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전술훈련을 앞두고 소대장에게 지시가 떨어졌다. 이번 훈련기간에 상급부대에서 훈련시찰을 나올 예정이니 훈련간에 차질이 생기지</font></div> <div><font size="2">않도록 완벽하게 준비를 하라는 지시였다. 이미 전에도 한번 훈련시찰이 예정되어 있어 빡세게 준비했다가 결국 시찰은 오지 않고 </font></div> <div><font size="2">훈련이 종료된 적이 있기에 반신반의 했지만 이번엔 확실히 온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번엔 2박3일동안 야외숙영을 한다는 것이었다.</font></div> <div><font size="2">다들 훤히 뚤린 고생길에 한숨을 푹푹 쉬었지만 나는 믿는구석이 있었다. 그건 바로 위병조장 근무였다. 보통 훈련기간에도 </font></div> <div><font size="2">위병소에는 항상 근무자들이 있어야 하기에 위병조장들은 훈련시에도 따로 훈련을 받지 않고 위병조장 근무만 </font><font size="2">서기 마련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하지만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나 대신에 다른 근무자를 세우고 나는 훈련에 참가하라는 소대장의 통보였다.</font></div> <div><font size="2">이유를 물으니 중요한 훈련이라 분대장급들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훈련은 중요하고 내 입은 중요하지 않나며</font></div> <div><font size="2">나는 입이 쉽게 돌아가는 체질이라 맨바닥에서 자면 안된다고 소대장에게 호소했지만 소대장은 듣는체도 하지 않고 내무실을 나섰다.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그렇게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훈련에 참가할수 밖에 없었다. 정신없이 첫째날이 지나가고 어느새 날씨는 어둑어둑해 지고 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훈련일정이 끝나고 잠을 잘 텐트를 치기위해 숙영지로 향했다. 숙영지는 산 중턱에 공터였고 얼핏 보기에도 경사가 상당해 보였다. </font></div> <div><font size="2">그냥 눕기만 해도 저절로 굴러갈것 같은 경사였고 우리는 툴툴대며 평탄화 작업을 시작했다. 어느정도 땅을 파니 체력이 고갈되어 </font></div> <div><font size="2">더이상 땅을 팔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고 어차피 하루 자고 말건데 라는 마음으로 대충 텐트를 치고 들어가 누웠다. 훈련소 이후에 처음</font></div> <div><font size="2">들어가보는 A형 텐트는 비좁기 그지 없었다. 그래도 피곤해서 인지 나는 금새 잠이 들었다.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이질감에 잠에서 깨어났을땐 이미 텐트안은 물바다였다. 밤새 내린 비로 인해 텐트안으로 물이 스며들기 시작했고 특히 맨 끝자리인 </font></div> <div><font size="2">내자리는 흘러내린 물들이 고이기 시작했다. 기초공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이미 물은 누우면 귓볼에 닿을만큼</font></div> <div><font size="2">고여있었고 난 데어데블이 된 심정이었다. 처참한 마음으로 다시 그 물웅덩이 위에 몸을 뉘었다. 내게 엎드려 자는 버릇이 없다는 사실을</font></div> <div><font size="2">위안삼으며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났을 때 몸의 절반만 불어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리고 둘째날엔 이번 훈련의 하일라이트인 상황조치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참호에서 적군과 마주쳤을때를 대비한 상황조치 훈련이었는데 평소처럼 그냥 빈탄창에 입으로 소리를 내서 훈련을 하는게 아니라 공포탄을 사용하기로 예정되어 있어 특별히 더 신경써서 연습을 한 </font></div> <div><font size="2">훈련이었다. 특히나 나같은 경우는 화기분대 분대장이라 우리 분대에 주어진 역할이 더더욱 막중했다. 우리가 연습했던 예상 시나리오는 </font></div> <div><font size="2">참호에서 적을 발견하면 수류탄을 던진후 M60기관총으로 제압사격을 실시하고 소총수들이 남은 적을 소탕하는 시나리오였다. </font></div> <div><font size="2">산 중턱에 참호를 파고 있을때 드디어 상급부대의 심사관이 나타났다. 이미 사전에 수없이 예행연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대장의 얼굴</font></div> <div><font size="2">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참호를 다 파고 우리는 저항군이 나타나기 만을 기다렸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잠시 후 드디어 산 밑에서 저항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항군을 확인한 나는 연습용 수류탄을 집어던졌다. 쾅! 하고 신관이 터지는 소리와</font></div> <div><font size="2">함께 옆 참호에 있던 M60사수 후임이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정적이 감돌던 산등성이에 탕! 하고 공기를 찢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font></div> <div><font size="2">하지만 그뿐이었다. 계속 울려퍼져야 할 기관총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원래 공포탄은 연발사격이 안된다. 그래서 총기 앞쪽에 아답터</font></div> <div><font size="2">라고 하는 연발사격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비를 따로 끼우는데 M60에 끼워놓았던 아답터가 첫발과 함께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당황한 후임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가 결국 한발씩 장전해 공포탄을 쏘고 있었다. 그때 우리가 가져간 공포탄이 200발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혹시모를 상황을 대비해 예비 아답터를 가져갔지만 당황한 후임은 그 사실을 까맣게 잊은듯 보였다. 옆초소에서 손짓발짓을 하며 신호를</font></div> <div><font size="2">보내도 이쪽을 보지 못하고 분당 5~6발 간격으로 기관총을 쏘아댈 뿐이었다. 이제는 저항군들이 당황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마저도 얼마가지 못했다. 탄이 끼었는지 </font><font size="2">장전이 되지 않았고 그 후임은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소대장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것 같아 보였다.</font></div> <div><font size="2">한참을 우왕자왕하던 후임이 해결책을 생각해 냈는지 다시 방아쇠를 잡았고 탕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나도 울고싶어졌다. </font></div> <div><font size="2">후임은 입으로 탕! 탕! 소리를 내며 총쏘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심사관의 얼굴은 어제 맞은 비보다 더 차가워졌고 훈련중이라 큰소리로 </font></div> <div><font size="2">이름을 부를수 없어 온몸으로 발광하던 나를 드디어 후임이 발견했다. 나는 빨리 예비아답터를 꺼내 이 상황을 해결하라고 온몸으로 신호를</font></div> <div><font size="2">보냈고 한참을 쳐다보던 후임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거렸다. 드디어 이 악몽같은 시간이 끝나나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있는데</font></div> <div><font size="2">그 후임은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두두두두두두두!'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후임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메아리쳤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