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 <div>안녕하세요</div> <div>저희 할머니께서는 치매를 앓으셨어요..</div> <div><br></div> <div>며칠전 치매 관련해서 인터넷에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div> <div>게시판을 멘붕게시판을 택한이유는</div> <div>내용이 멘붕이라서.....?</div> <div>혹시 게시판 안맞는 것 같으면 말씀해주세요.</div> <div><br></div> <div>사실 인터넷에 제 이야기가 퍼진다는게 싫어서</div> <div>되도록 제 신상 관련해서는 내용을 적지 않는데...</div> <div>정보 공유 차원에서</div> <div>꼭 구체적으로 적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div> <div><br></div> <div>꽤 길어질거예요.</div> <div><br></div> <div><br></div> <div>인터넷에서 어느 댓글을 보고</div> <div>치매가 진행되었을 때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했어요</div> <div>정작 그 댓글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 우리 할머니는 요양원에 계신데 의식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예요.</div> <div>언어를 잃어버리셨고</div> <div>음식을 씹어드시지를 못하세요</div> <div>음식도 액체형으로 된 것만 드시고 계신걸로 알고있어요</div> <div>신생아랑 똑같죠</div> <div><br></div> <div>안타까워요 안타깝지만</div> <div>솔직히 지금처럼 심해지기 전에는 정말 정말 괴로웠어요</div> <div><br></div> <div>생각만 해도 울컥 하네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할머니와 같이 단둘이 해외여행을 가려고 했어요</div> <div>할머니께서 다리를 다쳐서 못가게 되었지만요</div> <div>전 할머니 되게 좋아했거든요</div> <div>할머니는 총명하시고 착하셨는데</div> <div>묵묵히 뒤에서 받쳐주시는 그런 분이었어요</div> <div>빨래, 청소, 모든 가사활동을 할머니께서 하셨고..</div> <div>저한테 혼내신적도 없고 항상 다정하신 그런 할머니였어요</div> <div>햄버거나 스파게티같은 세련된 음식도 좋아하셨고</div> <div>가사노동을 많이 하시니 손이 자주 트셔서 제가 핸드크림을 사다 드리곤 했는데</div> <div>그럴때 지어주시는 함박웃음과 칭찬이 얼마나 좋던지...</div> <div>여기까지 썼는데 막 눈물이 주륵주륵 흐르네요 ㅠㅠ</div> <div><br></div> <div>아무튼 우리 할머니는 그런 분이었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10대 후반때 쯤부터 할머니께서 건망증처럼 깜박깜박 잊곤 했어요</div> <div>특별히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어요</div> <div>왜냐면 물건 위치같은건 저보다 더 잘 기억하시곤 했거든요</div> <div><br></div> <div><br></div> <div>할머니께서 발쪽 뼈가 한번 부러지셨어요</div> <div>그게 촉매였던 것 같아요</div> <div>과외선생님이 오셨는데</div> <div>식탁에서 공부중인데</div> <div>아얘 타인이 왔는데 아랑곳하지 않고</div> <div>깁스가 가렵다며 풀겠다고</div> <div>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식탁 밑으로 기어들어가</div> <div>부러져 깁스한 발로 식탁을 차대는...</div> <div><br></div> <div>그때 알았어요</div> <div>아, 우리 할머니가 좀 이상한 것 같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이후에는 몇번</div> <div>갑자기 의식을 잃은 듯</div> <div>누워서 잠을 자는것처럼 깨어나지 않는 일이 있었어요</div> <div>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았어요</div> <div>엑스레이, MRI, 각종피검사.... 발견되는 병이 없었어요</div> <div>보통은 몇시간이 지나면 깨어나곤 하셨지요</div> <div>응급실을 가고 입원 하기를 수차례..</div> <div><br></div> <div>신경정신과 의사선생님의 도움으로</div> <div>할머니가 꾀병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어요.</div> <div><br></div> <div>관심받는게 좋으셨던 걸까.</div> <div>가족이 모두 모여 병실에 있는게 좋으셨던 걸까.</div> <div><br></div> <div>"할머니 다시 아프지 마세요"</div> <div>"그래 다시는 안 아플게"</div> <div><span style="font-size:9pt;">할머니의 약속 이후 다시 동일한 증상으로 입원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br></div> <div>이해하기 힘들었던 수많은 행동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들 아실거예요</div> <div>쓰레기 대낮에 내놓으면 안되는 것!</div> <div><br></div> <div>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놓는 우리 할머니</div> <div>하필이면 우리 건물 1층은 식당인데, 고 앞에 내놓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등치 좋은 우리 남동생이 재빨리 쫓아내려가서 할머니에게 지금 버리면 안된다고 실갱이를 벌입니다</span></div> <div>할머니는 귀도 잘 안들리시지만 보청기도 끼기 싫어서 모두 버렸습니다</div> <div>동생은 목청이 나가도록 소리를 여러번 지릅니다</div> <div><br></div> <div>지나가던 아줌마 아저씨는 제 동생을 비난합니다</div> <div>"아니 왜 할머니가 무거운 걸 들고 가는데 도와주지도 않고..."</div> <div>"할머니한테 소리를 지르다니..쯧쯧"</div> <div><br></div> <div>불쌍한 내 동생.</div> <div>불쌍한 나.</div> <div><br></div> <div>알지도 못하면, 무슨 상황인지 알지도 못하면,</div> <div>당신들은 우릴 비난할 자격이 없는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div>새벽 2시, 학교에 가야한다고 왜 아직도 일어나지 않냐고 가족들을 모두 깨웁니다.</div> <div>깨우려고 때리기도 합니다.</div> <div>할머니를 진정시키고 시간이 아직 밤이라고 설득시키기가 어렵습니다.</div> <div>시계 보는 방법도 이미 잊어버리셨습니다.</div></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div>아, 보청기.</div> <div>비싸게 주고 샀던 보청기를 버리시기를 2차례.</div> <div>보청기만 최소 500만원정도가 일반쓰레기 봉투에 묶여 나갔으리라 짐작합니다.</div> <div><br></div> <div>한번은 집을 정리한다며</div> <div>온갖 물건을 내다 버리셨는데</div> <div>얼마 전 구매한 백화점브랜드 바디로션과 현금까지 쓰레기봉투 안에 들어있더군요</div></div> <div><br></div> <div><br></div> <div>본인도 심각성을 인정하셨는지</div> <div>이제야 데이케어센터에 다니겠다고 본인의 질병을 인정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데이케어센터는 아침 7~8시쯤 해서 노인들을 태워갑니다</div> <div>유치원 같습니다.</div> <div><br></div> <div>우리 할머니가 다녔던 곳은</div> <div>일요일에는 열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오늘은 일요일이라 데이케어센터 가는날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믿지 않아</div> <div>직접 걷거나 차를타고</div> <div>센터까지 가서 확인을 합니다</div> <div>다른 사람들이 없구나, 진짜 안하는 날이구나,</div> <div><br></div> <div>딸과 손자 손녀의 말은 믿지 않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떄론 아주 일찍 일어나 기다리십니다</div> <div>새벽 4시, 데이케어센터에 가겠다고 집앞에 나가 기다리십니다</div> <div>동생과 나는 졸린 눈을 비비고</div> <div>행여 할머니를 잃어버릴까 쫓아 나갑니다.</div> <div>30분씩 교대로 자리에 앉아 쉬며</div> <div>아무 말 없이 우리 셋은 차도쪽에 나와 서있습니다.</div> <div>센터 차와 비슷한 스타렉스같은게 지나갈 때마다</div> <div>할머니가 손을 번쩍 들어 버스타듯이 손을 휘젓기도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파트에서 살았을 때도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집에 올라가는 사이를 참지 못하고</div> <div>엘리베이터에서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보기도 하고,</div> <div><span style="font-size:9pt;">당시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이었던 제 동생들은</span></div> <div>어떻게 해야할지 우왕좌왕 하면서도</div> <div>어찌나 착한지 그걸 다 자기네끼리 치웠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할머니, 너우 옛날분이라.</div> <div>모든 불을 끄지 않으면 불이 난다며</div> <div>있는대로 다 끄고 콘센트를 뽑아서</div> <div>자고 일어나니 wifi 공유기 같은것은 당연히 뽑혀있고요.</div> <div><br></div> <div>특히나 곤란했던 것은</div> <div>아파트 콘트롤러에 붙어있는 경비실로의 비상연락 버튼이었는데</div> <div>비상버튼이다버니 불이 항상 들어와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새벽에 할머니가 조용히 나와 버튼을 눌러</div> <div>집안은 삐용삐용,</div> <div>경비실도 놀라서 무슨일이 있냐고 묻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할머니가 없어져서 경찰에 신고까지 했는데</div> <div>집안에 숨어있다가 옷을 입은채로 샤워기를 틀어 물을 맞고 있었던 일,</div> <div><br></div> <div>옷을 입은채 용변을 보아,</div> <div>할머니를 화장실로 데려가 목욕시키며</div> <div>용변 조각들을 손으로 떼어내며</div> <div>너무 힘들어 목욕을 시키는 내내 계속 울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평생을 조용히 사셨었던 분임에도</div> <div>치매가 온 후 폭력적으로 변해</div> <div>타인을 때리기도 하시고,</div> <div>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많이 하셨습니다.</div> <div><br></div> <div>물론 제가 적었던 일든이 계속 반복적으로 벌어진 일은 아닙니다</div> <div>한 번씩만 벌어진 일들도 있어요</div> <div>하지만 같은 일이 여러번 벌어지는 게 아니라</div> <div>다양한 방식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하면 이해하실까요?</div> <div><br></div> <div>그리고 우리도 견디지 못해 요양원에도 모셨고요</div> <div><br></div> <div><br></div> <div>저는 제가 효녀였다고</div> <div>충분히 할만큼 했다고 생각해요</div> <div>제가 요양원에 보내자고 부모님께 수없이 얘기했고</div> <div>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죽을 것 같았어요</div> <div><br></div> <div>효도해야 된다</div> <div>그래도 널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분 아니냐?</div> <div><br></div> <div>아뇨....전 감당 못해요.</div> <div><br></div> <div>이런 일 겪어 놓고도</div> <div>본인이 치매걸리면 자기 요양원에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는 어머니도 솔직히 저는 이해가 안가요.</div> <div><br></div> <div><br></div> <div>저는 제가 치매 걸리면 요양원에 되도록 빨리 보내주면 좋겠어요.</div> <div>치매라는걸 받아들이지 못하고</div> <div>싸우고 힘들어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 같아요</div> <div>차라리 일찍 받아들이고</div> <div>모두 잊어버리기 전에 아직 남아있는 기억으로....</div> <div>우리가 가족으로써 얼마나 서로를 존중했는지</div> <div>그 감정을 나눌 기회를 가져야 해요.</div> <div><br></div> <div>치매 노인 본인과 아무리 싸워도</div> <div>행동이 고쳐지진 않아요</div> <div>쓰레기 버리기라던가 용변실수라던가...</div> <div>그런건 그냥 뒤로 넘기고</div> <div>마지막이 아닐지라도 내가 나라는 인격체로 남아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div> <div>교류할 수 있을 그 기간....</div> <div><br></div> <div>저와 제 할머니한테는 특히나 짧았거든요..</div> <div>할머니의 치매 발병 사실로부터 거의 모든 기억을 잃는 것까지 5년이 채 안걸렸으니까요</div> <div><br></div> <div><br></div> <div>저는요 노약자석이 무서워요</div> <div>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온 흐릿한 눈동자는</div> <div>단순히 노화때문인지</div> <div>혹은 질병으로 인한 광기인 지 모르겠어요</div> <div><br></div> <div>뜬금없이 뺨을 때렸던 우리 할머니를 생각하면</div> <div>노인 근처에 가고싶지 않아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치매 노인은 결코 감당할 수 없어요</div> <div>사랑했던 그 분은 이제 더이상 기억속과 같지 않을거예요</div> <div><font size="5" color="#ff0000"><b><u>집에서 치매노인을 모시겠다는 사람에게</u></b></font></div> <div><font size="5" color="#ff0000"><b><u>"효자네, 효녀네"라고 말하지 마세요</u></b></font></div> <div><font size="5" color="#ff0000"><b><u>노인을 더이상 집에서 못 모시게 되면</u></b></font></div> <div><font size="5" color="#ff0000"><b><u>"나는 효자 효녀가 이제 아닌건가? 나는 나쁜 사람인가?" 라는 고뇌로</u></b></font></div> <div><font size="5" color="#ff0000"><b><u>치매노인과 함께 파멸의 길로 걸어갑니다</u></b></font></div> <div><br></div> <div><br></div> <div>마무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div> <div><br></div> <div>위로나 칭찬을 해주실 필요는 없어요!!!!!</div> <div><span style="font-size:9pt;">관련해서 질문이 있으시면 남겨주세요, 답변 드릴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답변 드리겠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행복하세요 :)</span></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