <div>아무튼 일단 제가 준비하면 되기 때문에 마취과에 이야기한 후 환자를 일단 올려달라고했습니다.</div> <div> </div> <div>그러던 와중에 스크럽(기구주는사람)과 어이스트 둘 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 있어서 콜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양팀 팀장님들이 콜됐어요.</div> <div> </div> <div>급하게 기구랑 환자 받을 준비를 하는 중에 환자가 올라왔어요. 수술실에서 일하면 심하게 타친 사람을 많이 보게 되지만</div> <div> </div> <div>참 처참하더라구요. 일단 머리는 깨졌고 광대가 함몰됐구요..왼쪽 대퇴골이 아에 박살이 났더라구요.</div> <div> </div> <div>대퇴는 어마어마하게 부어있는게 딱 봐도 내출혈이 엄청난거 같더군요. 쓸린 상처는 없는것이 슬립한게 아니라 아에 어디 박은것같았습니다.</div> <div> </div> <div>정말 다급한 와중에도 한눈에 그런게 보였다는건 그만큼 심하게 다쳤다는거겠죠?</div> <div> </div> <div>참 웃긴게.. 그 와중에 복도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div> <div> </div> <div>분만실 선생님한테 "제가 급한 환자가 있어서 아기 나올때 옆에 못있을거같다... 아기 나오면 알아서 좀 해달라"고 했더니</div> <div> </div> <div>무사히 아기가 나온 모양입니다. 분만실에서 베테랑 선생님이 온것도 참 행운이지요.</div> <div> </div> <div>참 기가 차지요.. 한쪽은 죽어가는데 한쪽에선 새 생명이 탄생하는게..</div> <div> </div> <div>아무튼 급하게 준비하려는데 환자가 누워서 피를 토합니다. 저녁먹은 건데기가 섞여있는게 토하면서 입안에 찢어져있던 피가 같이 나왔나봐요.</div> <div> </div> <div>마취과 선생님이 급하게 석션하는 사이에 신경외과 과장님이 들어오면서 "미안합니다. 너무 급해서 빨리 시작하고 봅시다"</div> <div> </div> <div>제가 손을 씻고 급히 들어가고 과장님이 직접 머리카락을 밀어버립니다. 그러던 중에 콜 번 2명이 모두 도착합니다.</div> <div> </div> <div>비몽사몽한 와중에 와주신 두분께 너무 죄송하더군요. 그리고 수술이 시작되고.. 제왕절개가 끝나서 콜된 2분을 돌려보냅니다.</div> <div> </div> <div>(사실을 너무 급해서 아기 출산 후 최소인원만 남기고 모두 빼왔습니다. 이게 산모에게 무슨 몹쓸짓인지..죄책감이 느껴집니다)</div> <div> </div> <div>원래는 두개골 절개술을 하려고 했으나 뇌부종이 너무 심해서(뇌가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절제술로 수술 방향을 바꿉니다.</div> <div> </div> <div>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절개술을 떼어냈던 두개골을 다시 붙이는 것이고 절제술은 그냥 떼어내고 Brain을 덮고있는 경막에</div> <div> </div> <div>다른 인공경막을 덧대서 꼬맨뒤(뇌가 부풀어서 기존 본인의 경막으로는 사이즈가 안나와서..)두피만 닫고 나가는 것입니다.</div> <div> </div> <div>암튼..</div> <div> </div> <div>보통 담당과장님(그러니까 신경외과 전문의)은 고생을 좀 하더라도 두대골을 최대한 적개 잘라내는데</div> <div> </div> <div>이번에는 성인 손바닥보다 더 크게 잘라냅니다. 직감이 옵니다. '아 장난 아니겠구나..'</div> <div> </div> <div>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많이 하는 수술이라 다행히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첫 메스가 들어가고 채 5분이 되지않아</div> <div> </div> <div>두개골을 모두 떼어내고 출혈부위를 잡아내기 시작합니다. 보험이 되지않는 값비싼 지혈제들을 어마어마하게 사용합니다.</div> <div> </div> <div>(저는 수술중이었지만 보험이 되지 않는 물품을 사용할때는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명이 밖에 나가서 설명하고 서명을 받습니다.</div> <div> </div> <div>이것또한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자기 자식이 죽어가서 울고있는 어머니께 돈내리고 서명을하라는 것이요..)</div> <div> </div> <div>출혈이 어마어마합니다. 한 곳을 잡으면 다른곳에서 솓구쳐 오릅니다. 뇌가 부풀어 올라서 반대쪽에도 출혈이 있는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div> <div> </div> <div>만약 그렇다면 급하게 닫고 내려가서 CT촬영후 다시 반대편을 열어야합니다.</div> <div> </div> <div>보통 1시간 정도 걸리는 두개골 절제술인데 수술 시간이 어느덧 2시간을 경과합니다.</div> <div> </div> <div>아무튼 이 한밤에 8명이서 이 젊은학생을 살리기위해서 애를 씁니다. 가장 애를 쓰는건 살아나야 하는 이 학생이지만요...</div> <div> </div> <div>2시간 내내 너무 긴박해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수술이 끝나고 중환자실로 보내려고 끌고 나갑니다.</div> <div> </div> <div>수술실 문이 열리자 어머니와 여동생으로 보이는분이 달려옵니다. 계속 우시는게 마음이 너무 안좋습니다.</div> <div> </div> <div>뒤에는 친구로 보이는 녀석이 계속 기도하고 있더군요. 아마 저 친구랑 타다가 사고가 난게 아닐지..</div> <div> </div> <div>아무튼 환자를 보내고 한숨 돌리고 나니 어느덧 해가 뜨네요; 이 밤도 이렇게 지샜습니다. 전날 오전9시에 제가 첫 수술을 들어갔고..</div> <div> </div> <div>18살의 환자를 보냈을때가 새벽 5시 30분..어떻게 보면 무려 20시간 30분을 빡세게 일했네요.</div> <div> </div> <div>그리고나서 알아보니 오토바이타고 가다가 SUV차량과 충돌했다고 합니다. 헬멧이라도 썼으면 머리라도 안깨졌을텐데..너무 안타깝습니다.</div> <div> </div> <div>이 일이 있었던 지도 벌써 3~4일쯤 됐는데 환자분 사망소식이 안들리는것을 보니 아직 살려고 애쓰고 있나봅니다.</div> <div> </div> <div>그 당시 담당과장의 말을 빌리자면 "모두 수고하셨다.. 우리가 저승사자가 데려갈려는 것을 탁 채왔다. 정말 수고 많이하셨다.."고 합니다.</div> <div> </div> <div>젊은 환자들은 언제나 우리가 예상하는 것 이상의 회복을 보입니다. 정말 죽을것같은 사람이 멀쩡하게 살아나는 것도 봤고..</div> <div> </div> <div>그 18살의 패기로 얼른 의식을 찾고 건강해져서 부러졌던 광대 쇄골 대퇴를 수술받으러 왔으면 좋겠네요.</div> <div> </div> <div>그리고 양아치처럼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아닌 정말 남들이 봐도 멋지게 타는 그리고 안전하게 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div> <div> </div> <div>모든 라이더가 그렇게 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div> <div> </div> <div>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