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군에 06년 말에 입대해서 09년 초에 제대한 31살 남자입니다. <div><br></div> <div>제 주변에는 육군과 의경으로 복무한 친구들이 대다수이고 공군은 소수, 해군 및 해병대는 극소수라 군대썰을 풀기 어정쩡했습니다. 공감을 얻기엔 다수인 사람들과 다르고, 특수성을 말하기엔 해군이나 해병대가 더 희소해서 정말 특수한 경험 외엔 주로 듣는 쪽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다보니 하게 된 생각이 다들 군대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는 거였습니다.</div> <div><br></div> <div>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본인이 경험한 군대만 압니다. 다른 사람이 말해준건 겉모습일 뿐 당사자가 아니면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몇가지 공통점 - 부조리함, 이상한 선임, 적응하기 싫은 문화 등 - 때문인지 같은 경험이라 생각하는 것이죠.</div> <div><br></div> <div>군대에 대한 기억은 대체로 비슷한 면이 많기는 할테지만 개개인이 느낀 감상이나 그 시절 생각했던 것들, 본인이 바뀌게 된 계기나 방향 등은 모두 다를겁니다.</div> <div><br></div> <div>계속 다르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이 문제가 군대 복무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과 공통적으로 토의하기엔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div> <div><br></div> <div>친구들과 군대 이야기를 해도 각자 생각이 다르고 느낀 바가 달라 이야기가 길어집니다.</div> <div><br></div> <div>하물며 여성은 군복무를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해야한다/하지 말아야한다 는 논외로 치고, 경험을 할 일도 없고 병사로서의 경험을 할 수도 없는 여성들과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과는 당연히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div> <div><br></div> <div>남자들에겐 당연한 일이고, 대다수의 남자가 비슷한 경험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가령 군번이 꼬여 상병때까지 막내라 화장실을 청소한게 엄청 불행한 일이라거나, 치약으로 장구 및 바닥을 세척한 것이라거나, 남이 보기엔 똑같은 군복을 A급이니 뭐니하며 애지중지 한다거나, 억압된 자유 속에서 맛본 달콤한 일탈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있겠죠.</div> <div><br></div> <div>그런데 여자는 그런걸 겪을 일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일들이죠. 일단 이 사실이 엄청난 차이점입니다.</div> <div><br></div> <div>남자만 겪었으니 남자말이 맞다거나, 여자는 모를테니 말을 말라거나 하는게 <b>아닙니다</b>.</div> <div><br></div> <div>남자에게만 당연한 일이니 왜 공감을 못하냐 할 수 없는 일이고, 여자는 겪을 일이 없는 일이기에 섣부르게 단정지으면 안될 일이라는 겁니다.</div> <div><br></div> <div>군부심 부리는 괴물이 아니고, 아몰랑빼애액 하는 괴물이 아닙니다. 서로 입장이 다르고 서로에 대해 모르는건 당연한겁니다.</div> <div><br></div> <div>개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사회가 부조리하게 형성된걸 뭐 어쩌겠습니까. 다만 보다 나은 병역이라거나,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상호간 이야기를 하자면, 서로가 아주 다른 존재라는걸 인지하고 인정한 다음 시작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겁니다.</div> <div><br></div> <div>사실 요즘 군게가 왜이리 핫한지, 군대에 대한 논의가 왜이리 많아졌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세상 일은 알게모르게 바른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인지라 상당히 긍정적인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div> <div><br></div> <div>부디 누군가 이러한 관심을 이용하려 분탕을 조장하거나 한다면 성숙한 의식으로 지혜롭게 멀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div> <div><br></div> <div>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