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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려버라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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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ilitary_21015
    작성자 : 졸려버라
    추천 : 19
    조회수 : 3475
    IP : 211.211.***.119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3/05/06 06:12:53
    http://todayhumor.com/?military_21015 모바일
    전역한지 반년이 흘렀다.
    <P class=바탕글>문득 읽던 책에서 고개를 들어 컴퓨터를 바라보니 새벽 2시반이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글자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지 않고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졸음을 몰아낼겸 기지개를 피면서 스트레칭을 해봤지만 </P> <P class=바탕글>그마저도 금방 그만두며 달게 하품을 내쉬었다.</P> <P class=바탕글>당직실은 적막했다. 먹다남은 과자봉지와 반쯤 차있는 미지근한 음료 페트병, 미처 치우지 못한 컵라면이 책상 한쪽구석에 나뒹굴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불꺼진 복도에는 불침번을 서고있는 후임한명이 돌아다니며 내는 전투화 소리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P> <P class=바탕글>당직사관이 모포를 뒤집어 쓰고 고록고록 코를 고는꼴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시계를 다시한번 흘끔 바라보았다.</P> <P class=바탕글>2시32분. 근무교대 인솔을 나가려면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아무것도 할게 없었다.</P> <P class=바탕글>나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 총기현황판을 다시금 맞춰놓고서는 디플과 라이터를 챙기고 당직실 문을 열었다.</P> <P class=바탕글> 낡은 경첩에서 나는 소리가 꽤나 시끄러웠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바람이 차가웠다. 밖에서는 아직 늦가을이라고 말하는 11월이지만 </P> <P class=바탕글>이 안은 여전히 깔깔이와 목토시,귀도리 없는 야간근무는 상상할수도 없는 한겨울일 뿐이다.</P> <P class=바탕글>작년 이맘때쯤엔 나도 이 날카로운 바람앞에서 외초를 서던 입장이었던지라 </P> <P class=바탕글>그때 느끼던 발가락의 고통이 떠올라 절로 몸서리를 치며 능숙하게 디플 한 개비를 입에물고 불을 붙였다.</P> <P class=바탕글>군대의 밤은 어둡다. 가끔 위병소 밖으로 오다니는 차라이트 불빛을 제외하고는 기도비닉을 위해 불빛은 찾아보기도 힘들다. </P> <P class=바탕글>도시에서 살아왔던 나는 빛의 밤이 익숙했지만 이제 휴가를 나가서 보는 도시의 밤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P> <P class=바탕글>전투복이 아닌 사복을 걸치고 있는 나처럼.</P> <P class=바탕글>멈춰있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바쁘게 움직이는 사회에서 바뀌지 않는것은 입에서 나오는 담배연기밖에 없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홍뱀, 상황대기 안하십니까?”</P> <P class=바탕글>“넌 불침번이 씨발 근무지이탈하게 되있냐.”</P> <P class=바탕글>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움찔했지만 얼굴을 확인하고는 담배한모금을 빨아들였다.</P> <P class=바탕글>“혼자 피십니까. 저도 한 대만 주십쇼”</P> <P class=바탕글>“이젠 아주 맞먹지?”</P> <P class=바탕글>“같이 짬먹어 가는 처지에 너무 섭섭하게 구십니다. 아니,이제 형이라고 해야되나?”</P> <P class=바탕글>“좆까. 아직 7일 남았어”</P> <P class=바탕글>“전쟁나면 10년이지 않습니까”</P> <P class=바탕글>능청스럽게 말을 붙여오는 2개월 후임에게 담배곽을 통째로 얼굴에 집어던졌지만 </P> <P class=바탕글>놈은 재빨리 받아들고는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고 크게 한모금 빨아들였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후...담배 정말 짝짝 목구멍에 달라붙는것 같습니다”</P> <P class=바탕글>담뱃곽과 함께 어느새 타온 인스턴트 커피를 건네며 후임이 말했다.</P> <P class=바탕글>“센스좀 늘었다?”</P> <P class=바탕글>하는짓이 기특해 칭찬을 건넸더지만 후임은 그저 피식 웃을뿐이었다.</P> <P class=바탕글>“어떠십니까? 1주일 남으신 기분이?”</P> <P class=바탕글>“똑같아. 시간 드럽게 안가고, 간부는 짜증나고, 애새끼들은 한심해보이고”</P> <P class=바탕글>“저는 무슨 애들 문예창작과 교육받고 온줄 알았습니다.”</P> <P class=바탕글>“병신들이지. 찌를거면 좀 제대로 된걸 찌르던가. 소대장님도 소원수리보고 웃으시더라.”</P> <P class=바탕글>필터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버리고 다시 한 대를 물고 후임에게 자연스럽게 한 대를 넘겼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후우....그나저나 전역하면 뭐하실겁니까?”</P> <P class=바탕글>“복학해야지 임마. 내가 칼복학하려고 일부러 겨울에 입대했잖냐.”</P> <P class=바탕글>“부대에서도 아저씨 소리 듣고 복학하셔도 아저씨 소리 들으시겠습니다?”</P> <P class=바탕글>“죽어 씹새꺄.”</P> <P class=바탕글>낄낄거리며 내 빈주먹을 피하던 후임은 떡진 뒷머리를 긁적였다. </P> <P class=바탕글>1분정도 서로 아무말없이 담배만 피우다 문득 후임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P> <P class=바탕글>“홍뱀, 정말 홍뱀 전역하면 기분이 이상할것 같습니다.”</P> <P class=바탕글>“사랑고백이냐? 드디어 니가 다른쪽에 눈을 뜨는구나.”</P> <P class=바탕글>갑자기 진지한 분위기를 잡는 후임에게 멋쩍어 어물쩍 농담으로 넘기고는 서둘러 담배를 끄자, 후임도 담뱃불을 튕기며 다시 웃음 지었다.</P> <P class=바탕글>“뭘 또 그리 수줍어 하십니까. 다 들었습니다. A급 전투화랑 야상, 마스크팩이랑 기타 애들한테 뿌린거 말임다.”</P> <P class=바탕글>“어떤 새끼가 말하던. 내일 내밑으로 다 집합시켜.”</P> <P class=바탕글>“냉동 쏘시려고 집합시키시는거면 모일겁니다.”</P> <P class=바탕글>“믿을새끼 하나도 없다. 진짜”</P> <P class=바탕글>인상을 찡그리는 나를 후임은 어물거리며 빤히 바라보았다.</P> <P class=바탕글>“.....홍뱀.”</P> <P class=바탕글>“왜?”</P> <P class=바탕글>“잘 사십쇼. 가끔 부대에 연락하시고.”</P> <P class=바탕글>“........니가 말안해도 할거야 새꺄."</P> <P class=바탕글>“저희 잊어버리시면 안됩니다.”</P> <P class=바탕글>후임은 평소에는 볼수없던 무거운 표정이었다. </P> <P class=바탕글>나는 어떤표정을 짓고 있었을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춥다 들어가자”</P> <P class=바탕글>나는 이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어, 홍뱀. 이거 눈오는거 아닙니까?”</P> <P class=바탕글>문쪽으로 돌아서는 순간 후임이 건넨말에 나도모르게 하늘을 보았다.</P> <P class=바탕글>검은 하늘을 후레쉬로 비추자,11월에 내리는 것 치고는 꽤나 굵은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그러게, 이거 많이 올것 같은데.”</P> <P class=바탕글>“.......애들 기상시킵니까?”</P> <P class=바탕글>세상이 멸망한다는 소식을 들은것처럼 찡그려지는 후임의 얼굴을 보며 난 싱긋 웃어보였다.</P> <P class=바탕글>“10분만 있다가. 눈구경좀 하고 보고하자.”</P> <P class=바탕글>“....애들 근무복귀하면 짬시키려고 하시는거 아닙니까.”</P> <P class=바탕글>“짬을 똥구멍으로 쳐먹은건 아니구만.”</P> <P class=바탕글>발광하며 벽을 발로 차대는 후임의 지랄을 바라보며 나는 박장대소하며 돛대를 빼어물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지긋지긋한 겨울이 지나가면 여전히 추운 짧은 봄이 찾아오고,짧은 봄이 지나가면 언제 추웠다는 듯이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겠지. </P> <P class=바탕글>귀를 찢을듯이 울려대는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와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작업도 바뀌지 않겠지. </P> <P class=바탕글>그리고 또 짧은 가을이 오고, 다시금 겨울이 찾아오겠지.</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때도 너희는 나를 기억할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어느덧 전역한지 반년이 흘렀다.</P> <P class=바탕글> 전역하자마자 등록금을 모으기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에서 난 웃는 모습이 예쁜 아가씨를 만났고, </P> <P class=바탕글>그녀가 싫어하는 입에 늘 조사처럼 붙어나오던 욕을 조금씩 줄여나갔다. </P> <P class=바탕글>복학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이어지는 술자리와 온갖 과제들 사이에서 그렇게 가지않던 시간은 무엇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P> <P class=바탕글>전역한 후임들에게 전화가 몇통 오기는 했지만, 전투복을 걸쳤던 그 시간동안 느꼈던 끈끈한 정은 </P> <P class=바탕글>장롱속에 쳐박힌 전투복처럼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뿐이었다.</P> <P class=바탕글>중간고사가 끝난 주말, 밀린 과제를 처리하느라 새벽까지 타자를 두드리던 나는 머리를 식히러 현관으로 나섰다.</P> <P class=바탕글>담배를 물고 한모금 빨아들인 나는 무심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P> <P class=바탕글>새벽 2시 45분.</P> <P class=바탕글>내 손에 들린 담배는 디플에서 말보로로, 왼손에 문신처럼 붙어있던 전자시계는 핸드폰으로, </P> <P class=바탕글>귀를 아릴듯이 불어대던 바람은 기분좋은 훈풍으로 바뀌어 있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그들이 나를 잊는걸 무서워 하는게 아니라, 내가 그들을 잊어가는구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허탈한 웃음이 나도모르게 입으로 배어져 나왔다. 섭섭하지도, 아쉽지도, 괴롭지도 않았다.</P> <P class=바탕글>내가 2년동안 느끼고 배워나간 감정은 전부 무의미한 추억인걸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반쯤 타들어간 담배를 튕겨끄고 어두운 하늘을 한번 보았다.</P> <P class=바탕글>아직 채 다 지지않은 벚꽃 이파리 몇 개가 드문드문 떨어져 마당에 쌓여가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그때,바로 그때 떨어지던 눈꽃송이처럼</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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