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부산 감만동의 구멍가게.</div> <div>일흔 살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작은 슈퍼가 있습니다.</div> <div>생활비를 드릴 테니 하지 말라고 해도 폐지 줍고 다니는 것보다는 낫다며 10년째 운영 중이시죠.</div> <div>근래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본인이 저녁에 대신 가계를 보고 문을 닫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어제 24일 밤 10시에 10대 후반의 청년이 들어와 담배 한 보루를 주문합니다.</div> <div>나름 석 달째 하는 일이지만 돈부터 먼저 주는 손님보다 물건과 같이 교환하는 손님의 비중이 큽니다.</div> <div>그래서 조건반사로 담배를 꺼내 비닐에 담아서 탁자에 올려놓으며 "저기 신분증..." 이러는 순간 담배를 탁 낚아채고 도망을 칩니다.</div> <div><br></div> <div>순간 1초간 스턴에 걸리더군요.</div> <div>정신 차리고 계산대를 지나 쫓아갔지만 이미 20ｍ 차이가 났습니다.</div> <div>부경대 후문 쪽이라 오래된 동네고 골목길이 많지만 큰길에는 CCTV가 있는 걸 아는지 골목 오르막길로 도주하는 것까지 목격합니다.</div> <div>더 쫓아가고 싶지만, 같이 도망가는 일행이 있길래 혹시 가계를 비운 사이 또 다른 도둑이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추적을 중지합니다.</div> <div>다행히 그 이상의 공범은 없었지만, 마음이 무거워지더군요.</div> <div><br></div> <div>일단 경찰에 신고했습니다.</div> <div>7분 후 경찰차가 도착하고 잠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같이 주변을 돌며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더군요.</div> <div>골목이 너무 많아 CCTV가 없는 곳이 많기에 일단은 포기했습니다.</div> <div>다른 일이면 오만 원 정도 액땜한 셈 치면 되지만 평소에는 일흔 노모가 운영하는 가게라 불안했는데 가끔 아버지께서 가끔 손버릇 나쁜 애들이 있지만 난폭해지는 게 두려워 모르는 척 한 적이 있다고 하셔서 걱정입니다.</div> <div>40대 건장한 남자가 있는데도 대담하게 도둑질을 하는데 보통 밤에는 어머니 혼자 보시는데 나중에는 강도로 나타날까 봐 무섭습니다.</div> <div><br></div> <div> <div>가게를 그만두라고 하고 싶지만 아마 아버지께서 반대하실 겁니다.</div> <div>아버지께서는 정년퇴직 후 집안에만 계시다 치매 초기 증상과 우울증을 앓으셨는데 가게를 운영하며 증상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없어졌습니다.</div> <div>가끔 담배 피우고 가게 앞 평상에 앉아 이웃과 인사하고 저녁에 뉴스 잠깐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 용돈만 받고 집에 계시만 말을 못합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오늘은 주변 CCTV 존재 확인을 하고 도주로 부근 블랙박스가 있는 차량번호와 전화번호를 적어두었으니 혹시 범인의 모습이 찍혔다면 인쇄를 해서 동네 주변에 붙여둘까 생각합니다.</div> <div><br></div> <div>범인을 잡으면 좋겠지만 그건 어려워 보이니 경고라도 하려고 합니다.</div> <div>'우리는 너를 찾고 있다. 나타나면 너를 잡을 것이다.'라고</div> <div><br></div> <div>이 글을 쓰면서도 좀 더 조심할 걸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네요. 잘 쫓아 보냈다면 이렇게 불안하지 않았을 텐데.</div> <div><br></div> <div>혹시 이 글을 읽고 도움 될만한 이야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div> <div>예를 들어 방범 CCTV 설치에 관한 이야기면 더 좋겠습니다.</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