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 몇 년 간 이용해오던 ㅇㅇ천이라는 산책로가 있는데요.(이름답게 두 길 중앙에 천이 흐르고 있음) <div><br></div> <div>한동안 꾸준히 다니다가 최근 2~3달 정도는 여러모로 일이 좀 많아서 띄엄띄엄 다녔는데</div> <div><br></div> <div>오늘도 좀 오랜만에 나가게 되었어요.</div> <div><br></div> <div>해가 져서 어둡긴 하지만 7시... 오히려 작년 겨울동안 평소에 나가던 시간보다 이른 시간..</div> <div><br></div> <div>사람이 꽤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 한밤중에 나가도 복작복작할때도 있는 곳이었는데</div> <div><br></div> <div>오늘은 유난히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div> <div><br></div> <div>뭐 사람이 없는 날도 드문 일은 아니라 별로 신경안쓰고 둘이 그냥 걸었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다 걷다 좀 지치면 쉬어가는 벤치 구간이 있는데,</div> <div><br></div> <div>길 옆에 벤치가 두 개 있고, 그 벤치 옆쪽에는 여러 운동기구들이 있는 곳이었어요.</div> <div><br></div> <div>오늘도 좀 오랜만에 걸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앉아서 쉬면서</div> <div><br></div> <div>검색할게 좀 있어서 어머니와 함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얘기중이었는데,</div> <div><br></div> <div>어느순간 낯선 발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div> <div><br></div> <div><br></div> <div>[  ●  본인 엄마] ←벤치1/벤치2→[                  ]               [       운        동        기        구        ]</div> <div><br></div> <div><br></div> <div>웬 남자가 제 옆에 떡하니 앉는게 아니겠어요;;</div> <div><br></div> <div>인상착의는... 평범한 모자에, 검은색이었던 것 같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고, 뿔테안경을 썼던 것 같고.. 덩치가 좀 있는 체형의...</div> <div><br></div> <div><br></div> <div>근처에 사람도 아무도 없고 <span style="font-size:9pt;">옆 벤치도 텅텅 비어있는데;;</span></div> <div><br></div> <div>거기서부터 저는 이미 사고가 정지해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봤거든요.</div> <div><br></div> <div>그런데 더 소름끼치는게, 바로 몇 초 후에</div> <div><br></div> <div>제 폰을 들여다보는 것 같더니 하하하 하고 웃더라고요........</div> <div><br></div> <div>(보고있는 페이지는 그냥 쇼핑몰의 운동화였음)</div> <div><br></div> <div>좀 비웃듯이? 가소로운 듯이? 아주 가볍게;</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순간 그냥 아무 생각도 못하겠고... 최대한 엄마랑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면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데..</div> <div><br></div> <div>근데 몇 초 지나니까 일어나서 가던 방향으로 가는 것 같더라고요.</div> <div><br></div> <div>속으로 <span style="font-size:9pt;">살았다</span><span style="font-size:9pt;">살았다</span><span style="font-size:9pt;">살았다</span><span style="font-size:9pt;">살았다</span><span style="font-size:9pt;">살았다... 조오오오금 안도했는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엄마가 뭐야? 이러더니 이상한 사람이라고.. 빨리 가자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근데 옆에 운동기구를 타고 있더라고요. 원래 가는 길이 그 쪽이었는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바로 반대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갔죠. 따라오는거 아닌지 노심초사하면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렇게 꽤 우회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오는 길에 어머니와 대화해보니 저는 못 봤는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 남자가 웃는 순간, 엄마가 그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셨다더라고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러니까 가더라고.. 어머니가 집안 내력때문에 눈길이 범상치 않은 분이시긴 한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정말 그것 때문에 위기를 모면한건지.. 뭔지모를 오해를 한건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니 오해고 뭐고 정상적인 사람이면 그 상황에 모르는 사람 옆 자리에 와 앉아서 뜬금없이 웃음을 쳐짓는게 말이나 되는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하여튼 그 순간에는 너무 당황스럽고 대체 뭔 상황인지 파악도 안되고 사실 엄청 무섭다기보단 그냥 정신이 없었는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오면서 생각하니까,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생각하니까 뒤늦게 몸이 떨리고 무서우면서도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고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누구는 그냥 옆에 모르는 사람이 앉았다는 것 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데</div> <div><br></div> <div>이 새끼는 태연하게 웃음을 지어...?</div> <div><br></div> <div>분명 그 상황에서 벗어났고.. 뒤에 따라오는 사람 없는지 확인해가며 무사히 집으로 도착을 했는데...</div> <div><br></div> <div>기분은 계속해서 가라앉고.. 트라우마로 남음..</div> <div><br></div> <div>지금 기분을 설명하자면... 제가 곤포증이 굉장히 심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바퀴벌레를 정말 정말 정말 너무 극혐하고 무서워하는데</div> <div><br></div> <div>마치 8센치는 되는 야생 바퀴벌레가 방 안 어딘가에 숨어있는 기분이에요.</div> <div><br></div> <div>진심으로 빡치고 공포스러운 기분;</div> <div><br></div> <div><br></div> <div>정말.. 안 그래도 최근들어 일이 많아서 기분이 많이 다운되고 우울증 초기라</div> <div><br></div> <div>집 밖에 나가기도 싫어서 어거지로 나간거였는데,</div> <div><br></div> <div>한동안 더 못 나갈 것 같아요... 자주다니던 산책로는 당연히 이제 두 번 다신 못 갈 것 같고..</div> <div><br></div> <div>살기 힘드네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