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5월. 꽃이 피고 야외 훈련이 슬슬 즐거워지기 시작할 계절의 초입. 기분 좋은 훈풍을 뒤로하고 대대 작계지역에 대한 진지공사가 시작되었다.</div> <div> </div> <div>당시 본인의 대대는 기보사개편과정 중이었고 원래 쓰던 주둔지도 그에 맞게 공사중이라(전차 주차장이라던지 신식 생활관으로의 공사라드지) 사단에 남는 주둔지를 빌려쓰던 상황이었다. </div> <div> </div> <div>구 주둔지와 현 주둔지간 거리는 약 40km정도였고 당연하지 않지만 당연하게도 작계가 수정되지 않아 구주둔지 근처에 대대의 작계지역이 위치해 있었다.</div> <div> </div> <div>"전쟁나면 니들 차타고 작계시행 할수 있겠어? 가다가 포탄 맞아 다 죽는거야. 걸어서 간다!!"</div> <div> </div> <div>라는 대대장님의 청천병력과도 같은 말에.. 대대원 전원은 머나먼 여정길에 오른다.</div> <div> </div> <div>새벽 2시 대대 연병장에 대대원 집결. 행군신고와 함께 대대원들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동기였던 정훈장교는 예비육공트럭을 타고 후방에서 낙오자 구제업무를 맡았었나. 그놈은 차에 올라 타 나를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div> <div> </div> <div>20km 지점에서 대휴식겸 아침식사를 하고 점심즈음 구 주둔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div> <div> </div> <div>주둔지에서 휴식 없이 바로 중대 간 작계로 흩어져 각자 휴식 후 진지보수, 저녁에 구 주둔지 연병장에 집결하라는 명령이었다.(점심은 주먹밥이었다)</div> <div>중대별로 흩어지고 다시 소대별로 흩어져 진지보수를 끝낸 우리는 구 주둔지에 위치해 있던 교회에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모였다.</div> <div> </div> <div>사실 연병장에 모여야 하나 대대 전체가 그곳에 일주일간 머물며 마무리 공사를 해야 했고 우리 중대는 현주둔지경계임무를 맡아 바로 다시 돌아가야 했었기에 따로 모인 것이다.</div> <div> </div> <div>40km거리다. 오늘 새벽에 출발해서 지금은 저녁이다. 근데 다시 왔던 데로 가란다. 다시.. 도합 80km 를 만 하루만에 가라는거다.</div> <div> </div> <div>까라면 까는게 군인인지라.. 잠시간의 휴식 후 우리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했다.. 다른 중대는 구주둔지에 숙영지 편성하고 쉬던데..또르르..</div> <div> </div> <div>중대원들의 안전이 걱정되신 대대장님께선(걱정되면 이런 선택을 하지마!!)마지막까지 행군대열 최선두에서 중대를 인솔하셨다. 물론 레토나를 타고.</div> <div> </div> <div> </div> <div>이 행군이 있기 얼마전 대대는 유격훈련을 받은 바 있다. 이 때 중대장이 무릎에 물이 찼다며 행군 낙오를 하였는데 그 후유증이 여기서도 나타난다.</div> <div> </div> <div>복귀행군 1시간 후, 중대장은 따라오던 엠뷸에 군장과 총을 맡기고 맨몸으로 행군을 하게 된다. 중대장의 2번의 낙오. 중대원들에게서 중대장에 대한 공경과 존경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div> <div> </div> <div>사실 행군이라는게 최선두의 역활이 가장 중요하다. 그 부대의 평균적인 속도, 적절한 행군거리와 휴식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중대는 이전, 선봉중대의 타이틀을 거머쥔 나름 에이스 중대였기 때문에(중대장이 바뀌기전에.) 모두들 행군속도가 상당히 빨랐다.</div> <div> </div> <div>그러나 무릎이 아프다던 중대장은 행군속도를 심하게 느리게 만들었고 템포를 잃은 중대원들은 점차 지쳐갔다.</div> <div> </div> <div>행군 막바지, 여기저기서 원망과 불평의 소리가 터져나왔고 선임소대장이었던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최후미를 책임지던 타소대 부사관이 무전기에 대고 대놓고 불평을 시작해댔고, 행군 휴식을 할때 중대장에게 고했다.</div> <div> </div> <div>"중대장님, 지금 중대 행군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이대로는 다들 퍼져버립니다. 속도를.. 조금 높여야 합니다."</div> <div>".......알았다"</div> <div> </div> <div>행군개시 2분전, 예령을 걸때가 됐다. 예령을 걸고 다시 일어서서 본래의 템포를 찾아 빠르게 복귀하면 되는것이다.</div> <div>"집합 2...."</div> <div>예령을 막 내뱉던 찰라, 중대장이 뛴다. 군장없이 완전 비무장이던 중대장이 뛴다. 왜?! 어째서?!</div> <div> </div> <div>중대장이 뛰니 나도 따라뛴다. 뒤따르던 소대원들도 뛴다. 그 뒤를 따르던 타 소대원들도 뛴다. </div> <div> </div> <div>뛰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미친새끼..</div> <div> </div> <div>나는 중대장의 도발에 맞서고 싶었다. 힘들어서 퍼지려는 소대원들 뒷덜미를 잡으며 함께 뛰었다. </div> <div> </div> <div>"낙오하는 새끼들은 다 뒤질줄 알아!!!!!!"</div> <div> </div> <div>나는 너무나 화가 나 있었다. 저게 내 중대장이라니.. </div> <div> </div> <div>"1소, 2소, 니들 못따라오면 다 죽는다. 끝까지 붙어라"</div> <div> </div> <div>뒤에 위치해있던 후배 소대장들 들으라고 무전기에 대고 외쳤다. 이놈들, 엄청나게 힘들텐데.. 선두 상황도 모르고 엄청나게 속으로 욕했을 것이다.</div> <div> </div> <div>"3소대장님, 너무 빠릅니다. 멈추십쇼 애들 다 죽습니다."</div> <div> </div> <div>앞서 불평하던 그 부사관이다. 그리고 바로 들려오는 중대장 송신.</div> <div>"그래 3소대장, 너무 빠르게 가는거 같다. 주둔지도 얼마 안남았는데 천천히 가자"</div> <div>라니.. 아... 약 2km정도를 뛰고 중대장이 얻어낸 승리였다. </div> <div> </div> <div>그는 이 상황을 설계한 것이다. 영리한 양반. 선두가 뛴다. 후미가 처진다. 그리고 천천히 가라는 얘기가 나온다. 천천히 간다. 타짜 뺨치는 설계다.</div> <div>그렇게 우리는 24시간, 80km의 행군을 마치고 복귀할 수 있었다. 뿌듯함은 마지막 10km에 다 말아먹고 분노와 한숨으로 이 길었던 여정을 마무리 한다.</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무전기를 통해 모든 상황을 지켜보시던 대대장님왈</div> <div> </div> <div>'전투력을 최고로 만드는 것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건만 지휘관이 바뀌니 바닥을 치는건 금방이구나..'</div> <div>(대대장님의 옆에서 함께 따라오던 정훈장교의 제보로 알게된 말)</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