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내 운은 항상 1년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div> <div> 초등학교 다닐때엔 신축 공사 때문에 새 건물에서 1년 밖에 지내지 못하였고</div> <div> 중학교 다닐때에도 신축 공사 때문에 바닥이 항상 축축하고 겨울엔 학교 방침으로 히터틀지 못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1년을 공부해야 했고</div> <div> 고등학교 역시 1년만 더 늦게 들어갔더라면 양식을 배웠을 것이다.</div> <div> 변변찮게 수시로 들어온 대학 또한 1년만 더 늦게 나를 돌아보고 정말 하고 싶은것을 찾았더라면 물론 대부분의 후회는 나의 갖추지도 못한 주제에 생긴 안일함 때문이었지만 1년만 더 늦었더라면, 1년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왠지 이 사소하다 할 수 있는 불행 같지 않은 불행들을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확신 때문에, 막상 들어간 대학생 1학년의 시절이 생각과 같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결심을 했다.</div> <div> </div> <div>1년을 휴학했다.</div> <div> </div> <div> 그렇다고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아니 거희 대부분은 놀았지만 힘든 뱃일도 해보고 그렇게 내가 번 돈으로 서울에서 학원도 다녀보고 안일함 때문에 놓친 기간이 너무 아까웠지만 멀리 있는 친구들도 만나보고 나름 만족하는 휴학이었기에 후회하진 않았다.</div> <div> </div> <div> 그렇게 복학한 2학년 학과 생활은 매우 다행스러웠다. 일단 가장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것은 같은 2학년 형들의 인성이었고 바로 위 학년 형 하나의 인성이었다. 1학기때 생각치도 못하게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div> <div> </div> <div>" 아 내 고집으로 인한 보상인가?"</div> <div> </div> <div>" 드디어 내 운이 달하는가"</div> <div> </div> <div> 이런 미신과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모든지 잘 될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믿었다.</div> <div> </div> <div> 버스 사고로 인한 신체 장애 때문에 군대도 가지 않는다. 남들보다 1년을 번 셈. 하지만 내 인생에서는 1년을 늦춘셈이다.</div> <div> </div> <div> 다른 사람들 하고는 인생을 비교하지 않으려고 했다. 내 시간은 타인과는 다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다만 각기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 과 붙이치게 되는 확률, 대충 운이라고 하자. 그 운으로 이뤄지는 사건 사고들에게서 1년 늦춰짐으로써 조금은 탄탄대로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었다.</div> <div> </div> <div>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었다. 1년 정도 과거로 간 기분이었다. 1년 정도 늦게 태어난 기분이었다. 머리는 그렇지 않다고 계속 얘기 하지만 그런 기분이었다.</div> <div> </div> <div> 모두들 한번쯤 생각해본적 있을것이다. 지금 이 뇌를 가지고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간다면 소설에서의 무적 같은 존재인 먼치킨 주인공 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천재의 삶을 살꺼라는 상상. 그리고 나서 드는 '지금의 나는 너무 부족하다. 조금 더 경험과 지식을 담은 다음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쓸데 없는 이뤄지지 않을 상상 </div> <div> </div> <div> 난 이 상상을 좀 간절하게 한다 싶을 정도다.</div> <div> </div> <div>그래서 드는 만족감은 한동안 날 즐겁게 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오늘</div> <div> </div> <div>나는 괜히 늦추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늦췄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div> <div> </div> <div>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나서 드는 취업난에서, 나를 옳아매는 안일함에게서 .. 과연 나는 무사할 수 있을까. 내가 마음대로 늦춰버린 1년의 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여분의 시간이 아니였을까.</div> <div> </div> <div> 소중한 사람들과 무언가를 할 수 있게 주어진 시간이 아니었을까.</div> <div> </div> <div> 처음으로 휴학했다는데에 있어 후회가 들었다.</div> <div> </div> <div> </div> <div>열심히 하라고 나를 부추겼던 불운뒤에 교묘히 숨어있던 안일함이 정작 나의 적이었을까. 그 뒤엔 또 무엇이 있는가.</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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