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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려버라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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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ilitary_57072
    작성자 : 졸려버라
    추천 : 13
    조회수 : 2247
    IP : 182.218.***.224
    댓글 : 94개
    등록시간 : 2015/07/23 05:40:26
    http://todayhumor.com/?military_57072 모바일
    현역 일병때 사고친 썰
    현역시절 어느 주말이었다. <div>짬이 찰 대로 찬 선임들은 아침점호가 끝나자 마자 생활관에 처박혔지만 일병인 나는 할 일이 태산이었다. <div>당장 밀린 빨래부터 시작해서 모포를 털고 일광건조 시킨 후 망가진 탄띠수리와 새로 진급한 부분대장의 인식표를 바꿔달아야 했다.</div> <div>물론 이 외에도 내 개인적으로 해야할일은 넘쳐났지만 앞서 해야할일만 해도 오늘내로 끝낼수 있을까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div> <div>이등병들이 들으면 코웃음 치겠지만 터치받지 않고 가만히 대기만 하는 이등병들이 부럽기만 하였다.</div> <div>산더미 같이 쌓인 모포중 하나를 집어 털기 시작하자 넓은 족구장에 팡팡 소리와 함께 국방색 모포가 펄럭이며 휘날렸다.</div> <div>갈색 런닝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몸에 늘어붙었지만 행여 모포가 떨어져 흙바닥에 뒹굴세라 손을 멈출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오전 내내 일병일을 한 후 잠시 쉬는 시간이었다. 겨우 한숨돌리고 족구장 벤치에 앉아있던중 체단실에서 나오던 분대장과 눈이 마주쳤다.</div> <div>분대장은 참 덩치가 컸다. 말도 별로 없고 몸이 온통 근육질인데다 눈빛도 날카로워 몸에 문신만 있으면 조폭이라 해도 믿을것 같았다.</div> <div>의외로 터치를 안하는 성격이긴 했지만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 분대장은 가까이 걸어와 담배를 빼어물고 말했다.</div> <div><br></div> <div>"또치야."</div> <div>"일병 홍xx"</div> <div>"오늘 점심 뭐냐"</div> <div>"일병 홍xx. 금일 점심식단에 대해 답변 드리겠습니다. 금일 점심은 쌀밥, 코다리강정, 임연수어국, 깍두기, 맛김. 이상입니다."</div> <div><br></div> <div>재빠르게 대답했지만 분대장의 미간주름은 잡혀진채로 풀리질 않았다. 우리부대 취사병의 음식솜씨는 안좋은 쪽으로 유명한데다</div> <div>메뉴까지 최악이었으니 그럴수밖에. 잠시 말이 없던 왕고는 분대선임 고상병을 불러 식사인솔을 시키고는다시금 체단실로 걸어갔다.</div> <div>윗 선임 셋에게 마저 물어봤으나 셋다 패스한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결국 막둥이 셋과 나, 고상병 다섯명이 식당으로 이동했다.</div> <div><br></div> <div>고상병은 식당으로 인솔하는 길에 문득 말을 걸어왔다.</div> <div>"또치야 우리 탄약고 근무 몇시냐?"</div> <div>"둘네시 입니다."</div> <div>"아 씨바. 더워 뒤지겠는데 맨날 둘네시냐. 오늘 뭐 재밌는 썰 준비한거 있어?"</div> <div>"제가 아주 재미있는 최불암시리즈를 준비했는데 말입니다."</div> <div>"넌 뒤졌다 씨발아."</div> <div>맞선임인 고상병과 낄낄거리며 식당문을 들어섰다. 코다리강정 탄내가 코를 찔렀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국방일보나 신문을 보면 gop나 gp에서 철책선을 오르내리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신성한 책임이 따르는 경계근무지만, </div> <div>실질적으로 경계근무중 제일 힘든건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가지 않는 시간이다. 주로 시시껄렁한 게임이나 갖가지 이야기거리,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혹은 사고를 친 경우 따스한 교훈의 말이 오고가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시간이지만 1분이 1시간처럼 지나가는 타임매직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고상병은 참 이상적인 맞선임이었다. 성격이 지랄맞긴 해도 싹싹한 성격과 나랑 같은 운동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참 친해질수 있었다.</div> <div>보통 맞선임과 맞후임이 사이가 좋지 않으면 군생활이 참 좋같다는데 나는 꽤 운이 좋은 편이었다.</div> <div>고상병과 나는 빙고와 오목을 하며 지루한 경계근무를 보내었다. 승부욕이 강한 그와 나는 삼삼이 인정이되느냐 되지 않느냐로 </div> <div>근무시간의 반을 소비하였다.</div> <div>시간이 흘러 근무교대자가 오자 고상병은 수하 후 간단히 인수인계를 마쳤다. FM을 중시하는 선임이기에 인수인계에 생각보다 긴 시간이 흘렀다.</div> <div>"이상입니다. 고생하십쇼. 또치야 가자."</div> <div>"네 알겠습니다."</div> <div><br></div> <div>발걸음을 옮기던 중 손에 감촉이 뭔가 이상하였다. 뭔가 계속 속이 울렁거리고 솜털이 쭈뼜 돋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div> <div>평소와 달리 있을게 없는 불길한 느낌이 들어 K-2 총열부분을 매만지고 문득 소름이 돋았다.</div> <div>"고상병님."</div> <div>"왬마?"</div> <div>"...........저 가스마개가 없어졌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어찌 시간이 흘러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교대시간이 촉박하여 일단 근무교대를 한 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직부사관은 옆에서 인솔을 하며 걸어가는 내내 왜 그리 교대를 늦게 하냐고 내게 쌍욕을 퍼부었고, 나는 새하얘진 머릿속을</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흔들며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는 것 밖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쨍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그 길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생활관에 도착 한 후 나는 환복도 하지 못한 채 탄약고로 뛰어갔다. 장맛비로 괴어있는 웅덩이를 계속 밟아 전투화가 눅진했지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두다리가 녹진녹진 녹아 달아오른 아스팔트에 늘러붙는 기분이었다. 시리도록 맑은 하늘이 왜 그리 서럽게 보였을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근무교대가 두번 거쳐갈동안 내내 찾았지만, 결국 나는 가스마개를 찾지 못했다.</span></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야."</div> <div>"일병 홍xx."</div> <div>"이 악물어"</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정신이 아짤했다. 고개가 돌아가고 입에서는 피맛이 났지만 나는 숨도 쉬지 못했다. 당연하달까. 내 탓으로 엎드려 있는 선임들에게 무슨 면목이 있을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고데기 일어나."</span></div> <div>"상병 고xx."</div> <div>고상병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div> <div>"믿고 맡겼더니 애들관리가 왜그러냐."</div> <div>"죄송합니다."</div> <div>"너도 악물어."</div> <div>짜악소리가 났다. 나는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제발 날 때려줘. </div> <div>"고마해라. 아무리 그래도 아 들 줘패면 니 영창간데이."</div> <div>평소 천사로 유명했던 임병장이 분대장을 만류했지만 얼음장같은 왕고의 표정은 여전이 서슬어려있었다.</div> <div>"또치 넌 내일 아무것도 하지마. 담배도 피우지말고 물도 쳐먹지마. 연등실에서 전투화 광만낸다. 알겠어?"</div> <div>"....예 알겠습니다."</div> <div>왠지모를 서러운 감정이 울컥 치솟아 올랐지만 나는 알겠다는 말 말고는 할수 없었다.</div> <div>잠자리에 누워서도 나는 죄책감과 나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다음날 오전 11시, 연등실에서 묵묵히 광을 돌리고 있던 중 분대장이 나를 찾았다. 그는 나에게 따라오라고 한 후 아무말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div> <div>"분대장님"</div> <div>"............."</div> <div>"죄송합니다."</div> <div>그는 들은건지 듣지 못한건지 담배만 피우며 계속해서 걸어갔고, 나는 묵묵히 따라갈수밖에 없었다.</div> <div><br></div> <div>체단실에 도착한후 문을열고 들어서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경이 눈에 펼쳐졌다.</div> <div>군대 내부로 반입이 힘들어 행사때나 겨우 구경할수 있는 짜장면과 탕수육, 만두가 세팅이 되어 있었고, 분대원들이 모두 집합해 둥그렇게 앉아있었다.</div> <div>낄낄거리며 웃고있던 그들은 분대장이 앉자 조용해졌다. 아무말 없이 서있던 내게 앉으라 한 후 담배를 비벼끄고는 말했다.</div> <div><br></div> <div>"먹자."</div> <div>".........."</div> <div>"어여 무라. 거하게 맞았으면 속이라도 든든하게 채워야제. 내가 이거 니 멕일라꼬 당직사관한테 쇼부보느라 바둑을 몇판을 뒀는지 아나?"</div> <div>임병장은 낄낄 웃으며 내게 젓가락을 쥐어주었다. 막상 젓가락을 들긴 했지만 왕고의 눈치를 보느라 선뜻 젓가락질을 하기 힘들었다.</div> <div><br></div> <div><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또치."</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일병 홍xx."</div></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많이 아팠냐?"</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문득 눈물이 울컥 치솟았다. 서러웠던 감정이 한번에 녹는 기분이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지만 입에서는 꺼억거리는</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소리밖에 나오질 않았다.</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분대장은 나를 말없이 바라보다 어깨를 두들겨줬다.</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미안하다."</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또치야, 분대장님이 임마 가스마개 손망처리 본인걸로 하셨어. 재수없으면 말년휴가 짤릴지도 모르는데, 감사하다 그래."</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닥쳐. 그런얘기를 왜해 병신아."</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아 말도 못합니까?"</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평소에 분대장과 자주 투닥거리던 투고가 끼어들었다. 나는 그저 이유모를 북받침에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br></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저도 거하게 맞았으니까 저도 먹을 자격 있지 말입니다."</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뺨이 아직도 발갛게 물든 고상병이 너스레를 떨며 젓가락을 뜯고는 만두를 낼름 입에 넣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니는 막내가 입도 안댔는데 먼저 쳐먹나?"</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짜장면 붑니다. 저 휴가 세달도 넘게 남아서 사제음식 당분간 구경도 못하는데, 야 또치! 너 빨리 니가 쳐먹어야 막내들도 쳐먹을거 아냐!"</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span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분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고상병은 화살을 내게 돌렸고, 나는 눈물도 닦지 못한채 우격다짐으로 만두를 입에 쑤셔넣었다.</span></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br></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span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br></span></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br></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br></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오늘 퇴근길에 문득 고량주와 짜장면을 먹었다. 같이 먹던 회사동료가 그와 겹쳐보이는건 술기운 때문이겠지.</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br></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br></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그때 먹었던 짜장면은 내 인생 최고로 맛있었는데.</div> <div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span style="line-height:16.3636360168457px;">그때 보았던 전우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div>
    졸려버라의 꼬릿말입니다
    구타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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