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2006년쯤이었나.... 제대하고 학교에 다니면서 학원강사를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div> <div> </div> <div>친구가 용산에서 퀵서비스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하자는 연락이 와서 학원이 끝나고 용산을 가게 되었죠.</div> <div> </div> <div>마침 그날은 수업이 평촌에서 끝났기 때문에 4호선을 타고 눈누난나~ 신용산 역에서 10시 30분 쯤 내렸습니다.</div> <div> </div> <div>그 당시 신용산역 부근은 철거예정인 건물들도 많았고(빨간 락카로 낙서한 건물들에... 슬럼화), 퇴근 시간 이후 밤엔 인적도 드물었죠.</div> <div> </div> <div>신용산역 5번 출구였던가... 하여튼 그 출구는 계단과 역사가 90도로 구부러져 있었기 때문에 계단을 올라서면 역 쪽 사정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div> <div> </div> <div>계단의 중간정도 올라왔을 때 뒤에서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div> <div> </div> <div>"꺄아아아아악~~~~~~~~"</div> <div> </div> <div>뒤를 돌아보았지만 구부러진 입구로 인해 아래쪽 상황은 확인할 수 없었고요... </div> <div> </div> <div>내려가서 확인해보아야하나 고민하던 찰나 3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안경을 쓴 약간 뚱뚱한 아저씨가 헐레벌떡 계단을 뛰어올라오고 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표정에는 약간의 당황이 떠올라 있었고 그 뒤로 고등학생이나 갓 스무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학생이 아저씨를 따라 뛰어 올라오더라고요.</div> <div> </div> <div>둘의 추격전과 좀 전에 들린 비명소리로 판단하건데 이건 문제가 있다 일단 올라오는 아저씨를 잡아야겠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 아저씨가 내 옆을 스쳐 올라갔습니다. </div> <div> </div> <div>저는 본능적으로 아저씨의 뒷덜미를 잡아 올렸습니다. (제가 키가 좀 큽니다... ㅡㅡ;;)</div> <div> </div> <div>뒷덜미가 잡힌 아저씨는 뿌리치고 도망가려고 시도했으나 살짝 들어 좌우로 흔들어줬더니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것을 포기했고 마침 그 순간 그 여학생이 우리 두 사람 앞에 섰습니다.</div> <div> </div> <div>그 여학생이 아저씨를 향해 반말로 온갖 욕을 했습니다.</div> <div> </div> <div>"야이 XXX야, 개XXX야. 블라블라블라"</div> <div> </div> <div>여학생은 뒷덜미가 살짝 들려있는 그 아저씨한테 거침없는 욕을 퍼붓고 있었는데.. 눈에서는 경멸감이 레이저처럼 뿜어져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학생이 안타깝다고 아직도 생각하는 이유는 닭똥깥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기 때문일겝니다.</div> <div> </div> <div>분명 찰진욕을 하고 있었고.. 별로 울먹이지도 않았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나고 있었습니다. 아마 꽤 많이 놀랐기 때문이겠지요... 그 여학생이 약 8할은 욕설로 풀어놓고 있는 상황을 해석해보니 밑에서 아저씨랑 마주치는 찰라 그 아저씨가 여학생의 가슴을 움켜쥐었고, 놀란 여학생의 비명에 덩달아 놀란 아저씨가 도망치는 것을 따라 올라온 것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아저씨를 잡고 있던 저는 꽤 오랜시간 저주+경멸+비난+쌍욕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 아저씨를 잡고 있는 동안 마치 같이 혼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ㅡㅡ;;;; </div> <div> </div> <div>여학생의 욕설과 눈물이 잦아들자... 분위기가 급 어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마무리를 해야 했기에 간헐적으로 구속상태에서 풀려나기 위해 꿈틀거리는 아저씨를 살짝 들어 좌우로 흔들어 주면서 제가 물었습니다. 제 멘탈은 여기서부터 붕괴되기 시작합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음... 신고해 드릴까요?"</div> <div> </div> <div>그런데 이 여학생은 제 말은 들리지 않나봅니다. </div> <div> </div> <div>"평생 그렇게 변태로 살아라 개XXXX야"라는 일갈을 남기고 여학생은 계단 밑으로 향했습니다. </div> <div> </div> <div>저는 이 아저씨를 어떻게 처분하라는 걸까요???</div> <div> </div> <div>신용산역 출구 계단 중턱에 지나가는 여학생의 가슴을 움켜쥔 성추행범과 제가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여학생은 이제 구부러진 입구로 사라졌고... 밤이 깊어지는 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뻘쭘한 적막만 흐르고 있습니다.</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아저씨가 꿈틀하길래 잡아놓고 있던 뒷덜미를 놓아주며 제가 말했습니다.</div> <div> </div> <div>"왜 그러셨어요?"</div> <div> </div> <div>"술기운에 그만..."</div> <div> </div> <div>"담부턴 그러지 마세요."</div> <div> </div> <div>뒷덜미가 풀리자 아저씨는 목을 몇 번 흔들고는 서둘러서 계단을 올랐습니다. 같이 계단을 오르기는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어 저는 그 자리에서 아저씨가 계단을 다 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계단을 올라 지상으로 올라왔을 땐 그 아저씨의 흔적이 보이지 않더군요.</div> <div> </div> <div>멘붕게의 사연들을 보면서 10년 전의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근데 이거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성추행을 당하고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모른척 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리고 같은 남자라고 같은 원망의 눈빛을 보내지고 마시구용...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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