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야!" </div> <div> </div> <div>새벽 3시가 다 되어가는 시점. 어제 오늘 이 시간대 거리엔 유난히 사람이 없다. 가게에도 손님은 한 테이블도 없었다. 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div> <div>남색 땡땡이 티셔츠에 뿔테안경. 30대 중반쯤 될까. 분명 반시간 전쯤에 먼저 퇴근한 친구와 가게 앞에서 대화하고 있을때 옆 가게로 들어간 사람이다. 옆 가게에 들어갈때에도 꽤 취해서 걸음을 가누지 못했었다. </div> <div>일단은 예 하고 대답을 하며 문으로 향했다. </div> <div>그는 잔뜩 꼬인 발음으로 가게 바깥쪽을 가르키며 말을 뱉는다.</div> <div> </div> <div>"쟤들 놀잖아, 얼마야?" </div> <div> </div> <div>내가 앞뒤 자르고 쓴 말이 아니다. 그의 입에서 튀어나올 때부터 전후가 없었다. </div> <div> </div> <div>"네?" </div> <div> </div> <div>고개를 돌려 그의 손 끝이 향하는 곳을 본다. 근처 바에서 일하는 언니 셋이 의자에 앉아 연초를 태우고 있었다. 그미들은 업무 특성상 뭇 남성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과감한 복장들을 하고 있더라. 아마 그도 그 매무새에 매료되어 지금 이러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div> <div> </div> <div>"아 시발 쟤들 놀잖아. 쟤들 얼마냐고." </div> <div> </div> <div>근데 시발 이게 무슨 말씀이지. 혹시 나에게 성매매 알선을 요청하는건가. 자주 가는 업소 실장이랑 날 헷갈렸나? 아니 그전에 시발 내가 그런 업종에 종사하게 생긴건가? <br>내가 도저히 문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자, 그는 답답한 양 길길이 날뛰며 말을 뱉었다. </div> <div> </div> <div>"아니! 저기! 노는! 애들! 얼마! 얼마 나왔냐고!"</div> <div> </div> <div> 아하. 그게 그런 의미였구나. 내가 감히 지레짐작하는 그의 작전은 아마 이랬을 것이다. </div> <div>같은 가게에서 술을 마시는 그녀들의 자태에 매료된 그는 그녀들에게 말을 거는 대신에 술값을 계산해줌으로써 호감을 얻으려 했을 것이다. </div> <div> </div> <div>계산을 하려는 그녀들. </div> <div>이미 계산이 됐다는 말에 뒤돌아 그를 보는 그녀들. </div> <div>반짝이는 소주잔을 들어보이는 그. </div> <div>소주잔 안에서 찰랑이는 소주. </div> <div>그 모든 요인과 멋드러지게 어우러지는 그의 젠틀한 미소. </div> <div>그의 신사다운 행동은 그녀들에게 그와 합석할 만큼의 호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div> <div> </div> <div>그래. 아마 그랬을 것이다.</div> <div>그는 아마도 그 이후에 그녀들 중 그에게 가장 호감을 느끼는, 그러면서도 가장 매력적인 여성과 은밀한 장소에서 자신에게 내재된 야성미를 표출하기 위해 뿔테안경과 땡땡이 티셔츠를 벗어던질 시간을 고대했을지도 모른다. </div> <div> </div> <div>그래. 아마 그랬을 것이다. </div> <div>그의 작전은 아마 그랬을 것이다. </div> <div> </div> <div>아이고. 이 근본을 내다버린 견자분아. 전후 문맥을 좀 더 상세히 말씀하셨으면 제가 불순한 방향으로 오해하지 않고 좀 더 순수했던 당신의 의도를 알아차렸을텐데요. </div> <div>아무튼 오해는 풀어야 할 것이 아닌가. 나는 나직히 그에게 진실을 말씀드렸다. </div> <div> </div> <div>"저쪽 분들은 저희 가게 손님이 아닌데요.." </div> <div> </div> <div>"아 그래? 그럼 꺼져." </div> <div> </div> <div>그는 소기의 목적이 해소되어 후련해졌는지, 쿨하게 주머니에 손을 박아넣고는 원래 자신이 마시던 테이블로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div> <div> </div> <div>아아. 저 시크함과 쿨함이었다면 굳이 술값을 내지 않아도 그녀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으랴. </div> <div> </div> <div>아마 이세상에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신은 저런 또라이들도 그 품에 감쌀 정도로 자비로우신 분이 아닐까. </div> <div> </div> <div>아무튼 자리에 돌아간 그가 그녀들에게 다가가 전후 문맥 잘라먹고 "야. 니들 얼마야?" 하고 묻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