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탕- </div> <div> </div> <div>사격은 어찌 보면 간단한 일 이다.</div> <div>가슴 위, 어깨 아래 쪽의 파인 부분에 총기를 견착 하고, 흔들리지 않게 단단하게 고정 하고, </div> <div>가늠좌와 가늠쇠가 일자가 되도록 맞추고, 숨을 멈춘다.</div> <div>그리고...총구에 검지 손가락 단 한마디를 까닥 하여 쏜다.</div> <div>하지만 그것은 평시.</div> <div>과연 지금과 같은 전시에 언제 숨을 멈추고, 언제 자세를 가다듬고 있지?</div> <div>당연히 견착 조차 안된 나의 총은 이 씨바랄 북한놈을 피해 갔고.</div> <div>그놈은 웃겨 죽겠다는 듯이 크크크크크를 외치며 저벅저벅 걸어온다.</div> <div>아주 느긋느긋 하게. 여유롭게...</div> <div> </div> <div>탕- </div> <div> </div> <div>이번에도 빗나가기 시작했다.</div> <div>내가 만약에 살아 남는다면... 그땐 공군부대 사격방법 부터 바꿔버릴테다.</div> <div>허구헌날 고정된 사격판만 갈겨 대다보니, 살아있는- 움직이는 사람은 어떻게 쏴야 할지 모르겠다.</div> <div>결과로...저 놈이 저렇게 피하면서 내쪽으로 걸어 오지 않는가?</div> <div> </div> <div>쾅!!!!!!!!!!</div> <div> </div> <div>순식간 이었다.</div> <div>느긋느긋 걸어 오던 놈이, 빠른 속도로 뛰어 오더니 날 엎어 트린것은.</div> <div>그리고 내 위에 올라타 순식간에 군용 나이프를 목에 갖다 대었다.</div> <div>날을 얼마나 세웠는지, 살짝만 갖다 대었는데 주륵- 하고 피가 베어 나왔다.</div> <div>내 군용 나이프는 어디 있는지...훈련소때 이후론 구경도 못해봤는데. 씨발- </div> <div>"내가 왜 널 살려 주는 줄 알아?"</div> <div>"어? 서울말씨 쓰네?"</div> <div>".............. 또라이네. 이거"</div> <div>아, 목에다 칼 갖다 대었는데 표준말 쓴다고 놀래는게 더 이상 한가? 근데 보통 북한군은 오마니- 뭐 이런 말투 쓰는거 아닌가?</div> <div>"이 씨발 안놔??????????"</div> <div>몸에서 벌레가 기어가는 듯 한, 소름 끼치는 감각.</div> <div>남의 부대 한복판, 활주로 에서 강간 할려는 이 미친놈. </div> <div>난 아둥바둥 하고, 북한놈은... 내 옷을 벗기고 있는 것 이다.</div> <div>항상 작업할때 배선 같은, 혹은 절연테잎 이라도 끊을때 유용하게 썼던 왼쪽 엉덩이 주머니에 넣어놓고 다닌 카터칼이 생각났다. </div> <div>아둥바둥 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바로 카터칼을 꺼내 그 놈의 손목을 그었고. </div> <div>멈칫 한 순간에 바로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뻗어, 발로 그 놈을 차 버렸다.</div> <div>뒤로 넘어가자 마자 바로 총을 집어 그 놈을 향해 쐈다.</div> <div>사격자세? 그딴거 필요없다.</div> <div>가늠좌에 눈을 갖다 대지도 않고, 어깨에 견착 하자마자 바로 방아쇠로 갈긴 것 이다.</div> <div>탕!!!!!!!!!!!!!</div> <div>심장을 노렸어야 했는데!!!!! </div> <div>사격자세는 커녕, 눈으로 확인조차 안하고 급한 맘에 갈긴 총은 그놈의 배를 맞았고. </div> <div>바로 피가 줄줄줄 나기 시작했다.</div> <div>"이...갓나새끼가....."</div> <div>총 맞은 부위를 손으로 한손으로 지혈하고, 다른 손으론 군용 나이프를 들고 좀비 마냥 일어나는 그 모습.</div> <div>소름이 끼치다 못해, 미칠 것만 같다.</div> <div>그 공포감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번 총을 쏘아댔다.</div> <div>탕!!!!!!!! </div> <div>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쏘아대서 그런지 이번엔 아예 밑으로 쏜건지, 다리를 맞추었고.</div> <div>그놈은 10m 정도로 밀려, 넘어졌고. </div> <div>아둥바둥 일어나려고 해도, 오른쪽 정강이 부위에 맞았는지 일어나질 못했다.</div> <div>순간...아까 죽어나간 CCT 후배의 얼굴이 떠올랐다.</div> <div>다다다다 퍽-</div> <div>뛰어가면서 반동으로 그놈의 배를 발로 쳤고.</div> <div>악!!!!!!!!!!!!!!!</div> <div>총을 두번이나 맞고도, 비명소리 한번도 안 내던 독한놈의 비명이 드디어 터졌다.</div> <div>순간, 묘한 희열이 느꼈고.</div> <div>내 발차기를 맞고, 넘어지면서 놓친 나이프를 내 손으로 집었다.</div> <div>그리고....</div> <div>어어어억!!!!!!!!!!!!!!!!!!!!!!</div> <div>똑같이 해주리라. 배로 갚아 주리라. </div> <div>"이 씨발 새끼야!!!!!! 죽어!!!!!!!!!!!!!!!!!!!!!!!"</div> <div>그 놈이 죽인 후배. CCT와 보다 더 괴롭도록-</div> <div>나이프로 그 놈의 목을 찍어 내렸다.</div> <div>그 놈의 목에서 피 거품이 흘러 나온다.</div> <div>그륵그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쇼크사 한 건지.</div> <div>이내 죽은것 같다.</div> <div>그리고 이상하게 눈물이 한 두방울씩 떨어진다.</div> <div>왜..........</div> <div>CCT 후배는 죽은거지? 왜 난 이놈을 죽인거지? 왜 이놈은 날 강간하려 든거지??</div> <div>벌벌벌 떨리는 손으로 바지 주머니 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div> <div>불을 붙이는 순간</div> <div>"뭐냐....?"</div> <div>군번줄 찾아 준 레스큐 선배가 내 앞에 나타났다.</div> <div>칙-</div> <div>담뱃불을 붙이고, 간략적 으로 설명을 해주고. 다시 전투기를 손 볼려고 돌아 가려는데...</div> <div>"강간이 아니야"</div> <div>"에?"</div> <div>선배는 내 얼굴에 튄- 아까 그 북한놈의 피를 손으로 닦아주며 말 했다.</div> <div>"강간이 아니야. 그 놈이 니 전투복을 벗길려고 한 것은....아군 전투복을 입고, 부대네에 혼란을 주기 위한 것 이야."</div> <div>아. 씨발............</div> <div>설마설마...</div> <div>허겁지겁 죽어있는 북한놈의 바지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div> <div>아군의 피아식별띠.</div> <div>키가 나만한 북한 남군. </div> <div>대략적 으로 나보다 더 말라 보이지만... 내 전투복 입으면 대충은 맞을 것도 같다.</div> <div>예전에 정훈교육 시간에 탈북한 북한장교 출신의 연설이 생각났다.</div> <div>'북한은 심각한 식량문제로 성인남성의 표준 키가 160 정도 입니다.'</div> <div>남한 성인 남자의 평균키는 175 라고 들었다.</div> <div>그렇다면...</div> <div>"야, 야!!!!!"</div> <div>짝- </div> <div>얼굴이 얼얼 하다.</div> <div>넋이 나간 내 뺨을, 레스큐 선배가 손바닥으로 후려 친 것 이다.</div> <div>"정신차려 새끼야. 전투기 안 고칠꺼야? 지금 아군들 많이 죽어나갔다. 저놈이 아군 몇명을 죽였을지도 감도 안잡히고.</div> <div>그러니까.....사람 죽였다고 너무 기분 상할 필요없어. 죽이지 않으면 니가 죽는다."</div> <div>그렇군. 정신없어 잘 몰랐는데. 이게 바로 내 첫 살인 인 것이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뒤론 나도 잘 모르겠다.</div> <div>똑같은 지옥들이 무한반복 되었기 때문이다.</div> <div>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기계적 으로 전투기를 띄어 보내고, 고치고...</div> <div>달라진 것 이 있다면...가끔 활주로 내에 발견되는 북한군들이 더더욱 늘어났다는 것 이다.</div> <div>살인....이라고 해야할까?</div> <div>첫 살인은 어려웠지만...2명이, 3명이 되고...3명은 4명이 되어가고.</div> <div>결국 사람 죽이는 건 무덤덤 해 질 뿐 이었다.</div> <div>이놈은 사람이 아니라, 내 나라를 강탈하는 강도로 밖에 안 보이는 것 뿐 이다.</div> <div>그리고 점점 하늘은 시커멓게 변해갔다.</div> <div>기분 탓 인가?</div> <div>최근에 맑은 하늘을 본 적이 없다.</div> <div>온통 시커먼 하늘.</div> <div>시체 태운 연기들이 하늘을 가득 머금고 있었고.</div> <div>모두들 말이 없어 졌으며, 모두들 웃음을 잃었다.</div> <div>언젠가 보던 영화처럼 "살인기계"로 변태 된 것이다. </div> <div>내가 살려면 상대방을 죽여야 하니까...</div> <div>그렇다면 어떤 감정도 가져서는 안될테니까.</div> <div>죽여야 할 적군을 동정 하거나, 살려주고 싶다는 생각은 금물 일테니.</div> <div>그렇다면 차라리 내 나라를 위해 기꺼이 "살인기계"로 변태해, 칼춤을 추어주마.</div> <div> </div> <div>전쟁 난 지 벌써 2주째 이다.</div> <div>아니, 이제 2주라고 해야하나? </div> <div>체감은 한 2년은 된 것 같은데...이제 2주가 지나갔단다.</div> <div>"사중사님...전쟁 언제쯤 끝날 것 같습니까?"</div> <div>전투기 지원 작업 교대를 하고, 야간이라 자대 방어를 위해 초소배치를 받았다. </div> <div>초소 안 에는 나와 같이 위장크림을 얼굴 전체에 꼼꼼히 바른 임관한지 이제 겨우 반년 된 </div> <div>막내 하사와 같이 들어와 있다.</div> <div>20살 되자마자 입대 했다는데... 아직도 애기 티를 못 벗은, 눈은 커다랗고, 겁이 많은 막내하사.</div> <div>"이 전쟁... 3달이면 끝날 것 같다."</div> <div>"왜 그렇게 생각 하십니까?" </div> <div>깜깜 한 밤이라 잘은 안보이지만, 커다란 눈을 빛내는 내 후임을 바라보며 난 힘 없이 웃으며 말 했다. </div> <div>"전투기 띄울 연료가 없거든......."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씨발!! 상부에선 왜 말이 없는거야???????"</div> <div>와장창창!!!!!!</div> <div>"무슨 일 이야????"</div> <div>아아악!!!!!!!!</div> <div>........한동안 잠잠하다 했더만.</div> <div>또 다시 발작이 시작 된 것 같다. </div> <div>아군에는 2종류의 사람이 있다.</div> <div>미쳐가는 자와, 이미 미친 자.</div> <div>하기사, 이 지옥을 제정신 으로 버틸수 있는 사람이 있을려나?</div> <div>다들 미쳐가는 중 이지만.</div> <div>그 중에서 더 무서운건... 이미 미친 자 인것 같다.</div> <div>평소엔 잠잠 하다가, 한번씩 헷가닥 돌아서 중대 내 기물 다 때려 부시고.</div> <div>욕 하고, 자해 하는...저 사람은 주원사 이다.</div> <div>한때 대대 주임원사 까지 할 만큼 유능 한 사람 이었는데.</div> <div>관사에 살고 있던 가족을...북한놈들이 죽인.....시체를 확인 하고는</div> <div>그 뒤로 미친것 같다.</div> <div>하긴, 저 사람이 저러는 것도 이해는 간다.</div> <div>총 빼들고 전쟁 하고, 전투기 지원 하고...하는 것 들은 병사와 부사관 이고.</div> <div>장교는 전시지휘를 해야 하는데... 조종사들 말고는 다들 말이 없다.</div> <div>"무조건 사살하라! 무조건 버텨내라! 무조건! 무조건!!"</div> <div>마치 녹음 한 것 마냥 계속 같은 소리만 씨부리는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도 못 하니 답답하고.</div> <div>내가 스타크래프트에서 나오는 마린이 된 기분이다. 아, 맞긴한가?</div> <div>그러고 보니 그 소문이 사실이긴 한가보군...</div> <div>한국군은 전시지휘권이 없어서, 미군들이 지휘 하고 있다는 얘기.</div> <div>그래서 장교들이 침묵을 유지 하고 있나보다.</div> <div>대대본부 에도 미군 몇명이 왔다던데... 생각하니 졸라 비참하네?</div> <div>피 질질 흘리면서 쌈박질 하는건 한국군 인데, 내 나라니 피 흘리는게 당연하다고는 해도...</div> <div>뭐가 모잘라서 한국군 장교가 아닌, 미군 놈들 말에 절대충성 하며 나가서 싸워야 하는지...</div> <div>기분 졸라 더럽다. </div> <div>그나저나 저 미친개 마냥 길길이 날 뛰는 원사님을 어떻게 말려야 하나?</div> <div>지끈 거리는 머리를 손 으로 꾹꾹 누르며, 총기를 메고 활주로 방향으로 향 했다.</div> <div>'아, 몰라. 난 비행지원 이나 할련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 씨발, 야. 그거 안먹을꺼면 나 줘."<br />"저 파운드 케익 없어서 못 먹습니다."</div> <div>"막내야, 이거 먹을래?"</div> <div>한달이 지났다.</div> <div>여느때와 같이 야간비행 지원 하다가 밥 먹을 시간을 놓쳐서 중대로 복귀해 </div> <div>전투식량에 연결 되어 있는 스팀팩 줄 을 당겨서 음식을 데우는 중.</div> <div>"어? 뭐지??"</div> <div>순간 눈 앞이 깜깜 해 지기 시작했다.</div> <div>들고 있던 일회용 숟가락 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보니</div> <div>우리 중대만이 아니라, 다른 곳 들 도 온통 깜깜 해 있었다.</div> <div>다들 웅성웅성 거리면서 "뭐야? 정전이야??" 하며 짜증을 내었다. </div> <div>평소 연락병 으로 일 하던 병사가 초를 찾아서 골고루 나누어 주었고.</div> <div>그 촛불로 전투식량을 마져 먹는 그 순간.</div> <div>"큰일이다."</div> <div>"네?"</div> <div>권총을 손에 들고 나타난 우리 중대장님.</div> <div>지준위 님이 말씀 하셨다.</div> <div>"전력소가....파괴 되었댄다."</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오랜만의 골육상쟁3 편을 가지고 왔습니다.</div> <div>맞고참이 드럽게 재미없다고 해서 삐져서 글 안 썼었는데,</div> <div>기다려 주신 분들이 있으셔서 오랜만에 다시 써 보는 기분 이네요^ㅡ^</div> <div>재밌게 봐 주셔서 정말 감사 합니다!</div> <div>그리고...본 글은 그냥 소설 이기 때문에, 진지 먹는 분 없으셨으면 좋겠네요.</div> <div>전 공군 이기 때문에 육군에선 어떻게 싸우는지, 해군에선 어떻게 싸우는지... 그런거 잘 모릅니다.</div> <div>그냥 공군 기준으로 쓴 글 이니 말이 되니, 안되니 이런 댓글 없으면 좋겠네요.</div> <div>그럼 다들...내일 월요일 이니 짜증 내지 마시고, 기분 좋게 새주일 맞이 하시길...^^</div> <div>다들 굿나잇!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